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엔딩 다봐서 묵혀두다가 게임 완전히 바꼈다길래 새로운 마음으로 최근에 2회차 시작해서 엔딩을 다시 봤음(아직 팬티는 안함)

3년밖에 안지나서 스토리는 다 기억나지만 다회차 해보고 느낀점 좀 적어보려 함

동감 안되면 님 말이 다 맞음

1. 비주얼

일단 비주얼적으로는 사이버펑크 장르의 특징을 아주 잘 살려냈음. 디스토피아가 된 대도시, 그곳을 지배하는 초 대기업, 공간적 측면에서의 도시 구획, 화려한 네온사인, 천연자원이 부족해 인공으로 만들어내는 사회, 극단적인 빈부격차, 일본이라는 나라가 차지하는 비중 등. 물론 이것도 영화 블레이드 러너의 영향에서 못 벗어난 거긴 한데 21세기에 나온 미디어 콘텐츠 중에 블레이드 러너에서 완전히 탈피한 게 얼마나 있겠음? 이정도면 충분히 훌륭하다고 생각함

2. 그럼에도 부실했던 장르적 충실성

장르에는 장르문법이라는 게 존재함. 내용이나 형식의 유사성을 바탕으로 한 반복적인 패턴인데, 이 게임은 그게 좀 부족함.

물론 사이버펑크라는 게 비교적 신생 장르고 이런 주제를 다룬 작품들이 많이 없어서 이게 정석이다 하고 얘기하긴 힘든 것도 있는데,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내용들은 있게 마련이라 어느 정도 정립은 되어 있는 상황임. 인간으로서의 정체성 갈등, 인간의 자율성과 인공지능의 충돌에 대한 논의, 지나치게 진보된 기술에 대한 경외심 등이 대표적인 사이버펑크의 장르적 특성인데, 델라메인 스토리라인이나 미코시 엔딩 분기를 제외하면 이런 특징들은 두드러지게 나타나지 않음. 기껏해야 사이버 사이코인데 이것도 기술에 의한 부작용이라기보다 현대의 조현병이랑 비슷한 정도로 묘사돼서 느낌이 덜함. 보조임무나 의뢰, NCPD 등 스토리를 종합적으로 봤을 때 사이버펑크라는 장르의 플롯과는 거리가 좀 있음. 당장 주요 조연인 리버나 팬앰, 케리 스토리만 봐도 이건 사이버펑크가 아니어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얘기잖아?

또, 비슷한 부류인 스팀펑크, 디젤펑크 등과 다르게 사이버펑크는 기술 발전에 대해 비교적 부정적인 스탠스를 취하는데(미래예측을 이용한 현실 풍자를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일부러 크롬을 박지 않는 애니멀 같은 애들을 제외하면 그런 점도 딱히 부각되지 않음. 앞서 말했듯 사이버 사이코가 어떤 임플란트를 박아서 어떤 방식으로 잠식되어 갔는지에 대한 더 자세한 묘사가 있었다면 좀 나았을 거라 생각함. 스토리가 아니라 샤드로라도 풀어낼 수 있는 거였는데 이 부분은 좀 많이 아쉬움.

물론 레이치 바트모스로부터 시작된 넷의 붕괴, 사이버스페이스의 탄생, 블랙월의 존재, 넷러닝이라는 콘텐츠 등은 상당히 매력적인 요소였음. V의 생존일기가 아니라 이쪽에 비중을 좀 더 줬으면 훨씬 재밌었을 텐데.

3. 시스템적 측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