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 전 포르쉐의 RS 스파이더는 미국의 명문 레이싱 팀의 손에서 아우디의 거인을 무찔렀다.
LMP2 클래스가 LMP1 레이스카를 이긴 것이다.
이 동화 같은 이야기에 로저 펜스케라는 사람이 있었다.
2023년 포르쉐가 미국 프로토타입 레이싱에 복귀할 때 노란 RS 스파이더의 전설은 그리 오래된 얘기가 아니었다. 그래서 포르쉐는 르망에서 3번을 이긴 919의 후예를 다시 한 번 펜스케에게 맡겼다.


IMSA가 5라운드까지 진행된 가운데 포르쉐 963은 1승을 했다.
포디움은 두 차례. 사실 최근 열린 왓킨스 글렌에서 963은 꾸준한 페이스로 크루징하며 경기를 쉽게 이겼다. 그러나 어이 없는 페널티로 우승을 날려버렸다.


포르쉐는 펜스케 팀에게 워크스 프로그램을 맡기고 WEC까지 출전하고 있다. 이번 르망에서 963은 919의 데뷔 경기였던 2014년 르망을 비교하기도 민망할 정도로 처참한 성적을 거뒀다.


확실히 로저 펜스케와 그의 팀은 미국의 모든 레이싱에서 수많은 우승을 쌓은 명문중의 명문이지만 IMSA와 WEC를 모두 참가하는 스케줄에 대해 포르쉐는 어느 정도 리스크를 예상했는지 알 수 없다.


포르쉐의 전략이 어쨎든 963이 가진 포텐셜에도 불구하고 펜스케팀의 운용은 팀의 명성과 노하우를 찾아보기 힘들 만큼 엉성하고 아마추어스럽다. 포르쉐는 펜스케팀이 16년전 그대로일 거라 확신한 것일까? 그러나 지금까지의 결과로 펜스케팀은 유럽과 미국의 이중전선에서 정신을 못차리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유럽에선 3번이나 굴욕을 안겨주었던 도요타의 상대가 되지 못하고 있으며 미국에선 캐딜락에게 심지어 지금은 BMW에게조차 밀리고 있다.


포르쉐는 모두의 예상을 깨고 하이퍼카가 아닌 LMDH 레이스카를 개발해왔다. 그리고 현재 963을 사서 달리고 있는 커스터머팀은 두 팀이며 이제 세 팀이 될 예정이다. 963은 현재 시장에서 가장 잘 팔리는 프로토타입 레이스카가 되었다.


그러나 그게 그저 페라리와 캐딜락의 우승에 깔아주는 카펫같은 경우여서야 의미가 없다. 그리고 이번 르망으로 IMSA에서는 몰라도 유럽에서는 LMH가 상당한 성능적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게 드러났다. 919는 비교적 자유로운 개발을 하며 진화한 레이스카다. 첫 시즌부터 마지막 시즌까지 919가 하이브리드 파워의 비율을 과감하게 키운 것이 르망에서 3승을 거두고 WEC에서 최후에 승자가 될 수 있었던 비결인 것은 이제 유명하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모든 프로토타입 레이스카는 철저한 관리와 BoP의 조정을 받는다. 그리고 LMDH는 공통 부품과 규격을 그 어느 때보다 많이 활용한 클래스다. 919같은 비약적인 발전과 변화는 기대하기 어렵다.


포르쉐의 야망은 크다. 그들은 르망에서 20번째 우승을 달성하고 싶으며 미국에서 RS 스파이더의 전설을 다시 만들어내고 싶다. 상황은 그 때와 비슷한 것처럼 보인다.

963은 RS 스파이더처럼 큰 포텐셜을 가진 것처럼 보인다. 유럽에서는 RS 스파이더가 R10을 이길 때처럼 확실히 차이가 나는 성능을 팀의 노련함으로 극복해야 하며 미국에서는 캐딜락과 더불어 확실한 성능적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그의 비례하는 성적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현실이 있다.

펜스케팀은 어떠할까? 펜스케팀은 이 거대한 동부와 서부 전선을 감당할 능력이 되는가? 유럽에선 919를 이어나가야 하며 미국에선 RS 스파이더를 이어나가야 한다. 적어도 포르쉐가 그들에게 도전해볼만한 차를 만들어준 것은 맞다. 하지만 지금까지 평가하기에 펜스케팀의 갈 길은 매우 멀고 포르쉐가 기대했던 노련함은 지금까지는 그리 대단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WEC는 아직 태생적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IMSA에서는 확실히 캐딜락과 경쟁을 하고 있을 필요가 있다. 이번 왓킨스 글렌 같은 어처구니 없는 경기는 다시는 보여주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