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소설 컨텐츠에 익숙하지 않던 시기 원스토어 무료캐시로 보게 된,

대여점 시대 이후 내 웹소설 보기의 시작을 함께했던 웹소설중 하나다.

이 소설과 비슷한 시기에 봤던 글이 백수귀족의 권투사 칼리와 킬 더 드래곤.

그러니까 대여로보던 저 두 소설과 비교해도 던전견문록 초반부는

볼만했다고 여겼다는 거다. 그렇게 무료 캐시로 200화 즈음? 

카카오 페이지에서 기다무로 본 후반부를 빼면 중후반부까지 그렇게 봤다. 

그리고 그때의 결정을 후회하는 중이다.

시간 때우기로 쭉쭉 내리면서 읽는 사람에겐 나쁠 것 없는 글이다.

본지 좀 오래된 지금 떠올려도 문장은 깔끔하고, 오타도 없으니까.

주인공이 졸라 쎄서 막히는 부분도 없고, 속 답답하게 하는 여성진도 없다.

실제 카카오 기다무로 보면서 댓글 봤는데 호평이 많이 달려 있었다.

이소설에서 내가 재밌게 봤던 건 던전경영물적 측면이었다.

우연히 던전 하나 얻었는데 극초반에 쥐새끼들 쳐들어오는 걸로 빌빌거리고

근처 쎈 던전과 엮여 꽤 큰 위기를 맞이하기도 하는 그런 부분들이 재밌었다.

마치 코에이 삼국지에서 복양 즈음 여포 스타트로 근처 조조, 도겸, 원술 같은 애들한테

시달리며 겨우겨우 버티다 이겨먹는 그런 플레이를 하는 느낌. 

그랬던게 어느순간부터 던전 경영은 뒷전이고 주인공 무쌍이 시작된다.

난이도 조절 실패로 전혀 긴장감 하나도 없이 이야기는 흘러가고

후반엔 주인공 파워에 못따라오는 키워놓은 애들 거의 전부가

잉여되고 후반부에 얻게된 좀 쎈 졸개들에 밀리던가 뭐 그렇게 된다.

끝에 던전 업그레이드하면서 쌔지긴하는데 그때되면 쪽수로 싸우는 건

별 의미가 없게 되니... 

그런 주인공의 전투 장면을 잘 그려놓으면 무쌍 장면이 좀 흥미로워질텐데

과감하게 생략된다. 막 붙는 장면에서 짜르고 바로 다음 장면에선

주인공이 작살내논 상태로 끝나고 그랬다. 초반은 좀 장면 묘사가 있던거 같은데

가면 갈수록 사라진다. 그나마 있던 장면들도 하나도 안 떠오르는 걸로 봐선

별 볼일 없던 것들인 것 같다.

그리고 떡밥.

블랙 마켓?이라는 던전 상점과 사실상 다른 세계인 던전과 지상과의 관계,

깊은 심층의 던전 지배자의 딸, 오랜 옛날 던전의 역사와 

주인공이 얻게 된 던전에 얽힌 과거사, 주인공에게 주어진 어떤 안배들.

보면서 뭔가 대단한 전개? 기대하게 되는 것들이 초중반에 있었다.

근데 후반되면 거의 없던 일 수준 정도로 시시한 꺼리가 된다.

던전의 옛 이야기와 안배는 뭐 어떻게든 됐는데 나머지는

구멍난 부분을 고무 찰흙으로 대충 눌러서 막아놓은 느낌? 그랬다.

이럴거면 왜 떡밥을 푼 건지...

떡밥중 제일 좆같았던 게 주인공의 과거의 은인 떡밥이었다.

뜬금없이 중간에 설명이 나오면서 그 떡밥이 뙇하고 나타난다. 

어떤 예비 설명 하나 없이 뜬금없이 등장한 건 그렇다쳐도

떡밥 회수 과정부터 이거 중요한 떡밥이다, 이게 이야기 핵심이다를

마구마구 드러내는게 안그래도 조루화되던 이 글의 중후반부를

더 쳐지게 만들었다는 생각이다.

문장이 깔끔하다고 얘기 했었다.

근데 후반되서 너무 표현들을 반복해서 써먹는 바람에 그 장점이

무색해지는 느낌이다. 무심하느니 차갑다느니 그런 표현들...

같이보던 권투사 칼리에서도 비릿한 웃음 좀 자주 눈에 걸렸었는데

던전견문록에 비하면 새발에 바이러스 수준이다.

지겹도록 주인공에게 주인님 소리를 해대는 던전 관리인 시녀애와 

그밖의 쓸모없는 조연들과 궁 쓰며 달리는 헤카림은 

저런 측면들에 비하면 소소하기 짝이 없는 것들이다.

한창 재밌게 보던 초반에 이거 쓴 작가의 전작 컨티뉴인가를 대여로 빌렸다가

대여료 쓰지도 않은 1권 보다가 집어 치웠다. 2권 대여 비용 분의 900 캐시만 날렸다.

그때 눈치 챘어야 했다. 

하지만 난 그러지 못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