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새벽이라 대실망이라고 대충 끄적였는데 일어난 다음에 제대로 후기 남겨보겠음

아주 실망스러웠다는 감상은 그대로임

일단 분노의 도로가 좋았던 이유는 액션/음악 아님?

분노의 도로 이상의 수준을 바랐던 건 아님 (말이 안 되는 요구니까)

허나 이 작품은 의도적이라 할 정도로 두 부분에서 형편이 없음

이 작품의 페이싱을 요약하자면 눅스가 임모탄에게 선택받고 뭐 하려다가 고꾸라지는 그 장면이랑 비슷함

절로 Mediocre라는 코멘트가 나오는 부분이었음

초반 전투씬들 굉정히 절제된 연출 해놓고 막판 가서 클라이막스가 없으니 흥이 깨짐. 의도적으로 음악도 제대로 안 쓸정도로 이전 액션을 톤 다운 시켜놓고 영화 끝날 때까지 톤이 업이 안됨

절정이었어야 할 황무지 전쟁을 3분 카레마냥 나레이션으로 때워버림. 왕의 귀환인데 미나스 티리스 공방전 '로한이 왔다. 에오를의 깃발을 휘날리며'하고 나레이션 읊조리더니 스킵해버린 느낌임

옛날 이영도가 판소에서 결말 2페이지만에 떼워버린거 생각남. 작가의 의도고 주제고 뭐고 흥이 깨지는데 좋은 말이 나오지 않음

음악도 인상깊은 부분이 놀랍게도 1도 없음

존 윌리엄스가 스타워즈 신작 음악 만들었는데 이워크 영화 ost 수준으로 퇴화한 느낌이었다 (정키 XL 고질라에서도 음악 형편없더니 갈수록 폼이 떨어지는 느낌)

뭐 작품의 주제를 위해 의도적으로 액션의 쾌감을 끊어버리려던 거다라 쉴드 칠 수도 있음. 그런 작품들 전에 본적도 있었고 (너는 여기에 없었다 등)

하지만 내가 보기에 이 작품에서는 그냥 페이싱 미스라는 말 밖에 안 나옴

일단 이 작품의 서사를 요약하자면

'모든 것을 잃은 퓨리오사가 복수를 위해 괴물이 되지만 그 과정에서 자신도 디멘투스처럼 되었음을 깨닫고 새 희망을 믿게 된다' (이후 분노의 도로로 이어짐) 인데

디멘투스가 '너도 나랑 똑같음 ㅋㅋ' 이런 소리 하기에 퓨리오사가 괴물로 변하는 모습이 너무도 부족하다 느꼈음

분노의 도로 보면 퓨리오사는 임모탄에게도/워보이들에게도 철저히 신임받는 군사지휘관임. 여성은 출산기계/착즙기계로 취급받는 그런 무자비한 곳에서 미치광이들에게 존경을 받았단 말

퓨리오사는 그렇지만 작중에서 그런 배경에 걸맞는, 괴물 같은 지휘관으로서의 모습을 작중에서 제대로 보여주지 않음. 왜냐? 잭이 죽고 빡빡이 임페라토르로 각성한 다음에 3분 카레로 전쟁 파트를 뚝딱 넘어갔으니까

그러니까 막판 복수 파트에서도 그냥 빌런이 '너도 나랑 똑같잖아'하고 주인공 비꼬는 클리셰 이상으로는 보이지 않음.

작품 자체가 퓨리오사가 펑 터지는 파트를 위해 빌드업을 쌓는데 펑 터지는 파트가 없음. 고질라 2014에서 방사선 브레스 쏘는 최종전 없는 급임. 퓨리오사가 머리 깎고 한거=차 한대 뽑아달라고 하기가 다임

이건 그냥 페이싱 미스라고 밖에 할말이 없음. 초반 어린 시절 부분에서 엄청 느릿느릿 진행하던 거 생각하면 주제고 나발이고 그냥 연출 미스라 느껴짐

진지한 연출이라기 보다는 로마 드라마에서 악티움 해전 스킵한 연출에 가까워서 막판에 조지 밀러가 돈이 떨어졌나?라는 생각부터 들었음

참 아쉬웠다

평점: 10점 만점에 매드 맥스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