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 시청 후 코인노래방에 갈때마다 OP/ED 정주행하고 있는 에붕이임. 그러나 내가 하필 MBTI중에 제일 상쓰레기라는 인팁이어서... 하체로는 흥건히 싸면서 봤는데 상체가 납득 안 되는 게 있어서 에붕이들 의견좀 물어보러 옴.

애니 2기는 삶의 이유를 상실한 주인공이 구원을 얻는 전개로 아주 재미있고 질질 적시면서 감상했음.

그러나 아직 1기에서는 풀리지 않는 의문이 있음.

'왜 진작에 탈주하지 않았냐'와, '왜 끝까지 싸운 것을 자랑으로 여기냐'는 것임. 산마그놀리아 공화국에 대한 반란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은 여러 개념글로 증명이 되었지만, 이런 개념글을 보고도 의문이 풀리지 않는 것은 인물들의 내면에서도 자신들의 처지와 행동을 표현하는 데 '긍지'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임.

끌려온 거고, 위협받아서 싸우고 있는 것 아님? 이 상황에서 반항을 택하면 공화국에 의한 죽음, 도망을 택하면 레기온에 의한 죽음이라면, 둘 중에 고르라면 차라리 도망을 택하는 것이 자연스러움. 심지어, 작중 후반부에나 밝혀지지만 레기온에게 죽으면 공화국에 대한 복수도 가능하지.

죽음 자체가 두렵다면 에이티식스 부대라는 현 위치를 고수하겠지만, 작중에서는 이들이 죽음이 두려워서 부대에 남았다는 서술은 없었음. 애초에 주인공이 뒈지고 싶어서 환장했는데 못 뒈지고 있는 거잖아.

생각할수록 작중 인물들을 옭아매는 현실이 잔혹함. 그렇기 때문에 그들이 '긍지' 운운하는 것이 위화감이 느껴지는 것임.

가설이 몇 가지가 있음.

1. 내 동료들을 버리지 않은 것이 긍지이다.

-> 진작에 그 동료들과 함께 탈주를 하는 것이 자연스럽지 않았겠음? 하고 싶은데 못 한 거라면, 그것을 '긍지'라고 표현할 수 없음. '원한'이라고 해야지.

2. 나는 백계종 놈들처럼 내 일을 남에게 전가하지 않았다. 양심적으로 산 것이 긍지이다.

-> 양심이 밥 먹여주냐? 뼛속까지 그렇게 사는 인간은 없음.

3. 이 창작물의 크리에이터들이 일본인인 관계로, '피지배층의 모에화'를 시전하고 있는 작품임.

-> 최대한 악독한 가능성을 생각해 본 건데, 내가 생각한 거지만 이건 망상이었으면 좋겠음.

하여튼 이 생각 때문에 1기 마지막에서 심한 이물감을 느끼고 있음. 좋은 해석으로 치료해주기 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