늦은 시간에 써서 퇴고가 없다보니 문장이 다소 정갈하지 못할 수 있음

스포 당연히 굉장히 많으니, 안읽었으면 그냥 뒤로가기 눌러라

"자신과 대등한 상대가 없잖아요."

"혹시 그런 이유 때문에 바둑의 신이 인간에게 바둑을 가르쳐서 정진할 수 있도록 하는걸까? 자신의 상대가 될만한 기사를 키워내기 위해서 말이야."

바둑은 혼자서 둘 수 없어. 두 사람이 필요해. 한명의 천재만으론 명국이 생기지않지.

동등한 재능을 가진 두명이 필요한 거야. 두명이.

둘이 모여야 비로소 신의 한 수에 한 발 다가서는 거지.

이야기는 먼 옛날, 후지와라노 사이가 살아있던 헤이안 시대보다 더욱 먼 옛날에 시작된다.

자신과 대등한 상대가 없어서 외로운 바둑의 신은, 인간이 바둑에 정진할 수 있도록 하여 자신의 상대를 만들고자 한다.

그리하여 헤이안시대 최고의 바둑기사인 후지와라노 사이는 죽어서 육체는 사라졌어도, 영혼은 현세를 떠돌며 막부정권시대 말기에 토라지로라는 소년에게 깃든다.

바둑기사를 꿈꾸었던 토라지로는 사이의 재능을 간파해 그에게 원하는대로 바둑을 두게 해주었고, 혼인보 슈사쿠라 불리게 된다.

그러나 토라지로는 머지않아 전염병에 의해 죽게되었고, 또 다시 현세를 헤매이던 사이는 히카루 앞에 나타난다.

사이가 신도우 히카루에게 깃든 것은 히카루가 동세대에서 최고의 재능을 지녔지만, 바둑에 전혀 흥미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사이에게 바둑을 두게해주겠다며 기원에 찾아간 히카루는 운명처럼 토우야 아키라와 만난다.

히카루의 탈을 쓴 사이에게 2번이나 깨진 아키라는 히카루(사이)를 쫓게되고,

바둑에 본격적으로 흥미를 가진 히카루는 중학생 바둑대회에서 아키라에게 처참하게 깨지고나서 아키라를 쫓는다.

그렇게 바둑을 진지하게 마주한 히카루는 사이가 괜히 깃든 게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는듯, 실력이 쭉쭉 늘어 단숨에 프로시험에 통과하고

현대의 바둑기사 중, 신의 한 수에 가장 가까운 남자라는 '명인' 토우야 코요와 사이의 인터넷 대국을 주선하게 된다.

치열한 승부 끝에 사이가 승리를 거둔다.

하지만 그 명국에서 히카루는 사이도, 명인도, 그 누구도 발견하지 못한 역전의 한 수를 발견해낸다.

그리고 사이는 깨닫는다.

신의 한 수를 깨우치는 것은 사이가 아니다. 하물며 히카루도 아니다.

인간이 만들고 쌓아가는 바둑의 역사, 그 기나긴 끝에 신의 한 수를 깨우치는 인간이 존재하게 될 것이다.

???

토라지로가 나를 위해서 존재했다고 한다면, 나는 히카루를 위해 존재했다.

그렇다면 히카루도 역시 다른 누군가를 위해 존재하는 거겠지. 그 누군가도 역시 또다른 누군가를 위해.

천년, 이천년이 그렇게 쌓여간다. 신의 한 수로 이어지는 머나먼 여정이.

사이는 현세에서 역할을 다 하고 사라지게된다.

그것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히카루는 사이가 사라지게 된 것은 자신때문이라며 자책하고 방황하며, 그래서 다시는 바둑을 두지 않겠다고 생각하지만

중국에서 돌아온 이스미의 간절한 부탁으로 어쩔 수 없이 하게 된 바둑에서,

자신의 바둑 안에 사이가 있음을, 자신은 머나먼 과거와 미래를 잇는 존재임을 깨닫고 다시 바둑을 두게 된다.

최종장인 호쿠토배의 보스는 한국인 고영하 프로 9단이다.

평소 슈사쿠 외에도 여러 옛날 기사들의 기보를 연구하는 그였지만, 통역사가 그의 말을 잘못 알아들어서

슈사쿠를 깔보는 캐릭터가 된다. 잘못된 통역으로 오해를 산 고영하였지만 오히려 이런 캐릭터도 재미있겠다며, 확인사살까지 해버린다.

히카루는 그에 도발당해서 화가났고, 한국 최고의 기사인 그와 맞붙게 되나, 근소한 차이로 패배하고 만다.

자신에게 유달리 분노했던 히카루에게 고영하는 묻는다. 어째서 바둑을 두는지.

'머나먼 과거와 미래를 잇기 위해서.'

우리들은 모두, 바둑을 두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누구든 그러한 존재이다.

비록 호쿠토배에서 히카루는 패했으나, 히카루가 보여준 분투는 그를 잇는 새싹을 낳는다.

히카루와 아키라를 동경하며 꿈을 키우는 원생들.

신의 한 수를 향한 여정은 그렇게 이어지고 있었다.

이 작품을 계기로 바둑계에 관심을 갖게 되어 여러가지 것들을 조사했는데

2016년에 나온 알파고는 당시 인류 최강이었던 이세돌을 쓰러뜨리며 세상이 충격에 빠졌지만

5년이 지난 지금은 인간이 충분히 당시 버전의 알파고를 이길 수 있다고 한다.

이세돌과의 대국 이후에도 이어진 딥러닝, 그리고 상위버전의 인공지능이 등장했고, 선수들이 그 기보를 연구하며 성장했기 때문이다.

그것은 즉 선수들의 재능에는 다소 차이가 있다하더라도 그들이 쌓아올린 기보를 바탕으로 진화함으로써

인간의 바둑실력이 꾸준히 우상향을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은 굳이 바둑에만 국한되어있는 이야기가 아니라, 거의 모든 세상사에 적용되는 이야기이다.

데즈카 오사무가 만화의 신이라 불렸어도, 기술적인 측면에서는 그보다 뛰어난 만화가들이 대거 등장한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이 작품은 바둑을 소재로 하고있지만, 사실은 인간 그 자체의 성장을 다루는 만화에 더 가깝다고 생각한다.

작중에서 폐쇄적인 일본기원의 시스템에 대한 비판이 여럿 나온다.

조훈현 국수는 일본 바둑이 지나치게 예를 중시하고, 정갈한 분위기 속에서 바둑을 두는데, 한국은 완전히 두는 사람에 따라 달라서 당황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는 이러한 분위기가 오히려 더 많은 기풍이 공존하는 환경을 낳는 장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예언은 정확하게 들어맞아 한국이 국제무대에서 치고나가는 계기가 되었다는 것이다.

반면에 엄격하게 예를 중시하는 일본은 쇠퇴했다.

사이는 인터넷 바둑을 접하며, 현대의 기보를 익히고 강해진다.

우상향의 법칙이라는 것이 있기 때문에, 처음 히카루가 토우야 코요를 만났을 때 두었던, 도중에 뛰쳐나와서 무산되었던 대국이 계속 이어졌더라면

아마도 사이는 그에게 패하지않았을까.

하지만 인터넷 바둑을 접하고 세계 각국의 고수들과의 승부를 통해 강해짐으로써 그는 토우야 코요를 쓰러뜨릴 수 있었다.

변한 것은 사이만이 아니다.

사이는 히카루와 아키라 뿐만 아니라, 토우야 코요를 비롯해서 수많은 바둑기사들의 기폭제가 되었고, 바둑을 두는 모두가 사이의 강함을 뒤쫓게 되었다.

그리고 사이와의 명국을 통해, 딱히 일본기원에 소속되어있지 않아도 멋진 대국을 둘 수 있다는 것을 알게된 토우야 코요는

변화를 추구하게 되었고, 은퇴를 한 이후에도 중국의 프로팀에 이적을 하는등, 일본기원에게 세상 밖으로 나오라는 메세지를 전한다.

쓰러져서 병원에 입원한 직후의 그는 인터넷 바둑을 그저 '심심풀이'에 지나지않는다고 평한다.

그러나 현재도 그렇지만, 당시에도 수많은 프로선수들이 인터넷 바둑을 했고, 그 인터넷 바둑이 실제로 바둑의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해왔다.

그리고 이러한 이야기는 비단 바둑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듯, 스토리작가인 홋타 유미는 넓은 세계에서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이야기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