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보기엔 둠 이터널의 좋은 점은 싸우기 직전에 모든 정보가 다 들어온다는 거임.

둠 이터널 진짜 짜증날 정도로 팝업 띄우고, 심지어 팝업창에 적의 약점 다 적어줌. 메뉴 띄워보면 더 자세하게 약점이랑 통하지 않는 무기 이런 거 일일이 적혀져 있고.

적 A.I.가 단순해지지는 않았지만, 적의 카테고리는 아주 단순해졌음. 총알받이 - 헤비 - 슈퍼헤비. 어느 놈에 화력을 집중해야하고 어느 놈은 좀 무시해도 되는지 감이 오는거지.

물론 둠 이터널처럼 모든 걸 일일이 팝업창으로 설명할 순 없을 거임. 하지만 적어도 지금처럼 아무 의미없는 팝업창보다야 둠 이터널처럼 입에 우겨넣어주는 게 훨씬 낫다는 거임. 그리고 나는 그게 일대일 전투가 강조되는 보스전, 중간보스전이 아니면 사실 고난이도 플레이어한테도 해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음. 어차피 다대일 전투로 흘러가는 일반전에서 그 정보를 다 안다고 바로 이기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플레이어가 그 정보를 알고 있다고 생각하면 더 복잡한 적 조합도 빨리 내놓을 수 있음.

한 편 읓이 좋은 점은 뭐냐. 읓이 그렇게 설명이 자세하지는 않지만 다양한 걸 실험해보도록 유도하고 있음. 대표적으로 기술 습득에서 번복이 가능하다는 거. 물론 액션 게임중에서도 경제 시스템과 업그레이드가 타이트하게 연결된 게임들이 있고, 그럴 경우에는 번복을 허용하는 게 게임성을 해친다고 생각하지만, 내가 보기에 데메크는 그렇지 않은 게임이라고 봄. 뉴비가 에너미 스텝이 더 중요한지 리버스 레인스톰이 더 중요한지 대체 어떻게 알겠으며, 또 사놓고 봤더니 커맨드 입력이 어려워서 못써먹겠다고 생각할 수도 있음. 근데 여기서 쉽게 바꾸지 못하고 돈을 모아야 한다고 하면 오히려 쓸데없는 학습요소로 다가올 수 있다고 생각함.

콤보 써보고 사면 되지 않냐고? 근데 그게 실전에서 쓰는 거랑 연습방에서 쓰는 게 또 다르잖아. 위에서 말했듯이 업그레이드가 경제시스템하고 아주 깊이 연관되어 있는 게임이라면 모를까, 데빌 메이 크라이라면 읓의 방식이 훨씬 더 플레이어로 하여금 다양한 실험을 하도록 유도한다고 봄.

또, 로딩의 콤보 장면도 그렇지. 무기 새로 얻으면 그 무기 섞인 콤보 보여주고, 뒤로 갈수록 콤보들도 되게 복잡해짐. 이걸 보고서 "어? 이 무기는 저런 게 되네?" "어 요거 해볼 수 있겠네?" 이런 마음이 들도록 만들어준다는 게 무척 좋은 점이라고 생각함. 오히려 그냥 글자만 있다고 생각하기 마련인 로딩 tips보다는 비주얼적으로 딱 멋있고 뽕차는 장면 보여줘서 플레이어가 그걸 학습하도록 유도하는 게 더 좋다고 봄.

따지고 들면 길티기어 신작이나 뭐 이런 격겜들만 봐도 프랙티스 모드에 이거 해보세요 저거 해보세요 잔뜩 내놨는데, 이제와서 겨우 보이드 추가해주고 이런 건 되게 안일하다고 생각함.

소울 게임즈가 인기를 끄는 이유? 사실 무브셋이 직관적이면서도 충분한 도전감을 자극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함. 하드 베리하드 이런 거 없이 단일한 난이도에서 1회차하고 아 재밌었다 이러고 꺼도 되니까 캐주얼 게이머들도 하는 거지. 물론 아이템 파밍 등으로 어느 정도 난이도를 자체적으로 낮출 수 있다는 요소도 있지만... 그래도 지금 데메크나 플래티넘 게임처럼 이지 모드에 자동화 하는 거 넣어주고 이런 거 전혀 좋지 않다고 생각함. 그렇게 해봐야 무슨 게임을 한지도 모르고 왜 이걸 써야하는지도 모르고, 애초에 1회차만 할 사람은 1회차만 하고 끝낼 건데 무슨 의미가 있나 싶음.

어려운 게임이나 도전감을 자극하는 게임만이 최고의 게임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자유로운 게임 플레이나 나만의 스타일 이런 걸 찾기 위해서라도 어느 정도 자연스러운 유도와 교훈이 게임 내에 있어야 하고 그건 도전감을 통해서 달성되는 경우가 많다고 봄. 그리고 데메크 V는 그게 초회차(휴먼, 데빌헌터 난이도)에서 아주아주 게으름. 이거부터 고치지 않으면 딱히 앞으로 유입이 있을지 어떨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