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토 1년 했어


나보다 오래한 애들은 아 까짓꺼 1년 이러는 사람도 있겠지
같은 식이장애를 가진 입장으로써 그냥 봐주면 좋겠어
너무 힘들어서 오늘만 징징댈게 좋은 댓글 안 바라

전엔 먹토하면 속 시원해서 좋았는데 요샌 해도 소화가 안 돼
트름도 시원하게 나오던 게 트름도 안 나오고 내 목구멍에 누가 탁구공 한 개 박아놓은 것 냥 트름하려면 안 나와
화장실 가서 숙이고 토 하려면 막혀서 음식물도 안 나오고
속은 메스껍고 트름이 안 나오니까 위에 가스 차서 배를 잡고
흔들면 쉭쉭하는 바람 소리가 나
나 이러다 죽을 거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들어
아직 죽기 싫은데 살고싶어 너무 살고싶은데 끊지 못하겠어
가스활명수나 탄산음료 마시면 끝나는 일인데
그거 마저 살 찔까 두려워

내가 생각을 해 봤어.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이 뭔 지
없더라
먹토 전엔 좋아하는 음식 뭐냐 물으면 대답이 술술 잘 나왔는데 지금은 대답을 못 하겠어
맛있는 음식은 다 먹고 게워내서 그런 건 지 입맛이 바뀐 건 지

물어볼게
너넨 좋아하는 음식이 뭐야?

먹토 후로 음미란 것도 전혀 안 하고 무작정 돼지 마냥 쑤셔 넣기 바쁘고 난 돼지가 되기 싫어서 먹토를 하는데 하는 짓은 돼지인 거 자각하니까 되게 한심하고 내 자신이 불쌍해

엄마 아빠한테 제일 미안해
엄마 아빠 나 토하는 거 아는데 뒤에서 그냥 묵묵히 봐주더라
본인이 나서서 하지말라 해서 내가 안 할 거 아닌 걸 아니까
차라리 그냥 잔소리라도 해줬으면 좋겠다
나더러 위 내시경을 하재
몸무게 하나 때문에 먹토해서 병신된 내 위장 쳐다볼 자신이 없어

재미삼아 사주 봤는데 소화계 안 좋다고 조심하라고 하더라
이 말 들으니까 더 무서운 거 있지 ㅋㅋ

내 민증사진 뚱뚱했을 때 찍었거든
날씬해지려고 이뻐지려고 건강 버리면서 먹토 했던 건데
먼 훗 날 내가 죽을 수도 있는데 내 영정사진으로
뚱뚱했던 내 민증사진 내다 놓으면 정말 억울할 거 같아서
내일은 이쁘게 꾸며서 민증사진 다시 찍을려고

어쩌다 글 길어졌네
내 푸념 봐줄 진 몰라도 그냥 횡설수설 해봤어
ㅋㅋ 글 보는데 할 줄 아는 게 정말 먹토 밖에 없나보다
말재간까지 없는 거 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