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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 [LAS] 거리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3.26 20: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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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에 반사되는 쨍한 햇빛과 비강을 가득 메우는 바다내음. 신지는 아스카를 볼 때면 그녀를 처음 봤을 때를 종종 떠올리곤 했다. 햇볕 아래 오래 있는 걸 좋아하지 않기에 실내에만 있던 신지는 노란 원피스를 입고 있는 아스카와 처음으로 만났다.

"다른데도 제대로 여자답게 돼 있다구요."

갑자기 볕 아래로 나오자 내리쬐는 빛으로 눈가를 찡그렸지만 그것은 눈앞에 있는 소녀를 더욱 자세히 보기 위해서였다. 바닷바람에 살랑이는 원피스 밑단과 하얀 살결. 원피스와 같이 사방으로 나풀대는 머릿결과 자신을 바라보는 불만스러운 눈빛. 저 눈빛 때문에 소년은 자신이 소녀에게 첫눈에 반하지 않았다고 결정했다.

"자기도 어린애인 주제에."

그 후로 아스카는 신지가 미사토와 함께 지내는 집으로 왔고.

"바보. 무리하고."

함께 마그마 속도 다녀왔으며.

"인공적인 빛이 없으면 별이 이렇게 예쁘다니."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무채색의 도시가 아니라 도시 위의 별의 바다를 올려다보기도 했다. 하지만 꽤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신지는 바다 위의 빛과 향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 눈부심이 망막을 가득 메우고 잔향이 코에 아직까지도 남아서 머릿속에 아스카가 새겨진 것만 같았다.

"기억나지 않아."

그런데 언제나처럼 자신의 방에서 누워 이어폰으로 질리지도 않던 음악을 들으며 오버 더 레인보우의 아스카를 떠올리던 신지는 아스카의 모습과 바다는 기억에 남았지만 점차 그 디테일이 기억나지 않기 시작했다는 걸, 새겨진 홈이 시간의 흐름에 메워지고 있다는 걸 인지했다.
바람이 어느 방향으로 불었는지, 흩날리는 머릿결은 몇 가닥이었는지 따위가. 아마도 시간이 지날수록 그렇게 잊어갈 것이며, 언젠가. 당장 내일이라도 영영 아스카를 볼 수 없는 때가 올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해답은 기억을 꺼내올 수 있는 매개체를 만드는 것이란 결론에 방과 후에 신지는 운동장 한편에서 켄스케를 만났다.

"뭐? 이 카메라가 얼마냐고?"

"응. 그 카메라."

"이 기종으로 말할 거 같으면."

신지는 카메라 설명을 하려는 켄스케에게 두 손으로 손사래를 치며 지금 들고 있는 카메라를 사고 싶다고 제안했다.

"아니, 같은 카메라가 아니고 지금 그 카메라를 사고 싶어."

"내가 쓰던 걸?"

"그게, 당장 오늘 바로 찍고 싶은 게 있어. 근데 난 카메라도 잘 모르고, 새로 산다고 쳐도 어떻게 세팅하는지도 모르니까."

"그런 거라면……."

켄스케는 고민했다. 친구 사이이기에 최대한 저렴하게 넘겨야 할지. 하지만 자신의 주력 카메라를 넘기면 책장에 먼지 쌓인 구형을 써야 하는데, 그럼 당장 자신이 만족하지 못할 것이다. 새 카메라를 구입하는데 필요한 금액을 생각하면 조금은 제대로 된 가치를 인정받고 싶다. 신지는 에반게리온의 파일럿이기에 용돈이 상당할 것 아닌가? 고민을 거듭하다 금액을 제시하려고 했다.

"여기."

"돈도 미리 준비해 온 거였어?"

"오늘 바로 찍고 싶은데 돈을 가져오지 않으면 살 수 없잖아."

"내일 줘도 괜찮았는데."

"그렇게 말할 거 같아서 미리 가져왔어."

그러나 켄스케가 금액을 제시하기도 전에 미리 흰 봉투까지 준비해서 돈을 담아 온 신지는 봉투를 내밀었고, 켄스케는 엉겁결에 자신의 카메라를 신지에게 내밀어 교환해 버렸다. 이렇게 된 이상 켄스케는 금액을 확인해서 자신의 카메라의 가치를 얼마로 정해서 얼마를 돌려줘야 할지 계산하려고 했지만 신지는 가차 없이 몸을 돌린다.

"잠깐! 얼마를 넣은 건지도 아직 확인 안 했는데."

"아, 부족하다면 내일 줄게."

"그러니까 그게……."

"미안! 내일 또 준비해 올 테니까, 내일 얘기하자."

켄스케가 봉투에서 돈을 꺼내기 위해 집게손으로 돈을 꺼내는 사이 신지는 교문을 향해 아스카 홀로 가는 것을 보곤 후문을 향해 뛰어간다. 돈과 신지를 번갈아 보며 어찌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한 켄스케는 부족하다면 내일 마저 주겠다 했으니 굳이 달려가는 친구를 붙잡지 않고 금액부터 확인했다.

"이게 뭐야?"

그러나 봉투 속 현금의 두께 때문에 놀란 켄스케는 한낱 학생의 취미용 카메라가 흡사 프로 사진작가의 카메라라도 판 것 같은 금액을 받아 놀랄 수밖에 없었다.

"허억, 허억."

반면에 신지는 방과 후면 늘 히카리와 좀 더 이야기를 하다가 귀가하던 아스카가 너무 빨리 귀가한 것에 계획이 틀어졌다 생각해 아스카보다 앞질러 가기 위해. 동시에 아스카에게 자신을 포착당하지 않기 위해 빙 돌아서 달렸기에 숨이 벅차올랐다. 가쁜 숨을 토해내며 주거층에 도착한 신지는 현관문을 살짝 열고 책가방을 문틈에 끼워놓아 언제든 들어갈 수 있도록 준비했다.

"후우."

숨을 진정시켜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사진이 흔들린다. 숨을 고르면서 어깨너머로 봐왔던 켄스케의 사진 찍기를 떠올렸다. 아주 기초적인 카메라 사용법은 알고 있다. 저 아래에 아스카가 오고 있다. 줌을 당겨 집 앞에 다다른 아스카의 모습을 담는다.

"목표를 센터에 놓고 스위치."

찰칵.

찍었다. 처음엔 교문 앞 적당한 곳에 숨어서 귀가를 시작한 아스카를 찍고 싶었다. 그러나 예상보다 빠르게 귀가를 했기에 오늘은 집에 다다른 아스카의 모습을 먼 거리에서 찍은 고작이었지만 신지는 첫 발걸음을 뗀 것에 만족했다. 서둘러 뒤돌아선 가방을 잡아 올리고 문을 열어 안으로 들어가 자신의 방에 카메라를 숨기고 나왔다.

"뭐야, 바보 신지. 너 언제 온 거야?"

방에서 나오기 무섭게 아스카가 현관문을 열고 들어왔다. 신지는 언제나와 같은 모습으로 보이도록 평정심을 유지했다.

"언제 오다니?"

"분명 운동장에 안경 바보랑 같이 있었는데. 오는 길에 보지도 못했고."

아스카의 말에 심장이 두근거린다. 신지는 두근거리는 심장과 상반된 모습을 연출했다.

"아, 잠깐 살게 있어서 버스를 타고 왔어."

"뭘 샀는데?"

"저녁으론 햄버그 스테이크를 할까 싶었는데 소스가 없더라고."

사실 어제 장을 볼 때 이미 샀던 것이지만 신지는 능숙하게 거짓말을 했다. 아스카는 그렇게 말하는 것치곤 늘 정갈하던 옷매무새는 흐트러져 있었고 머리카락도 꼭 땀에 젖어서 달라붙은 것처럼 보이는 모습에 수상스러웠다. 그렇다곤 해도 더 추궁해야 할 이유도 없었으므로 아스카는 넘어갈 수밖에 없었다.

"미사토 씨 몫까지 저녁 준비하려면 지금 미리 만들어야겠다."

"난 안 도와줄 거야."

신지가 곧장 수제 햄버그를 만든다고 하자 자신까지 귀찮은 일을 하긴 싫다며 아스카는 발을 뺐고 신지의 수상함은 금세 잊어버렸다. 신지는 앞치마를 두르고 주방에 서서 다진 고기와 야채를 섞으면서 아스카를 등 뒤에 둔 채로 미소를 지었다. 지금 당장은 소파에 앉아 TV를 보는 아스카의 얼굴을 볼 수 없지만 밤에 혼자 누워 있을 때면 언제라도 볼 수 있으니까.

"크으! 이건 도저히 참을 수가 없는 걸."

퇴근하고 집에 도착한 미사토는 흥분과 고양으로 120%를 발휘한 신지의 간과 굽기, 모든 것이 절묘한 햄버그를 먹고는 냉장고로 달려가 맥주캔을 꺼내와 들이켰다.

"뭘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 평소에도 세네 캔은 기본으로 마시면서."

"나라도 알 수 있어. 오늘은 평소랑 다르단 걸. 무슨 기분 좋은 일이라도 있었던 거야?"

아스카 역시 미사토가 오버한다고 핀잔을 주면서도 속으론 오늘의 요리는 무언가 다르긴 다르다고 느꼈다. 그러나 신지는 언제나처럼 바보 같은 미소를 지으면서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굴었다.

"아니에요. 그런 거."

그러면서 요리나 자신을 바라보는 게 아닌 집안의 사방을 둘러보는 수상한 행동에 또 스멀스멀 의심이 피어오르려다 햄버그가 식는단 생각에 젓가락을 다시 움직였다. 바보 신지가 바보짓을 하는 거야 어제오늘 일도 아니고 자신도 신경 쓸 이유가 없으니까.
아스카에게 의심을 사고 있단 걸 인지하지 못한 신지는 설거지까지 끝낸 후엔 자신의 방에서 카메라를 들곤 그 액정에 찍힌 사진을 한참을 들여다봤다. 줌을 당긴 탓에 낮아진 화질부터 시작해서 첫 작품이었기에 만족하는 것이지, 보통이라면 만족하지 못할 사진임이 분명했다.

딸깍.

그러나 카메라의 버튼을 눌러 사진을 넘겨가며 자신이 만든 아스카와 함께 있었단 증거에 만족했다. 한참을 들여다보던 카메라를 다시 잘 숨긴 신지는 이어폰을 귀에 꽂고 두 눈을 감았다. 흘러나오는 음악에 뒤섞인 아스카의 얼굴이 선명한 화질로 검은 배경에 재생되는 것을 느끼며 잠에 든다.

"어쩌지……."

한편 신지의 돈을 받은 켄스케는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고 있었으니, 너무 많은 돈을 받았고 심지어 내일 더 가져오겠단 말에 자신의 양심과 싸우고 있었다. 물론 더 받을 생각은 없었고 오히려 돌려줘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사람의 욕심, 그것도 어린 소년의 욕심은 때가 탄 자신의 애착 카메라를 넘겨줬으니 오늘 받은 금액 정돈 자신이 전부 가져도 괜찮지 않을까? 그렇게 스스로를 합리화시키려 하는 것과 합리화를 저지하려는 양심의 줄다리기에 잠 못 이루는 새벽을 보내고 있었다.

"켄스케. 어제 급한 일 때문에 제대로 셈도 못하고 가서 미안해. 여기."

"아, 아니야. 어제 그 정도면 충분해."

이른 아침부터 다시 돈을 준비한 신지는 등교하자마자 켄스케에게로 가 다시 봉투를 내밀었지만 이번엔 켄스케가 반대로 두 손으로 손사래를 하며 돈을 받지 않았다. 또한 수면 부족으로 눈이 퀭한 상태로 돈을 돌려줘야 하는데, 돌려줘야 하는데 하고 고뇌하면서도 입이 떨어지질 않는다. 잠을 자지 못한 이유 중 하나는 어마어마한 금액으로 인해 구매가 가능해진 신형 카메라 카탈로그를 들여다본 것도 한몫했기 때문이다.

"그래? 그럼 다행이고."

드르륵.

그때 아스카가 교실의 문을 열고 들어왔다. 신지는 다급히 돈 봉투를 자신의 가방에 넣으며 숨겼고, 이런 신지의 모습에 켄스케까지 덩달아 수상쩍게 뒷걸음질 치며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충분해? 그리고 다행이라고? 뭐가?'

문을 열며 아스카는 무언가 대화의 토막을 들었고, 신지가 수상하게도 무언가 숨기는 것을 봤음에도 그것이 무엇인지 캘 이유가 자신에겐 없다고 여겼다. 보나 마나 바보짓일 테니까. 불량성인잡지에서 오린 사진 따위나 주고받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만약 그렇다면 그건 그거대로 가만 둘 수가 없다.

"뭘 숨긴 거야? 수상하게."

"숨기긴. 성스러운 중고 거래의 현장이라고. 맨날 비싼 새 옷이나 마구 사는 여자애들은 모르는!"

"중고거래? 흐응. 진짜야 바보 신지?"

켄스케는 자신도 모르게 신지처럼 움츠러들긴 했으나, 거래 품목은 떳떳했기에 당당하게 나섰고 아스카는 그게 사실인지 신지를 흘겨봤다. 신지는 움찔하면서도 답했다.

"난 잘 모르는 분야라서 도움을 받았어."

"그럼 뭘 그렇게 급히 숨기는데?"

"돈이야. 그냥 문 여는 소리에 놀라서……."

"바보."

그럼 그렇지. 바보 신지다운 이유였을 뿐이란 생각에 아스카는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다행히 뭘 사고 판 것인지 들키지 않았다. 그럼 이제 오늘부터 진짜 시작이다. 신지는 그런 생각을 했고, 방과 후부터 신지는 본격적으로 아스카를 찍기 시작했다.

찰칵.

교문을 나서며 히카리와 헤어지는 아스카가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드는 모습.

찰칵.

불어오는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와 얼굴을 반쯤 가리는 그늘 아래서 시원한 바람에 기분이 좋은 모습.

찰칵.

언제나와 같은 자세로 하교하는 게 싫은 것인지, 두 손을 뒤로 돌려 가방을 들곤 두 발을 교차하며 조심스레 천천히 걷는 모습. 새 옷을 산 기분을 내기 위해 그 옷을 입고 거리를 거니는 모습. 자신을 바래다주는 카지의 차에서 내리며 한껏 신이 난 모습.
모두 신지가 지금까지 봐왔던 아스카의 모습이었고 늘 아스카를 눈에 담으려 했지만 언제나 시간이 흐른 후엔 잘 기억나지 않았다. 신지는 자신이 사랑한 소녀의 모습을 담으며 몇 주의 시간을 보냈다. 낮에는 카메라 렌즈 너머의 아스카를 찍고 밤에는 액정 속에 갇힌 아스카를 바라봤다. 그렇게 자기 자신이 아스카를 사랑한다는 걸 인지하는 동시에 체념했다.

'뭐야, 저 녀석.'

처음 카메라로 아스카를 찍은 날엔 집안 구석구석을 살펴보며 혹시 카메라를 더 사서 몰래 숨겨서 찍을까까지 생각했던 신지는 시간이 지나자 그러한 욕구가 사라졌다. 체념한 신지로선 멀리서 사진을 찍는단 행위만으로 만족감을 느낀 것이다.
어차피 아스카는 자신을 바라보지 않는다. 우리가 하는 에반게리온의 파일럿이라는 것도 언제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오히려 에반게리온의 파일럿이기에 아스카를 만날 수 있었던 것이지, 그게 아니라면 자신과 아스카는 아무 연이 없다. 이 사진들이면 됐다.

'맨날 딴 데나 쳐다보고 있고.'

사진을 찍음으로써 아스카와의 거리감을 거리로 확정한 신지는 함께 집에 있는 시간에 직접 눈앞에서 아스카를 볼 수 있음에도 바라보지 않는다. 설사 아스카가 자신을 부를 때에도.

"바보 신지."

"응."

"사람이 부르면 쳐다보는 게 예의 아냐?"

"……미안."

다른 곳을 보고 있던 신지는 아스카의 말에 이제야 자신이 사랑하는 소녀를 바라봤다. 그리고 불만스러운 소녀의 얼굴을 확인하곤 다시 시선을 돌리고 싶어졌다. 사진을 찍으면서 확인한 건 거리만이 아니었다. 내가 사랑하는 소녀는 자신의 곁에 있을 땐 자신이 없을 때 짓는 표정을 짓지 않는다. 생각해 보면 늘 그래왔었는데 사진을 찍고 나서야 그 사실을 알게 됐다.

"됐다. 너 같은 바보랑 무슨 말을 하겠어."

자신을 지나쳐 방으로 들어가는 아스카의 모습에 신지는 다시 밤이 오기를 기다렸다. 카메라로 자신이 곁에 없을 때의 아스카를 볼 수 있을 시간을. 그렇게 또 며칠이 지났다.

"저기 말이야."

무수한 고민의 나날 끝에 결심을 한 켄스케가 언제나처럼 아스카를 찍기 위해 하교 시간에 먼저 신지가 사라져 버리자, 결국 히카리와 교실에 남아 이야기 중인 아스카에게 다가왔다.

"왜 안경 바보?"

"이카리가 먼저 가버려서 그런데……. 이것 좀 이카리에게 돌려줘!"

"이게 뭔데?"

"돈이야. 우리 사이의 중고거래에서 남는 돈."

"아, 그때 그거. 근데 그걸 왜 이제 돌려줘?"

"너무 많이 줘서 좀 고민했거든. 이제 와서 돌려주는 것도 염치없지만 이렇게 많은 돈은 역시 못 쓰겠어. 그건 이카리가 목숨을 걸고 싸워서 받은 돈이잖아."

켄스케는 고개를 숙이며 두 손으로 합장을 하곤 미안하다는 말도 전해달라고, 직접 사과는 내일 자신이 아침에 다시 하겠다며 아스카에게 부탁했다.

"역시 바보들이네. 근데 왜 이렇게 돈이 많아? 뭘 거래한 건데?"

"카메라."

"카메라?"

꽤 시간이 지난 일인데도 신지가 카메라를 들고 있는 모습을 한 번도 본 적 없다. 아스카는 지금껏 느껴온 수상함의 퍼즐 조각을 찾았다. 그날 저녁에도 신지는 자신을 바라보지 않았고, 밤이 되면 자신의 방에 틀어박혀있는 것은 원래 그랬던 것이지만 이제는 확신이 있었기에 아스카는 신지의 방 문을 활짝 열었다.

"아스카?!"

"뭘 그리 들여다보는 거야?"

누워서 공중으로 들어 올린 카메라는 서있는 아스카에겐 가져가달라는 자세에 불과했기에 손쉽게 넘어갔다. 그리고 액정 속엔 당장 오늘 하교하던 자신이 담겨 있었다. 신지는 당황해서 허둥지둥 일어섰지만, 죄를 지었다 느껴 감히 카메라를 완력으로 빼앗는 짓은 하지 못했다.

"그게……."

아스카는 카메라의 버튼을 눌러 사진을 넘기고 넘겨도 자신의 사진만 찍혀 있는 것을 보곤 그 사진 하나하나가 모두 퍼즐 조각이어서, 하나의 그림이 완성됐다. 그 그림은 신지였고 불이 꺼진 방 안에서 보일 리 없다 생각한 신지의 얼굴은 새빨개진 것이 눈에 보일 정도였다. 그 모습에 아스카는 카메라를 아무렇게나 던져버렸다. 액정 속이 아니라 지금 자신을 바라봐주기를 원하는 소녀는 소년의 이름을 부른다.

"신지."

"으, 응?"

"키스할래?"

신지의 눈에 달빛에 비친 아스카의 얼굴이 다가온다. 입술이 겹쳐진 두 사람의 거리는 꼭 맞닿아 있어서 소년의 두 눈은 소녀로 가득 채워졌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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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한번 써야지, 써야지 생각만 하다가 간만에 갤 왔는데

LAS 대회 공지 있는 거 보곤 이거 핑계로 안 쓰면 평생 안 쓰겠다 싶어서 후다닥 휘갈김


그럼 ㅂ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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