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대략13년간 같이 했던 고양이가 있었는데,
대개 그렇듯이 서로가 서로에게 인연이였다.
퇴근길에 너무나 슬프게 우는 고양이 소리에 난 응~하고
대답해줬고 고양이는 그길로 나를 따라와 혼자사는 집에 얹혀살게 되었다.

고양이를 키우기전에 이미 주변에서는 고양이를 키우는 지인들이 있어서 돌보는건 어렵지 않았다.사실 고양이보다도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들에게 반감이 있었다.분명 지인이지만 가까이 하고 싶지않은 독충같았다.고양이에 대한 인식으로부터 보호한답시고 공격적으로 상대를 깍아내리는 모습들은 충분히 비호감이었다.

고양이가 싫은것은 아니니 난 고양이를 받아들이고 돌보기 시작했다.임신했다는것을 알은것은 한참뒤다.정말 힘들어서 사람에게 오다니 너도 참 기구하구나.

그뒤로는 고양이는 출산하고,난 퇴사하고 한동안 어렵게 지냈다.
잘했다고 생각한점이 있다면,난 한번도 고양이를 포기한적이 없었다.포기할 이유가 없었으니까.

그리고 한 실수라면,내 욕심에 다른 고양이를 입양한것인데.
그게 굉장히 상처였던 모양이다.안그랬다면 좀더 행복했을텐데.
그렇게 고양이는 셋이 되었고,

여러시간이 지나고 결혼을 하고,아이가 생기면서 고양이를 덜 돌보기 시작했다.그때부터 생각이 바뀌어갔다.
자기합리화했다고 본다.육아에 지쳐갔기 때문이다.

아이가 조금 컸을 무렵,고양이의 상태가 나쁘다는걸 알았다.
가족들이 나를 제외하고 알러지성 비염이 있었기 때문에
둘다 신경쓰는것은 정말 힘든일이었다.
한달뒤,만성신부전증 으로 고양이를 안락사로 보냈다.
장례까지 치르고 나서 남은 고양이들을 돌보고 있을때,
놀랄만큼 관심이 없어진 나 자신이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귀여운 내새끼가 아니라 그냥 동물로 보이는게 이상했다.
난 내가 동물을 좋아하는 성격이라 생각했는데.
그동안 모으던 고양이 수염도 모을필요를 못느끼는걸 보고
깨달았다.애석하게도.

내가 사랑한건 너 하나였구나.네가 고양이의 모습을 했던거 뿐이지,고양이를 좋아한게 아니었구나.
네가 사람이었다면,내 가족이 되었을지도 모르는데.

대부분의 자신이 키우던 동물을 떠나보낸 사람들보다도
나 자신은 빠르게 일어서고 있긴하다.
이 감정은 이겨내는 것이 아니라 견디는것이다.시간이 갈수록 조금씩 견딜만 해지는것이다.
누군가는 이 감정을 술로 달래고 담배로 달래기도 한다.
내경우는 흐르는 물을 보는것이었다.
아마 이때부터 손세탁이나 설거지를 실증안내고 하기 시작한거같다.물을 계속 틀어놓으면서.수도세는 좀 나오겠지.

딱한것은,남은 고양이들을 어떻게 해야하느냐였다.
조금 생각하다가 내린결론은 포기하지 않는다.
난 좋은 반려인은 아니다.하지만 버리거나 다른이에게 보내지 않는다.이미 둘다 나이가 10살이 넘었기 때문이다.누가 데려갈것인가.그래서 앞으로 병원비가 나오더라도 내가 책임진다가 맞다고 봤다.아이들이 알러지가 아니면 좋은친구가 되었을텐데.
조금 더 지나면 다시 이 고양이들에게 애정을 줄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은 미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