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이벤트에 우승자는 '나입니다' 하는 건 푸씨들이나 하는 짓이다

참가에 의의 겸 이벤트 프로모션 목적

(본문을 읽다 보면 궁금해할 것 같아 미리 적으면 INTP인데 N이랑 P는 좀 약하다 왜 그런 유사설문지를 빠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고등학교 2학년 때, 어쩌다 나온 얘기인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담임 선생님은 나에게 '디붕이는 융통성이 없어' 라고 얘기하신 적이 있었다. 당시 담임 선생님과 사이는 정말 좋았으므로 나에게 뭔가 부정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려 했다기보다는 아끼는 학생이 어느 한 구석 때문에 손해를 볼까 걱정되는 마음으로 하신 말씀일 것이다.

사실 같은 말을 그 때의 담임 선생님에게만 들었던 건 아니라 그렇게 놀랍진 않았다. 내 인생에서 처음으로 제대로 활동한 온라인 커뮤니티가 초등학교 끄트머리 때 활동했던 한글 맞춤법 카페였고, 거기에서도 한글을 뒤틀어 쓰던 그 당시 시류에 저항하고 바른 한글의 사용을 울부짖는 이단심문관 비슷한 역할을 하는 것을 즐겼다. 지금은 에너지 레벨도 많이 떨어지고 보신주의적인 성향이 더 강해져서 그냥 그러게 두는 경우가 많지만, 지금보다 더 이전에는 뭔가 틀렸다고 생각하는 것을 가만히 두지 못하고 내가 옳다고 생각한다고 드러내야 가장 근본적인 욕구가 해결되는 사람처럼 살아왔다.

내가 원칙적이고 대법관같은 올곧은 성향을 가진 사람이라고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 어렸을 때는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지만, 그 시절보다 조금 성숙한 지금 되돌아보면 그냥 난 이빨이 가려운 들개였고 뭐든 물어뜯고 싶은 와중에 옳지 못하다고 느껴지는 것이 보인 것일 뿐이다. 원칙적이라는 주장은 물어뜯기 전 짖는 들개 울음소리에 불과하다. 굳이 성향을 단어로 정의하면 '폭력적'이 훨씬 더 가까울 것이고, 지금도 선해지지 않은 채 그대로지만 정말로 옳은 방향을 원한다면 옳지 못한 무언가를 물어뜯는 것보다 더 좋은 방식이 분명히 존재할거라는 생각이 있다.

그런 내가 우연같은 필연으로 사진을 찍게 되었고, 의도를 담을 기술이 생기기 시작한 이후부터는 무의식적으로 사진에서도 옳은 무언가를 찾기 시작했다. 크게 직접적으로 뇌 속에서 말하는 것처럼 강하게 무언가를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생각이 흐르는 대로 두면 대부분의 궤적은 항상 보편적인 정답에 자석처럼 끌려가는 방향으로 남아 있었다.

수직으로 서 있어야 하는 피사체는 수직으로 세워야 했고, 수평으로 존재해야 하는 피사체는 수평으로 눕혀야 했고, 여백을 양쪽에 둘 거라면 의도된 방향이 아닌 이상 균일하게 둬야 했고, 더욱 강한 의도가 존재하지 않는 한 주요 피사체는 프레임 속 중앙 혹은 삼분할선 위에 존재해야 했다. 그런 미세한 기술이 뛰어난 편이 아니라 찍을 당시에는 실패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이미지 파일의 품질이 투자한 만큼 좋아지면서 이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결이 되었다. 이미지의 후처리를 통해 원하는 바를 만들어 내면 결국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실패하지 않은 사진이 된다.

(물론 이미지 품질과 크롭으로 얻을 수 있는 게 이것만은 아니지만 본문의 주제와 다르므로 서술하지 않는다)

보정을 할 때도 어두워라, 밝아라 와 같은 확실한 의도가 있는 프레임이 아니면 사진 속 픽셀의 히스토그램은 0부터 1까지 전부 사용되어야 했고, 직접적으로 확인하진 않았지만 곡선의 형태도 어느 정도 미리 정해둔 몇 가지의 경우의 수 중 하나로 수렴한 것 같다는 느낌도 있다.

보편적으로 정해진 정답이 가챠로 주어지는 건 아니고, 자세한 원리는 글도 길어질 것이고 쓰는 입장에서도 모르는 내용이지만 어느 정도 보는 사람에게 안정감을 주는 규칙들일 것이다. 그런 것을 따라가는 것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는 않고, 오히려 가장 보편적인 발전 방향 중 하나라고 생각하는 편이다.

하지만 그래서 아쉬울 때가 있다.

사람이 매 순간 보는 시선은 특별한 이슈가 있는 게 아니라면 그런 정답으로만 존재하지는 않는다. 사진에서 현장감을 더 강렬하게 주는 사진들의 경우 그 현장감이 기본적인 규칙보다 위에 있는 것을 많이 봤고, 그런 아름다운 오답을 항상 꿈꿔왔지만, 꿈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오답을 만들려던 시도는 역설적으로 오답이 아닌 정답2를 만드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내 사진 중 좋은 사진을 보다 보면, 온갖 클리셰란 클리셰와 황금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것들을 전부 혼합한 커다란 샐러드 맛이 나는 영화를 보는 것 같다는 생각을 종종 한다. 분명 먹었을 때 큰 문제는 없고 먹기도 편하지만, 나중에 생각이 나냐면 그것도 잘 모르겠다. 실제로 각종 사진대회를 위해 내 사진을 복습하며 가장 많이 느낀 감정은 '싱겁다'였다. 그냥 해야 할 것을 하는, 감성마저도 강렬한 통제 아래 탄생한 공산품의 일종이었다는 느낌이다.

그런 골든 무언가가 나와 사진의 특징이라면 그것도 좋지만, 가끔, 아니 사실 꽤나 자주 화끈한 맛이 나는 매력적인 오답을 만들어 내고 싶다. 하지만 앞으로 계속 하고 싶은 게 있어서 오히려 지금 내가 하는 것들을 더 좋아할 수 있으니 못 가는 곳의 존재는 무조건 부정적으로만 느껴지지는 않는다.

법9693칙 금지어됐네 구5643피씨발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