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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개인이 학교도 못 바꾸면서 불만 많다는 비난은 가혹한 것 같다모바일에서 작성

금쪽이(121.147) 2024.01.24 11:31:33
조회 475 추천 15 댓글 10
														
솔직히 모순이 많은 말이다.
문제가 많다고 느껴도 못 바꾸는 일은 세상에 참 많다.

당연히 2800억짜리 나이스가 말도 안 되는 오류를 일으키면
무릎꿇고 사과해야 하는데도,
"연말정산에 몰려서 ㅎㅎ 그렇다네요 ㅎㅎ"라고 웃으며 대답하는
담당부처에게 책임하나 못 묻듯,

교사를 성희롱한 아이들이 처벌 받아야한다는 건 사회의 상식임에도, 아이들이 처분받기는 커녕 교사를 역으로 아동학대 신고를 해도 언론화-여론화가 되지 않으면 교사를 도울 방법이 없듯,


세상엔 원래 일개 개인이 바꾸기엔 어려운 일 투성이다.



학교도 마찬가지다.
그게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은 9월 4일이다.
학교마다 많이 달랐을 거다.

난 승진학교에 있던 승진길 소심하게 준비하던 교사 중 한 명이다.
푸른기장, 연구대회 전국 1듷급, 연구학교 점수 등을 비롯해서
아마 동 나이대에선 가장 앞서가는 쪽 중 한 명일 거다.

아니, 그런 교사 중 한 명이었다.
아이들과 꾸준히 다양한 걸 하고 경험하면,
언젠간 이 아이들이 커서 "우리가 만난 선생님들은 달랐어요!"라고
말해주는 그런 시대가 오길 기대하는 사람 중 한 명이었다.

그게 나의 직업의식이고 소명의식이었다.

그랬다.
하지만 9월 4일 이후 난 많은 걸 바꿨다.


교사가 죽었다.
내가 경험했던 것들을 경험한 후배가 세상을 떠났다.
내가 경험했던 것들을 경험한 선배가 교직을 떠났다.

내가 참았던 탓일까?
내가 먼저 소리를 내야했을까?
내가 입을 닫았던 탓일까?


어린 나이임에도 교감이 간청해서 이 악물고 생활부장을 맡았다.
수십가지의 사안을 일 년동안 처리했다.

말도 안 되는 걸로 상대 아이를 가해자로 만들고, 자기 아들이 원래 갖고 있던 정신질환에 대한 치료비를 부모없는 아이에게 받아내려 하는 부모도 만났고,

자기 아이는 신고를 원하지 않는데도 신고를 한 부모를 만났고,

관리자와 상대 기관의 자존심 싸움으로 다툼이 일어나
상대 기관이 언론에 헛소리를 흘려
담임교사가 언론의 포화를 맞을 때,
담임교사 잘못이 없다고 백방으로 뛰어다니며 증거자료를 수집하고
끝내 상대기관의 자백도 받아내 교사를 지켰다.

그리고 난 지쳤다.
이게 교사로서의 일인지 분간이 가지 않았다.


그래도 나만 버티면 되는 일이라 생각해서,
넘어갔다.
그게 교사로서의 업무이고, 감당했어야 할 일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혼자 일기만 끄적거리고, 넘어갔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그게 아니란 게 밝혀졌다.
모두가 아파하던 일이고,
누군간 고통 속에 빠져있었다.

순수하거나 열정적인 교사들,
젊고 어린 후배들이 더욱 그 위험에 노출되어 있었다.

그뿐이 아니었다.
우리 아이들, 많은 대다수의 선량한 아이들이 비교육적인 상황과 폭력과 복수, 맞폭이라 불리는 그런 협박의 구조에 방치되어 있었다.

이대로 조용히 있는 건 교사의 소명에 도리어 어긋나는 것이었다.

그 사이에도 국회와 각종 기관에 항의전화하고
공문서 보내고 지X떨던 나였지만,
아무런 답이 없었는데,
이제는 나라가 응답해야 할 때였다

교사들이 점으로 모였다.


그런데 그때도 승진학교는 달랐다.
점으로 모이지 않았다.
아무도 말하지 않았다.

승진이 아니라 교육이 중심이던 동학년 선배님들은
우리가 이대로 있는 게 맞냐고 말씀하셨다.
용기를 얻었다.
개학 후 일주일 내내 아무 말도 없던 학교 단톡방에
손을 벌벌 떨면서 카톡을 보냈다.

선배님들, 우리가 이대로 가만히 조용히 있는 건 부끄러운 일이라 생각한다.

부장 중 제일 경력도 짧고 뭐도 없는 놈이라
더 무서웠다.
그래도 용기를 내서 보냈다.
교육이 중심이던 존경스러운 선배님들이 침묵을 깨고 응답해주셨다.
우리 OO가 용기를 내 말했는데 가만히 있는 건 말도 안 된다고 동조해주셨다.

그렇게 소리가 모였지만
관리자는 단 한 번도 회의석상에 드러나지 않았다.
온갖 회유와 협박이 이어졌다.
학교에 우리의 규모를 안내했지만, 듣지 못한 척했다.

학부모는 교사를 욕했다.
무책임하다고 욕했다.


교사와 아이를 생각해서 용기를 내도
다치는 건 용기를 낸 교사였다.
학교의 부탁으로 어려운 업무를 맡은 것도 그런 교사들인데,
다치는 건 그 교사였다.
그 사이에 승진길에 눈 먼 분들은 멋지게 출근을 했고,
오후 함께 조퇴를 썼다.

9월 4일 이후 모든 건 뒤집혔다.

아이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던 교사들이 욕을 먹었고
승진길을 위해 최선를 다하던 교사들이 칭찬을 들었다.


승진을 염두에 두던 나의 가치관도 무의미하게 느껴졌다.
교직 자체에 회의감도 커졌다.



기관장의 무리수로 상대 기관이 공격했을 때,
그 교사들을 지키려고 백방으로 노럭하고
증거자료 모아서 상대기관 공격하고 자백 받아내고
언론에 반박자료 요청하며 담당 장학사랑 팀워크로
정상적 언론보도 나오게 한 것도 나였는데,

마치 내가 실수를 하고 기관장이 멋지게 마무리한 것으로
소문이 퍼진다.

진실을 아는 건 교육을 위해 최선을 다했던 동료들뿐이다.


9월 4일 이후로 진짜 많은 게 바뀌었다.

아이들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지라는 말은
착해보일 순 있다.

하지만 왔다 장보리에서 보리가 그랬듯
"착한 게 옳은 것이 아니라, 옳은 게 착한 거여유."


착한 척은 정의가 아니다.
옳은 것이어야 진정한 착함에 다다를 수 있다.


9월 4일 이후로도 온갖 민원을 받아서 부드럽게 처리하기도 하고,
학부모 정신교육 차원에서도 맞다이를 치기도 했다.
다음 담임을 맡을 교사를 위해서



9월 4일에 일하시던 상당수는 언제나 학부모에게 오케이다.
다음 담임이 어떻게 되든
내가 좋은 교사, 내가 예쁜 교사이면 되는 것 같다.


그래서 그 뒤로도 좋은 교사가 되길 포기했다.
임용 2차 지도 과정에서 후배님들이 우리학교에도 실습 왔었댄다.
내가 유네스코에 뭐에.이런저런 프로그램 진행하며 아이들 아끼고 사랑하고 하는 게 멋지게 보였댄다.

무척 고마운 칭찬이나, 9월 4일 이후 그건 멋지게 아닌 게 된 오늘이라고 이야기했다. 동료들을 생각해야 할 때, 동료들을 잊은 집단에겐 미래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내 생각과 의지와 다르게 학교의 분위기는 다르다.
좋은교사로 보이려는 가식적 노력이 멈춰지지 않는다.



이게 정답은 아니겠지만,
승진학교에서 관찰한 바다.

개인이 바꾸기 힘든 구조다. 학교가 그렇다..

* 인근 승진학교 중 가장 높은 비율의 9월 4일을 기록했기에 아쉬움은 없다. 좋은 동료들이 그래도 다른 곳보다 훨씬 많았다는 증거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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