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사카 타워 습격 이후, 두 달이 지난 여름.
새벽 일찍부터 저절로 눈이 떠졌다.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새벽녘 달빛이 비추는 집안을 둘러본다.
익숙하고 조용한 평화로움…
멍하니 앉아 있다가 문득 옆을 보니, 루시도 눈을 뜬 채로 천장을 바라보고 있다.
“루시… 언제 일어났어?”
“방금… 너는?”
“나도…”
“그래…”
짧은 대화를 한 뒤, 서로의 손을 맞잡고 몇 분 간 침묵이 이어진다.
‘오늘’같은 날, 기대와 긴장이 한꺼번에 오니 잠이 안 오는 게 당연하겠지.
루시는 내 도움을 받아 무거운 몸을 일으키고, 바로 기지개를 켜며 말을 건다.
“데이비드…”
“응…”
“아침은 토스트로 때우자.”
“바쁜 하루가 될 거 같은데, 든든하게 배를 채우는 게 낫지 않겠어?”
“괜찮아. 긴장돼서 조금만 먹으려고.”
루시는 말과는 다르게, 무척이나 기뻐하는 얼굴을 하고 있다.
오늘따라 유독 사랑스러운 마음이 스며든다.
그녀의 볼을 가볍게 어루만져 주자, 루시는 눈을 감고 내 손길을 만끽한다.
“너무 행복해, 데이비드…”
“벌써?”
“응. 이러다가 행복에 겨워 죽는 게 아닐까 몰라.”
“그럼 안 되지. 홀애비가 되기 싫단 말이야.”
“아아… 조금만 더 만져 줘.”
손을 스윽 떼려다, 그녀가 다시 붙잡더니 아예 뺨에 비빈다.
별거 아닌 대화와 스킨십으로도 즐거워진다.
오늘은 들뜰 수밖에 없는…
우리가 그토록 꿈꿔왔던 결혼식 당일이니까.
***
루시와 함께 ‘노스 오크’의 한 빌라로 향한다.
정문에 다다르니, 황금빛 사무라이 상징이 우리를 맞이한다.
“다시봐도 호화로운 저택이네. V가 꽤 힘써 줬는걸.”
“그러게, 그 ‘케리 유로다인’이 자기 집의 정원을 식장으로 쓰게 해 줄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어.”
“케리한테 고맙다고 직접 인사해야 하는데…”
“아쉽게도 오늘 ‘어스 크래스’하고 행사가 있어서 못 온다고 했잖아.”
케리의 저택 주차장에 차를 대고 나니, 미리 도착해 식을 준비하는 직원들이 보인다.
“오셨군요. 신랑은 이쪽으로, 신부는 저를 따라오세요.”
미리 설치된 텐트 안으로 들어가, 직원의 도움으로 화장하고 턱시도로 갈아입는다.
복장을 점검하느라 거울을 보는데, 가슴이 벅차오른다.
“크흠…”
확실히 시청에서 했던 약식과는 느낌이 많이 다르네.
식을 하기도 전에 울려고 하다니, 벌써 이러면 곤란한데…
더욱이 오늘은 내가 루시의 버팀목이 되어야 하니까 마음을 굳게 가져야지.
준비를 마치고 텐트를 나와 식장으로 향하는 입구에 자리를 잡았다.
점차 찾아오는 하객들을 맞이한다.
가장 먼저 도착한 레베카와 훌리오.
“고생이 많네. 준비는 잘했냐?”
“열심히 했지. 와줘서 고마워, 레베카.”
“루시는 어디 있어?”
“저기 신부대기실에 있어.”
“와 정말 멋지네… 도와줄 거 없어요?”
“여기 직원들이 다 해주니까 편히 즐겨.”
부러워하는 티를 팍팍 내는 팔코.
“진짜 결혼식. 기분이 어떠냐?”
“더할 나위 없이, 정말 최고야.”
“하아… 너를 보니 괜히 내 마음만 급해지는 걸?”
“걱정 하지마, 좋은 사람 금방 만나겠지.”
두 달 전에 비해 건강이 많이 회복된 듯한 V.
“V, 여길 빌릴 수 있게 도와줘서 정말 고맙다.”
“뭘 이런 거 가지고.”
“그나저나 애프터라이프의 관리는 할 만해? 무리하지는 말고.”
“요즘 어수선해서 많이 바쁘지만 괜찮아. 약발도… 생각보다 잘 받으니까.”
빅터, 마마 웰즈, 미스티, 파드레를 비롯한 여러 픽서들…
수는 적지만 친한 사람들만 부르니 마음이 무척이나 편했다.
그들의 덕담은 다양했지만, 단 하나의 뜻으로 표현이 가능했다.
‘너희의 결혼을 축하한다.”
어느덧 하객맞이를 마무리하고 결혼식 시작이 점점 다가온다.
천천히 발걸음을 옮겨 신부대기실이 있는 텐트로 향했다.
그리고 거기에는 당연히.
“왔어?”
“...응.”
나의 아름다운 신부, 순백의 웨딩드레스를 입은 루시가 미소를 지으며 반겨 준다.
온종일 나와 함께 고른, 그녀가 정말 마음에 들어하는 그 드레스.
“... 뭐 해?”
“너를… 보고 있지.”
“그렇게나 예뻐서?”
“언제나 아름답지만 오늘은 더 그러네.”
루시는 미소를 지으며 다가선다.
그녀의 부드러운 머릿결, 연한 보랏빛 눈동자, 오뚝 선 코, 붉게 칠한 입술, 늘씬하게 빠진 팔다리, 존재감을 뽐내는 가슴…
그리고 많이 부풀어 오른 아랫배.
벌써 5개월째였지.
그녀의 배를 감싸 안으며 귓가에 속삭였다.
“많이 힘들지 않아?”
“걱정할 정도는 아니야.”
“그럼 다행이고.”
어느새 직원이 들어와 루시에게 부케를 챙겨 주며 시간이 되었음을 알려 준다.
“이제… 가 볼까, 여보?”
“응, 같이 가자.”
그녀의 보폭에 맞추며 함께 걸어간다.
한 걸음씩 내디딜 때마다 그녀의 기쁨과 사랑스러움을 한껏 느껴진다.
이윽고 대기실 밖으로 나오니, 모두의 시선이 단숨에 집중된다.
바짝 긴장한 듯, 내 손을 꼬옥 쥐어잡는 루시.
훌리오의 사회를 들으며, 길게 배치된 테이블 사이의 잔디길을 걸어 연단 위에 섰다.
“그럼, 혼인 서약을 진행하겠습니다.”
우리는 하객들을 바라보며 큰소리로 외쳤다.
"나 데이비드는 사랑하는 루시를 아내로 맞아…"
"나 루시는 사랑하는 데이비드를 남편으로 맞아…"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불고 세월이 흘러도…"
그리고 입을 모아 말을 이어간다.
"언제나 사랑할 것을 여러분 앞에서 맹세합니다."
루시는 그 무엇과도 비교되지 않을 만큼 환하게 미소를 짓고 있다.
"어떠한 경우에도 아내를 존중해주고…"
"남편과 함께 모든 기쁨과 슬픔을 공유하며 살아가고…"
루시와 함께 외치는 짧은 순간이 내 심장을 격하게 뛰게 한다.
"지금, 이 마음을 그대로 간직하고 기억하며 영원히 함께 할 것을 여러분 앞에서 맹세합니다."
하객들은 각자의 샴페인 잔을 높이 들어 화답한다.
“행복하게 잘 살아라!”
소중한 사람들의 축복 속에서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이 입술을 겹친다.
그래, 평생을 서로 사랑하고, 성실히 살아가는 모습을 모두에게 보여주리라.
사회를 진행하던 훌리오가 머리를 긁적이며 말문을 흐린다.
“그리고 다음 순서로… 어… 이게 있었나…?”
“야, 이건 추가된 거니까 그대로 진행하면 돼.”
“레베카, 이거 상의된 거야?”
“루시하고 진작에 끝냈어.”
“그,그래? 알았어…”
나도 모르게 추가된 식순이 있나 생각할 때, 레베카가 의자를 들고 와서는 입을 연다.
“자. 루시는 여기에 앉고… 너는 이거를 써.”
“.... 그래.”
레베카가 건네준 것은 수면안대.
이게 왜 필요한 건지 모르지만 안대를 쓰고 나니, 들려오는 훌리오의 설명.
“네, 다음으로 ‘가터 토스’를 진행하겠습니다.”
처음 들어 보는 명칭인데…
그게 도대체 뭐야?
다행히 레베카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설명해 준다.
“자, 너는 가터 링을 벗겨서 던지기만 하면 돼.”
“아하, 재밌겠네. 그런데 그게 어디에 있었지?”
“루시의 허벅지에.”
“...”
“맞다. 무조건 입으로 벗겨야 한다. 손쓰지 말고.”
“아.”
레베카가 준비한 짓궂은 장난에 모두가 소리죽여 웃는다.
얼굴 전체가 화끈거림을 느낄 때, 루시가 나를 다소곳이 부른다.
“데이비드, 이쪽이야.”
달콤한 목소리를 따라 천천히 발걸음을 옮겨 그녀 앞에 한쪽 무릎을 꿇어앉는다.
그리고… 루시의 웨딩드레스 치마 밑으로 머리를 조심히 밀어 넣는다.
“그래, 나 물지 말고 천천히…”
웨딩드레스보다 더 보드라운 그녀의 허벅지에 걸린 가터 링을 물어서 천천히 벗겨 간다.
이윽고 그녀의 발끝에서 벗어난 가터링을 물고 일어나니, 환호성이 들려온다.
“잘했다, 데이비드!”
“하하, 요즘 애들은 참 과감하네.”
안대를 벗고 어디로 던질까 생각하던 중, 레베카의 눈빛을 보고 한 사람을 향해 던졌다.
-탁-
날아오는 가터 링을 받고 그저 좋은 듯 실없이 웃는 훌리오.
“오오… 감사합니다!”
그래, 당연히 좋아해야지.
마지막으로 루시가 부케를 던졌는데…
“야호! 내가 잡았다!”
높이 뛰어올라 부케를 단숨에 잡은 레베카.
훌리오는 자기 손의 가터링과 레베카가 잡은 부케를 번갈아 보더니, 마이크를 내동댕이치고는 달아나기 시작했다.
“훌리오, 이 개자식! 이리로 오지 못해?!”
“히익! 난 아직 마음의 준비가…”
… 약간의 소란 이후 짧은 결혼식이 끝나고, 모두가 우리를 중심으로 모여 자세를 잡는다.
사진사가 카메라를 들고 준비하는 동안, 루시에게 말을 걸었다.
“여보, 항상 고마워.”
“나야말로. 언제나 사랑할게, 여보.”
그녀와 손을 맞잡고 카메라를 바라보며, 함께 외쳤다.
“하나, 둘, 셋!”
-찰칵!-
***
결혼식 이후, 6개월이 지난 2078년.
축축한 느낌을 받으며 간신히 눈을 뜬다.
침대에 누운 채 낯선 천장을 바라본다.
힘없이 간신히 옆을 돌아보니, 곁에 있어야 할 루시가 안 보인다.
“여…보… 어디 있어…?”
“츄릅… 하읍….”
그래… 말 안 해도 알겠다.
루시에게 머리끄덩이을 쥐어뜯기며 분만실로 갔을 때가 저번달이었지.
무사히 출산을 마치고 나서, 한 달간 산후조리 해주느라 엄청 고생했는데…
드디어 꿈에 그리던 달의 식민도시, 티코에 도착한 것은 이틀 전.
이제 편히 쉴 수 있겠다… 라고 생각했던 것이 내 착각이었다.
하루 종일 마른 걸레에서 물짜듯이, 그녀에게 쥐어짜일 줄은...
“하아…”
“여허… 이허나써…?”
“응… 지금 뭐 하는 거야…?”
“흐읍… 체력 보충.”
“아... 그래.”
루시에게 한참을 시달리고 나서 간신히 몸을 일으켰다.
이대로만 있으면 살이 쭉쭉 빠지겠다.
아니, 뼈가 삭으려나…
기분이 좋은 듯 흥얼거리는 그녀를 빤히 바라본다.
그녀의 피부가 여기에 오기 전보다 더 매끄럽고 탄력있어 보이는 것은 착각이겠지?
“아… 목 말라.”
“그래, 우리 데이비드가 무척이나 고생했는데, 물이라도 갖다줄게.”
“미안한데 물말고 이온음료 라든지 다른 게 있을까?”
“흐음… 우유 줄게.”
“어… 냉장고에 우유가 있었나? 못 봤는데…”
“여기 보기 좋은 용기에 담겨 있잖아.”
그래… 그렇게 나온다 이거지?
30분 후.
루시와 함께 호텔의 객실에서 빠져나와 식당으로 천천히 걸어간다.
“끄윽… 잘 먹었어.”
“하아… 너무 해. 어중간하게 끝낸단 말이야?”
“이제 밥 먹고 열심히 돌아다녀야지. 일주일 내내 객실에만 있을 거야?”
“그건 아니지만… 후우, 어쩔 수 없이 저녁까지 참아야겠네.”
루시, 조금만 더 참아주면 안 될까?
호텔 식당에서 늦은 아침을 먹고 나서, 레베카와 화상 통화를 한다.
“레베카, 잘 있었어?”
“흐어… 아니, 너무 힘들어…”
고작 이틀 만에 눈밑이 거무죽죽해진 레베카.
그녀의 뒤에는 훌리오가 벌러덩 드러누운 채, 의자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다.
“훌리오는 이제 퇴근한 거야?”
“어. 네가 빨리 돌아오길 바라고 있어.”
“하하… 그렇게나 힘들어?”
“걱정 하지마, 엄살 부리는 거니까. 그나저나 글로리아는 지금 자고 있…”
“으에에엥!!!”
“... 잠깐만.”
-철퍼덕!-
“끄어어억…”
울음소리에 놀란 훌리오가 버둥거리다 의자에서 떨어진다.
레베카는 우리 아이를 안고 화면에 다시 돌아왔다.
“우쭈쭈, 엄마 여기 있어요.”
“아아… 글로리아. 우리 딸…”
“아이고, 배가 고픈가 보네. 훌리오, 빨리 가져와!”
루시는 글로리아가 나오는 화면에 손을 올리고 눈물을 흘린다.
달에 오고 싶어서 간신히 시간을 냈는데, 아기만 두고 온 것이 마음에 걸리는 듯하다.
조용히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아 다독여 준다.
젖병을 물고 나서 조용해진 글로리아를 바라보는 레베카는 말을 이어간다.
“후우… 여기는 걱정하지 말고 신혼여행 제대로 즐기고 와.”
“...알았어.”
“5일만 있으면 다시 돌아오잖아. 루시를 잘 챙겨줘. 데이비드.”
“그래. 우리 글로리아, 부탁할게.”
화상 통화를 마치고, 호텔에서 나오니 관광안내원들을 만났다.
“안녕하세요. 저희는 오직 두 분의 달 표면 관광을 맡게 된 가이드들입니다. 바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그들을 따라 달 표면으로 향하는 통로 끝에 도착했다.
우주복을 지급받았는데 광고에서 보았던 것하고는 조금 달라보인다.
“다른 사람들도 이 우주복을 착용하나요?”
“아, VIP를 위한 특별 제작품이라 관광용보다 더 튼튼하고 편할 겁니다.”
역시… 큰돈을 들인 특별 커스텀관광 패키지라서 그런지 비싼 값을 하는구만.
우주복을 다 입고, 감압실을 거쳐 달 표면으로 나왔다.
강렬한 태양 빛이 우리를 반겨 주지만, 우주복의 단열이 뛰어나서 딱히 열기를 느끼지 못한다.
“오호… 루시, 이거 봐라.”
“후후, 여전히 모양새가 웃기네.”
이리저리 뛰고 덤블링을 하니, 그 모습을 지켜보던 루시는 달 BD에서의 추억이 떠오르는지 슬며시 웃고 있다.
“데이비드, 이쪽으로 와.”
“알았어.”
우리가 특별히 요청했던, 달 BD에서 신나게 몰았던 버기카.
루시는 정말 마음에 들었는지, 한 바퀴를 돌며 만지다가, 운전석에 앉았는데 갑자기 불평을 한다.
“쳇, 망할 놈들. 속도에 제한을 걸어 놨어.”
“어쩔 수 없지. 구형이라서 안전상의 이유로 막아놨대.”
“후우, 어디로 가 볼까?”
“네가 원하는 곳으로.”
차 옆에 붙으니, 루시가 운전을 시작한다.
원하는 만큼 빠르지 않지만, 적당한 속도로 움직이는 버기카.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는데, 지구 궤도의 한 우주 정거장이 보인다.
“크리스털 팰리스가 보이네.”
“응. V한테서 연락 온 거 없어?”
“두 달 가까이 지났는데 아직 소식이 없네.”
V는 저곳의 카지노를 터는, 말도 안 되는 작전을 준비하느라 우리를 비롯해 주변 사람과의 교류가 별로 없었다.
도대체 무엇을 위해서 불가능해 보이는 의뢰를 받았을까?
과연 살아서 돌아올 수는 하는 걸까?
잠시 생각에 잠겨 있었을 때, 한 크레이터 앞에 도착했다.
“오, 우리가 함께 했었던 곳아니야?”
“맞아, 크레이터 모양이 좀 다르지만 같은 위치지.”
우리는 버기카에서 내려 크레이터 가장자리에 붙어앉았다.
그녀와 발장난을 하며 로맨틱한 시간을 보내는 중, 루시가 말을 꺼낸다.
“데이비드, 정말 고마워.”
“뭐를?”
“나를 달에 데려가 주겠다는 약속을 지켜줘서.”
옆을 돌아보니 헬멧 유리 안으로 태양보다 밝은 그녀의 미소가 보인다.
그녀를 조심히 안아주니, 우리가 함께한 지난날들이 빠르게 떠오른다.
처음으로 그녀를 만난 날.
그때 너에게 마음을 빼았기고, 너의 마음을 얻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지.
우리가 연인이 되었던 날.
서로의 꿈을 고백하고, 뜨겁게 키스를 나누며 다짐했었지.
메인용병단이 해체된 날.
너는 내 간절한 부탁으로 얼음욕조에서 벗어나 주었지.
납치되었던 나를 구출해준 날.
날 구하기 위해 힘써 준 너에게 언제나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어.
아기를 가졌다고 고백하던 날.
최고로 행복했던 순간이었다는 것, 너도 알고 있겠지?
아라사카 타워로 향한 날.
너와 함께 한 덕분에 모든 근심을 털어내고 여기까지 올 수 있게 됐어.
포옹을 풀고 루시의 얼굴을 바라보니 그녀의 눈초리에 눈물이 잔뜩 고여 있다.
“이 좋은 날, 왜 울어? 나도 울고 싶잖아.”
“내 꿈이 이루어져서, 너무 행복해서.”
그녀의 손을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다, 말을 이어간다.
“여보, 언제나 사랑할게.”
“아아… 나도 너를 사랑해, 여보.”
무의식적으로 서로 키스하려다 헬멧이 가로막고 있음을 바로 깨달았다.
피식 웃으며 애궂은 헬멧만 만지작거리다, 루시가 말을 꺼냈다.
“빨리 돌아가자, 더는 못 참겠어.”
“하하, 그래. 네가 원하는 만큼 해줄게.”
먼저 일어나더니, 등 뒤로 손꼬리를 치는 루시.
그때처럼 그녀의 손을 꼬옥 잡으니, 나를 이끌어 높이, 빠르게 뛰어간다.
너무나도 귀중한 우리의 시간을 낭비하지 않도록.
---
이제 얼마 안 남았다.
댓글 영역
획득법
① NFT 발행
작성한 게시물을 NFT로 발행하면 일주일 동안 사용할 수 있습니다. (최초 1회)
② NFT 구매
다른 이용자의 NFT를 구매하면 한 달 동안 사용할 수 있습니다. (구매 시마다 갱신)
사용법
디시콘에서지갑연결시 바로 사용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