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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탑매 팬픽] 탑 매니지먼트 240화

ㅇㅇ(175.194) 2019.04.20 14:57:06
조회 2252 추천 25 댓글 9
														

W&U 매니지먼트 4팀 팀장사무실


「정팀장 꼭 좀 부탁해. 내가 그때 자네 위해서 진짜 힘 많이 썼던 거 기억하지?」

「문 감독님 은혜를 제가 잊을 리가 있겠습니까. 스케줄 확인해보고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통화종료 버튼을 누르니 섭외 관련 문자 메시지가 몇 개 눈에 띈다. 

실장 시절 기사가 터질 때마다 섭외 건으로 핸드폰이 불타가던 시절이 떠올라서 픽 웃었다.

식어가던 커.피를 한 손에 들고 대형 포털 연예뉴스란을 훑어본다.


['미다스의 손' 정선우 또다시 대성공, 그의 한계는 어디까지?]

['도시정글' 크라우드펀딩 역대 최고의 수익률 보여]

[배우 이송하, 남조윤 '신들린 연기' 주연 미스캐스팅 논란 속 실력증명 해내다]


칸에서의 일이 끝난 후, 도시정글은 수익분기점을 가볍게 뚫고 대표 라이벌 작이었던 초능력자를 짓눌러버리며 상승가도를 달리고 있었다.

줄세우기로 진입한 넵튠의 신곡은 3주 연속 차트 1위라는 기염을 토하고 여전히 상위권에 머물러있었으며, 서지준과 임주원 각각의 영화 촬영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다.

분명 순항 중이기는 했는데.. 이번 일은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따라가기만 했던 미래를 비틀어버렸다는 긴장감에 최후까지 긴장의 끈을 놓칠 수가 없어 초조해 죽는 줄 알았다.

이대로만 끝났으면 좋겠는데.

커.피를 홀짝이며 그런 생각을 하자마자 사내전화가 벨 소리를 울린다.

살짝 인상이 찌푸려졌지만 망설임도 잠시 수화기를 들었다.

「대표님께서 호출하셨습니다.」

전화기에서는 여비서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울렸다.

짧게 대답한 뒤 수화기를 놓고 천천히 일어난다.

도시정글건으로 들이받은 뒤부터 지금까지, 백한성 대표는 지켜보겠다는 듯 아무런 간섭을 하지 않았다.

무슨 생각일까. 백한성 대표의 속내를 짚어보려 했지만 역시 알 수 없었다. 나는 이내 머리를 흔들고 사무실을 나섰다.



곧장 7층으로 올라가 대표실 문을 열자 앉아있던 백한성 대표가 서류에서 시선을 뗀다.

"빨리 왔군"

"마침 자리에 있었습니다. 무슨 일 이십니까?"

"이걸로 충분했나 물어보려고"

의미를 이해하지 못해 한쪽 눈썹을 들었다.

"무슨 말씀이신지…"

"아니면 내가 정 팀장한테 한 번 더 실망해야 하나?"

그 순간 깨달았다.

아직도 생각하고 있던 건가.

바로 표정을 굳히면서 대답했다.

"도시정글 말씀드렸던 대로 대박 치지 않았습니까."

"난 자네가 실패할 거라고 말하지는 않았는데."

"…그때 말씀드렸듯이 저는 그런 식으로는 일 못합니다."

"무슨일이 있어도?"

시종일관 무표정했던 백한성 대표의 얼굴에 희미한 웃음이 잠깐 떠올랐다 사라진다.

무슨 뜻으로 하는 말 일까. 기자가 찍었다던 송하 스캔들 사진으로 압박을 주는 건가? 아니면 팀을 해체한다고 협박이라도 하려는 걸까?

아니다. 결국 백한성은 W&U의 대표다 제 몸에 칼을 찍는 거나 다름없는 일을 할 리가 없다. 

그렇다면.. 내가 잘릴 수 있다고 말하고싶은 걸까. 암세포는 제 몸에 칼을 대서라도 제거해야 하니까.

하지만 그것도 이상한 점은 있다. 미래에 실패할 가능성은 분명히 있겠지만 나는 아직은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는 우량세포다.

백한성 대표가 그런 행동을 취하기에는 너무 이른 시점이다.

가만히 대답을 기다리던 백한성 대표에게 입을 열었다. 고민은 있었지만, 어차피 내 대답은 하나뿐이었다.

"예"

"좋아"

너무 빠른 수긍에 나는 살짝 이마를 찌푸렸다.

백한성 대표는 여전히 무표정하게 나를 쳐다볼 뿐이었다.

"네가 그랬지. 기회를 이용하고 싶다고."

"그랬죠."

"손채영 차기작. 잡음 없이 성공시키고."

"내년 재계약 어떤 계약이든 받아들이게 완벽하게 네 사람으로 길들여 봐."

어떤 계약이든 이라니 뭘 노리는 거지? 

백한성 대표가 내건 조건때문에 잠깐 멈칫했지만 나는 곧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대표실을 나오며 백한성 대표가 내건 조건을 다시 한 번 떠올린다.

잡음 없이 성공하게 하라는 건 나보고 손채영이 문제 일으키는 일 없게 붙어 다니라는 거겠지.

첫 번째 조건은 조금 귀찮아졌을지는 몰라도 어차피 필요한 일이라고도 생각된다.

안 그래도 뭍에서 나온 인어공주의 실패와 길어진 휴식기로 손채영의 이미지메이킹은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시점이니 조건이 없더라도 내가 어느 정도 신경을 썼어야 했다.

문제는 두 번째 조건인 어떤 계약이라도 받아들일 것.

이 조건을 건 이유가 단순히 손채영의 계약금 동결 정도라면 그나마 낫지만 백한성 대표가 고작 그것 때문에 이 조건을 걸지는 않았을 게 분명하다.

층계를 내려오며 백한성 대표와 손채영 사이의 계약문제를 생각하다 보니 매니지먼트 4팀을 결성하기 전 손채영과 담판했던 시절 기억이 떠올랐다.



****



덜컹, 전에 한 번 지나쳤던 현관문이 열리며 이제는 나름 익숙해진 얼굴이 나온다.

나오자마자 주위를 휙 둘러본 손채영은 문 앞에 서 있는 나를 보며 화장기 하나 없는 얼굴을 찌푸린다.

"간만에 집에서 편히 쉬고 있었는데.. 또 뭐에요? 차기작은 생각 없다고 말했을 텐데요."

"간만이라니, 채영 씨 스케줄 저도 다 알고 있는데 무슨 거짓말을 그렇게 당당하게 합니까?"

내가 슬쩍 웃으며 안쪽으로 턱짓하자 손채영은 마지못한 다는 듯 안쪽으로 몸을 돌렸다

"들어와요."



현관을 지나쳐 내 오피스텔의 몇 배는 되는 거실로 들어오자 손채영은 바로 소파에 주저앉는다. 오늘 계속 그 자리에 있었던 건지 바로 앞 탁자에 잡지가 난잡히 펼쳐져 있었다.

변함없는 거실을 둘러보며 전과같이 손채영의 스틸 샷들이 걸려있는 벽에 몸을 기대려 하자 손채영이 맞은 편을 가리킨다.

"고개 아프니까 할 말 있으면 앉아서 해요."

눈썹을 까닥이고 쳐다봤지만 손채영은 별다른 표정없이 펼쳐놓은 잡지를 탁자 구석에 대충 쌓아놓고 있었다.

주춤했던 몸을 돌려 손채영의 맞은편에 앉으며 계획을 떠올렸다. 송하의 연락을 받고 2팀장이 도화선에 불을 붙인 순간 난 웃으며 2팀장을 엿먹일 계획을 세웠다.

손채영을 2팀장에게 데려가 차기작을 결정했다고 직접 전해주고, 대표의 대가를 받아 2팀장 앞에서 송인호뿐만 아니라 임주원, 서지준까지 빼앗아와 4팀을 만들면 그만큼 통쾌한 일도 없을 것이다.

지금이 제일 중요하다. 눈앞의 손채영을 설득하지 못하면 처음부터 끝까지 다 어그러져 버린다. 어떻게 미끼를 던질까.

잡지를 다 치운 손채영이 얼굴을 들고 쳐다보자 나는 입을 열었다.

"거래 하나 합시다 저희."

"뜬금없이 거래는 무슨 거래에요?"

"서로에게 필요한걸 주고받자는 건데. 너무 말을 어렵게 했나?"

내가 으쓱이자 손채영을 두 눈을 치켜뜨고 쏘아붙인다.

"지금 나랑 말장난해요? 누가 그걸 몰라서 물어봤대요!"

"손채영 씨도 저도 서로에게 필요한 걸 줄 수 있을 것 같아서 말이죠."

"그쪽이 필요한 거야 뻔하죠. 차기작 할 생각 없다고 몇 번을 더 말해야 알아들을 거에요?

"제가 해줄 수 있는 것에 대해 들으시면 생각이 달라질 겁니다"

"대체 그쪽이 나한테 뭘 해줄 수 있는데요? 뭐 전담 매니저라도 시켜달라고요?"

그 놈의 매니저 타령은. 이제 미끼를 던져야 할 때다.

"대표님, 손채영 씨가 지금 버티고 있는 거 몸값 때문에 그러는 거로 생각하시던데"

슬쩍 웃으며 한마디를 더 보탠다.

"아직은 말이죠"

손채영의 눈동자에 파문이 일고 눈이 그믐달처럼 가늘어지며 침묵한다.

잠시간의 정적을 깨고 붉은 입술이 열린다.

"지금 대체 무슨"

손채영의 말을 자르며 고개를 젓는다.

"거래라고 했지 않습니까. 도와드리겠습니다. 대표님이 거신 목줄 푸는 거"

내 말에 놀란 듯 입을 벌리고 말한다.

"지금 그쪽이 무슨 말 하고 있는지는 알고 있는거에요? 자기 잘난 맛에 사는 것도 정도가 있지 임시팀장 직함 하나 달았다고 세상이 다 자기 거 같아요?"

저거 진짜 양심도 없네. 한마디 하려다 참았다.

"곧 매니지먼트 4팀이 생기고 제가 팀장으로 들어갈 겁니다. 팀장으로서 손채영씨 하시는 일 최대한 지원해 드리겠습니다."

"팀장… 하지만 아무리 팀장이라고 해도…"

"W&U입사 2년만에 팀장 됐습니다. 그리고 이 자리에서 안주하지 않고 더 높이 올라갈 겁니다. 손채영 씨의 계획을 자세히 까진 모릅니다만 저와 손잡으시는 게 훨씬 가능성 높이는 일이라는 것을 약속드리죠."

내 말이 끝나자 손채영은 입술을 다물고 잠시 생각하더니 이내 한숨을 쉬었다.

"하아… 2팀장님은요? 우리가 뭐 하려 할 때마다 눈 벌게져서 훼방할게 뻔한데."

"제가 손채영 씨 설득하는 대가로 대표님께 받기로 한 게 뭔지 말씀 안 드렸죠?"

대표와의 거래와 2팀장을 박살 낼 계획을 전해주자 어처구니 없다는 듯 픽 웃으며 일어난 손채영이 말했다.

"손님이 왔는데 마실 것도 안 내놨었네요."

지금 내가 제대로 들은 거 맞나?

생각지도 못한 손채영의 반응에 멍하니 뒷모습만 바라보고 있자 금방 냉장고에서 주스를 꺼내온 손채영이 이쪽을 보며 미소 짓는다.

"자몽 좋아해요?


****




손채영 제대로 못나오고 연중당한거 아쉬워서 써봤음


글 처음 써보는데 써보니까 글쓰는게 어렵다는걸 깨달았다. 글먹충들 존경한다. 


우산아 돌아와줘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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