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정부의 ‘중국의 과잉 생산’에 대한 관세 폭탄 세트가 14일(현지시간) 공개됐다. 이미 예고한 중국산 전기차뿐 아니라 범용 반도체(구형), 배터리, 의료기기, 태양광 제품 등 중국이 차세대 전략 산업으로 선정한 분야와 첨단 공급망 관련 부품들이 망라됐다.
한국의 미래 먹거리와 관련이 깊은 전기차의 관세율은 25%에서 100%, 구형 반도체는 25%에서 내년까지 50% 인상된다. 태양전지는 연내 50%, 전기차 배터리 관세는 내년까지 25%, 철강 및 알루미늄 제품, 항만 크레인 관세는 연내 25%로 높인다. 의료기기 등에 대해서도 고율의 관세를 적용한다. 하나같이 중국이 전 세계를 향해 보조금을 무기로 저가로 밀어내고 있는 제품들이다. 또한 핵심 광물들도 올해와 내년 안에 0%에서 25%로 관세율이 크게 상향된다.
구형 반도체의 관세율 인상은 단기적으로는 한국에 영향이 크지 않지만, 중국의 반도체 공급망 근간을 고사시키겠다는 미국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되어 반도체에 국가 경제 사활을 걸고 있는 한국으로서는 호재로 받아들여진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중국에 관세 장벽이라는 울타리를 만들어 칼을 들이대 줬다면,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의 차세대 먹거리를 세밀하게 분류해 대포를 쏴줬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알리, 테무 등에 의해 저가로 공급되어 시장을 교란 시키고 있는 생필품 등에 대해서는 인플레이션을 고려해 제외한 것이란 분석도 뒤따르지만, 풍선 효과에 대한 한국 정부 자체의 대책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백악관은 13일 사전 브리핑을 통해 중국의 과잉 생산에 대해 “공급망과 경제 안보에 용납할 수 없는 위험”이라고 정의했다. 백악관이 13일 사전 브리핑을 통해 밝힌 “중국은 오랫동안 지식 재산권 절도 및 기술 강탈 등으로 세계 핵심 물품의 70~80%, 미국의 최첨단 기술과 기반 시설, 에너지 분야에 필요한 핵심 제품 90% 가까이를 통제하는데 성공했다”라고 언급한 부분은 중국의 과잉 생산에 대한 미국의 압박이 시작됐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바이든 정부의 추가 대중 경제 압박과 관련해 AI(인공지능), 스마트카 등에 대한 중국의 첨단 기술 접근 통제가 이어질 것이란 보도도 이어진다. 로이터 통신은 최근 미 상무부가 CHAT-GPT 등 생성형 AI에 대한 중국의 기술 접근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가드레일(안전장치)를 만드는 방안 검토에 착수했다고 보도했다.
바이든 정부는 “모든 국가의 모든 수입품에 무차별적 10% 관세를 적용하지 않으면서 중국의 불공정 관행에 대한 동맹국 공동의 우려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이라며 “전 세계 파트너와의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동맹국들도 참여하는 본격적인 ‘블록화 경제전쟁’의 서막이 올랐다는 관측으로 한국도 긴장해야 할 지점으로 보인다.
중국은 외교부 뿐 아니라 상무부까지 동원되어 강력 반발했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중국은 일관되게 WTO 규칙을 위반한 일방적 부가 관세에 반대해 왔다”라고 밝혔다. 중국 상무부도 대변인 명의로 “국내 정치적인 이유로 경제 무역 문제를 정치화 도구화하는 것”이라고 규정하며 “중국과 디커플링(공급망 등 분리)을 추구하지 않는다는 바이든 대통령의 약속에 위배되는 것으로, 양국 협력 분위기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미국 내 반응도 자국 일자리 보호에 대한 기대와 중국과의 관계에 대한 우려가 교차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바이든 대통령의 이날 결정은 11월 대선을 앞두고 경쟁이 치열한 6개 경합주에서 유권자들이 경제 변화를 열망하는 압도적 상황이 배경으로 작용했다는 해석이 미국 내부에서도 표출되고 있다. WSJ는 이와 관련 스윙스테이트 출신의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와 민주당의 최대 지분을 가진 노동조합들이 바이든 대통령에게 중국산 제품으로부터 국내 산업을 보호하라는 압력을 가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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