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도입부 보고 흐으음 이건 조아라 가야 할 글인데 같은 생각을 함
2. 분위기는 확실히 좋음. 다크 판타지/고딕 판타지 느낌 제대로 남.
3. 근데 문장이 턱턱 걸림.
예를 들어

(중략. 이 앞에도 이만큼 붙어 있음.) 그 옆방에서는 오늘 새로이 동지로 소개된 이가 제국 군대의 끄나풀이라는 것을 꿈에도 알지 못한 채 공화주의와 이웃국가 게헤만의 혁명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이는 풋내기 학도들이 서로의 지나치게 큰 목소리에 더 큰 목소리로 주의를 주고 있었다.


라는 부분 말인데,
한번에 폰으로 읽어서 구조 파악하기 정말 힘들어. 뭐 시적인(공감각적인, 시에서 쓸 법한 묘사나 비유)문장을 사용해서 꼭꼭 씹어 읽고 만족스러워지는 문단도 아니야. 비유하자면 회색 시멘트 벽돌블럭 같음. 그런데 이런 부분이 한 편에 두세개씩 튀어나옴.

문단과 문장을 길게 쓸수록 단어를 제대로 쓰고, 수식 관계를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정리하고, 적당한 구체성과 문장의 리듬감을 살려줘야 함.
소개되다 보다는 소개 받다가 더 낫다.
그냥 '대해'보다는 ~~한 주제로 갑론을박을 벌이며 같은 서술이 더 낫고,
그 아래 학도싸움도 한 풋내기 학도가 ~~에 격분해 큰 목소리로 반론을 외치자 다른 풋내기가 더 큰 목소리로 자제를 요구했다.
같은 느낌으로 서술하는 게 낫겠지.

뭐 분위기 잡아주는 도입부니 이렇게 상세하지 않아도 될 테지만... 앞으로 주구장창 이들과 다른 '주류 손님'에 대해 썰을 풀기도 하고, 사실 이정도로 분량을 줄 게 아니라면 과도한 정보량을 압축해서 쑤셔넣지 않는 게 더 낫다 봄.

기본 필력이 없는 건 아니니 경험상 이런 건 글을 쓸수록 나아지던데, 별로 그 뒤까지 가고 싶은 마음이 안 듬.


4. 모험물에서 동료 제의-사건-재제의 같은 구조는 굉장히 전형적임. 그런데 그걸 벗어나려는 의지도 보이지 않음. 아이고 일단 함 까이고 사건 터지고 동료 되겠군 싶은 예상이 저절로 들고, 실제로 그렇게 흘러감. 날 잡고 30편쯤 읽으면 재미있어질 것 같긴 한데...
굳이 그래야 할 이유가?

결론 : 고급 누렁이 사료. 힙스터용. 나쁘지 않은데 그 다음 편을 눌러야 할 이유를 모르겠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