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시뮬 처음 간 초보나 인스트럭터 처음 꺼본 사람은 조종간 풀로 땡기고 선회하다가 스핀에 빠져 땅에 꼴아박는 경험을 겪는다.

기체나 기동방법에 따라 요잉축을 중심으로 원반처럼 돌면서 천천히 떨어지는 플랫스핀에 빠지기도 한다.

강제 1인칭인 시뮬에서는 바깥 풍경도 스핀에 따라 보이지도 않는 속도로 휙휙 돌아가기 때문에 대처법을 글로 배워 알고 있더라도 처음 보면 크게 당황한다. 그러다 보니 보통은 황급히 J3를 누르거나(실제 상황이었다면 조종사 몸 가누기도 힘든 상황이라 J3도 쉽지 않음) 그냥 땅에 갖다박게 된다.

이와 같은 일반 스핀이나 플랫스핀은 (물론 스핀이 딱 롤축만을 중심으로 뱅글뱅글 도는 것도 아니고, 와류와 흐름박리로 인한 양력 비대칭성 같은 게 관여하지만) 한번 빠지고 나면 그렇게 꼴아박는 궤도로 들어선 상태가 물리적으로 매우 안정한 상태가 되어 버린다. 따라서 빠져나가기 위해서는 엄청나게 애를 써야만 한다. 그렇게 애써서 만들어낸 변화가 고도를 다 잃기 전에 비행기 궤도에 영향을 줄 수 있기만 바라면서.

하지만 분명 비행기의 기동축은 3가지이다. 따라서 스핀은 한 가지가 더 있어야 한다.

이 마지막 한 종류의 스핀, 즉 피치축을 중심으로 앞뒤로 구르듯 공중제비를 도는 스핀은 왜 일반적으로 발생하지 않을까?

이유는 간단한데, 이런 스핀은 물리적으로 불안정하기 때문이다.

롤축은 대부분의 질량이 축 근처에 붙어있으며, 보통은 비교적 가벼운 날개만이 축에서 크게 벗어나 가장 관성모멘트가 작은 축이다(그래서 일반적으론 롤링속도가 제일 빠름).

요잉축은 날개와 동체 전부가 축을 벗어나 십자꼴로 퍼져 있으므로 가장 관성모멘트가 큰 축이다.

피치축은 동체가 축을 벗어나있지만 날개는 축에 붙어있으므로 관성모멘트가 가장 크지도 가장 작지도 않은 축이다.

세 회전축 중 가장 큰 축과 가장 작은 축으로만 안정적인 회전이 유지된다는 것을 '테니스 라켓 정리'라고 부른다.

테니스 라켓인 이유는 라켓을 아무렇게나 던졌을 때 그림의 e2축을 기준으로 하는 회전은 발생하지 않는다는 뜻.

수학적으로는 아래와 같다.

아이 무서워라...

수학 말고 사람 말로 설명하면,

'안정적인 회전'이란 한 축만을 중심으로 큰 각운동량이 유지되며 다른 두 축의 각운동량은 없거나 매우 적은 상태이다.

그런데 가장 무거운 축이나 가장 가벼운 축을 중심으로 돌고 있을 때는 다른 두 축의 각운동량이 각 축 대소관계에서 온 부등식에 따라 자연스럽게 억제되지만,

(대충 강선 탄도안정 얘기)

중간 축을 중심으로 하는 회전은 반대로 다른 두 축의 각운동량을 오히려 증폭시킨다.

한 축만이 큰 각운동량을 가지는 상태가 안정적인 회전인데, 다른 두 축이 각운동량을 저절로 빨아먹어 버리므로 이런 회전은 오래 유지되지 못하게 된다.

그래서 앞뒤방향으로 공중제비를 도는 일은 딴놈이 비행기에 들이받아 순간적으로 큰 각운동량을 제공했을 때나 발생하고, 그나마도 얼마 못 가 다른 축으로 각운동량이 분배되어 난잡한 공중제비로 바뀌면서 오래 유지되지 못한다.

기미상실처럼 축 대소관계가 바뀌는 개꿀잼드립을 들으면 텀블링스핀 생길 수도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