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드 본 블러드. 시리즈에서 연재하는 백수귀족 작가의 SF 신작이다.
이미 많은 사람이 알고 있을 작품의 리뷰까지 쓰는 이유는 재미있는 작품을 보면 추천하고 싶어지는 장르소설 보는 찐따의 버릇 때문이다.
하지만 이 작품은 정말 미쳤다.
개인적인 감상으로는 백수귀족 작가가 '잘 맞는 옷'을 입었다고 생각한다.
백수귀족 작가의 최근 작품은 맨대헬, 데몬소드 등 병맛 먼치킨 주인공을 메인으로 세우는 소설들이었다.
좋은 시도였고 실제로도 재밌었지만, 주관적으로는 살짝 아쉬운 감이 있었다.
백수귀족 작가가 킬 더 드래곤, 바바리안 퀘스트 등 진지하고 영리한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세웠을 때 느껴지는 특별함이 부족했으니까.
영리하고 강한 주인공이 때론 고뇌를, 때론 힘을 통해 복잡한 상황들을 헤쳐 나가는 서사는 장르 소설판에서 가장 잘 먹히면서도 성공하기 드문 소재다. 등장인물의 지능은 작가의 지능을 넘어서기 어려우니까.
그러나 백수 귀족 작가는 머리가 좋은 주인공을 정말 매력적으로 표현한다.
천재라면서 하는 행동은 쿨찐 저능아인 다수의 소설과 달리 백수귀족 작가의 등장인물들은 영리하고 유능하면서도 사람 냄새가 난다. 인간적이고 매력적이라는 소리다.
그리고 이번 작품의 주인공은 역대 작품들 중에도 가장 인간적으로, 그래서 호감형으로 느껴졌다.
킬 더 드래곤 주인공 이한의 조금 더 인간적인 버전 정도?
주인공에 대해 더 자세하게 설명해 보겠다.
밑바닥 보육원에서부터 재능을 인정받아 근위대 생도가 된 주인공 루카는 근위대장이 인정할 정도로 유능한 인물이다. 그 자신도 냉철한 군인으로서 행동하고 인정받지만, 생도답게 아직 어린 면도 남아있다.
가끔은 하면 안 된다는 걸 알고서도 행동한 뒤 후회하고, 가끔 실수도 한다.
평소엔 강철로 만들어진 군인 같다가도 가끔 소년처럼 행동하는 걸 보면 어리긴 어리구나 싶은 게 참 매력적인 인물이다. 경외의 대상인 페이커가 정글로 갈 때 실수로 강타를 들지 않는 걸 보면서 사람은 사람이구나 생각하며 오히려 호감이 생기는 것처럼 말이다.
독자로서는 이런 인간적인 주인공을 응원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주인공이 속한 제국의 상황은 정말 다면적으로 주인공을 압박한다. 생도라는 신분, 반항적인 친구, 근위대장의 비밀임무, 정체를 알 수 없는 스승,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제국의 인사와 감시체계까지.
아무리 유능한 주인공이라도 사건 하나하나가 칼자루 위를 걷는 것처럼 위태롭기 그지없다.
주인공이 강해지는 속도보다도 상황이 복잡해지는 속도가 더 빨라 오히려 점점 더 위험을 감수하게 되는 플롯이 계속해서 독자의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이게 백수귀족 작가의 또 다른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그의 작품은 아무리 유능한 등장인물이라도 할 수 있는 일에 한계가 있다.
대머리 주인공이 데우스 엑스 마키나처럼 모든 걸 해결하는 원펀맨이라는 작품에서 갈수록 주인공의 비중이 줄어드는 것만 봐도 먼치킨 주인공이 지닌 한계를 표현하는 것은 중요하다.
작가들이 이를 잘 표현하지 못하는 것은, 이 한계마저 독자들에겐 고구마로 전달돼서이지 않을까?
그러나 백수귀족 작가는 주인공의 한계를 오히려 작품의 긴장감을 더욱 끌어올리는데 이용한다. 제국에는 근위대장이나 주인공의 스승 등 주인공보다 훨씬 유능한 사람들이 많고, 그런 사람들조차 완전히 실체를 알 수 없을 정도로 제국은 복잡한 감시 체계를 갖추었다.
작품 내에서 주인공의 지위가 상승할수록 주인공은 역으로 점점 더 위험해진다.
그런데 작가는 이런 복잡한 플롯을 진행하면서도 각자 사연이 있고 입체적인 조연들, RF 온라인을 배경으로 만든 소설이라지만 왠지 모르게 워해머 느낌이 나는 세계관, 꼴리는 히로인까지 장르소설의 여러 매력들을 놓치지 않는다.
스토리, 캐빨, 전투씬까지 모든 게 만족스럽다.
대단한 작가가 또 한 번 진화한 느낌이다.
특히 작품 중 나오는 아키에스 전투술이 그야말로 압권인데, 내가 소설을 쓴다면 아무리 간지나더라도 이런 전투술은 넣지 않을 것이다. 내가 쓸 수 있는 한계를 벗어난 전투술이기 때문이다.
작가로서의 재능도 재능이지만 짬이 찬 걸 자랑하듯이 연륜의 필력으로 펼치는 차력쇼를 보는 느낌이다.
이걸로 내 리뷰는 끝이고, 스포는 거의 피했으니 더 자세한 내용은 작품을 꼭 봤으면 좋겠다.
세 줄 요약하자면
1)백수 귀족 작가가 가장 잘 쓰는 머리 좋은 주인공.
2)주인공이 특별하단 게 강조될 정도로 강한데도 소설이 매우 긴장감 있음.
3)히로인이 꼴리고 캐빨이 전보다도 훨씬 야무짐. **제일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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