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형은 F등급 각성자다.'

이 새끼, 진짜 마지막까지-.

'그러니 나와 엮여선 안 돼.'

유현이가 누군가에게 말하고 있었다. 조금 슬픈 듯이.

'이미 틀어질 대로 틀어진 사이지만 앞으로는 더더욱 멀리해야 해. 헌터 자격이 되는 각성자는 일반인에 비해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니까.'

'형이 내 약점이 된다면 틀림없이 그놈들이 노리겠지.'

내 다리가 망가졌을 때였다. 녀석은 화를 내고 있었다. 그리고 또 슬퍼하고 있었다.

'아니. 힐러 지원은 불가능하다고... 전해. 차라리 그편이 나을 거다. 일단 쫓아내고... 그래도 형제니까 어쩔 수 없다는 식으로, 도움을...'

'형, 미안해.'

'미안해...'

'제발 던전에 들어가지 마.'

'형.'

동생의 기억이 내 목을 조였다. 주위를 고요했지만 그놈의 형 소리로 귀가 아팠다. 부둥켜안은 몸뚱이는 차갑고 딱딱했다.

미칠 것 같았다.

역시 이 녀석은 끝까지 날 물먹였다. 네가 뭔데 날 보호해. 형은 나다. 부모를 일찍 잃어 학교를 중퇴해 가며 얼니 동생을 돌보고 키운 건 형인 나란 말이다.

(...)

"야. 소원석. 시간을 돌리는 건 되냐?"

[부작용이 있을 수 있습니다.]

어떤 부작용이... 아니다, 상관없어. 시간 돌리는 게 된다면야 그게 어떤 부작용이건 상관없다.

"그럼 내가 여기 들어오기 전, 아니다. 그냥 아에 오 년쯤 전으로 돌려줘. 기억은 가진 채로. 이번엔 얌전히 살게."

[치명적인 부작용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래도 시간을 되돌리시겠습니까?]

살아있는 동생을 다시 볼 수 있다면 상관없어.

"어."

구슬의 빛이 더더욱 강해졌다. 눈앞이 새빨갛게 물들었다가 급기야 하얗게 명멸한다.

******

그래, 확실히 기억나네. 여긴 해연 길드 건물 내의 객실 줄 하나였다.

이제 곧 동생 놈이 찾아와 못마땅해 죽겠다는 얼굴로 잔소리를 하겠군. 그렇게 생각함과 동시에 문이 벌컥 열렸다. 한유현이 안으로 들어선다.

녀석도 양반은 아니다.

"누나."

살아있는 동생이 나를 불렀다. 이쪽을 바라봐오는 얼굴이 무척이나 앳되다. 5년 후에도 많은 나이는 아니었지만, 지금은 정말로 어렸다.

"그런데, 웬 누나...?"

"...?"

내 입밖으로 나온 소리는 얇고 가늘었다. 그리고 대체 무슨 말을 하냐는 듯 날 바라보는 동생.

섬뜩한 기분이 들어 반사적으로 목울대에 손을 가져다댔다. 봉긋 튀어나와 있어야 할 성대가 흔적도 없이 사라져 있었다.

다른손은 가슴팍을 더듬었다. 솟아오르지 말았어야 하는 곳이 솟아올라와 있었다.

손이 덜덜 떨렸다. 동생과 첫 만남인데, 제대로 뭔가 말을 해야하는데. 이미 내 몸과 마음은 반쯤 패닉 상태에 빠져있었다.

"아, 아닌데. 이, 이럴리가 없는데."

"누나, 혹시, 뭔가 큰 사고라도 친 거면..."

"아냐, 아냐. 그런거 아니야. 그냥, 그냥... 내가 미안해서 그래. 내가 다 잘못해서."

맥락없이 이어지는 말에 동생이 당황해했다. 하지만 도저히 내 감정을 통제할 수 없었다.

탈수기에 돌아가는 세탁물처럼 머리에 핏기가 빠졌다. 손발이 급격히 싸늘하게 식어가는게 느껴졌다.

세상이 빙글빙글 돈다, 이러려고 회귀를 한게 아닌데... 나는, 동생한테 잘해 주려고 회귀했을 뿐인데...

"누나!"

휘청거리는 날 붙잡는 동생의 손길, 그리고 느껴지는 체취.

조금 빠르게 맥동하는 심음과 숨소리가 들려온다. 새끼 새가 어미의 품을 찾듯이 날 끌어 안은 동생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고마워, 유현아. 그냥, 그냥... 나 몸이 안 좋은가봐."

"아니야, 누나. 내가 요즘 너무 강압적으로 굴었어, 미안해. 정말로, 미안해... 누나가 이렇게 힘들어 할 줄 몰랐어."

착한 녀석. 내 잘못임에도 오히려 날 감싸준다. 내 동생, 한유현은 언제나 그랬지. 그래서 이전생에서도 날 구하고...

속에서 울컥 올라오는 무언가에 평소라면 절대 하지 않을 소리를 꺼내들었다.

"사랑해."

녀석의 몸이 움찔 떨렸다. 내가, 대체 무슨 말을 한거지? 이런 쪽팔리는...

[각성자 '한유진' 등록 완료되었습니다.]

...어?

[전설급 칭호 '완벽한 양육자' 부여!]

로 시작하는 내가 키운 S급들이었으면 장붕이들 물고 빨았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