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심으로 누가 알아주지 않더라도 수과학 그 자체가 정말 좋은건지, 아니면 수과학에 대한 흥미가 조금 있는거에다가 노력에 비해 성적이 잘 나오는 점이 더해져서 수과학이 재밌다고 착각하는건지 구별할 필요가 있다
노골적으로 말해서 수과학적 감각이나 공부머리가 남보다 좀 좋아서 기가 살고 남들한테 부러움 받는 그런 맛에 취해있는지 냉철하게 생각할 필요 있음

나는 영대비 할때 학원에서도 재능충 소리 듣고 다른 애들이 못푸는 문제 풀면 머리좋다 똑똑하다 어쩌고 부러운 소리 실컷 들었음
근데 학교 와서는 생각보다 일이 잘 안풀리더라
나는 아무리 노력해도 쟤 밑이다 << 이 생각에 꽂히면 일상이 죽을 맛이고, 내 미래 전체가 나보다 잘하는 사람 밑에서 깔아주는 노예 역할을 하게 된 듯한 그런 ㅈ같은 기분이 들어서 정신적 타격이 아주 큼.
한단어로 말하자면 골목대장 노릇하며 영재고 합격까진 어찌 했는데 본 게임 들어오니까 전국구 스타들한텐 비비지도 못하겠고 뛰어봤자 벼룩 처지니까 견디게 너무 힘든다는 거지.

이런 상황에서 버티려면 나를 추월하는 사람이 쑥쑥 나타나더라도 다 쌩까고 진심으로 수과학을 좋아하는 마음 하나만으로 몰두하는 태도가 필수라고 여긴다.

지금은 n수 후 의대 왔고 휴학중임.
중딩때는 평생 의사를 굳이 할거란 생각은 하나도 안했는데 이렇게 됐음.
이럴줄 알았으면 그냥 일반고에 진학해서 더 쉽고 더 어리게 의대를 오는 전략을 택했을건데 후회된다.

참고로 연구원으로 생활하시는 분들 보면
성과가 없어도 꾸준히 믿음을 가지고 길게 연구할 각오가 있어야만 성공하는 것 같다. 말이 쉬운데 보통 일이 아님. 돈은 돈대로 축내고, 내 급여는 턱없이 부족하고, 사회적으로도 결과가 나오기 전까진 인정을 안 해주니 밑빠진 독에 계속 물붓는 느낌이라고 하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