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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설일

2016-08-02

니네가 왜 슬의를 싫어하는지 생각해봤어(진짜 긴글임)앱에서 작성

ㅇㅇ(223.33) 2020.06.04 09:26:50

조회 1012 추천 11 댓글 20

이 드라마가 왜 2020년에 기획이 되었는지 생각해봐

주 1회에 12부작에 시즌제에 온갖 드덕하기 불편한 조건에

주요 서사 따라가는 재미로 덕질하는 사람에겐

불친절하기 짝이 없는 구조와 이야기를 갖추었음에도

제작진의 의도한 정도의 반응이 나오고 있다는게 참 이상하지

이 드라마는 응답같은 범청춘물이 아니야

가슴 떨리는 사랑얘기도 아니고

치열한 성장물도 아니고

비극이든 희극이든 분명한 노선의 서사도 없고 딱 떨어지는 결말도 없을거고 자칭드덕으로서 카타르시스를 느낄만한 요소가 없는거 맞지 특정 직업군에서 얼마간의 성취를 한 40대 5명의 이야기라고요

그동안 이런 드라마가 있었나? 신사의 품격? 그것도 보통들 싫어했지

철없이 연애질하는 내용이라

근데 이건 심지어 연애질이 메인도 아님

그래서 시트콤이니 예능이니 이런말 하는거고

근데 난 이게 드라마의 본질이라고 생각함

짜여진 플롯 익숙한 갈등구조 선악 대립 대리만족 카타르시스

이런거 말고 내가 만나는 누군가의 인생을 엿보는 거 같은 이야기

작은 것에 대한 의미부여

그 직업군의 사람들이 봤을땐 겉으론 저런 사람이 어딨어 하면서도

좋아보이고 멋있어 보이고 저렇게까진 아니더라도 내일 만나는 환자들한텐 조금 더 친절하게 해야겠다고 몰래 마음속이 뜨거워질수 있는 그런 이야기

의료인이 아닌 사람들이 봤을 땐 오늘 동네 정형외과에서 만난 전문의 선생님에게 괜한 친근감을 느끼게하는 선한 감정의 순환

작감은 아주 단순하게 그걸 꿈꾸면서 이 드라마를 만드는거고

난 어느 정도 성과가 있었다고 봄

노래가 유행인것도 감성 자극을 잘한거고

내 작업물을 통해서 사람이 사람을 배려하고 주는것 없이 친근감을 느끼고 동지애를 느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비난받을 일인가?

물론 그냥 정직한 돌직구만 던지는게 아니라 쉴새없이 변화구를 던지면서 럽라를 화제성 도구로 쓰는건 호불호가 갈릴 수 있지만

그 또한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이지

신부를 꿈꾸다가 한 여자때문에 포기한다는 서사ㅋㅋㅋㅋㅋㅋㅋ

이거 기가막히게 뽑아낼 수있지

근데 그게 이 드라마의 주제는 아닌거야

서로 첫사랑인데 엇갈렸던 남녀가 인생 이리저리 돌다가

다시 엮이게 되고 다 잊어버린 그 첫사랑때의 느낌보다 더

묵직하고 간절한 사랑을 느끼게 된다는 이야기도 드라마 한편 뚝딱 소재고 다 그래

그걸 뿌려만 놓고 회수하지 않은다거나

그걸 빌미로 시즌투를 기약한다거나 하는 방식이

치졸하다고 느낄수는 있어

나도 머리로는 이해하면서도 막방 당일에는 계속 벙쪘으니까 ㅋㅋㅋ

만약 내가 응답때처럼 과몰입했다면 이런 결말은 용납할수없지

시즌1을 온전한 한 작품으로 생각하지 않는거냐며 지랄했겠지

근데 이상하게 슬의는

치열한 청춘물도 애절한 연애물도 아닌

평범한 일상물이라 그런지 캐릭터 한 명 한 명 인생을 응원하고

특히 애정하는 익송은 꿈에 나올 정도로 잘되길 바라면서도

그렇게 과몰입이 되진 않았어

근데 아마도 이게 시즌제를 선택하면서 작감이 나름대로 배려한거구나 싶어

깊이 빠진채로 시즌2 기다리지말고 그냥 마음이 조금만 불안하고 설레는채로 기다리라는 거구나

어떻게든 주1회 시즌제를 정착시켜야하는 분명한 목표를 가진 사람들이 짜낼 수 있는 최선의 결말이었겠구나 이해함

드라마는 작품이지만 상품이기도 해

작가와 감독 스탭들의 장인정신으로 진짜 피고름으로 쓴

드라마도 분명 있고 그런 드라마는 비싸게 팔렸으면 좋겠어

소수에게라도

사실 나도 자칭 드덕으로 십년 넘게 살았는데 한드 특유의 그 서사 강박과 과몰입에 지쳐서 아예 드라마 시작도 안한지 몇년됐거든 최근에 본방 기다리며 본건 멜체랑 스토브리그 정도?

주인공한테 너무 몰입되는 이야기는 싫어

내 인생을 방해해 전혀 밀레니얼하지 않아

그래서 슬의같은 시도를 옹호하는거야

내가 쓰고 싶게 만드는

내가 채울것이 많은

친구한테 걔네 직장얘기 듣듯

뚝뚝 끊어지고 줄거리밖에 없고 내 감정이 맞장구외엔 크게 소모되지 않는 이야기

밀레니얼 세대가 드라마 소비의 주류가 되는 시대에 적합한 드라마

난 너무 좋고 얼른 시즌투 했으면 좋겠으며

앞으로 이런 시도들도 많이 해줬으면 좋겠어

6부작도 나오고 10부작도 나오고

드라마 성격에 따라 시즌제도 나오고 다양하게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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