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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에이티식스라는 애니에는 메시지가 있을까?

asdf(110.12) 2024.04.05 21:29:18
조회 499 추천 7 댓글 5
														

[일반] 님들 진짜 뭐 하나만 물어볼게요 진짜 궁굼한거고 절대 분탕 아님 ㄹㅇ

4/3 이 글에 대한 답변 글입니다. 게시글에 대한 댓글은 글자수 제한이 있어서 그냥 별도 게시글로 올립니다.

우선 저는 방금 애니 2쿨 보고 온 사람입니다! 1쿨은 본 지 좀 오래돼서 기억이 엄청 명료하진 않아요. 대단한 팬은 아닌거죠.

그럼에도, 개인적으로 이 작품이 전체주의와 전쟁이 인간성에 불러오는 폐해를 잘 연출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1) 전체주의에 의한 집단적 무지와 양심의 소멸: 작중 '에이티식스'에 대한 착취와 차별은 세계 2차 대전 당시 독일에서 자행되던 나치즘에 대한 오마주이죠. 물론, 작품과 역사의 세부사항에 있어 차이는 있지만, 당시 일부의 양심적인 독일인들을 제외한 군중은 유대인들의 학살을 용납하고 묵인했습니다. 한나 아렌트라는 정치철학자는 이후 '악의 평범성'이라는 저서에서 독일 시민과 장교들이 자신들이 행한 일을 ''이라고 자각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역설하죠. 공화국의 시민들과 정치가들이 어른임에도 불구하고, 무지와 악함의 극치를 보여준 것과 맞아 떨어지는 지점입니다.

그만큼, 사람은 다수의 의견에 휩쓸리는 것으로부터 깨어있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해줍니다. 요즘으로 따지면 인터넷의 익명성을 이용한 특정인에 대한 비난과 조롱 문화를 떠올려 볼 수 있습니다. 우리는 생각보다 쉽게 여론에 동조하고 순응하기에, 깨어 있으려면 작중의 여주인공처럼 끊임없는 자기비판과 성찰을 행해야 한다는 사실을 확인해 볼 수 있습니다.


2) 폭력에 의한 인간성의 말소: 주인공 일행인 에이티식스들은 자신의 죽음을 물론 인류의 존망에 대해 다소 달관한 듯한 태도를 보입니다. 국가권력에 의해,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전쟁터로 내몰려 죽음을 불사하는 전투를 강요당했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전쟁터에서 힘 닿는 데까지 싸우는 것에 집착하는데, 이는 자신들의 뒤에 비겁하게 숨은 공화국 시민들에 대한 '고결한 반항의식'임과 동시에 폭력으로 인해 마모된 인격의 '근시안적 사고'이기도 합니다.


전쟁에 의한 트라우마와 비할 바는 안 되지만, 밑 게시글의 글쓴이 분이 번아웃을 경험한 적이 있다면 다소 공감하시리라 생각됩니다. 저는 과거 회사생활 중 주 80시간씩, 1년 간 일을 하며 번아웃을 경험한 적이 있습니다. 그러면서 들었던 생각은, 이 회사에게 제 삶의 가치가 소모품이나 가축보다 못하다는 것이었어요. 그러면서도 최대한 버텨야겠다는 생각으로 토하고 울면서 꾸역꾸역 일을 했습니다. 그나마 일을 하는 동안에는 일에 집중할 수 있었지만, 일이 끝난 새벽 퇴근하는 길에 허무감과 더 깊은 좌절감이 밀려 들었습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굳이 애쓸 필요 없이 퇴사하면 됐을텐데... 비합리적이었죠.


남자주인공 '신'의 전사자에 대한 집착, 전투에 대한 갈망, 비관주의는 이와 비슷한 의미에서 비합리적입니다. 최대한 행복을 쫓아도 부족한 게 삶인데, 그는 자신을 홀대하는 사람들을 지키는 싸움에 투신하고, 불행과 죽음에 이끌리는 자기파괴적 행보를 보이죠. 그의 이타심과 고결함에 대한 작가의 찬가일 수도 있겠으나, 한편으론 권력의 압제와 폭력에 노출된 인간의 터널시야 심리를 잘 묘사하고 있습니다. 삶의 모든 즐거움을 박탈당한 채, 트라우마와 척박한 환경에 지속적으로 노출된 사람은 욕망이나 바람이 옅어지고, 관성으로 몸만 움직이는 자포자기의 상태에 빠지기 쉽습니다.


이러한 소진 상태는 당사자의 인식과 주변사람의 도움이 없다면 빠져나오기 힘듭니다. 1) 자신의 현재 심리상태가 '비정상적'이라는 걸 인지하고, 말로써 인정하지 않으면 '내가 연약해서 이렇게 힘든 거고, 이런 상황이 당연한 거다'라는 루프에서 맴돌게 됩니다. 작중 남주는 여동생뻘 되는 소녀와 친구와의 대화를 통해 자신의 심리상태를 인지하게 되죠. 이걸로 1단계를 클리어한 겁니다. 다음은 2) 자신의 상태를 인지했다면, 주변 사람에게 상담과 도움을 요청하고, 문제의 해결을 위해 움직일 필요가 있습니다. 남주는 도움을 요청하진 않았으나, 과거 자신에게 흔치 않은 위로와 기쁨을 주었던 여주와 극적으로 재회하며 응어리졌던 마음이 풀리게 됩니다. 여주는 남주와 비슷하게 전사자에 대한 기억을 간직한 채로, 그러나 남주와는 다르게 '사람답게 살고자 하는 모습'을 그에게 제시했습니다. 새로운 목표, 희망, 그리고 짐을 함께 짊어질 사람이 생긴 거죠. 그렇게 남주는 심리적 터널에서 빠져나오게 됩니다.


이러한 심리 묘사 전반이, 비슷한 상황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위로와 치유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겠습니다. 오히려 한 문장으로 표현 가능한 메시지보다 더 큰 의미를 작품에 부여할 수도 있겠네요.


물론 감동과 뽕을 위해 주인공들의 능력을 극대화하는 등 저도 띠용?하게 되는 부분도 있었습니다....만! 그래도 작품은 독자와 시청자가 해석하고, 받아들이기에 따라 메시지를 지닐 수도 있고, 무의미한 시간 때우기가 될 수도 있는 것 같습니다. 진격의 거인, 강철의 연금술사 등의 철학적 깊이는 없을지 모르겠지만 제게는 충분히 좋은 작품이었네요! 제 감상 정리도 할 겸 장문을 남기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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