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즐겼던 게임.

제대로 된 게임은 아니었다.

커다란 책의 책갈피 정도의 게임이었는데, 몇년이 지나고도 하는 게 참 신기하다.

신기하면서 어이가 없다.

어이가 없으면서도, 실감이 된다.

시간이 지나고, 세월이 지나는 것에.

오랜만에 익숙한 이름을 봤다.

몇년전에 페어를 즐기던 내눈에 쏙 들어왔던 아이디.

홧김에 물어보니, 그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그 아이디를 썼다고 하더라.

오랜만에 들어왔다고.

묘한 동질감을 느꼈다.

"아, 저 사람도 추억을 지새고 사는구나"

다들 이제 어른이 됐지만

그때와 다를게 없구나 싶어서.

어렸을 때, 삼촌을 보면 어른인 줄 알았다.

아버지를 보면 괜히 주늑들고.

나는 안 저래야지, 수십번 곱씹은 적도 있었지.

그런 추억을 꺼내들 때마다, 나의 세간을 바라보게 된다.

그때와 나는 똑같을까, 다를까.

달라졌다면 얼마나.

다들 말하는 그런 '어른'이 됐을까.

사실 별 다를 거 없지 않을까.

남들도 다 그렇게 사는데, 다 어른인 척 사는 어린이일텐데.

그렇게 자위를 해도, 꺠진 유리조각에 비치는 내 모습을 볼때면 확실히 깨닫는다.

난 아직 그대로지 않을까.

파편들이 나를 보여주고, 그것이 추억을 불러일으킨다.

어렸을 때 즐겼던 게임.

제대로 된 게임은 아니었다.

그냥 커다란 책의 책갈피 정도의 게임.

하지만 그 책의 속편을,

나는 아직도 기다리고 있다.

분명, 나오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