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기병방위권' 中)

구교사에서 외계인과 만난 아이, 왜곡된 괴수의 꿈을 꾸는 아이, 아무도 없는 빈 방의 TV속 아이돌에게 말을 건네받은 아이, 고양이와 악마의 계약을 한 아이 등등, 기구한 일에 휘말린 아이들은 결국 세계파멸을 불러올 기계괴수들에게 13기병을 타고 맞서게 되는데.

완결성이 있는 매우 짧은(10~15분 내외)의 에피소드들이 얽혀가면서 큰 스토리를 이루는 전개가 흡인력이 넘쳐요. 캐릭터도 정겹고, 큰 줄기를 이루는 작은 에피소드들의 밀도도 좋아서 이야기를 보는 내내 지루하질 않죠. 솔직히 이것만으로 이미 '좋은 게임'이라 말할 수 있을 거에요.

하지만 좋은 게임이기에 아쉬운 점도 있어요. 

각종 진행과 반전들이 너무 클리셰적이에요. SF에 대한 경험이 조금만 있더라도 어느 정도 진행하면 뒷 내용을 거진 예상할 수 있기에, 진행에 대한 궁금증은 휘발해버리고 캐릭터들의 감정과 드라마만이 남죠. 아주 비상한 시나리오를 읽을 땐, 항상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는 요소가 최소 한 개는 있었죠. 이런 요소를 떠올리는 게 물론 쉬운 일은 아니고 거의 모든 시나리오가 실패하는 작업이지만, 이렇게 짜임새가 좋은 게임이 한 발짝 모자라다는 건 아쉽지 않을 수가 없어요. 즐겁게 게임을 끝내고도 무언가 불완전연소된 느낌을 받는 것은 아마 이런 이유 때문이겠죠.

전투파트는... 솔직히 말해 별로에요. 전투파트의 존재사유에 대한 나름대로의 설명이 스토리에 존재하는데, 이건 충분히 임팩트를 줘야 할 사안이었음에도 너무 밋밋하게 넘어갔어요. 이것 때문에 전투에 대한 의지가 식은 부분도 있다고 봐요. 물론 가장 큰 문제는 그냥 전투가 별로 재미없다는 것. 이유를 들자면 아이소매트릭 도트로 단순화된 캐릭터들을 움직이는데 이런 방식이 '기병'이라는 이름과 전투방식에서 떠오르는 기대감을 전혀 충족시키지 못한다는 것이 첫째, 기체간 밸런스가 별로라서 노멀 이하 난이도에선 특정 기술로만 노골적인 날먹이 가능하다는 점이 둘째, 마지막으론 스토리파트와 전투 파트가 분리되어있는 통에 스피디한 메인스토리의 전개 중간중간 억지로 전투를 진행하는 시스템이 플레이의 맥을 끊어먹는다는 점 정도가 되겠네요.

비록 단점을 더 길게 적은 듯 싶지만, 총평을 하자면 틀림없이 좋은 게임이고 20+n시간동안 거진 호흡조차 생략한 채로 즐겼어요. 바닐라웨어의 게임과는 연이 없어서, 아마 이번이 이 게임사와 연이 닿은 첫 게임이지 않나 싶네요. 근데 정작 이 겜이 개발사 작품 중엔 특이한 편이라면서요...? 유니콘 오버로드는 '나중에 하는 걸로.'

뭔가 시원섭섭하네요. 열심히 즐겼다는 뜻이겠죠. 

다음 겜은 뭘 하지. 

솔로 오토체스인 'The Last Flame', 매번 도전하다 실패한 '몬스터헌터 썬브레이크'.

둘 중 하나 혹은 둘 다 깨고 나면 JRPG를 잡아야지.

이제 5월의 휴일들도 끝나버렸네요. 정작 저는 오늘 빼곤 다 출근했지만. 

이렇게 된 이상 연차를 불태워서 겜을 해야겠다. 

다들 즐겜!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