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부서의 인원이 빠져나가 눈코 뜰 새없이 바쁘다. 덕분에 뭔가를 생각하고 끄적일 여유도 없다.
충원을 한다고는 하지만 쉽지 않다.
IT관련 부서이지만 사업 자체는 IT종목도 아니고 네카쿠라베 급은 커녕 이 분야에서 이름좀 들어봤을만한 것도 아니니 지원자도 적고 지원자의 수준도 많이 떨어진다.
사실 한국의 대부분 회사들이 이런 사정이다. 투자의 여유도 없고 이 분야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니 대부분의 IT관련 업무,서비스가 아웃소싱이다.
이런 판국이니 IT업들이 벌어들이는 돈은 거의 절반쯤은 눈먼돈이고 대기업의 SAS형 서비스는 갑과 을의 관계가 역전되어 있다. 고객이 까막눈이니 대형 IT서비스 회사가 온갖 갑질을 대놓고 한다.
채용, 직원을 뽑는 것을 두고 누군가 랜덤뽑기라고 했다. 서류전형을 하고 면접을 한다지만 몇쪽 짜리 보여주기용 프리젠테이션 자료와 잠깐의 대화로 1년 정도는 같이 일할 동료를 선발하는 게 가능할 리가 없다. 어디는 실기도 한다지만 그렇게까지 빡세게 할 만큼 대우가 좋을 리 없으니 지원자만 줄어든다.
이경우 인맥을 활용하는 추천을 사용하는 방법도 있으나 쓸만한 사람들은 하나같이 괜찮은 회사에 있다.
보통 우리는 아시아권은 인맥 등으로 사람을 쓰는게 일반적이고 서구는 실력측정에 따른 선발이 확립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시험,실력주의의 사다리가 먼저 확립된 것은 오히려 아시아권이다.
중국이나 한국에서 과거제를 통해 관리를 선발하는 것이 일반화되었던 시대에 서구는 아직도 지연,혈연,인맥을 통해 인재를 선발했다. 오늘날에도 서구의 최상위 기관,조직의 멤버십은 하나같이 추천제다. 멤버의 추천장없이는 진입할 수 없는 곳이 대부분이다.
춘향전은 실력으로 과거급제한 이몽룡과 음서제로 고을 수령을 하고 있는 변사또, 두 금수저 집안 자제에 대한 당대 인식을 보여준다. 이몽룡은 과거급제 했다는 단지 그 스펙으로 영웅이 되고 변사또는 그러지 못했기에 빌런이 된다. 조선시대의 인식조차 그러했다.
중국과 한국에는 사대부, 문인이라는 것이 있었다. 문벌(門閥)이 귀족, 혈통을 말한다면 사대부,문인,사족은 일종의 학벌이었다. 이들은 과거제를 통해 실력을 공인받고 또 그 과거 시험을 준비하거나 시험합격이후 출세에 학벌의 지원을 받았다. 그 배경에 경제적 이권, 부가 있지만 그 자체의 속성은 동문 또는 학파 같은 것과 유사했다.
이 사대부,문인,사족이 되기 위해서는 실력이 기본이었다. 물론 공자왈 맹자왈이 경세를 하는데 하등 쓸모없는 것이니 그런 지식을 실력으로 취급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당대 세계는 그런 지식으로 설명되고 돌아갔다. 사회법칙이 자연법칙과 또같아야할 리 없으니 당대의 유교적 사회에 맞는 지식이 실력인 것이다. 말도 안되는 공산주의로 돌아가는 국가도 있었는데 유교사회가 불가능할 리 없다.
서구 사회의 경제, 그리고 경제적 관계, 돈의 흐름을 이해하는데 인재네트워크 운영방식의 차이는 특히 중요하다. 서구권에서 별 미친 사기꾼이 승승장구하고 별볼일 없는 출신이 성공하는 것도 이 실력주의가 주류가 아니기 때문이다. 예컨대 피터린치는 골프장 캐디 알바하다가 당대 주류 부자네트워크에 발탁된다.
아시아계 인재들이 구글 등의 글로벌 기업에서 대우를 못받거나 적응에 어려운 것이 이때문이다. 실력도 뛰어나고 일도 잘하는데 말이다. 이게 묘하게 인종차별적이라 느낄 수 있지만 비슷하게 인도계 출신들이 승승장구하는 것을 보면 그렇게 치부할 수는 없다.
인도는 공대의 살인적인 경쟁으로 실력주의 처럼보이지만 실상 그 비율은 미미하다. 본질적으로 계급사회고 신분사회이며 인맥 사회다.
그러니까 인맥,족벌,학벌이 최고다라고 말하려는 게 아니고, 지구의 대부분, 서구, 아시아(중국은 꽌시), 아프리카나 남미를 포함한 세계 대부분이 인맥빨로 돌아가고 있다는 걸 알아야한다는 거다.
왜 행동경제학이 떴나. 무관해보이지만 결국 인간 네트워크가 핵심이라는 얘기다.
지금도 누가 서울대가면 동네 현수막 걸리는게 한국이지만 공부,성적, 스펙빨은 성공,취업에서 기본 항목에 지나지 않는다. 그게 글로벌로 가면 더 심하다. 머리좋고 수재소리 듣고 학벌 좋은 넘이 세계무대에서 성공하나? 결국 인맥빨이고 인연이다.
오죽 했으면 법정스님이 도움안되는 인연은 버리라고 했을까.
요즘 한국의 사정은 그런 점에서 걱정스럽다. 인맥도, 금전도 없는데 자기자신?자기편만 챙기는 쪽으로 치우친다. 이러면 진짜 망한다. 이번에 추미애가 떨어진 것도 그런 맥락이다.
넓고 양질의 인간관계를 가지기 위해서는 인간적 노력이 필요하다. 돈이나 지식이란 그것을 위한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
혼자 잘살기 위해 돈을 번다?
나혼자산다에 출연하기 위해 그 출연자들은 "나혼자 잘 살기"를 실천 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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