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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팬픽] LAS/번역 Advice and Trust (129)

ㅇㅇ(14.6) 2022.01.10 00:09:48
조회 380 추천 23 댓글 18
														

저번 에피소드에서 드디어 난리가 나며 A&T도 후반 위기에 슬슬 접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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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8화)





11장

13/24





세번째 구급차가 경광등과 사이렌을 울리며 앞서 출발한 두 차의 뒤를 따르는 것을 보며 켄스케는 손에서 말라붙고 있는 피를 멍하게 긁적였다. 부상도 입지 않았고 네르프 관련자도 아니니, 경찰 경호를 붙여줄테니까 바로 집으로 돌아가라는게 얼음장 같은 카츠라기 소령의 지시였다. 카츠라기 소령은 분노에 차 있었다. 그 대상이 켄스케 일행은 아니긴 했지만. 단지 켄스케와 사야카, 쿄코가 다치지 않았다는걸 확인하자 더는 신경쓸 이유가 없었던 것 뿐이다. 휘하 파일럿 전원을 응급후송하는 작업과 공격자들을 추적하는 작전을 동시에 지휘해야하는 상황에 그럴 여유가 없는건 당연했다. 셋이 경찰에게 진술을 하는 동안 카츠라기 소령은 네르프 경비대와 정보부 요원들, 그리고 경찰들로 이뤄진 혼성부대를 이끌고 암살자들을 추격하러 사라졌다.


쿄코가 손을 잡아끌어, 켄스케는 구급차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것도 멈춰야했다. 눈을 깜박이며 그녀의 방향을 돌아본다.


"정신차려, 사야카를 봐." 사야카는 아까 구출용으로 사용한 아이스크림 카트 근처에 서있었다. 바로 밑에서 슬슬 굳어가고 있는 피웅덩이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다. "흥분이 가라앉으면서 아드레날린이 줄어들고 있는거야. 좀 있으면 크래쉬 올 것 같아."


둘이 양 옆으로 다가가 안아주자 사야카의 몸이 바짝 굳었다. "언제-"까지 말하고, 목을 가다듬어 굳은걸 풀어줘야했다. "언제 알 수 있는걸까? 괜찮을지 아닐지." 


"아스카는.. 아마 아스카가 연락해줄거야." 쿄코가 말했다.


'유일하게 의식을 유지 중이니까.' 켄스케가 마음속으로 대신 마무리했다. 사야카의 머리에 얼굴을 묻고 세사람은 무사하다는 사실을 상기하려 애쓴다. "가서.. 카츠라기 소령님이 말씀하신 진술 마무리하자. 빨리 마무리해야 빨리 갈 수 있으니까. 여기 더는 있기 싫어."












미사토는 여기 오는 와중에 징발해서 데려온 덩치큰 경찰관이 선두에서 진입하는 것까진 허락했지만, 그 이상은 양보할 수 없다고 고집을 부려 두번째로 진입했다. 정보 2과 요원들과 네르프 경비대가 총을 꺼내들고 바로 뒤를 따랐다.


우렁찬 목소리로 투항을 요구하려던 것도, 극장과 상가를 내려다볼 수 있는 옥상 위의 저격 진지의 상황을 보고 목에서 잦아들었다. 옥상 위에 있는 자들은 투항 같은걸 할 상황이 아니었다. 정확히 말하면, 옥상 위에 있던 자들의 남은 잔해는.


"무슨.. 일이 벌어진건지.." 경찰이 경악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미사토도 고개를 저었다. UN군 복무시절 파병갔던 콜롬비아에서 끔찍한 꼴을 꽤 봤던 미사토지만 이건...


암살자들은 갈기갈기 찢어져 있었다. 이 곳을 원래 지키고 있었던 세명의 정보 2과 요원들은 다소 멀쩡한 모습의 시신으로 옥상 반대편 구석에 쌓여 있었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사격을 가한 신원불상의 남자들은.. 고깃덩어리에 가까운 상태였다. 사지가 모두 몸에서 떨어져나오고, 몸 앞면은 펄프처럼 납작했다. 모든 잔해가 극장쪽 난간 반대편에 쏟아져 있는것이 마치 그쪽 방향에서 폭발이 일었던 것 같은 모양새였지만 신체부위 어디에도 화상이나 그런류의 폭발에 수반되는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다.


네르프 경비대원 하나가 조심스럽게 상체 하나를 뒤집어보더니 헉하는 소리를 냈다. 머리는 간신히 몸에 붙어 있었지만 안면부는 도저히 알아볼 수 있는 형상이 아니었다. 가슴과 마찬가지로, 안쪽 방향으로 몇센티미터는 움푹 패인 모습이었다. "이건.. 기차에 치인 것 같은 꼴 아닙니까 소령님."


미사토는 목에 건 십자가를 만지작거렸다. "신분증, 무전기, 뭐든 좋으니 증거가 될만한건 다 찾아봐. 대체 이놈들이 누군지 알아야하니까."


'물론 명함 같은건 없어도 이놈들이 어디 출신인지는 잘 알겠지만 말이야. 제레가 애들을 쳤어. 그런데 누가 어떻게 막은건지도 난 몰라.'


네르프 경비대원에게서 넘겨받아 허리에 차고 있던 무전기가 치칙거렸다. 받아보니 다른 저격 진지들도 확보 완료됐다는 소식이었다. 두 군데는 오직 네르프 정보 2과 요원들의 시신만 있었다. 나머지 한 곳에서 넘어온 보고는 미사토가 지금 보고 있는 상황과 흡사했다. 네르프 요원들의 시체, 그리고 두 암살자가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흩어진 모습.


'세상에서 심문을 제일 잘 견디는게 죽은 사람이라고 카지가 그랬던가.' 미사토는 답답함에 속으로 으르렁거렸다. 아무래도 빠르게 해결될 일 같진 않았다. 고개를 저으며, 이곳에서 자신을 제외한 최선임 네르프 요원쪽으로 몸을 돌린다. 미사토의 눈이 그의 이름표를 훑었다. "산젠인 하사. 증거 수집 작업은 지금부터 자네 담당이야. 난 지오프론트로 가서 사령관에게 보고하고 파일럿들 현황 확인해야하니까."


"알겠습니다."















"서드 칠드런은 혼수 상태로 현재 아카기 박사가 개발한 LCL 촉진 치료를 실시 중입니다. 포스 칠드런 역시 같은 조치를 받았습니다. 퍼스트 칠드런은 직접 확인하진 못했습니다만 아카기 박사에 의하면 안정된 상태로 연구실에서 휴식 중이라고 합니다. 핍스 칠드런은.. 현재 분리되어 아카기 박사의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미사토는 보고의 마무리를 살짝 의문조로 끝맺었다.


이카리 사령관은 살짝 고개만 끄덕일뿐 그 외엔 무반응이었다.


"분리 조치의 이유를 혹시 알 수 있겠습니까?" 미사토는 목소리에 불만이 묻어나는걸 억누르지 못했다.


"자네 관할 밖의 일일세, 카츠라기 소령." 부사령관이 대신 답했다.


미사토는 얼굴을 찡그렸다. "휘하 파일럿 중의 하나가, 아니, 둘이 치명적인 부상을 입은 상황에서 완전히 다른 치료를 받는 이유를 작전부장으로서 알 권리가 없다는 말씀이십니까? 부사령관님, 제가 파일럿들의 용태를 확인할 수 없으면 전력 관리는-"


"퍼스트 칠드런과 핍스 칠드런에게는 격리 치료를 요구하는 신체적 특이사항이 있다. 그것의 구체적인 사항은 자네가 알아야 할 일이 아니야. 해당 사안은 아카기 박사의 소관이니 파일럿들의 현황은 박사에게 듣도록." 이카리 사령관이 낮고 평이한 어조로 말했다.


"신체적 특이사항이요." 미사토가 똑같이 평이한 말투로 답했다.


이카리는 말없이 미사토를 바라볼뿐이었다.


결국, 더는 답을 끌어낼 수 없는걸 인정하고 물러나야하는 미사토였다. 살짝 이를 악물고, 미사토는 보고를 이어갔다. "현재로선 작전 투입이 가능한건 세컨드 칠드런뿐입니다. 부상이 싱크로율의 저하를 유발할 가능성도 있지만 싸움은 가능할겁니다. 필요하다면 퍼스트 칠드런을 초호기에 태우는 것도 가능하겠지만 아카기 박사의 진단 없이는 판단을 유보하겠습니다."


미사토는 속으로 자기 자신을 다잡았다. 아이들의 상태와 부상에 대해 정리하는 것은 차라리 쉬운 부분이었다. "현재로서는 용의자들을 확보하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총격을 가했던 자들에 한해서는 모두 처리 완료된 것으로 보입니다. 총격범들은.. 박살났습니다. 모두. 모종의 공격적인 힘이 가해진 것으로 보이지만 아직까지 그 정체에 대해 규명은 되지 않았습니다. 총상도, 폭발의 흔적도, 그 어떤 종류의 무기 사용의 증거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공격자들에게는 신원을 특정할 물건도 없었고, 지문은 일본 경찰 데이터베이스에 일치하는 사례가 없었습니다."


"이 뒤로는 정보 2과에서 수사하도록 하지. 자네는 에바와 전투대비만으로 바쁠테니." 이카리 사령관이 말했다. "필요한 정보가 있으면 자네에게도 보고가 갈걸세."


'물론 그러시겠지. 제레 관련 정보는 내게 닿을 여지조차 줄 수 없다 이거겠지?'


"정보 2과에서 파일럿 경호를 크게 증강할거라 생각해도 되겠습니까?" 미사토는 살짝 떠봤다. "이번 공격은 네르프 파일럿 전력을 몰살시킬뻔했습니다. 현장에서 사망자가 발생하지 않은게 기적입니다. LCL 증강 치료 기술이 없었으면 포스 칠드런은 과다출혈로 사망했을게 거의 확실하고, 서드 칠드런은 몇 주 이상은 전력을 상실했을겁니다. 현재로서도 못해도 며칠은 작전 투입이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파일럿 경호에 조정이 있을 예정이네." 후유츠키가 말했다. "조치가 취해지는대로 자네에게도 연락이 갈거야."


"부사령관님, 정보 2과의 나태와 무능으로 벌어진 사태입니다. 이대로 넘어가실 생각이십니까?"


"정보 2과에 대해선 우리가 알아서 처리하겠네. 자네 보고가 끝나자마자 정보 2과 과장 야스오카와 면담이 잡혀 있어. 이 일을 그냥 묻을 의향은 우리에게도 없네."


"적절한 조치를 기대하겠습니다. 제가 현장에 도착하지 않았으면 포스 칠드런과 서드 칠드런은 출혈로 사망했을겁니다. 암살자들이 모종의 수단으로 제압되지 않았으면 지금 살아있는건 퍼스트 칠드런과 세컨드 칠드런뿐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미사토는 언성이 올라가려는걸 자제해야했다. '전부 다 죽었을거라고! 전부 다! 네 아들 포함! 당신은 아무 생각도 안드는거야? 신지의 생사에 왜 내가 더 신경쓰는거지?' "사도들이 얼마나 더 공격해올지 모르는 상황에 파일럿 둘만으로는 전력이 부족할 수도 있습니다."


"전력은 현재로서도 충분하네, 카츠라기 소령. 극단적인 경우엔 더미 플러그를 동원할 수도 있어. 파일럿이 무력화된 상황이니만큼 위원회에서도 허가할걸세." 후유츠키가 답했다.


"자네가 제때 도착한게 다행이지, 카츠라기 소령." 겐도가 거의 부드럽기까지 한 목소리로 말했다. "운이 좋았군."


미사토는 세심하게 표정을 관리했다. "카지 검열관으로부터 전화 연락을 받았습니다. 파일럿들과 연락하려다 아무도 받지 않아, 경호 담당 요원들에게 혹시 말을 전해줄 수 있겠냐며 연락했지만 그쪽에도 연락이 닿지 않아 우려가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그 정도면 충분히 위협적인 상황이라 판단, 파일럿들에게 직접 접촉을 시도하며 현장으로 향했습니다. 가는 와중에 정보 2과로부터 경호팀과 직접 연락이 되지 않는다는걸 확인 받았습니다. 충분히 우려할만한 상황이었다고 결과가 증명했다 생각합니다. 제가 도착하기도 전에 공격이 시작됐고, 암살자들에 대한 제압 역시 제 도착 이전에 벌어진 일입니다. 전 그게 누구의 행동이었는지 정말 궁금합니다."


이카리 사령관은 별다른 답이 없었다.


책상 밑에 달린 전화기가 울리기 시작했다. 후유츠키가 전화를 받고 잠시 경청했다. "들여보내게."


전화를 끊고 미사토에게 고개를 돌리는 후유츠키. "야스오카 과장이 도착했다는군."


"자넨 가봐도 좋다. 파일럿들을 확인해보고, 아카기 박사와 상의가 끝나면 각 파일럿들의 임무 복귀 예상 시점을 정리해서 보고하도록." 이카리 사령관이 말했다.


미사토는 입을 꾹 다물고, 경례를 한 다음 몸을 돌렸다. '아들에 대해선 한마디 물어보지도 않아. 레이와 카오루에 대해서도 비밀로 일관하고. 사도는 하나만 남은건 너도 알고 나도 알아. 지금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이야?'












작전부장이 떠나고 문이 닫히자마자 후유츠키가 입을 열었다. "카츠라기와 카지가 부쩍 불온한 모습을 보이는군. 어쩌면 다 알아냈을지도 모르겠어."


겐도는 어깨를 살짝 으쓱할 뿐이었다. "상관없다. 이번 제레의 공격은 오히려 우리에게 이득이 될 수도 있어. 칠드런들의 부상 때문에 카츠라기가 다른 곳에 주의를 돌릴 수 없을테니까. 때가 맞으면 레이로 17사도를 제거하고, 그렇게 되면 우리가 얼마나 빠르게 아담의 영혼을 회수하고 확보하는가에 달렸다."


후유츠키는 고개를 끄덕이며 겐도에게 시선을 돌렸다. "아들에 대해선 묻지 않는건가?"


겐도는 미동도 없었다. "살아있다. 죽을 가능성은 없고. 상황에 변화가 있으면 아카기 박사가 모두 보고할거다. 내 병문안 같은걸 바라지도 않겠지. 세컨드 칠드런이 곁을 지키고 있고 세컨드라고 날 환영해줄 것 같진 않으니." 겐도는 어깨가 살짝 불편한 듯 몸을 약간 기울였다. "살아있어. 그정도면 충분해."


후유츠키는 잠시 망설이다 결국 말을 꺼냈다. "유이가 뭐라하겠나?"


"이해해줄거야."


야스오카가 검은 플라스틱 통을 들고 들어오기 전까지 침묵만이 흘렀다. 그는 이카리의 책상 앞까지 걸어와 반질거리는 책상 표면에 조심스럽게 통을 내려놓고, 뚜껑을 연 다음 10m 뒤로 물러났다. "보고 준비됐습니다, 사령관님."


"들어보지."


"보고 계시는 물건은 아카기 박사가 핍스 칠드런의 흉부 총상에서 적출한 것입니다. 아직 정밀 검사가 진행 중입니다만, 남극에서 창을 회수했을때 기록된 자료와 패턴이 일치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후유츠키는 몸을 숙여, 형태를 거의 온전히 유지하고 있는 탄두를 들여다봤다. 평범한 총알이었으면 납작하게 형체를 잃은 상태일 것이다.


이카리도 총알에 눈길을 보냈다가, 다시 검은 양복차림의 요원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계속."


정보 2과의 보고는 카츠라기 소령의 그것과도 별 다를게 없었다. 그는 견책을 받아들이고, 24시간 내에 이번 공격에 대해 더 상세한 보고서를 작성하겠노라 약속했다. 그러곤, 해산. 두 남자는 요원 본인보단 그가 가져온 물건에 더 흥미가 있었다.


문이 거의 닫히기도 전에 후유츠키는 총알을 집어들어 눈 앞에 가져갔다. "제레가 반-AT필드 물질을 합성해내는데 성공했단 말이군. 심각한 일 아닌가."


이카리는 이번에도 살짝 어깨를 으쓱일뿐이었다. "이것 역시 예견된 가능성 중 하나다. 현실화된 이상 우리 계획에도 반영해야겠지. 어차피 결과적으론 무의미하다. 노인네들에게 이것이 있어도 처음부터 예상치 못한 변수를 막을 수는 없어."


"소모품격인 암살자들의 손에 이런걸 들려보내 타브리스의 생존 본능을 유발시키는 시도를 한다는건, 이 물질을 그렇게 소모할 수 있을 정도로 재고에 여유가 있고, 마지막 사도를 원래 일정보다 더 빠르게 제거해도 될만큼 저쪽의 준비 태세가 완료됐다는 의미일세."


"우리쪽에서도 원래 시나리오를 따르지 않는건 제레도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다. 핍스 칠드런은 제레가 준비됐을때가 아니라, 우리가 준비됐을때 제거될거야. 물론, 저쪽의 침투에 대해 이쪽에서도 어느 정도의 보복을 가할 필요는 있겠군."


"그렇겠지."












병상 옆 의자에 앉은채 소류 아스카 랑그레이는 쪽잠을 자고 있었다. 옷에 묻었던 피가 말라붙어 부스럭거릴 정도였지만 잠시 나가 옷이라도 갈아입자는 제의는 모두 거절됐다. 젖은 수건으로 얼굴과 손을 닦는 것도 간신히 허락한 참이었다. 수술실에 따라들어가려는걸 미사토가 물리적으로 막아야했고, 발가락을 응급처치 하려는 의사도 의사쪽에서 이곳으로 올 것을 요구했다. 응급 수술 와중에도, 그리고 얼마 뒤에 레이의 처치를 끝내고 온 아카기 박사의 '특별 치료' 와중에도 아스카는 신지의 병실 문으로부터 2미터 이상 떨어지는 것은 거부했다.


이제 첫 공격으로부터도 몇시간이 지난 지금, 아스카는 마침내 탈진해 의자에서 잠들었다. 병실에는 신지 말고도 둘이 더 있었다. 원래는 넷이어야 했으나 카오루는 후송되자마자 어느새 사라졌고, 아무도 이유는 설명해주지 않았다. 레이는 아예 이곳으로 오지도 않았다. 아카기 박사의 말로는 근처 어딘가에서 쉬고 있다고 했지만.


아스카는 그 말을 들었을때쯤엔 너무 피곤하고 둔감해져 논쟁조차 할 수 없었다. 레이의 소식을 듣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아스카는 자신의 생명보다 소중한 아이를 바라보며, 심박 모니터 세대의 희미한 반주속에 어둠속으로 빠져들어갔다.


꿈 속으로...










"나 알잖아, 아스카. 세상 누구보다 잘 알잖아. 내가 약속 지킬거란것도."


아스카는 한숨을 내쉬며 신지의 가슴 위에 뉘인 몸을 풀고, 신지의 팔을 조금 더 가깝게 끌어왔다. 잔잔한 해풍이 둘이 누워있는 해먹을 두 야자수 사이에서 부드럽게 흔들며 뜨거운 열대의 태양을 기분좋을 정도로 완화시키고 편하게 만들어줬다. "그래, 그러겠지. 그래도 난 이게 꿈인것도 알아. 아마 내 바보 같은 무의식이 모든게 괜찮고 오늘 네가 내 품속에서 죽을뻔한 일도 없다고 날 달래주기 위해 만들어준 연극일거야."


"그래도 좋으면 그만이잖아. 우리 이런거 자주 얘기하지 않았어? 언젠가 이렇게 하자고? 너랑 나만, 어딘가 외딴곳으로 멀리 놀러가자고?"


신지가 아스카의 손을 붙잡아 들어올렸다. 열대의 태양 밑에 한 쌍의 반지가 번뜩였다. "전에도 이런 꿈 꿨지. 우리.."


"..신혼여행." 아스카는 갑자기 조여오는 것 같은 목으로 간신히 말했다. "하와이. 아님 자메이카. 아님 마요르카. 따뜻한 해변이 있고 제3 신동경시에서 먼 곳." 아스카는 몸을 웅크려 신지의 무릎 위에서 공처럼 몸을 말았다. "내 무의식에 감사해야할까봐. 이런걸 보는게 아마 네가 죽고 나만 혼자 남는 악몽보단 나을거니까." 아스카는 그런 끔찍한 일은 차마 더 입에 담을 수도 없어서 그만뒀다.


"약속했잖아. 죽지 않는다고. 아스카가 약속하래서 난 기쁘게 그랬어." 신지가 차분하게 말했다. "난 죽지 않았어. 병원에 제때 도착했고, 수술 끝에 안정을 되찾았고, 아카기 박사가... LCL 무슨무슨 조치를 취했잖아. 아스카는 똑똑하니까 그런것도 다 이해해서 꿈도 이런 꿈을 꾸는거야. 내 무덤이나 그런게 아니라." 아스카를 껴안고 목뒤에 부드럽게 입을 맞춰온다.


"난 똑똑해서, 이런 꿈에서 네가 하고 있는 말은 사실 전부 내 머릿속에서 나오는 것들이지 진짜 네가 아니란 것도 알고 있어, 바보야."


"난 죽지 않았어. 아스카 곁에 있어. 죽지 않기로 약속했고 영원히 언제나 함께하기로 약속했어." 신지가 씩 웃으며 말했다. "아스카 자신의 무의식의 산물일지언정 그런 사실들은 변하지 않아. 그렇지?"


아스카는 살짝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돌렸다. "바보."


"우리가 이 꿈에서 조금 나이를 더 먹은 모습이긴 하지만, 그래도 내 독일어는 아직 '귀여운 억양'이 남아 있단걸 지적하고 싶네. 아스카 네가 그걸 정말로 좋아한다는 의미겠지..."


"적당히 해!" 아스카는 몸을 꿈틀거려 거리를 확보한 다음 신지의 옆구리를 쿡 찔렀다.


"아직도 걱정과 부정적 감정들이 많이 남아 있기 때문에 상상속에서도 우린 옷을 입고 있는거겠지? 이 비슷한 배경에서 우리가 몇번이나 우리 결혼에 도장을 또-또-또 찍었던 것과는 달리?"


"바보!" 아스카는 몸을 뒤집어 신지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봤다. 그러자 짜증도 모조리 날아가고 아스카는 신지를 덮쳐 꽉 끌어안은 다음 키스했다. "너 가끔 정말 짜증나. 사랑해."


"나도 사랑해. 아스카도 알고 있지. 그래서 이런 꿈도 꾸는거야. 그래도 이제 일어나야해."


"뭐?" 아스카는 고개를 들어 다시 신지를 쳐다봤다.


"일어나, 아스카!"









아스카는 어깨를 흔드는 손을 쳐냈다. "왜 그러는데요?" 입가에 흘러내린 침을 닦으며 웅얼거리는 독일어로 말한다.


미사토는 잠시 아스카를 내려다보더니, 신지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좀 어때?"


"아직 못깨어났어요. 깨워보려고 했는데 간호사가 화냈어요. 침대에 들어가서 안는것도 하지 말래요." 아스카는 이것도 독일어로 말했다.


"아스카 너는?" 아스카의 발을 가리킨다.


아스카는 어깨를 으쓱했다. "아파요. 붕대 감았어요. 엄지발가락을 잃을지도 모른대요. 그러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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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목표였던 제노사이드 + A&T + 양덕 백일장은 A&T 하는 와중에 다른 일이 생겨버려서 달성 못함


내일은 A&T 작가의 양덕 백일장 출품작이 정규 핫산이랑 별개로 올라갈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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