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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팬픽] 번역/ 에반게리온 제노사이드 13-5

ㅇㅇ(14.6) 2021.10.21 20:35:03
조회 883 추천 34 댓글 22
														

어제 했어야 했는데 못한 부분이다


이거 끝나면 바로 예전에 말한 양키 팬픽 마리 태워죽이는 씬 발췌번역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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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4화)









거실 책상에 앉아 숙제를 하고 있던 신지는 미사토가 칵테일 드레스 등 지퍼를 올리며 침실을 나서자 고개를 들었다. 곁에 앉아있던 아스카도 똑같이 고개를 들었다. 숙제를 도와주겠다고 나선 뒤 지난 20분 동안 손에서 연필만 돌리며 가끔씩 신지의 실수를 지적하는 정도만 해오던 차였다.


펜펜도 고개를 돌렸지만 곧 흥미를 잃고 TV 시청을 재개했다.


"어때?" 미사토가 손으로 옆구리쪽을 쓸어내리며 자세를 취해보였다. "안입은지 오래된 옷인데, 아직 어울리니?"


"잘..어울려요, 미사토씨." 신지는 넋을 놓고 미사토의 가슴팍을 쳐다봤다. 바로 그게 디자이너의 의도였을 것이다. 타이트한 핏이 미사토의 가뜩이나 풍만한 가슴을 강조해 누구든 시선을 빼앗길 곡선을 그려내고 있었다. 드레스는 아래쪽 길이도 짧아 허벅지 중간에 살짝 못미치는 수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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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카는 뭐라 잘 들리지도 않는 말을 중얼거리더니 얼른 신지의 숙제를 돕는척하기 시작했다. 물론 그것엔 신지의 협조도 필요했고 곧 신지의 옆구리를 팔꿈치가 강타했다. "계수에 1을 더한 다음 지수로 나눈 말이야, 바보야, 나누고 더하는게 아니라!"


신지는 얼른 숙제로 주의를 돌렸지만 미사토를 마지막으로 훑어보는 것까지 자제할 수는 없었다. "알았어. 고마워."


미사토가 둘을 빤히 쳐다봤다. 둘의 요즘 모습에 진지하게 놀라움을 느끼는거라고, 신지는 생각했다. 둘의 사이에는 말로 표현하지 않은 슬픔과 원망, 그리고 상처가 가득해 서로를 이해하는게 거의 불가능해보였던게 사실이다. 그렇게 멀지 않은 과거까지 둘은 말싸움하는 것 외엔 소통이 없었고 같은 공간에 있는 것도 견디기 힘들 정도였다. 아스카가 퇴원한 이후에도 둘 사이의 적개감과 거리감의 악순환은 여전해 결국 그 끔찍한 밤으로 귀결됐었다.


그 날 있었던 일을 생각하면 신지는 아직도 가슴이 아파왔다. 절대 불가능한 일인건 알지만 그래도 그때 했던 말을 모두 주워담고 싶었다. 근래들어 아스카와 가까워지며 죄책감도 덜해지고 있었지만 앞으로 영원히 그녀와 함께할거라면 신지의 후회도 영원할 것이다.


"너무 늦게까지 깨있지 말고." 한참을 그러고 있던 미사토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오늘 좀 오래 나갔다 올거니까. 아스카, 신지군 숙제 마무리 네가 책임지고 확인해줘."


"알았어요, 알았어." 아스카는 고개도 들지 않고 대답했다. "얜 나 없으면 적분도 못하니까. 근데, 어디 가는거에요?"


"어, 아스카, 그건 우리가..." 신지는 문제를 풀다 말고 불편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우리 일 아니라고?" 아스카가 화난 목소리로 끊고 들어왔다. "미사토는 우리 보호자란 말이야. 어디 간다고 말도 없이 우릴 내버려두는건 아동학대라고. 그사이 사도가 쳐들어오면 어떡해? 그런 일 있을때 뭔수로 미사토 찾으란 말이야."


미사토는 아스카의 공격적인 태도를 아주 어른스럽게 받아넘겼다. "아, 일 문제로 만날 사람 있어서 그래. 나 필요한 일 있으면 핸드폰으로 연락해. 사도가 오더라도 향후 몇시간만 참아주길 기대해보자고."


"일?" 콧방귀를 뀌는 아스카. "그런 옷 입고 무슨 일? 부업으로 밤 일이라도 시작했어요?"


"내 몸매 질투하는거니?" 신지는 아직도 고개를 쳐박고 있었지만 미사토의 장난기는 목소리만 들어도 알 수 있었다.


"전혀."


"그래? 우리 아가씨께선 지금 본인이 빌려입은 셔츠가 나한텐 딱 맞는 치수인걸 기억해야할 것 같아."


"난 아직 자라고 있거든요!" 아스카는 미사토를 노려보며 분노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미사토는 내가 자라는 동안 중력에 굴복할 일만 남았고! 시간 문제야. 신지가 쳐다본 것도 어쩜 사람이 그렇게 정숙하지 못할까 충격받아서 그런거라고요. 빨리, 그렇다고 말해, 신지."


누구나 예상할 수 있었겠지만 신지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입을 꾹 다물며 수학 문제에 집중했다. 아스카가 신지의 어깨를 때렸다.


신지는 얼얼해진 어깨를 주물렀다. "아야."


미사토는 어이없다는 표정이었다. "아스카, 그러다 신지가 어느날 못참고 때리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자꾸 때리는거야."


신지의 얼굴에 불안한 미소가 떠올랐다. 아스카라면 그런 사태를 예방하는 차원에서 미리 더 때린다고 나와도 이상할게 없었다. 미사토는 아스카가 얼마나 뻔하게 행동하는지 아직 감을 못잡은 것이다. 다행히 아스카는 한숨만 내쉬고 책상에 팔꿈치를 괴며 얼굴을 찌푸린게 다였다.


생각해보면 이건 건전한 관계와는 조금 거리가 있었지만, 그래도 신지는 아스카의 행동에 어떤 악의도 없다는건 확실히 알고 있었다. 예전에, 아스카가 한창 힘들어하던 시절과는 달랐다. 요즘 아스카는 힘들게 굴때도, 욕을 하고 때릴때도 진지함은 없이 가벼웠다. 신지는 이제 아스카가 아스카처럼 구는 것에 별로 개의치 않는 단계까지 온 것 같았다.


그런 깨달음을 얻는데는 물론 엄청난 고통이 필요했다. 신지는 많이 성장해야했고, 아스카도 함께 성장했다. 그리고 둘이 그렇게 함께 있는 모습은 미사토에게도 큰 심리적인 영향을 주고 있을거라고, 신지는 확신했다. 아스카는 아직 미사토에 대해 미심쩍어하는 마음이 남아있을지 몰라도 미사토가 신지와 아스카를 자기 자식처럼 소중히 생각한다는 것은 객관적인 사실이었다. 신지는 어떻게 해도 미사토를 진짜 어머니처럼 생각할수는 없었지만 미사토가 그것에 제일 가까운 무언가인 것은 확실했다.


좋은 밤 되라는 말을 남기고 미사토가 떠났다. 신지는 배웅에 나서서 주방으로, 그리고 현관으로 통한 복도로 걸어가는 미사토의 뒷모습을 봤다. 그러곤 문이 닫혔다.


미사토가 떠난 것을 확인하자마자 아스카가 곧바로 덮쳐왔다. 신지의 손에 들려 있던 공책을 낚아채 멀리멀리 집어던져버린 다음 기겁할 정도의 활력으로 신지의 어깨를 밀쳐 식탁 옆 바닥에 쓰러트렸다. 신지의 입에서 뭐라 항의하는 말이 제대로 빠져나오기도 전에 아스카는 신지의 몸 위에 올라타 허리를 내리누르고 완전히 고정시켰다.


"내가 순순히 넘어가줄줄 알았어?" 아스카는 이마를 잔뜩 찡그리고, 낮은 목소리로 으르렁거렸다.


아스카의 체중을 온 몸으로 느끼며 누워있는 지금, 서로의 몸이 너무 생생하게 느껴져 신지가 뭐라 입을 열 수 있었던 것 자체가 기적이었다. "어, 무, 무슨 말이야?"


"미사토한테 그렇게 침 줄줄 흘린거!"


"난 그냥..." 신지는 침을 꿀꺽 삼켰다. 다른 곳을 훔쳐보지 않고 아스카의 눈에만 시선을 고정하고 있는게 너무 힘들었다. 지금 자세에선 아스카가 입고 있는 헐렁한 셔츠가 축 늘어져 그 안쪽 창백한 살결을 평소보다 훨씬 많이 드러내고 있었다. 그 가느다란 목과 쇄골 사이의 작은 보조개가 시선을 잡아채고, 그 아래엔...


"아무리 너라도 그렇게 바보는 아니겠지," 아스카가 그르렁거렸다. "내 몸은 부족해? 못생겼거나 너무 빈약하다거나 그렇게 생각하는거야?"


신지는 새빨개진 얼굴로 온 힘을 다해 고개를 저었다. "아스카, 아니야. 아스카는 못생겼거나 그러지 않아. 난 그냥, 난 그냥 미사토씨 옷이 예쁘네 하고 생각한것뿐이야. 아무 의미 없었어."


"내가 그런 옷 입은거 보고싶은거야?" 아스카는 한쪽 어깨에서 손을 떼더니 신지의 이마에서 머리칼을 훑어내고, 부드럽게, 평소보다 훨씬 부드럽게 신지의 뺨을 어루만졌다. "아니면 아무것도 안입은게 보고싶어?"


아스카의 손에서 신지의 민감한 피부로 온기가 전해져왔다. 아주 좋은 느낌이었다. 온몸을 짓누르는 아스카의 체중과 마찬가지로.


신지는 몸을 꼼지락거렸다. "미안-"


"알아." 손가락 두개가 신지의 입술에 얹혀 말을 막았다. "넌 일부러 잘못하는 일은 없으니까. 머리만 좀 썼으면 사과할 일도 없을건데. 그렇게 넋놓고 보고 있으면 내 기분이 어떨지 생각은 해봤어?"


신지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목에 큰 멍울이 하나 생긴 것 같은 느낌이었다.


"당연히 생각 안해봤겠지. 넌 바보니까." 내려다보는 아스카의 얼굴이 시시각각 진지해졌다.


뭔가 결심하려는 것 같은 얼굴이었다.


"나, 널 믿을 수 없다고 생각했으면 아까 낮에 한 얘기 하지도 않았을거야. 내가 실수한거라고 생각하긴 싫어." 아스카는 억지 미소를 지어보였지만 평소만큼 힘이 있지는 않았다. "네 눈엔 내가 이런거 다 쉽게 하는것처럼 보이겠지. 드라마랑 잡지에서 보고 들은게 많으니까 쉬울거라고. 아니야, 전혀 쉽지 않아."


아스카의 말투에선 아직도 장난기가 느껴졌지만, 신지는 그 밑에 평소 아스카에게선 보기 드물 정도의 흥분도 감춰져 있는 것을 깨달았다. 그 이유는 아직도 알 수 없었다. 그리고 아스카는 지금 뭔가를 말하지 않으면서도 말하려고 하고 있었다.


신지는 뭐라고 대답해야 맞는걸까? 함께 있어주기로 약속했다지만 그녀의 마음을 알지 못하면 그 약속을 무슨수로 지키겠는가.


"우리 사이 어땠는지 기억해?" 아스카가 물었다.


신지는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는 동안 아스카는 고개를 숙여서 신지의 귀에 입을 가져다댔다. 거리가 가까워 숨결이 간지럽게 와닿을 정도였다. "나랑 쇼핑가는거 싫다고 생각해도 뭐라하지 않을게," 아스카가 속삭였다. "내가 너무 허영심 많다고 생각해도 뭐라하지 않을거야. 그래도 그게 어쩔 수 없는 나야."


"그-그치만 아스카랑 쇼핑가는거 좋았는걸." 신지는 자기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아스카의 손가락이 또 신지의 입술 위에 얹혔다. "좀 닥쳐봐, 바보야."


신지는 입을 다물었다.


"우리 사이는 변했어도," 아스카가 말을 이어갔다. "난 변하지 않았어. 난 아직도 나 그대로야. 그 말은, 널 아무랑도 공유할 생각이 없단거야. 미사토도. 무슨 옷을 입고 나왔든. 아야나미는 당연히 안되고. 내 가슴속엔 타협의 여지 같은건 없어. 전부 다, 아니면 아무것도 아닌거야. 네가 전부 내 것이 될 수 없으면, 나, 아무것도 필요없어."


아스카의 손가락이 입에서 떨어져나갔다. 이제 말하라는 신호일 것이다.


"레이는 친구야." 신지가 속삭였다. 이건 꼭 짚고 넘어가야하는 부분이었다. 미사토 상대로는 단순 질투 수준으로 넘어갈 수 있어도 레이는...


아스카의 얼굴이 떨렸다. "나 걔 싫어. 너무 이상해. 너무 순종적이야. 그래도 친구로 지내지 말라고는 할 수 없겠지," 아스카는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더니 한숨을 내쉬었다. "한번도 남녀 사이는 아니었던거지?"


남녀 사이라는게 지금 자신이 아스카에게 품고 있는 감정을 의미하는거라면, 그래, 레이에게 그런 감정이었던적은 한번도 없었다. 신지에게 레이는 가족 같은 존재였다. 그래서 신지는 고개를 저어보였다.


"키스한적 있어?"


다시 한번 도리도리.


아스카의 표정은 반쯤은 안도감이었고 반쯤은 짜증이었다. "그냥 믿는거 말곤 방법이 없겠지. 너 그래도, 만약 날 배신했다간 ..." 아스카는 말끝을 흐리며 위협의 여지를 여운속에 남겼다. "널 가지고 있는 동안은, 완전히 독점하고 있는 동안은 나도 행복할거야. 넌 내거니까. 그런 조건에 문제 있으면 지금이라도 말해."


"난 아스카가 행복했으면 좋겠어." 어떤 생각도 거치지 않고 바로 나온, 그래서 더 진솔하게 느껴지는 말이었다. 


최소한 신지의 인상은 그랬다. 아스카는 무슨 생각인지 몸을 빼더니 신지의 가슴을 주먹으로 내리쳤다.


"아!" 신지는 생각치도 못했던 고통에 깜짝 놀라 몸을 옆으로 웅크리며 맞은 부위를 감싸쥐었다. 몸을 떨며 아스카를 올려다본다. "대체 뭐야?"


"잊지 말라고 그러는거지!" 아스카가 고함치며 신지의 어깨를 두 손으로 다시 꽉 눌렀다. 그러고는 다시 신지의 위로 몸을 숙였다. 아스카의 작은 가슴이 신지의 가슴위로 퍼지는게 확 느껴졌다. "나쁘지 않아." 신지의 귀에 대고 속삭이는 아스카. "넌 아래 깔리는게 어울리니까. 무겁단 말 같은건 하지도 마."


조금 무거운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방금 그 말이 없었어도 신지는 그런 말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정도로 바보는 아니다.


아스카가 이쪽 저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마치 신지가 베개인것마냥 얼굴을 비볐다. 그것도 잠시, 금새 질린 것 같았다. "뭐 좀 해봐."


뭘?이라고 신지는 거의 되물을뻔했다. 신지는 뭘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둘의 관계는 언제나 아스카가 리드하고 있었고 신지는 아무런 감각이 없었다. 사실 신지 본인 맘만 같아선 그냥 안전하게 가만히 누워있고 싶었지만 이렇게 된 이상 선택지가 없었다. 아스카가 뭔가 원하는게 있으니 신지에게 뭐라도 해보라고 말했을 것이다.


감에 따라 일단 행동해보고 제발 실수한게 아니길 기대하는 것 말곤 방법이 없었다. 사도를 상대로 돌격할때와 맞먹는 수준으로 힘겹게 용기를 끌어올린 다음, 신지는 팔을 들어올려 아스카를 끌어안았다. 천천히, 혹시라도 실수하는거면 아스카가 항의할 시간이 있게.


몸을 빼거나 소리지르거나 하지 않고, 아스카는 몸에 힘을 빼고 둘 사이의 온기속으로 녹아들어왔다. 신지는 아스카를 품은 팔에 살짝 더 힘을 줬다.


한때는 이런 친밀함은 정말 상상도 할 수 없었을 것이었다. 예전의 신지는 아스카가 혼자 고통받게 내버려뒀을 것이고 아스카는 그것 때문에 신지를 증오했을 것이다. 신지는 아스카의 감정에 대해 완전히 거꾸로 이해하고 있었다. 미움이 아니라 고통이라는걸, 적개심이 아니라 외로움이라는걸, 오만함이 아니라 인정받고 싶은 욕구라는걸 이해하지 못햇었다. 자신에게 아스카가 필요하다는걸, 세상 그 어떤 무엇보다도 필요하다는걸 알지 못했었다.


신지는 앞으로도 언제나 아스카가 두려울 것이다. 그건 어쩔 수 없는 천성이었다. 지금와서 달라진 것은, 그 두려움 때문에 굳어져버리는 일이 이제 없을것이라는 점이었다. 이젠 절대 그럴수 없다. 아스카의 행복이 신지의 행동에 달렸으니까.


둘은 한동안 아무 말 없이 그러고 있었다. 둘 다, 그저 이 상황을 즐기고 있었다. 펜펜이 혹시 구경거리라도 생길까 기대하고 있는지 시야 한쪽 구석에서 둘을 바라보고 있는게 느껴졌지만 신지는 개의치 않으려 노력했다.


그러곤, 신지가 이제 참견쟁이 펭귄, 침묵, 그리고 옷 너머로 전해져오는 아스카의 심장박동에 익숙해졌을 무렵, 아스카의 몸이 갑자기 굳어졌다. 아스카가 일어나려고 하는게 느껴져 신지는 곧바로 팔을 풀어줬다. "왜 그래?" 신지는 조금 당황해서 물어봤다.


"나 심심해." 아스카가 정색한 얼굴로 신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미사토 늦는다고 했으니까. 우리... 혹시."


신지는 경악한 얼굴로 아스카를 올려봤다. 지금 아스카가 정말로-


"숙제보단 낫잖아." 아스카의 허스키한 목소리는 그 의도에 어떤 의문의 여지도 남기지 않았다. "하자."


"모르겠어." 신지는 침을 삼켰다. 몸이 빳빳하게 굳어지고 불편했다.


"좋아, 그럼 나도 말로 하는거 아냐" 아스카는 거의 화난 것 같은 얼굴이 되어 신지의 얼굴을 위로 훑더니 머리카락을 한움큼 꽉 움켜쥐었다. 신지의 손도 아스카의 옆구리를 살짝 훑었다. 붙잡는 것도 아니지만 밀어내는 손짓도 아니었다.


아스카를 밀어내고 싶진 않았다. 신지는 사실 이 순간을 원해왔었다. 이 순간이 의미하는 바를 원해왔었다.


"응." 그게 신지의 대답이었다.


"이상하게 받아들이진 마, 그래도 나 지금, 비명지르면서 도망치고 싶은 마음도 솔직히 있거든." 이상할 정도로 씁쓸한 미소가 아스카의 입가에 걸렸다. "나, 내 맘속 그런 부분 무시하는 법 배우고 있어."


신지가 뭐라 답하기도 전에 아스카가 뒤로 물러나... 신지의 바지 불룩한 곳 바로 위에 올라앉았다. 아스카의 다리 사이 둔덕이 불편하게 와닿았다. 신지의 입술이 바짝 마르고 흥분과 부끄러움에 얼굴이 새빨개졌다. 도저히 아스카의 눈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그렇게 말이 많으면서, 그 눈이 입보다 더 많은 것을 말하고 있었다.


그 눈은 지금 당연히 욕망을 말하고 있었지만 그뿐만이 아니었다. 지금 그 눈은 외로움을, 불안감을, 차마 말로 전할 수 없는 무수한 것들을 말하고 있었다.


아스카가 고간쪽에 무게를 실어 비벼오자 신지는 몸을 움츠리며 신음을 내뱉었다. 이게 아무리 합의에 의한 행위라 해도 주도권을 쥔건, 위에 올라탄건 아스카 자신이라고 상기시켜오는 것 같았다. 신지에게 복종은 너무나 자연스럽고 쉬운 일이었고, 그래서 지금도, 과거에 숱하게 해온 것처럼, 신지는 아스카에게 복종했다.


"아, 아스카...."


"내 이름 그렇게 불러주는게 좋아," 아스카가 가르랑거리며 허리를 다시 흔들었다. "너무 특별한 느낌이야."


아스카의 압력을, 움직임을 즐기며 신지는 신음했다. 심장이 마구 날뛰어 모든 맥박 하나하나가, 모든 뜨거운 박동 하나하나가 느껴졌다.


"그만두고 싶으면 지금이 마지막 기회야, 신지." 아스카가 몸을 숙이며 속삭였다. 아스카의 아름다운 얼굴이 시야를 가득 채웠다. 아스카의 숨결이 얼굴을 간질이고 머리카락을 꽉 움켜쥔 손은 잘못된 대답을 하면 곧바로 뜯어낼 기세로 힘이 들어갔다.


"도-도망쳐선 안돼." 신지는 반쯤 무의식적으로 중얼거렸다.


아스카의 얼굴에 날카로운 미소가 걸렸다.


"그럴줄 알았어. 넌 언제나 보기보다 용감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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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했다. 마침내 아스카가 굶주린 입술로 자신의 입을 덮치는 순간 신지는 질끈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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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막상식: 제노사이드 작가는 에바 야설도 많이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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