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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검강의 강은 북두칠성 강(罡)을 쓴다."

ㄴ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1.03 21:24:33
조회 10377 추천 222 댓글 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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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일곱 별들은 사람의 죽음을 결정하는 이계의 신을 상징하지."


노인은 툇마루에 앉아 마치 칼을 감상하듯이 손아귀에서 늘어뜨리고 말했다.

눈이 내리고 있었으므로, 청년은 툇마루 다른 편 끝에 앉아 뜨거운 물을 담은 가죽 주머니를 안고 있었다. 

청년은 노인의 감상이 길어지자 화로 위에 걸어놓은 술병이 아예 졸아서 없어지지 않을까 걱정했다.


"검강이... 칼에서 줄기줄기 솟아오른다거나, 그래서 갑자기 칼이 길어진다거나, 자르지 못하는 것이 없다거나, 소문이 그렇지."


청년은 화로 위에 걸어둔 술을 몰래 내려서 스승의 잔을 훔쳐 마셨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스승의 말을 받으며 너스레를 떨었다.


"소문에 불과하다는 말을 하시려는 겁니까? 그렇다기엔 북창신검 고휼의 명성이 드높은데요."


후끈한 술이 한 잔 들어가자 온몸이 훈훈했다. 청년은 건어물까지 기름장에 찍어먹으며 입가심을 했다. 

어차피 한 시진동안이나 빻느니, 올올이 찢느니 하는 온갖 고생을 해서 돌처럼 뻣뻣한 건어물을 부드러운 안주로 

승화시킨 것은 청년이었으므로, 스승의 술상을 범하는 죄책감은 적었다.


"아니지. 내 말은... 상상하는 것과는 다르다는 거다."


노인은 검지와 아귀에 칼을 가볍게 걸어놓고 새끼손가락으로 칼을 까딱였다.


"진짜로... 자르지 못하는 것이 없고 갑자기 길어지지."


벌겋게 술이 오른 노인은 그 말을 하면서 칼을 들지 않은 손을 가슴섶에 넣었다.

청년은 노인이 가슴의 흉터를 어루만질 때마다 감상에 깊이 잠긴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내친김에 한 잔을 더 훔쳐 먹고 빙초계도 한 점 집어먹어 입가심을 했다. 

겨울 툇마루에 살얼음이 낀 닭 육수가 그렇게 개운할 수 없었다.


"그런데 칼을 들고있기만 하면 푸른 기운이 줄기줄기 솟아오른다느니, 봉우리 사이를 날아다니며 싸웠다느니

하는 말은 다 소문에 불과하다는 말이지... 그렇지만, 그래. 자르지 못하는 것이 없고..."


청년은 소리가 들리지 않게 조심해서, 입을 다문 채 트름을 하고 목구멍에 남아있는 술의 향기를 즐겼다.

술기운이 눈꺼풀을 약간 뜨겁고 무겁게 했으므로, 청년은 노인 근처의 눈송이가 갑자기 반으로 갈라진 것처럼

보였을 때 자신이 헛것을 본 줄 알았다.


"현아야. 검강이 별빛에 비유된 것은 결코 호사가의 과장이 아니다."


노인은 아직도 검지에 칼을 걸어놓고 새끼손가락으로 까딱이고 있었다.

검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안력(眼力). 노인이 새끼손가락을 두어 번 더 까딱였을 때, 청년은 노인 주변에 있던

눈송이가 반으로 갈라지는 것을 똑똑히 목격했다.


스륵...


담벼락 너머로부터 눈더미가 나뭇가지에서 흘러내리는 소리가 났다. 그리고 나즈막한 바람소리.

노인이 검을 휘두르는 소리는 그 사이에 단 한 줄기도 섞여있지 않았다.


"북창신검 고휼이나 청주괴검 김인수... 그리고 마혈." 


청년은 노인이 언제 툇마루에서 일어섰는지 알지 못했다. 노인은 일어서서도 칼을 굳게 잡지 않고 흔들거렸다.

아직 노인의 회상은 끝나지 않은 모양이었다.


"이런 검객들과 칼을 섞게 되면 한 치의 길이와 한 번의 숫돌질이 아쉽다. 그리고 가장 치명적인 순간에... 

그들의 칼은 한 치 길어지고 가장 연약한 곳을 베어온다."


청년은 문득 노인이 식은땀을 흘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챘다.


"가장 예상치 못했던 곳에 가장 섬뜩하게 번뜩이는 검기... 그걸 알아차리는 순간 눈앞이 캄캄해지고

밤하늘같은 곳에 그 칼날만 별빛처럼 떠 있지."


까딱, 까딱, 스슥, 스스스스스...


이제 노인의 손아귀에 걸려있는 칼은 숫제 경련하듯이 파들거렸다. 그와 함께 노인 주변에 흩날리던 눈송이들이

하얀 안개처럼 갈라져 덮어 내렸다.


"그 교활한 새끼들은 팔꿈치를 딱 두 치만큼만 굽혀서 칼끝에 변화를 더하고 거리를 혼란시킨다."


노인의 눈살이 증오하듯 올라오면서 담벼락 너머를 바라보았다.


"그 팔이 펴지는 순간이 바로 검강이다."


잠시동안, 뭍에 올라온 물고기가 파닥이는 것처럼 바람소리만 언뜻언뜻 스산했다.

청년은 품에 안았던 물주머니가 차갑게 식어있는 것을 깨달았다. 

스승이 흘렸던 식은땀도 차갑게 얼어버리려고 하겠지.


"스승님, 바람이 차갑습니다. 땀도 흘리셨는데 이만 들어가시죠."


노인은 청년의 말을 듣고 최면에서 깨어나듯 칼을 갑 속에 집어넣었다.


"...그러자꾸나."


노인이 문지방을 넘자 청년은 뭉근하게 때던 아궁이 불을 한층 돋궜다.


"비싼 술이다. 버리지 말고 남은 건 네가 먹어라."

"네에."


청년은 그 말이 반갑기보다는 걱정이 우선이었다.

어느 세월에 서울로 돌아가고, 어느 세월에 또 제자의 의무를 다한단 말인가.


'시발, 상태창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


어렵사리 또 제자의 의무를 다한다고 치면, 각성자들 사이에서 뺑이를 또 얼마나 쳐야 번듯한 도장 하나 차릴 수 있을까.


"스승님."


청년은 갑자기 앞길이 까마득하게 느껴져서,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냥 하이리스크 하이리턴... 이런 무공은 없나요? 왜, 게이트나 특이점에서 힘을 흡수한다거나..."


노인은 방 안에서 대답이 없었다. 다만 못 들은 건 아니고, 생각을 하던 모양이었다. 

청년이 화로에 숯을 조금 더 집어넣고 자작할때쯤에 대답이 돌아왔다.


"그걸 마공이라고 한단다. 미친 새끼야."

"네에.... 에이... 씨."


청년은 파김치나 가득 집어서 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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