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친도 나도 INTP야
같이 산지는 꽤 됐고 곧 10년 바라봄
사랑했고, 사랑하고, 사랑할 거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새 들어서 좀 무섭게 느껴질 때가 많음
성격은 되게 비슷한데 차이점이 하나 있어
얘는 상당히 집요함....지나칠 정도로
나는 호기심이 많지만 작심삼일 그 자체인 인간이고,
그렇기에 문어발이라고는 표현하지도 못할 정도로 많은 것들을 입문 레벨로 만져댐(딱 거기까지, 벽 느끼면 흥미 금방 식음)
여친은 호기심이 많긴 한데,
그걸 절제해냄 딱 나무위키 선에서 찾아보고 입문하진 않음...
'그게 뭐가 집요한 건데?' 싶을 수 있는데 얘가 절제하는 이유는 단 하나야
하기로 마음 먹었으면 존나 열심히 해야하니까 절제하는 거야 에너지 소비가 싫어서ㅋㅋ
진짜 옆에서 질릴 정도로 함
집중력도 심각하다 표현해야 할 정도로 뭐 하나에 꽂혀서 집중하고 있으면 옆에서 누가 넘어져서 비명을 지르든 바퀴벌레가 발을 스치며 지나가든....
못 듣고, 못 느끼고, 못 봐
그냥 그거만 생각하고 있음
몰두하는 구석이 있어서 무서운 건가? 싶을 수도 있는데...
그건 아직까지도, 앞으로도 설레는 포인트고 무섭진 않음
그게 아니라 얘가 예전에는 참고만 살고 그걸 미덕으로 여겼거든
그래서 약해서 '못' 하는 건 착한 게 아니라고,
강한데 '안' 하는 게 착한 거니까 곰곰히 생각해 보라고 말했어
본인이 어느 쪽인지 말야
그렇게 말했는데 되게 감명 깊게 들었나 봄
그 이후로 본인이 착하다고 생각을 안 해
다르게 말하면 이제 참지를 않아...
그렇다고 황소나 치와와처럼 흥분해서 들이받고 지랄하느냐?
그게 아냐.....
아까 말했지? 집요하다고
이제 나를 제외한 사람이 뭐 하나 삔또 나가게 하면 아무리 오래 돼도 기억하고 있음
나처럼 뭔가가 연상시키면 떠오르는 그런 레벨이 아니라, 반드시 되갚아 줘야 하니까 뼈에 새겨서 기억한다는 느낌으로
대표적인 예를 하나 들자면 저번에 날 되게 우습게 본 여친 친구가 있었거든
원래는 나도 그냥 뭐 밥 사주고 뭐 해주고 했지 걔가 취준생이라 돈도 없고 하니까
근데 여친이랑 둘이 놀 때 내 얘기를 했다는데
'회사 좋은 데 다닌다 해도 걔는 고졸이잖아~ 너랑 나 같은 엘리트랑 다르지ㅋㅋ'
뭐 이런 얘기를 했나봐 (그게 제일 화나긴 했어도 그거 말고도 여러모로 본인한테도 무례했대)
걔 본인이 명문대 예체능과 나왔는데 몇 년째 무직이라 자격지심이 든 건지 어떤지는 몰라도 토씨 하나 안 틀리고 저렇게 말했다데
(부연 설명하자면 항문 털로 그림 그리기과, 엉덩이로 뜀뛰기과, 방귀로 피리 불기과 급으로 대학이 어디던 간 취업이 괴로운 과임)
집에 온 여친이 잔뜩 화가 난 상태로 말하는데 나까지 좀 꼴 받더라ㅋㅋ
난 그냥 이틀 기분 나쁘고 말았나?
잊어버렸지
난 기억력이 안 좋거든(난 이게 오히려 축복이라 생각해ㅋㅋ)
근데 얼마 뒤에 여친이 걔한테 연락 더 많이 하고 그러더라고
그 일이 있었다는 게 연상이 안 되는 건 아니니까 '허, 그래도 사회생활이라 저렇게 하나보다/그래도 오래 친구였는데 말 실수한 거 용서 했나 보다' 했지
전화 내용이나 그런 게 들릴 때면 걔가 힘드니까 여친이 더 챙겨주나 보다 했는데...
얼마 뒤에 걔 뒷담화가 들리더라고
존나 힘들게 산다는 얘기를 건너 듣게 됐어
나중에 개한테 뭔 일 있냐고 여친한테 물으니까 그제서야 알려주더라
전말을 알게 되니까...
여친은 걔를 챙겨주는 게 아니었어
여친은 걔 인생이 절단 나길 염원하며 망치고 있었음
진짜 치밀하게 말이야
여친은 걔 가족관계가 엄격한 것도 알고, 어떤 데서 오만한지, 자격지심 있는지도 알고...뭐 좋아했는지 어떤 인간 관계가 있었는지 다 알거든
엄격한 가족 이야기가 나오면 일부러 엄청 위로 하면서 '힘들겠다. 다 이해가 안 가네. 아무리 봐도 그 중에 너만 정상이야.' 하는 말을 거진 1년 간 반복해서 건넸고,
오만함을 가진 부분을 역겨움을 참아 가며 반복해서 칭찬하고 추켜 세워서 친구 관계, 사회 생활을 박살 냈고,
자격지심을 가진 부분을 '너는 재능충이야. 호랑이가 푸쉬업하는 거 봤어? 육식 동물은 그냥 그렇게 태어난 거야~' 같은 말들로 좆도 없는데 열심히도 안 하는 게을러 터진 인간으로 만들어 버렸고,
인간 관계 역사를 기억해내서 걔 친구랑 남친이 들으면 적잖이 꼴 받을 법한 사실을 다 넌지시 던져서 의심하게 만들었지
거진 1년 동안 거의 매일을...
지독히도 집요하게 그렇게 말해온 거야
당연히 여기저기 욕 바가지로 쳐먹고 손절 당하고,
깔짝대던 자기개발조차 근자감 때문에 손에서 놓고 노닥 대느라 공백기는 예전보다 더 길어졌고,
가족이랑은 이젠 폭력까지 동원해서 싸우고,
오래 지낸 남친이랑은 존나 추하게 깨졌어
요약하자면 이제 주변에 몇 안 남았고, 가진 것도 없고, 할 줄 아는 것도 없는 병신이 된 거야
충격적이었지
내가 살면서 이렇게 공 들인 악의를 본 적이 있었나?
지금껏 날 위해서 이 정도까지 해 준 사람이 있었나?
고맙기도 하고 후련하고 충격적이고 무섭고...
내가 느꼈던 흥분이었는지 공포였는지 정확히 요약을 못 하겠네
여러 감정이 들었는데....심장이 존나 빠르게 뛰었던 건 확실함
근데 진짜 무서운 건 뭔지 알아?
이 정도면 이제 할 만큼 했으니 굳이 더 연락 안하고 손절해도 되지 않냐고 물어봤거든
근데 아니래
이제 효과 나오기 시작한 거고, 아직 끝난 게 아니라 하더라
허 참
그래서 요새도 연락하고 만나고 그래
앞에서 아끼는 척 친절하게 굴면서 칭찬할 때면 내 등골이 다 서늘해
근데 존나 웃긴 건 뭔지 알아?
그런 모습을 보면 고맙고 설레더라ㅋㅋㅋㅋㅋ
나도 미쳤나보다ㅋㅋ
여튼 그래
오랜만에 왔는데 이런 얘기 써서 미안해
어딘가에는 말하고 싶었어ㅋㅋ...
읽어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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