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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종말 후의 동행 8화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5.17 14:45:29
조회 342 추천 10 댓글 11
														


뇌. 수조가 깨어져나간. 그것은 빛을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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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 빛은 응축되기 시작하더니, 사방으로 튕그러져나가 있던 부품들을 원래대로 그러모은다. 유리 파편이 원래 있던 곳으로. 먼지가 끓어올라 증발하고, 뇌량에 박힌 철심은 기계 눈알과 함께 튕겨져 나간다. 튕겨나가며 조각난 철심의 쇳덩이가 내 볼을 스쳐 지나갔다.


“애앵!”


나는 반사적으로 몸을 틀었다. 방금껀 위험했어. 웅웅거리는 소리. 그에 나는 다시 그것에게 시선을 돌린다. 마지막으로, 뇌 조각이 피 끓는 소리를 내며 무섭게 증식하고 또 부푼다. 오묘하게도 어둑한 빛깔을 내며 그것은 수조 안의 뇌를 번뜩였다….


[….]

“애우….”


끼드드득, 하고 그것이 녹슬어 있던 한쌍의 집게팔을 핑글- 하고 반바퀴씩 돌린다. 나는 그것이 신기했다. 이게 골렘 브레인인 걸까? 그렇게 생각한 직후-


[안녕하십니까진리부인가군수시설수리드론에메스넘버1010110000011100기종골렘브레인-]

“앵! 머, 머리가- 아얏!-”

[….]


웅웅웅웅- 하고 귀를 뚫고 머리를 강타하는 것만 같은 울림에 나는 강렬한 두통을 느꼈고, 비명을 지를 수밖에 없었다. 고통과는 별개로, 나는 그것의 말을 알아들었다. 진리부 지시로 군수시설에 배치된 수리 드론, EMETH 번호는 1010110000011100, 기종은 골렘 브레인. 그 외에도 정리되지 않은 많은 정보.


그것이 말하는 정보는 머릿속에 그대로 주입되는 듯 했다….


“애오오오…!”

[….]


그것은 당황하기라도 했는지 꼭 작동을 시작하기 전처럼 뇌를 번쩍거리는 것 말고는 나를 향해 아무 반응도 하지 않았다. 그 덕에 나는 고통에서 진정할 시간을 충분히 얻을 수 있었다.


“…골렘 브레인 나빠! 벨 아프게 하지 마…!”


더이상 통증이 느껴지지 않아 그것을 보고 말하자, 그것은 쉴새없이 깜빡거리던 두뇌 부위를 그제서야 꿈틀!- 멈추고, 다시 소리를 냈다. 나는 또 고통을 느끼게 될 것 같아 귀를 막았다.


하지만 소용없었고, 걱정도 필요없는 것이었다. 전자의 이유는 소리가 귀를 뚫고 머리를 울렸기 때문이고, 후자의 이유는 이번에는 알아들을 수 있는 소리였기 때문이었다….


[정신파 조율 완료. 죄송합니다. 권한자님. 제가 상해를 입힐 뻔 했군요. 알렉사라고 합니다.]

“애온….”


자신을 알렉사라고 소개한 좁디좁은 수조 속의 커다란 뇌, 골렘 브레인은 조금 낮아지고 듣기가 편해진 어조로 말했다. 사과였다. ‘상해를 입힐 뻔’? 그럼 내 머리를 터트릴 뻔한게 실수라고…?


얼핏 듣기에 말이 안되는 소리였지만, 직전에 알게 된 대로라면 말이 되는 소리였다. 내 머릿속에 쑤셔박혀진 정보들이 마구 풀려났고, 정신이면 그럴 수 있다.- 허버트 박사 휘하의 연구진들이 말버릇처럼 읊던 문구였다. 나는 분명 베일파이어 탄두를 국경에 배치…. 뭐? 내가 이걸 왜 알고 있지?


무슨 기억이지? 하지만 더 고민할 시간은 없었다. 골렘 브레인이, 무한궤도를 움직여 내 앞에 더 가까이 다가오며 대답을 종용했다. 잠깐의 의문은 흐지부지하게 머릿속에서 흩어지고 말았다.


삐이이익-


[시간이 없습니다, 권한자님. 독수리발톱의 세 통수권자인 대통령, 부통령, 총사령관으로부터 응답이 없는 상태입니다. 시설 관리 권한의 이양을 부탁드립니다.]


재촉. 나는 잠시 고민했다. 그래도 일단, 이 골렘은 믿을만했다. 알렉사는 처음의 굉음 이후 공격이라고 볼 만한 짓은 내게 전혀 하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게 실수였기도 하고. 적어도 시설 내부에서 우리를 쫓아다녔던 전투용 중갑 골렘보다는 말이다.


하지만, 나는 이 권한의 양도라는 것에 대해 먼저 물어봐야 했다. 경보가 멈췄으니 당장에 아빠가 위험하진 않겠지만…. 혹시 모르는 일이니까. 거기다가 격벽이 아직 닫혀있다. 이 권한 안에, 격벽을 열 수 있는 권한이 포함되어 있을수도 있었다.


그리고 또…. 뭔가 잊은 것 같은데. 생각이 뒤죽박죽. 느릿느릿 움직인다. 머릿속이 멍하다.


삐이이익-


“골렘 너, 알렉사야? 권한을 이양하면 어떻게 돼?“

[침입자로 분류된 권한자님의 보호자 분을 추격으로부터 보호해드릴 수 있습니다. 또한 외부 계측 결과 대규모 마력 재해가 감지되었는데, 걱정하지 마십시오. 현재 견학회 개최를 선언했고, 최소한 마력 재해가 끝날 때까지는 학생과 그 보호자 신분으로서 보호해드릴겁니다.]

“…보호자? 아빠 말하는거야? 애우우…. 이 방 격벽 열어. 그리고 권한 가져가. 그리고 다시는 벨 아프게 하지 마….”


마력 재해? 추격으로부터 보호? 전자는 잘 모르겠지만, 후자는 당장 급한 사안이었고, 조치가 필요했다. 나는 방의 격벽을 열라고 명령한 후 골렘 브레인 알렉사에게 권한을 넘겼다. 아. 맞다. 경고도. 그러면서 혹시 몰라 나름 따끔한 경고도 했는데, 알렉사는 내 경고를 귀여운 엄포로만 봤나 보다.


전부 다 귀찮아.


삐이이익-


그것이 가벼운 웃음소리를 내면서 답했다.


[권한 이양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네. 학생 분은 보호자 분을 그렇게 부르시더군요. 당분간 이곳에 머무르고 계십시오. 보호자 분은 작동중인 골렘들에게 안내받아 지금 이 방으로 오시게 될겁니다. 격벽은 그 때 열어드리겠습니다.]

“아빠 여기 와? 아빠 언제와? 알렉사는 알고 있어?”

[아, 보호자 분께서 마침 복도에 도착하셨습니다. 금방 방 안에 들어오실 겁니다. 조금만 기다려 주십시오.]

“진짜? 와아…! 벨 좋아!”


나는 아빠가 날 보러 온다는 게, 그저 좋았다.


그리고, 알렉사의 말대로 아빠는 금방 도착했다.


[따님은 이 방 안에 계십니다.]

“그래…. 고맙군.”


경보가 끝났을 때 잠금이 풀린 격벽이 천천히 위로 올라가고, 내 귓가에 아빠와 전투 골렘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방의 입구로 마중을 나갔다….


아빠는 곧바로 날 끌어안고 안도하며 말했다.


“벨!”

“애온…!”

“네가 살아서 다행이야.”


아빠는 전투로 인한 피로와는 별개로 굉장히 힘들어 하는 것 같아 보였다. 거친 심장박동과 내 털을 조금이나마 적셔가는 눈물의 냄새, 그리고 지친 근육의 떨림이 느껴졌다.


나는 편안하게 아빠의 품에 안겼다.



무슨 이유에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번엔 아빠가 나를 혼내지 않았다. 나는 그것이 못내 불안했다. 하지만 아빠가 바로 알렉사와의 대화를 시작했기에 어떻게 끼어들 수는 없었다. 나는 품에 안긴 채로 둘 사이의 대화를 듣기 위해 귀를 쫑긋였다.


“-내 이야기는 여기서 끝. 그래서, 대체 어떻게 된거야?”

[본토 침략입니까? 조국의 안위가 위험에 처했군요…. 저도 말씀드리겠습니다. 따님분께서 이슬람 스파이들의 정령병기를 단신으로 모두 처치해 주셨고, 직후에 앞의 단말기에서 권한을 취득하여 저를 깨우셨습니다.]

“벨…. 내 딸이? 마땅한 무기도 없었을 텐데 어떻게?”

[모르셨습니까? 따님은 접근 거리에서 하는 전투에 상당한 소질이 있으신 것으로 보입니다. 그건 그렇고, 이 건에 대한 답례로 보상을 드릴 수 있습니다만, 그 외에 저희가 당장 할 수 있는 건 없습니다.]

“아…. 그럴수가. 잠깐, 당장 할 수 있는게 없다니, 왜지?”

[현 시설에 저장된 화폐가 모두 유실되었습니다. 시설 상태도 가동이 중단되기 직전입니다. 태평양전선으로 갈 물자를 제외하고, 현재 받아가실 수 있는 대체보상의 목록으로 다음과 같은 것이 있습니다.]

“아까 말한 건 어떻게 들은거야? 태평양전선은 끝났다니까? 세상이 망해버렸다고!”

[그럴리가요. 독수리발톱의 통수권자 셋은 아직 살아계십니다.]

“뭣?”

[그분들께서는 멸망한 이슬람-몽골 제국의 잔당을 말살하기 위해 친정하고 계십니다. 전 총사령관 각하.]

“말도 안돼. 베일파이어가 매스퓨전 플랜트에 쳐박힌지 백 하고도 육십년이 넘게 지났는데.”


삐이이익-


아무 생각도 없이. 내 머릿속에 틀어박힌다. 마치 내가 녹음기가 된 것처럼. 물에 번지는 물감처럼, 내가 사라진다. 정신을 차리고 보면, 나는 건물 밖으로 나와, 아빠 옆에서 처음 보는 마병을 들고 있다.


“벨, 정말로 그걸로 되겠어?”

“애온?”


이 이전에 우리가 무슨 대화를 했더라? 나는 생각나지 않는다. 나는 팔을 덜덜 떤다. 나는 마병을 바라본다. 이게 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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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량의 마석 대신에 내부의 연료봉을 쓰도록 효율적으로 개조된 오토 액스, 액티브-액스다. 대신 무지하게 무겁다. 내 귓가로 소리가 들린다.


소리는 허깨비처럼 사라진다. 나는 깜짝 놀라 그쪽 방향으로 이것을 휘두른다. 몸놀림이 나도 놀랄만큼 매우 능숙하다. 하지만 나는 의아했다. 내가 이걸 다뤄본 기억이 없기 때문에.


“벨! 무슨 짓이야!”

“애온…? 아빠? 여기 어디야? 이거 뭐야?”

“벨, 괜찮니…?”

“벨…. 기억이…. 안나….”

“뭐?”


— 8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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