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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선생님이 전 금사슴 학급 반장을 꼬심 2 [풍팬핫]

ㅇㅇ(118.235) 2024.03.27 22:15:06
조회 124 추천 2 댓글 0
														


시리즈 물



(전편) 보러가기




출처, id=18019284



갤에서만 읽어요 (허락 안 받고 번역했단 뜻)

의역,오역 있음


—————




작가의 말 번역


시점 5년 후

취풍의 장, 천마의 절.





***


인연의 불꽃을 찾아서


클로드x벨레스


(2)

***





오후의 햇살이 기울어 갈 무렵, 강해지는 석양빛을 받으며 클로드는 추기경 사이의 창문을 통해 아래층을 만족스럽게 지켜보고 있었다.





시선의 끝에서는 하얀 법의를 입은 벨레스가, 자원해 모인 신병들을 향해 연설을 이어가고 있다.





그녀의 말에 열심히 귀를 기울이는 신병들은 모두 독실한 세이로스 교도 같았다.

대주교 대리라는 천상의 존재로부터 직접 들려오는 목소리에 매료되고 고무되어, 지금의 입장에 고양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금의 그들은 마치 우화에 나오는 여전사를 이끄는 영령이 된 것 같은 기분일 것이다.





대략적인 내용은 클로드가 생각한 것이지만, 문구의 구석구석이 벨레스의 것으로 바꾸어 말해지고 있기 때문에, 적당히 절제되어 평민에게는 친숙한 말이 되고 있는 것이 바람직하다.





눈을 감으면 지금도 선명하게 떠올릴 수 있다.





교실에 울려퍼지는 그녀의 꽤나 위세있는 투명한 목소리.





이 목소리가 듣고 싶어서, 몇 번이나 아무것도 없는 나무 그늘 아래를 찾았던 것이다.





추억 속의 그녀와 겹치는 모습에, 클로드는 무심코 입꼬리를 들어 미소를 지었다.





거기에 말없이 나란히 선 자가 있다.





큰 키에 따라 떨어지는 그림자가 방 안을 크게 그늘지게 하고 있었다.





빛을 받아 반짝이는 우아하고 아름다운 의장의 갑옷은, 가슴에 진홍색 장미를 곁들여 장식하고있는 화려한 것이다.





은빛으로 세공된 빛나는 유선의 아름다움은 어찌 보아도 수려하고 고결한 것을 좋아하는 그에게 딱 어울렸다.





"......너는 선생님을 성인으로 만들 생각인가?"





천천히 꺼낸 로렌츠의 목소리는 조용했지만, 억눌린 분노가 배어 있다.





아니, 라며 클로드는 저편을 바라보지만, 긴 자감색 머리를 옆으로 흘리고 있었기 때문에, 이쪽에서는 그 표정을 알 수가 없다.





"선생님에 대해, 수도원에 와 있는 상인뿐만 아니라, 우리 글로스터 가문을 비롯해, 동맹 제후들이 용도하고 있는 어용상인들까지 무슨 말을 하는지 알고 있나?"





가시를 숨기지 않는 급우의 목소리에, 클로드는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고 그의 말을 기다렸다.





그 시큰둥한 태도에 장미의 귀공자는 정돈된 눈썹을 낚아 올리며, 단숨에 언성을 높인다.





"마치 옛 성자, 세이로스의 재림이다, 라고 한다. 이 소문을 퍼뜨린 건 너지? 덕분에 찾아오는 신병들은 모두 선생님을 주의 사자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소문은 꼬리 지느러미를 달고 날듯이 퍼져, 동맹뿐만 아니라, 왕국에서도 속속 지원병이 집결하고 있다. 도대체 무슨 생각이야? 너는 선생님에게 무엇을 시키고 있는지 알고 있는건가?"





"...... 로렌츠. 퍼거스는 왕세자가 처단되어 실질적으로 왕을 잃은 상태다. 만약 정말로 디미트리가 죽었다면, 북쪽 사람들은 앞으로 어떻게 할까?"





클로드는 시선 끝의 벨레스를 응시한 채 중얼거렸다.





턱의 수염을 쓰다듬으며, 그녀의 끝에 있는 어딘가 먼 경치를 떠올리는 것처럼, 그 눈동자는 고요하다.





"앞으로 우리가 남진하여 제국에 대항하여, 이겼다고 치자. ......그 다음은? 새롭게 제국 귀족을 원탁회의에 추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런 좁은 레스터의 땅조차 계속 옥신각신하고 있었어. 정리될 리 없지."





질문에 곧바로 대답하지 않는 클로드의 대답은 비약하는 것 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그가 이런 말투를 쓸 때는, 이쪽의 질문에 성실하게 대답하려고 한다는 것을 로렌츠는 이미 알고 있었다. 가만히 입을 다물고 방심할 수 없는 친구의 말을 기다린다.





"프랄다리우스 공작은 왕권을 주장할 생각이 없는 것 같다. 그렇다면, 왕을 잃은 망국의 백성에게 마음이 가까이 있는 것은 이제 세이로스교밖에 없다. 레스터도 마찬가지다. 왕국과 동맹은 원래 하나의 나라였다. 그렇다면 우리는 새로운 가치관을 보여주는 자의 근원, 본래 있어야 할 모습으로 돌아가야 하지 않을까?"





"즉, 그것이 네가 말하는 포드라 통일이라고......? 너는...... 빌헬름 황제라도 될 작정인 것인가?"





아주 진지하게 되받아치는 로렌츠의 대답에 무의식적으로 클로드는 웃음을 터트렸다.





설마! 라며 복근까지 떨면서, 얼마 전 어비스에서 발견한 폐기 서적 '퇴폐의 향연'을 읽었더라면, 이 고지식한 친구는 어떤 얼굴을 할까 싶어져서 더욱 웃음을 멈추지 못하는 처지가 되었다.





"흐하하핫! 불신심인 내가? 주의 가호를 지고 왕을? 역시 그런 건 없어, 큭큭“





“무엇이 우습다는 것이야! 그렇다면, 그렇다면 너는 어찌, 하려, 고......”





그렇게까지 말하고나니 하나의 가능성에 이르렀고, 로렌츠는 눈을 감고 클로드를 응시했다.





불꽃의 문장의 군기. 세이로스의 재림. 포드라 통일.





부합해 가는 단편에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그의 목소리가 무척이나 먼 것으로 들린다.





로렌츠는 계속 클로드를 감시하고 관찰하여 어느 정도 그를 이해하고 있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새삼스럽게 자신이 관찰하고 있던 것이, 사실은 뭔가 정체모를 무서운 존재였다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저 사람은, 특별하다. 그건 너도 알고있겠지?“



조용히 중얼거린 말이, 그의 마음 깊은 곳까지 관통하고 있었다.




클로드의 진의를 헤아린 로렌츠는 말문이 막혀서 비틀비틀 물러난다.





털썩 소리를 내며 긴 의자에 주저앉자, 두 손을 깍지끼고 고개를 숙였다.





예전의 나였다면, 황당무계하다고 비웃었을 것이다.





하지만 평민과 귀족이라는 신분의 구별을 넘어, 모든 것을 감싸 버리는 그녀라는 존재를 접한 지금에 와서는, 그것은 우리가 지향해야 할 하나의 목표인 것 같았다.





”등극할 때, 그녀를 대신하여 귀족 무리를 모으는 역할에는 뛰어난 수완이 요구될거야. 그렇다면 친제국파였던 글로스터 가문의 힘은 제후의 다리로서 필수불가결하다. 이 전투에서 너만은 죽으면 곤란해. 힘껏 조심해 줘.”





담담하게 말하는 클로드의 목소리만이 억양 없이 방안에 울려퍼진다.





머리로는 알고 있어도 지금의 로렌츠에게는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서로 등을 돌린 상태에서 긴 침묵이 찾아온다.





클로드가 해질녘의 하늘을 바라보자 나는 새들이 멀리 울면서, 여신의 탑에 꾸며낸 둥지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클로드는 친구의 말을 계속 기다린다.





잠시 후, 마침내 고개를 숙인 채의 로렌츠로부터, 평소 유려한 그 모습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말라비틀어진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나는, 정말로, 네가 맹주에 적합하다고,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어......”





“나도, 너라면 맹주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어”





등을 돌린 채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하는 남자의 목소리에 확 머리에 피가 차오르는 생각이 들어서, 로렌츠는 고개를 들어 허공을 노려보았다.





“너는 정말, 비상식적이고 터무니없는 남자다......!”





분노를 전혀 억누르지 않는 그 말에 클로드는 소리를 높여 웃는다.





여전히 얼굴은 이쪽을 향하지 않은 채지만, 그 표정은 편안한 것이었다.





“......로렌츠, 선생님을 부탁한다.”





"말할 필요도 없다. 나는 로렌츠–헤르만–글로스터이니까. 너야말로 정성들여 선생님이 네게 정 떨어지지 않도록, 정진해주어라"





"아아. 하지만 만약 화낼만한 일이 생긴다면, 조금만 편을 들어준다면 고맙겠어"





그건 너에게 달렸지, 라고 대답하는 로렌츠의 목소리는 이미 평시의 그것이었다.





서로 단 한번도 쳐다보지도 않았지만, 여기에 양자의 약속은 이루어졌다.





로렌츠는 이때의 말을 지키고, 평생을 걸쳐 벨레스를 보좌해 나가게 되지만, 그것은 아직 훨씬 앞선 이야기이다.







***






야망을 위해서 벨레스를 이용한다──





로렌츠가 말하지 않아도, 확실히 나는 그 죄를 자각하고 있다.





그렇다고는 해도, 이것은 도대체 무슨 고문인가.





하늘을 바라보고 싶어질 정도로 클로드는 당황하고 있었다.





눈앞에서는 빽빽하고 긴 녹색의 속눈썹이 반짝반짝 빛을 받아, 금빛으로 빛나고 있다.





응시하는 녹빛눈동자로부터 무심코 시선을 돌리면, 시선의 끝에는 검은 상의로부터 옅보이는 부드러울 듯한 새하얀 산이 있다.





황급히 모레의 방향을 바라보면, 벨레스는 노골적으로 풀이죽으며 눈썹 끝을 떨어뜨렸다.





죄악감에 시선을 되돌리면, 입꼬리를 들어 올리며 기쁜 듯이 다시 이쪽을 바라본다.





지난번 금사슴 학급에서의 다과회 이후, 틈만 나면 벨레스는 가까이에서 이쪽을 쳐다보게 되었다. 짐작이 가는 부분이 없는 클로드가 내 얼굴에 뭔가 붙어 있는 거라도 있어? 라고 물어봐도, 딱히 아무것도, 하는 말만 돌려받는다.





“보고 싶은 게 있을 뿐이다. 신경 쓰지 마”





“그렇게 말해도...... 당신 정말 내 얼굴 좋아하는구나”





“응”





멋쩍음에 말한 익살섞인 농담이 그대로 받아쳐져, 클로드는 끙끙거리며 입술을 문자 그대로 구부리고 뺨 안 쪽을 씹었다.





목에서 귀에 걸쳐 피가 올라 얼굴이 뜨겁다.





군의회 이후 둘이서 안뜰의 긴 의자에서 가벼운 식사를 하고 있었는데, 어느새 식사를 끝낸 벨레스가 동공 또렷한 눈으로 이쪽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몸을 내밀어 오는 자세가 무방비하게 곡선을 강조시키고 있고, 무언가를 기대하듯이 바라보고 있어 견딜 수 없다.





덕분에 솟아오르는 발칙한 마음을 억누르기 위해 필사적으로 안간힘을 썼고, 씹고 있는 좋아하는 꿩고기가 모래를 씹는 것처럼 맛이 나지 않았다.





한편, 정작 벨레스는, 지금까지 몇 번이나 클로드의 눈동자에 본 열을 찾아 그를 계속 가만히 보고 있었다. 다시 한 번 볼 수 있다면, 지금의 안개가 낀 내 마음도 조금은 비춰주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지만, 그 이후로 전혀 그 기회가 찾아오지 않는다.





무엇이 부족한지 계속 클로드를 관찰하고 있는데, 이쪽을 봐도 미간을 찌푸리며 찡그린 얼굴을 할 뿐, 그녀가 원하는 답에는 도달하지 못한다.





만져보면 바뀔까 하고, 그의 허락을 받아 계속 만져보고 싶었던 턱수염을 이리저리 쓰다듬어 보지만, 역시 클로드를 신음하게 할 뿐 결과는 같았다.





그런 두 사람의 모습을 높이 머리 위에서 바라보는 사람들이 있다.





“......있잖아. 저거, 어떻게 생각해?”





“실현되었습니다~! 라는 느낌이지~?”





“쉿! 들킬 수 있어요, 레오니, 힐다“





”앗......여러분 저것을......!”





마리안의 목소리에 다시 서로 밀어붙여 창문으로 들여다본다.





보면 마침 벨레스가 클로드의 수염을 만지고 있는 중이었다.





“와와, 선생님~, 대담해!”





“잠깐, 힐다! 안 보여요!”





“저, 저기, 우리, 이대로 여기에 있는 건......”





허둥지둥 마리안이 가장 뒤에서 말을 건다.





따지고본다면 새롭게 물자 보관실로 사용하기 위해서, 금사슴 학급 여자 네 명이서 대성당 2층에 있는 헛간을 청소하러 온 것이었다.





가볍게 기침을 하며 먼지가 흩날리는 방의 창문을 열어 젖히다가 우연히 아래층에서 은사와 전 반장의 화려한 모습을 목격했다.





당연하게도 청소하는 것이 아닌, 모두 숨을 죽이고 그 모습을 엿보고 있다. 그녀들이 조마조마하며 지켜보고 있는 것도 모르고, 이윽고 두 사람은 가벼운 식사를 마치고 훈련소 쪽으로 떠났다.





“왜 아무것도 안 하는 거야! 초조하네!”





레오니가 낙담의 소리를 지르자, 그녀들은 일제히 꽉꽉 채우고 있던 숨을 내쉬었다. 아쉽다는 듯이 창문을 등지고는, 둥글게 모여 허리를숙여 자리에 앉는다





“우후후, 그래도 즐거워졌어! 선생님과 클로드 군, 역시 그렇구나~!”





두 손을 꼭 쥐고 생글생글 웃는 힐다에게 리시테아는 놀란 목소리로 눈을 동그랗게 떴다.





“역시라니...... 힐다는 두 사람에 대한 걸 알고 있었나요? 저는, 전혀 눈치채지 못했는데요...... 하지만, 생각해보면, 지난 5년 클로드는 만나면 동창회와 선생님에 관한 것 뿐이었죠”





“그보다. ‘형제’ 가 뭐야? 어느사이에 그런 말을 꺼낸거야?”





“그거 그거!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그런 호칭이 되어 있어서 깜짝 놀랐지~!”





레오니의 말에 힐다가 몸을 내밀자, 그래도, 라고 마리안이 중얼거린다.





“저는...... 왠지 안심했어요. 두 사람은 항상 함께였고요.”





“함께라고 할까, 클로드가 고양이처럼 선생님에게 자주 매달렸을 뿐인 것 같기도 하지만”





“고양이라니! 정~말 그래! 항상 마음에 드는 선생님을 독차지해버려서 말이야~. 그러니까 클로드 군, 드디어 선생님이 돌아봐 줘서 다행이래!”





사랑의 예감에 한껏 떠드는 힐다에게 책상다리를 하고있던 레오니가 팔짱을 끼고 고개를 갸웃한다.





“아니, 그거 그런 거야? 나는 또, 선생님은 잘 모른 채 그런 태도를 하고 있는 것 같은데”





“저도 동감입니다. 클로드와의 유대는 강하지만, 선생님은 그런 마음과는 인연이 없는 것처럼 느꼈지만......”





리시테아가 애초에 상황을 받아드릴 수 없다는 듯이 머리를 움켜쥐고 눈살을 찌푸리는 옆에서, 마리안느가 저기, 하고 조심스레 손을 들었다.





“......애초에, 클로드 씨 쪽은, 어떨까요. 그...... 이건 그러한 느낌으로, 좋아요......죠?”





“마리안, 그건 당연해!”





“클로드 녀석 머리 좋은데, 저렇게 눈에보이는 태도를 해놓고 주위에서 눈치채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게 재밌잖아”





단호한 힐다와 레오니 사이에서, 리시테아만이 깜짝 놀라 좌우를 살핀다.





“어, 어어......? 정말로......!? 그보다, 또 저뿐인가요......!? 모두...... 모두, 어른......”





노골적으로 우울해하는 그녀를 달래면서, 힐다는 주먹을 쥐고, 괜찮아! 라고 일어섰다.





“저 두 사람은 꼭! 틀림없다구. 아무튼 힐다의 소녀직감이 그렇게 말하고 있으니까요!”





그렇게 말하며 활짝 웃는 얼굴로 가슴을 펴 보이는 것이었다.





***





아릴에 파견했던 척후로부터, 글로스터령으로 가는 가도의 갈림길에 제국의 초계부대를 발견했다고 보고를 받은 것은 동틀 무렵의 일이었다.





가르그마크뿐만 아니라, 다프넬령으로부터의 움직임도 경계할 수 있는 위치에 진을 치고 있어, 이쪽의 의도가 새어나올 수 있었기에 현시점에서 좋지 않다. 클로드는 곧바로 이것을 물리기 위하여, 지금 움직일 수 있는 소수의 정병을 이끌고 전격적으로 급습하기로 결심했다.





그렇게 마음먹으면 대담하게 행동해 내보이는 것이 클로드라는 남자였다.





야간경비를 막 마친 대주교 대리를 기숙사 앞에서 붙잡자, 마치 산책하러 나가자는 듯한 가벼운 분위기로 그녀를 용사로 초대한다.





재촉받는대로 끌려 나가자, 완벽하게 무장한 불사대의 면면이 주(主)의 도착을 정렬한 채 기다리고 있었다.





눈이 휘둥그레진 벨레스에게, 은사의 어깨를 감싸 안은 제자는 주눅 든 기색 하나없이 한쪽 눈을 감아 보인다.





그리고 당연하다는 듯 그녀를 자신의 기룡 안장에 올리고는, 클로드는 뒤에서 껴안는 형태로 동승했다.





클로드가 말없이 가볍게 등자를 걷어차자, 맹주의 비룡은 울음소리와 함께 날개짓을하며 공중으로 날아오른다. 앞서가는 주를 따라 기사들의 용이 일제히 하늘로 날아오르는 모습은, 마치 검고 큰 그림자가 그 새벽녘의 어둠을 틈 타 일어나는 듯한 괴상한 광경으로, 벨레스는 몸을 밖으로 내밀기라도 할 듯 눈을 크게 뜨고 아래의 모습을 살폈다.





불사대의 용들은 좌우 부대의 날개짓에 맞추며, 맹주를 지키듯이 재빠르게 봉시진 형태로 편대를 짜나간다. 자연스럽게 통솔되는 움직임에서는, 그들의 비행기술의 숙련도가 높다는 것을 엿볼 수 있었다.





선회하는 비룡의 움직임에 원심력을 타고, 떠오르는 무중력감이 벨레스를 감싼다. 형석의 머리카락이 새벽바람에 휩쓸려, 천지의 감각이 흐려질 뻔한 그 순간, 힘찬 팔이 그녀를 끌어당기고 있었다.





“선생님! 부탁이니까 이번에는 떨어지지 마?”





"......미안, 너무 예뻤으니까"





그렇게 말하며 더욱이 용들을 눈으로 쫓는 벨레스에게, 클로드는 한숨을 내쉰다.





"당신이 그렇게 용을 좋아했을 줄이야."





"좋아한다고 할까, 너를 닮았어."





그렇게 대답하는 벨레스의 옆모습에 걸린 머리가 바람에 날려 반짝반짝 금빛으로 청색으로 색을 바꾸며 춤추는 모습을 보고, 클로드는 숨을 멈추고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레스터의 성수는 금사슴이라고 해서, 예전의 너는 자주 달리고 뛰고 있었고, 그 모습이 마치 두려움 없는 아기 사슴 같다고 생각했다"






아기, 라는 표현은 불필요하다고 클로드는 납득할 수 없다는 듯 미간을 찌푸렸지만, 벨레스는 용들의 바람을 가르며 날개짓하는 무리에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말을 이어나간다.





"......예전에 고향에서는 드래곤을 타야만 한 사람 몫을 하게된다고 알려줬지? 그래서 용과도 인연이 깊겠다고는 생각했지만, 다시 보니 닮은 구석이 있다고 생각해서"





"호오, 그건 흥미롭네. 예를 들면, 어떤 곳이......?"





"하늘을 힘차고 자유롭게 나는 것 처럼, 현명하고 정이 두텁고 용맹한 것, 그리고......"





뒤돌아본 시선의 끝, 클로드의 눈동자에 그것은 없다.





순간 솟아오르는 어쩔 수 없는 감정을 표현할 말을 찾지 못해, 벨레스는 그저 당황하고 있었다.





"......벨레스?"





말문이 막힌채 쳐다보기만 하는 벨레스를 불러봤지만, 그 눈동자는 불안하다는 듯이 흔들리고 있을 뿐이었다. 앞머리가 그림자를 드리우는 거기에 클로드가 손을 뻗으려고 했던, 그 때.





선두를 달리던 한 병사가 희미하게 빛나는 마도 각등을 돌려 흔들었다.





수신호가 가르킨 방향 멀리 강변의 숲 속, 나무들 사이로 야영의 화톳불의 불빛이 희미하게 보인다.





"있다, 형제"





적과 조우할 조짐에 클로드가 낮게 중얼거리는 것과 동시에, 벨레스도 천제의 검을 준비하자 순식간에 분위기가 전환되고 있었다.





클로드가 서서히 오른손을 하늘에 내걸자, 편대는 기러기 떼처럼 활공한다.





숲 위를 미끄러지듯 낮게 날면서 기수들은 일제히 단궁에 화살을 꽂아 넣었다.





나무들의 검은 그림자가 발밑을 탁류처럼 흘러가고, 마침내 맑아진 그곳에는 휘황찬란하게 타오르는 불길에 붉은 깃발이 휘날린다.





쌍두독수리, 아드라스테아 제국의 표시.





제국군의 병사들은 갑자기 나타난 검은 그림자 무리에 모두가 벙쪄있어, 순간적인 판단에 뒤쳐졌다. 그 틈을 놓치는 클로드가 아니다.





"쏴라!!!!"





맹주가 손을 내리치자 불사대의 기사들은 흐르는 물처럼 물결 모양으로 돌진하여, 눈 밑을 향해 화살을 쏘며 선회하여 일격 이탈을 반복했다.





일사불란한 움직임으로 연사된 화살은 비가되어 제국병에게 쏟아진다.





주위의 아군이 픽픽 쓰러져 가는 가운데, 회진사격을 뚫고 잠입해 어떻게든 기병용 원형 방패 아래로 미끄러져 들어간 이름 없는 제국병은, 자신의 목이 찢어질 듯이 외쳤다.





"적습이다-------!!!!!!"





동시에 어디선가 뿔피리 소리가 울려 퍼지며 천막에서 제국병들이 황급히 튀어나온다. 그들은 척후부대답게 갑옷을 착용한 채 쉬고 있었던 것 같았고, 즉시 머리 위에서의 공격에 대비하여 임시방패를 내걸고 방어진을 깔고는 곧바로 활을 이용해 응전해 왔다.





"벨레스!!"





클로드는 능숙하게 등자만으로 비룡을 조종하면서, 방패를 겨누는 적병의 갑옷의 틈새, 목과 어깨를 정확하게 꿰뚫으며, 쏟아지는 화살을 피해 곡예 비행하듯 선회하며 날아가 대지에 접근한다.





기회를 보고 안장에서 도약한 벨레스는, 공중에서 휘두른 천제의 검을 길게 뽑아내듯 뻗었고, 꼼짝도 못한 채 단번에 몸통이 뚫린 제국군을 가로지르며 일망타진 칼을 휘둘렀다.





혼신의 일격으로 주위의 병사를 일소한 벨레스의 착지를 노리고, 마도사들이 영창을 시작하고 있다.





그것을 시도하게 냅두겠냐는 듯 맹주의 용이 휘두른 꼬리와 발톱으로 덮쳤고, 마찬가지로 벨레스를 노리고 있던 궁병에게는 펄럭이는 동시에 가차없는 화구를 뱉어 퍼부었다.





"맹주가 있다!! 쳐라!!"





잔병들이 창을 들고 클로드의 용을 덮친다.





투척된 창을 뽑아낸 검으로 쳐서 떨어뜨리고, 체제를 정돈하고있던 때에 벨레스가 끼어 들어왔다.





창의 빈틈 사이로 한 걸음에 도약하고 허리를 굽힌 채 품에 파고들어가 몸통을 베어내고, 돌진해 오는 사람에게는 상대의 발을 밟아 움직임을 멈춘 지점에 원심력을 얹은 주먹이 턱을 가격해 기절시킨다.





그러한 종횡무진의 움직임을 보이면서도, 벨레스는 피를 거의 흘리지 않았다.





전쟁에서 무서운 것 중 하나는 병이다.





아버지 제랄트의 가르침을 지키며, 한때 잿빛 악마라고 불렸던 그녀는 상처 하나 입지 않고 차례차례로 적병을 베어가며 나아갔다.





벨레스에게 겁에 질려 도망치려 한 병사에게는, 상공에서 일대를 포위한 불사대가 가차없이 쏘아붙인다.





그렇게 4분도 채 지나지 않아 ─ 밤의 어둠이 주황색으로 물들어, 서로의 표정을 확실히 알 수 있을 무렵에는, 주둔하고 있던 제국군은 거의 완전히 토멸되어 있었다.





"부상병을 제외한 한 소대는 한시적으로 머무를거다. 흔적을 지우고, 만약을 위해 상공에서 가도를 감시하고 잔존병이 없는지 수색해 줘. 나머지는 가르그마크로 귀환하는 대로 세테스 씨에게 보고하도록"





클로드는 그렇게 말하자 자신을 바라보는 불사대 일동을 둘러보며 미소를 지었다.





"모두 잘 해줬다! 역시 내가 내다본 용사들이다. 오늘과 내일은 휴가니까 돌아가면 천천히 예기를 길러 줘!"





맹주의 말에 기사들이 대답하자, 기룡들도 자랑스러운 듯 코를 울리며 주인에게 다가갔다.





철수 준비에 웅성거리는 가운데, 조금 떨어진 곳에서 나무에 기대어 그 모습을 지켜보던 벨레스에게 클로드가 찾아온다.





"형제, 다친 데는 없어? 도움이 됐어. 쉴 새도 없이 데리고 나와서 미안하네"





"수고했어, 클로드. 너야말로, 돌아가도 쉴 생각은 없잖아? 조금은 자두는 편이 좋아"





"제대로 잘거야. 갈길이 멀어. 적당히 긴장을 풀어가지 않으면, 너나할것없이 참할 테니까."





그렇게 말하고 한쪽 눈을 감는 클로드에게 손이 잡혔고, 밸레스는 다시 그의 용에 동승하여 가르그마크로 돌아가는 길에 올랐다.





새벽과 함께 활기를 띠는 대수도원을 멀리서 바라보며, 벨레스는 기묘한 고양감에 휩싸여 있었다.





결코 설레는 일을 한 것은 아닌데, 클로드와 함께 있는 것으로 기분이 좋아지는 자신이 있다.





재회한 직후 양식을 베어물면서 그가 말한대로, 그것이 비록 배고픈 식사이고 처참한 전장터에 있었다고 해도, 그의 곁에 있는 것은 자신의 무엇인가를 채우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이 한 때가 좀 더 지속 될 수 있을까 하는 궁리를 하고 있을동안, 클로드는 태연히 수도원의 상공을 크게 돌며 날기 시작했다.





벨레스의 마음을 짐작해 주었던 것일까, 혹은 그도 마찬가지였던 것일까──





황금빛으로 비춰지는 대성당을 바라보며, 벨레스는 그곳에서 클로드가 자신에게 "형제"라고 불러준 그날을 떠올린다.





밀려오는 제국군이 금방이라도 눈사태를 일으키려고 할 때, 모두가 무기를 들고, 불안과 공포로 가르그마크 전체가 혼란스럽고 어수선한 와중에, 은밀한 고백을 하는 것처럼 전해진 그의 결의와 소원.





그 말에 담긴 생각을 깊이 고민해 볼 틈도 없이, 벨레스들은 싸웠고, 그리고 헤어졌다.






5년이라는 세월은 길다.





세계도 사람도 바뀌어 버릴 정도로.





하지만 재회한 여신의 탑에서 클로드는 첫 마디로 형제라고 벨레스를 불러줬다.





그는 혼자인 채로 도대체 몇 번이나 자신을 그렇게 계속 불러주었을까?





그것만으로도 알 수 있다. 그의 5년에 나는 있었다. 분명히 있었던 것이다.





아무것도 변하지 않은 채──





그렇게 잠시 하늘에서의 밀회로 애석한 마음을 겨우 채우자, 비룡은 마침내 수도원으로 내려왔다.





벨레스의 방까지 그녀를 에스코트한 클로드는 돌아서서 웃는다.





"욕실은 이 시간은 아직 불을 붙이지 않으니까. 나중에 따듯한 물을 가져오게 할 테니 푹 쉬어 줘"





그렇게 말하면서 벨레스의 뺨에 진흙이 튄 것을 본 클로드는, 두꺼운 가죽 장갑을 벗고 손끝으로 부드럽게 닦아냈다.





매끄러운 피부를 손상시키지 않으려는 듯이 조심스럽게 만지는 그 손바닥의 따뜻함에, 무심코 벨레스는 뺨을 대었다.





활을 잡고 두꺼워진 피부에, 의외로 부드러운 손끝이 기분 좋아 자연스럽게 입꼬리가 올라간다. 간지러움에, 후후, 하고 한숨을 내쉬었는데, 어느새 클로드의 손은 굳어진 듯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미지근한 물에서 깨어나듯 벨레스가 살며시 눈꺼풀을 들어올리자, 거기에는 그 열이 있었다.





진녹빛 눈동자는 약간 동공이 벌어져, 날카롭게 바라보고 있다.





(아아, 용의 눈동자다......)





아름다운 녹색의 눈동자는, 빛의 가감으로 그 색을 바꾼다.





벨레스에게는 그 흔들거림이, 사냥감을 앞에 둔 용과 같은 사나운 불꽃이 깃들어 있는 것 처럼 보였다.





──이것이 보고 싶었다.





모든 것이 변해버린 세계에서 단 하나의 표식처럼 켜지는 불꽃이야말로, 내가 여기에 있는 이유다, 라고.





두려워했던 것이야말로 찾고 있었다는 것을, 벨레스는 그제서야 그날 아침이 되어 깨달은 것이었다.









(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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