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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ㄷㅇ소설) 호텔 단간론파 (22) 챕터 2 일상편 1

카즈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8.08.30 18:23:11
조회 1972 추천 18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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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자 목록

 

초고교급 보험설계사 시부야 토라노스케

초고교급 파티시에 보쿠요 아이

초고교급 딜러 카미나기 한나

초고교급 미식가 모로헤이야 타타미야(1 )

 

초고교급 낚시꾼 하라바이 나마츠

초고교급 도박사 아야키치 슌

초고교급 보디가드 아자부 이토리

초고교급 동화작가 아마스기 앨리스

 

초고교급 코미디언 다니야 카리나

초고교급 심령현상 마니아 코세키 하루히

초고교급 목공 산타 츠나요시(1 )

초고교급 판사 코토츠바키 타케오미

 

초고교급 화학자 타노 나타타

초고교급 큐레이터 스카모리 코고로

초고교급 막노동꾼 아베 료헤이

초고교급 카운셀러 타키모리 유미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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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노사메 호텔에서 맞는 두번째 아침.

 

정확히는 기억이 날아간 이후로 맞이한 두번째 아침은 최악이었던 첫번째와는 몇 가지가 달랐다.

 

일단어제의 기억이 아직 생생하게 남아있다는 것.

 

기억해서 좋을 것이 없는 사건의 연속이긴 했지만엉망진창으로 헤집어놓은 머릿속보다야 낫다.

 

다음으로는 머리가 깨질 듯한 두통이 진통제 덕분인지모노사메의 탁월한 외과수술 실력 덕택인지 느끼기 힘들 정도로 잦아들었다는 점.

 

'흉터는 좀 남을 거지만 괜찮을 걸세'라니동네 의사선생님 같은 말투가 괜히 더 짜증났다.

 

마지막으로는이 피비린내 풍기는 호텔에서도 조식을 함께 할 사람들이 생겼다는 것이다.

 

 

아자부 이토리안나오면 나 먼저 간다?

 

아야키치 슌잠깐만요신발끈이 좀 풀려서……지금 나가요.

 

아자부 이토리빨리 나와어제 저녁 굶었단말야.

 

 

신발끈과 넥타이를 동여매고 부리나케 방을 나서자 복도 벽에 등을 기대고 서있는 이토리 씨를 만날 수 있었다.

 

이토리 씨는 째릿하는 눈빛을 한번 주더니 따라오라는 말과 함께 먼저 식당가 쪽으로 성큼성큼 발을 딛었고나는 말없이 그 뒤를 따랐다.

 

이토리 씨와 내가 굳이 식당가로 동행하는 이유는 딱히 둘이 특별한 사이가 되었다던지가 아니다.

 

재판이 끝나고 내가 양호실에서 휴식하고 있던 중초고교급 판사 코토츠바키 타케오미가 찾아왔다.

 

타케오미가 말하기를, '부상자는 노려지기 쉬우니 보디가드와 동행해라'.

 

이토리 씨는 처음에는 '나는 자원봉사자가 아니다'라며 반발했지만 타케오미는 끈질기게 설득했고결국 추가금 5억을 떼가는 조건으로 계약이 성립된 것이다.

 

이미 한 번 노려졌고지금도 노려지기 쉬운 먹잇감 취급이 썩 유쾌하지는 않았지만 이토리 씨가 함께한다니 그래도 안심이 되었다.

 

타케오미에게 전해듣기로 이토리 씨는 '초고교급 보디가드'.

 

정작 본인은 초고교급이라는 단어가 유치하다며 질색을 하지만그만큼 그녀의 실적은 대단하다고 한다.

 

대대로 유력자들의 호위를 해오던 가문에서 자라나유소년 시절부터 슈퍼스타급 셀렙들의 경호를 도맡았으며중학생이 되어서는 미국과의 정상회담에서 경호실장을 맡기까지 했다고.

 

이런 사람이 '초고교급'이 아니라면달리 그렇게 불릴 사람은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아자부 이토리걸음 속도 좀 높여. 15m 밖은 저격에 대처할 수 없단 말야.

 

아야키치 슌이토리 씨가 걸음을 늦추면 되는 거 아닌가요……아니, 15m 안까지는 대처가 되는 것도 신기한데요?

 

아자부 이토리연인도 아니고 내가 걸음을 왜 맞춰!

 

아야키치 슌갑니다 가요.

 

 

안전은 보장되겠지만그동안 저 성질에 버티는 것도 꽤 힘들겠는걸…….

 

5억이라는 비용에 친구비는 포함되지 않는 건가?

 

그보다도합 10억엔이라는 돈을 어디서 구해야 하는 걸까왜 스카모리모로헤이야도 그렇고이토리 씨도 그렇고심지어 타케오미까지 나를 갑부 취급하는 거지?


산 넘어 산이다,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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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토츠바키 타케오미항상 늦는군너희가 마지막이다.

 

 

이토리 씨를 따라 들어간 식당엔 이미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아직 재판의 충격이 남아있을 테지만타케오미와 한나가 어떻게든 잘 분위기를 추슬러준 덕에 빠지지 않고 모여준 모양이다.

 

타케오미는 재판에서의 권위 넘치는 화법 대신 처음 만났을 때의 그 가시 돋힌하지만 여전히 충분한 카리스마가 묻어나는 말투로 돌아와있었다.

 

이토리 씨와 타케오미는 서로 으르렁거리는 눈빛을 한번 주고받더니이윽고 서로 고개를 홱 돌렸다.

 

 

아야키치 슌: 사이가 안좋나봐요타케오미랑?

 

아자부 이토리시끄러시선이 쏠리잖아……빈 자리에 앉자.

 

 

티격태격하면서도 타노나 스카모리처럼 그룹 밖에서 겉돌지 않는 걸 보면 그렇게 사이가 나쁜 건 아닌가?

 

나와 이토리 씨는 자리가 빈 원형 테이블의 의자 하나씩을 골라잡아 앉았다.

 

테이블에 같이 앉은 사람들은…….

 

 

아마스기 앨리스이토리아야키치안녕어제 이후로 처음 보네…… …… 이런 상황에서는 어떻게……안녕!

 

 

찬란한 은발을 길게 기르고이국적인 아가씨 향기를 풀풀 풍기는 하얀 원피스의초고교급 동화작가 아마스기 앨리스.

 

 

타키모리 유미코슌 군벌써 움직여도 되는 거야기억은 돌아왔고?

 

 

앨리스와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고 있다가 나를 발견하자마자 질문을 쏟아내는캐쥬얼한 옷차림의 초고교급 카운셀러 타키모리 유미코.

 

 

시부야 토라노스케늦었군요……저는 시간 관념 없는 사람을 싫어합니다…….

 

 

하얀 가면에 하얀 정장하얀 장갑까지 온통 하얗지 않은 구석이 없는정체불명의 초고교급 보험설계사 시부야 토라노스케까지.

 

나에게는 모두 어제의 재판에서 처음 만난 면면들이나 다름 없었지만어색하게나마 말을 걸어오는 걸 보니 이유모를 반가움이 들었다.

 

이 외에도 익숙한 얼굴들이 제각기 테이블에 모여있었고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타노 나타타와 스카모리 코고로도 식당 한 구석을 각각 차지하고 있었다.

 

 

아야키치 슌안녕하세요…… 아니안녕몸은 걱정해준 덕분에 어느 정도 괜찮아진 것 같아기억은 아직.

 

아마스기 앨리스세상에…… 그럼 함께 보냈던 시간의 일들은…… 기억 못하는 거야?

 

시부야 토라노스케……딱히 즐거운 일도 없었습니다만.

 

타키모리 유미코시부야 군굳이 심술부릴 거 없잖아.

 

아자부 이토리틀린 말도 아니긴 하지오히려 기억이 날아간 아야키치를 선호할 사람들도 많을 걸.

 

타키모리 유미코이토리까지 정말…….

 

아야키치 슌하하하……나도 참 기억을 잃기 전이 궁금하네그래도 지금부터라도 같이 잘 지내보자.

 

 

이 말을 마치자마자이토리 씨를 제외한 모두의 눈비록 시부야는 가면을 썼지만 어쨌든모두의 눈이 이상할 정도로 휘둥그레졌다.

 

마치 친구가 희귀병을 고백하거나 예상치못한 결혼 구애를 받은 듯한 놀랍고 떨떠름한 표정.

 

특히 앨리스는 잔뜩 호들갑을 떨며 신난 표정으로 식탁을 가볍게 두드릴 정도였다.

 

 

아마스기 앨리스: 유미코유미코방금 그 말 들었어아야키치가 나랑 친구하자고 했어!

 

타키모리 유미코: ……그런 말은 아니었던 것 같지만……그거 기쁘네고마워잘 지내자.

 

시부야 토라노스케……보험……들어볼 생각 없습니까.

 

아자부 이토리거봐내가 뭐랬어이 편이 더 좋을 수도 있댔지.

 

아야키치 슌……?

 

 

도대체 기억이 날아가기 전의 나는 얼마나 사교성이 떨어졌던 걸까…….

 

그냥 형식적인 인사 정도로 이런 반응이라니이건 오히려 좀 부끄러울 정도인데.

 

 

아마스기 앨리스아야키치나랑 친구하자고 한 거 맞지혹시……내가 또 오해한 건…….

 

아야키치 슌아니에요그러니까맞아요친구 하자구요.

 

아마스기 앨리스유미코친구가 늘었어!

 

타키모리 유미코알겠어앨리스잘 됐네!

 

시부야 토라노스케……보험…….

 

아야키치 슌보험은 좀…….

 

시부야 토라노스케……의료보험도 있는데…….

 

아야키치 슌…….

 

아자부 이토리정신없어난 먼저 먹는다.

 

 

큼지막한 토마토 조림을 나이프로 썬 이토리 씨를 시작으로 식당은 하나 둘 씩 포크와 접시 부딪히는 소리로 물들어갔다.

 

칠면조 구이훈제 햄 슬라이스파스타와 이름 모를 달팽이 요리까지납치사건의 피해자들에게 주어지는 음식이라고는 믿기 어려운 호화로운 음식들이 접시마다 담겨 있었다.


이 음식은 모두 모노사메가 제공하는 것이라고 하는데…. 밀폐되었다는 공간에서 이런 요리가 어디에서 들어와 어떤 식으로 조리되는 걸까.

 

어제 하루종일 음료수 몇 캔 말고는 제대로 먹은 게 없던 나 또한 쉴 새 없이 메추리 고기와 감자 조각을 입으로 가져갔다.

 

식사 분위기가 어느 정도 무르익자이번엔 여기저기서 하나 둘씩 이야기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다른 테이블도 이런저런 대화가 오갔지만내 테이블은 나에게로 쏟아지는 질문들과 아마스기타키모리 두 사람의 끊임없는 수다로 특히나 시끌벅적했다.

 

특히 가면을 뒤집어쓴 시부야끝없는 보험 가입 권유로 겉보기보다 말수가 그렇게 적은 편은 아니었다.

 

초고교급 보험설계사답지 않게 보험에 대해 잘 모르는 것 같아 이것 저것 교정해주긴 했지만….


재판 때는 거의 입을 다물고 있었는데그땐 긴장해서 말을 못했던 걸까?


그리고 가면을 써서인지 음식에는 전혀 손을 대지 못하고 있다. 음식에 관심이 없는 건 아니면서도. 이상한 사람….


여하튼 다른 테이블의 모두들도특히 재판 도중 혼절했던 보쿠요 아이도 조금 수척해진 것 같지만 그럭저럭 분위기에 맞춰 식사에 참가하는 모습이었다.

 

보쿠요 뿐만 아니라 모두들어제의 일은 없던 것으로 생각하기로 약속이라도 한 듯이 식사와 정상적인 대화에만 열을 올리고 있었다.


정상적인 대화란 학급재판, 살인, 살인미수, 누명, 의심, 처형 등의 흉흉한 화제에서 멀찍히 떨어진, 상식인적인 대화를 의미했다.


오히려 살인 사건이 일어나고, 학급재판을 겪었기에 이런 분위기로 식사가 진행되는 건 아닐까.


이 호텔에서 지낸 기억은 길지 않지만, 납치 감금된 후 살인 게임을 강요받는 상황에서 평소에도 이런 부산한 식사가 이루어졌을 것 같지는 않다.


그 와중에도 묵묵히 식사에만 열중하는 이토리 씨도 대단하다면 대단하다고 해야하나….


빈 접시에 식사 종료를 알리는 형태로 나이프와 포크를 올려둔 이토리 씨는 아마스기의 말상대를 하던 내게 물었다.



아자부 이토리: 다 먹었으니까 그만 일어나고 싶은데, 아직 멀었어?


아야키치 슌: 저도 배부를만큼 먹긴 했어요. 그런데 아직 일어서긴 좀….


아자부 이토리: 좀? 왜?


아야키치 슌: 그게, 분위기가 그런 것도 있고. 그리고, 음…. 뭔가 남아있어야 할 것 같은 느낌?


아자부 이토리….


아야키치 슌: 아, 아니. 그냥 둘러대는 거 아니니까 째려보지 마시고요. 저기 스카모리랑 타노 때문에 하는 말이에요.



나는 식당 구석에 자리잡고 있던 그 둘을 눈으로 흘깃 쫓으며 말했다.


둘은 식사에도 참여하지 않았고, 또 전에도 타케오미 그룹의 행동에 동참한 적이 없다고 하는데, 무언가 기다리기라도 하는 듯이 앉아 있는 모습이 신경쓰였던 것이다.


우리가 식당을 비워주기를 기다리고 있는 거라면 그건 또 미안하게 된 일이지만.



아자부 이토리: 확실히. 약품실에서 룸서비스로 끼니를 해결하던 주제에 식당에 기어들어온 이유가…. 야, 저거 때문에라도 그냥 가자.


타키모리 유미코: 저거라니, 그건 사람한테 쓰는 말이 아니잖아, 이토리.


아마스기 앨리스: 한창 새 친구랑 좋은 시간 보내고 있는데, 꼭 데려가야해? 응?


아자부 이토리: 뭐어?


시부야 토라노스케…아직 못 팔았습니다만…보험.


아자부 이토리….



앨리스의 아기 고양이 같은 눈빛 공세와 시부야의 엉뚱한 발언에 이토리 씨는 말문이 막혔다.


막가파스러운 그녀라면 상큼하게 무시할 법도 한데, 의외의 반응.


이토리 씨는 생각보다 어린아이 같은 타입에 약한 건가? 아니면 그냥 열받아서 말도 못하고 있는 걸수도….



아야키치 슌: 조금만 기다려 봐요. 아무 일 없을 수도 있지만, 그래도 특별히 문제될 건 없잖아요.


???: 그렇네, 슌 군! 일상에서의 사소한 인내심이 사람을 만드는 법일세! 이토리 양은 아직 수행이 부족하구만그래!



…이 듣기만 해도 꽃피던 분위기가 시들어지고 달았던 밥맛이 썩어드는 목소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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