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닥터 드레, 스눕 독, 투팍 등의 힙합 스타들을 대거 보유하며 힙합계에서 가장 거대한 레이블로 평가받았던 데스 로우 레코드는 90년대 말부터 급격하게 몰락하고 있었다. 데스 로우의 갑작스러운 몰락에는 CEO 슈그 나이트의 폭행, 폭언, 임금체불 등에 질린 레이블 간판 스타들의 연쇄 이탈이 핵심적이었다. 계속된 아티스트들의 이탈에 위기감을 느낀 슈그 나이트는 떠나간 아티스트들의 빈 자리를 채울만한 새로운 래퍼들을 발굴하며 데스 로우 레코드의 부활을 노렸는데, 이 시기에 발굴한 대표적인 래퍼들이 바로 짭 투팍으로 알려진 '더 리얼리스트 (Tha Realest)'와 짭 스눕 독으로 알려진 '탑 독 (YGD Top Dogg)'이다. 그들은 놀라울 정도로 투팍과 스눕 독을 닮은 목소리와 랩 스타일, 외모로 대중들의 이목을 끌었다. 실제로 이들의 영입으로 슈그 나이트는 잠깐의 상업적 성공을 맛보기도 했으나, 결과적으로 데스 로우 레코드 세대 교체 실패의 주 원인이 되며 레이블의 몰락을 가속시켰다.

더 리얼리스트는 투팍이 죽은 직후 1996년 9월, 데스 로우 레코드와 계약한 래퍼다. 슈그 나이트는 더 리얼리스트가 가진 투팍과 흡사한 목소리와 외모는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투팍의 빈자리를 충분히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계약 직후, 더 리얼리스트는 영화 'Gang Related'의 사운드트랙에 '텐카메닌 (Tenkamenin)'이라는 이름으로 참여하며 세상에 자신을 알렸다. 이후 1999년에는 투팍이 죽은 뒤 발매된 'Unconditional Love'의 뮤직비디오에서 투팍을 연기하며 투팍을 닮은 외모로 대중들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본격적으로 그가 래퍼로서 자신의 이름을 널리 알린 앨범은 1999년 데스 로우 레코드에서 발매한 컴필레이션 앨범, 'Chronic 2000'이다. 'Chronic 2000'은 스카페이스나 리치 리치와 같은 외부 래퍼들의 곡과 데스 로우 소속 음악가들의 곡을 더해 만들어졌는데, 여기엔 당시 신인 래퍼였던 더 리얼리스트도 포함되어 있었다. 더 리얼리스트는 앨범에서 'Gotta Love Gangstas', 'It's Goin Down', 'I'm Coming Home' 등과 같은 곡에 참여하며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했다. 비록 앨범은 낮은 퀄리티로 인해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으나, 혹평과는 별개로 빌보드 200에서 11위를 하는 등 꽤나 큰 상업적 성공을 거두어 슈그 나이트의 목표를 충분히 충족시켜 주었다.

🔼 투팍의 'Unconditional Love' 뮤직비디오에서 투팍을 연기하는 더 리얼리스트, (1999)

🔼 더 리얼리스트가 래퍼로서 대중들에게 이름을 날리기 시작한 앨범은 'Chronic 2000'이었다. 'Gotta Love Gangstas' (1999)

'Chronic 2000'에서 성공을 맛 본 데스 로우 레코드와 슈그 나이트는 곧 이어 새 컴필레이션 앨범, 'Too Gangsta for Radio'를 준비한다. 전작 'Chronic 2000'이 그랬던 것 처럼 본작 또한 데스 로우 소속 래퍼들의 곡에 자 룰, 스카페이스 등의 외부 래퍼들의 참여를 더해 만들어졌다. 전작에서 성공을 맛 본 슈그 나이트는 본작에서 더욱 욕심을 부려 데스 로우를 떠난 아티스트들을 향해 비난하는 디스곡의 비중을 더욱 높였다. 그리하여 수록된 앨범의 수많은 디스곡 중 더 리얼리스트가 참여한 대표적인 곡으로는 'Fuck Dre'가 있다. 'Fuck Dre'는 데스 로우 래퍼들이 'Forgot About Dre'의 훅을 모방하며 닥터 드레와 에미넴, 스눕 독, 네이트 독을 디스하는 트랙으로 속사포 랩이 인상적인 곡이다. 이외에도 앨범은 여러 디스곡을 선보였지만 별다른 반향은 없었고 오히려 투팍을 모방하는 더 리얼리스트를 우스꽝스럽게 조롱하거나 드레 사단을 향해 저급한 디스를 선보인 데스 로우 레코드를 향해 비판하는 여론이 더 컸다. 설상가상으로 전작과 달리 상업적으로도 크게 실패해, 빌보드 200 최고 순위도 단 171위에 그치고 말았다. 결국 앨범을 발매 후, 얼마가지 않아 더 리얼리스트는 데스 로우 레코드를 떠나 독자 노선을 타게 되었다.

🔼 'Forgot About Dre'를 흉내내며 닥터 드레 사단을 디스하는 더 리얼리스트와 데스 로우 래퍼들, 'Fuck Dre' (2000)

데스 로우 레코드를 나간 후, 더 리얼리스트는 'Witness Tha Realest'라는 이름의 자신의 첫 앨범을 준비했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그의 첫 앨범은 2004년에 발매되었어야 했으나, 앨범의 배급사 문제로 인해 발매가 계속해서 연기되고 말았다. 자신의 첫 앨범 발매가 지연되는 동안 그는 믹스테잎을 발매하거나 드라마, 힙합 포르노 등에 출연하며 겨우 활동을 이어갔다. 그러다 그는 2009년이 되어서야 마침내 자신의 첫 앨범을 발매하게 되었다. 그의 첫 앨범은 긴 우여곡절을 겪고 나서야 대중들에게 빛을 볼 수 있었지만, 그와 별개로 떨어지는 음악의 퀄리티와 여전히 투팍을 모방하는 모습들로 인해 많은 대중들에게 비판 받았다. 첫 앨범 발매 이후로도 더 리얼리스트는 여러 작업물을 내거나 다른 래퍼들의 피쳐링으로 참여하며 간간히 모습을 비췄지만 떨어진 인기는 돌아오지 못했다.

🔼 긴 우여곡절 끝에 발매된 더 리얼리스트의 첫 앨범 'Witness Tha Relest'는 리스너들 사이에서 좋은 평가를 받진 못했다. (2009)

탑 독은 투팍을 대체하기 위해 영입한 더 리얼리스트처럼 스눕 독을 대체하기 위해 데스 로우 레코드가 1997년에 영입한 래퍼다. 탑 독이라는 이름처럼 그는 스눕 독 특유의 느긋하면서도 멜로디컬한 랩 스타일을 모방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가 대중들에게 이름을 알린 첫 싱글, 'Going Back To Cali'는 다름 아닌 디스곡이었다. 그가 디스한 대상은 데스 로우 레코드와 큰 갈등을 겪던 배드 보이 레코드였는데, 스눕 독과 유사한 랩 스타일을 선보이며 배드 보이 레코드를 디스한 탑 독의 첫 등장은 많은 힙합 팬들에게 화제거리가 됐다. 이후 1998년에는 투팍의 'All Eyez On Me'의 수록곡, 'All About U'의 리믹스에 참여하며 큰 인기를 끌었다. 한편, 자신을 대놓고 카피하며 활동하는 탑 독을 탐탁치 않게 여긴 스눕 독은 닥터 드레와 함깨한 'The Next Episode'에서 그를 향해 겨냥하는 듯한 가사를 쓰기도 했다.

🔼 탑 독의 첫 싱글은 배드 보이 레코드를 향한 디스곡 'Going Back To Cali'였다. (1997)

🔼 투팍의 'All About U'의 리믹스에 참여한 탑 독, (1998)

이후 탑 독도 더 리얼리스트와 마찬가지로 데스 로우 레코드 컴필레이션 앨범 'Chronic 2000'에 참여하게 된다. 'Chronic 2000'에서 탑 독은 자신의 대표곡으로 꼽히는 'Top Dogg Cindafella'를 포함해 'We Don't Love 'em', 'They Wanna Be Like Us'에 참여하며 앨범의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했다. 'Chronic 2000' 참여 후, 탑 독은 정든 데스 로우 레코드를 떠나게 된다. 데스 로우 레코드를 떠난 후. 그는 하염없이 긴 공백기를 가지다가 2008년이 되어서야 믹스테잎 'Top Dogg Vol.1 - Mix Tape'를 발매하며 대중들 앞에 복귀했다. 그러나 긴 공백기 동안 떨어진 인기로 그의 믹스테잎은 별다른 반향을 얻지 못한 채 묻히고 말았고. 이에 탑 독은 2010년, 자신의 첫 앨범 'The Renegrade'를 발매하며 다시 한번 재기를 꾀하기도 했으나, 가짜 스눕 독이라는 좋지 않은 이미지와 떨어진 인지도가 겹치며 결국 그는 현재 많은 이들에게 잊혀진 카피캣 래퍼로 몰락하고 말았다.

🔼 탑 독의 대표곡, 'Top Dogg Cindafella' (19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