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붕 중사님 다시 한번 확인하겠습니다. 본인의 의지로 지원하신게 맞으며 어떤 과정과 결과가 있더라도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내용에 동의하십니까?”

“네. 스스로 지원한 것이 맞으며 억압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부작용과 과정에 대한 내용은 숙지를 했으며 어떤 과정과 결과가 나오더라도 제가 감당하겠습니다.”

내 말이 끝나자 앞에 앉은 의사는 나를 한번 쳐다보며 잠시 생각을 하는 듯 하다가 나를 안내하기 시작한다.

처음 지원 신청을 받을땐 공무원이더니 마지막은 그래도 의사가 확인하는구나. 지원하기까지 많은 생각을 했다.

하지만 결과는 똑같았다. 나라를 위해 내 한 몸 바치기로 했으니 원망하지 말자. 그리고 성공할지도 모르잖아?

비록 실험 도중에 내가 죽을지라도 지금처럼 아무것도 못하고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것보단 나을 것이다.

나를 둘러싼 세상은 균열이 열린 날 이미 끝난 것과 다름없다. 죽어버린 알을 벗어나기 위해선 죽을 각오를 하는게 정당한 대가이리라. 이 알을 깨고 벗어난다면 죽어버린 가족을 잊을 수 있길 기대하며 의사를 따라갔다.

“김장붕씨, 다음에 눈을 뜨면 많은 것이 바뀌어있을 것입니다. 저도 실험이 성공적으로 끝나길 바랍니다.”

수술대에 누워 수면가스를 마시기 전 의사의 말을 마지막으로 나는 잠드는 것을 인지하지도 못 하고 의식이 날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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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기억은 군데군데 끊어졌다. 확실한건 굉장히 고통스러웠다는 사실이다. 비명을 지르고 고통스러워하다 스스로 손목을 물어뜯어 자살을 시도한 기억이 있으니 얼마나 괴로웠을까. 상상도 못 하는 고통이지 않았을까.

지금 정확한 기억이 없는 것은 후유증을 없애기 위해 뇌가 스스로 기억과 감정을 지웠으리라.

그런데 지금 이 상황은 뭐지. 눈을 뜬 나에게 보이는 것은 먼지로 가득한 실험실이었다. 분명 내 마지막 기억에서 이 시설은 균열에서 나온 수많은 괴물을 이용해 인간 자체를 강화하기 위한 곳으로 한국에서 세손가락 안에 꼽히는 최중요 시설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방치된지 수십년은 지난듯한 모습이다.

이상함을 느끼고 몸을 움직이니 내가 살아있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몸 가득히 느껴지는 이질감. 근처에 있는 벽을 잡은채 힘을 주니 콘크리트가 우습게 부서진다.

과연. 이런 힘을 가지고 있으니 그 괴물 새끼들이 문명의 발전 대신 육체의 단련만 했겠지.

시설은 먼지만 있을 뿐 급하게 나간 흔적은 없었다. 이 사실은 나에게 굉장한 희망을 주고 있다.

이윽고 밖으로 나가기 위한 마지막 문 앞에 선 나는 심호흡을 하고 문을 열었다.

“아..... 그렇구나.”

나도 모르게 목소리가 나왔다. 문 밖으로 보이는 광경으로 모든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모든 인간은 기쁘게 죽었으리라. 하늘에 있는 저 위대한 존재를 본다면 누구라도 그럴 것이다.

순간의 관심이라도 좋다. 내가 죽는 단 한순간만이라도 나에게 눈길을 주기를, 관심을 주기를 원한다.

지금 이 순간 하느님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죽음으로써 나를 부각하는 것 밖에 없다는 사실이 미친 듯이 슬픔과 동시에 하느님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사실이 나를 기쁘게 한다.

“나를 바칩니다. 나에게 약간의 관심이라도 주시길.”

이윽고 내 손이 머리를 향하는 것을 느끼며 눈을 감았다.

이런 분위기의 sf or 크툴루 소설 없냐?

존나 어두운 소설이 끌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