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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류세린을 기억하며 : 미친 여신의 정원사들 리뷰모바일에서 작성

ㅇㅇ(211.176) 2024.05.01 05:25:29
조회 1473 추천 24 댓글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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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 류세린을 기억하며 이 글을 적는다.

  이미 삭제된 소설에 대한 리뷰이기 때문에, 감상보다는 이게 어떤 소설이었고, 류세린의 세계관에서 어떤 위치에 있었는지를 설명하는 것에 집중할 예정이다. 이 리뷰는 앞으로도 이 작품을 기억하고 싶기에 남기는 글이기 때문이다.

  스포일러는 당연하고,

  류세린의 다른 모든 작품들에 대한 언급, 해당 작품과 어떤 연결고리가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포함되어 있다.

  또한 170여편의 웹소설에 대한 모든 기억을 끄집어내었기에 긴 글이 될 것이다.

  내가 기억하는 작가 류세린의 작품에 대한 내용적인 측면의 모든 것이라 생각해주면 좋겠다.


  『미친 여신의 정원사들』은 2005년 조아라에서 공개된 이세계 판타지 웹소설이며, 류세린 작가의 이름으로 공개된 최초의 소설이다. 2007년, 혹은 2008년까지 167편 가량 공개되었으며, 기록상 170화지만 한 편은 연중공지, 한 편은 출간공지이기에 본편이 아니다. 근황도 한 편 있었던가? 현재 삭제된 상태이기에 온전히 기억에 의지해 이 글을 쓰고 있고, 이 부분은 불확실하다.

  일본 명문고 출신의 주인공 「한류빈」이, 한 학년 선배인 「야마노우치 히사노」의 가슴을 발로 차면서 소설은 시작된다.

  첫 문장은 『세상은 변하지 않는다. (-)한 지금까지도, 변하지가 않는 것이었다.』 (뒷부분은 기억이 흐리다) 첫 대사는 “자위하니?”

  도발적인 서두를 갖고 있는 만큼, 이 첫 문장에서부터 작품에 대한 진입장벽이 생긴다. 2005년의 감성에서도 아마 그랬으리라 추측하며, 시간이 흐른 지금으로서는 더더욱 그럴 것이다.

  저런 대사가 나온 배경은 다음과 같다.

  두 사람이 난데없이 이세계에 떨어진 직후, 리자드맨 무리에 쫓기다 외딴 산장에 피신한 뒤, 히사노가 스스로 가슴에 손을 얹고 울음을 터뜨리자 한류빈이 그것을 냉소적으로 비꼬며 던진 대사가 바로 “자위하니?”였다.





2 - 한류빈 (1)

  「한류빈」의 캐릭터성은 대체로 거침없고 시니컬하며 독설을 내뱉고 그렇지만 심지가 강한. 담배를 피고 안경을 쓰고 (썼던가?) 호전적인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여기서 눈여겨 볼 점이 있다.

  류세린 시리즈는 주인공이 '한씨 가문'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이후 발매되는 <당신과 나의 어사일럼>의 한유진은 한류빈을 대한민국 정부 소속의 어떤 존재이며 자신의 사촌누나라고 회고하고, <엔딩 이후의 세계>의 한시하는 한유진을 자신의 친척 형이라고 회상하며 '유진 준장'이라는 직함을 언급한다.

  또한 <엔딩 이후의 세계>에서는 현대판타지, 어반판타지적인 내용이 다루어지며, 각종 미디어에 대한 환상으로부터 생겨난 이종족, 이매망량, 이능력 각성자 등을 관리하는 '카이아스'라는 이능관리특수기관을 언급하는데, 이를 통해 한유진과 한류빈은 당 작품 세계관에서 생존한 뒤 한국으로 복귀해 카이아스의 높은 직책에 오른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더불어, 류세린의 세계관은 다중우주 이세계물의 형태를 띄고 있는데, <미친 여신의 정원사들>은 이른바 '정원세계'에 해당하며, <당신과 나의 어사일럼>은 이른바 '본산세계'에 해당, 우리가 사는 현대 지구는 '첨탑세계'라 일컫어진다.

  엔이세 3.5권에서는 가상의 우주론을 이야기하며 세계관에 대한 암시를 남기는데, 당초 <당신과 나의 어사일럼>을 읽을 적에 '은사자 백작'은 양손의 손가락과 손등에 이세계의 촉매를 박아놓고 있기에, 이세계의 개수는 12개라고 짐작했으나……,

  후일 <SSS급 자살헌터>에서는 그보다 훨씬 많은 이세계가 등장하므로 이 같은 추측은 폐기된다.

  <SSS급 자살헌터>는 기존 류세린 시리즈의 세계관과는 무관한 것으로 보였지만, 전개가 진행됨에 따라 '탑'을 만든 '탑주'가 어사일럼의 배경과 같은 본산세계의 출신임이 드러나며 모두 같은 세계관이라는 점이 확인됐다.

  이에 대한 근거로는 어사일럼과 스자헌에서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흑백 고양이 대전(어사일럼에서는 200년 전의 사건으로, 스자헌 본산세계 편에서는 얼마 전의 사건으로 언급된다), 본산세계 왕족의 손가락이 열두 개라는 점 등이 있다.

  그리고 스자헌 캐릭터 대부분이 엔이세, 어사일럼 캐릭터의 카피올스타전과도 같은데, 뭐, 넘어가고.

  어찌됐든 스자헌의 탑주는 <어사일럼>으로부터 이미 몇 백 년 전의 시점, 왕가와 밀접한 연관이 있었던 존재로 유추할 수 있고, 그녀는 특이한 사상을 갖고서 '탑'을 만들었다. 탑이라는 것은 '모든 세계의 복제품'과도 같은 것으로, 탑주는 '용'의 권능을 사용해 세계를 복제해 탑에 편입시킨다. 다만 나는 아직까지도 스자헌의 탑주의 사상을 이해할 수가 없는데... 그 부분도 중요한 건 아니니 넘어간다. 하여간 같은 세계관이다.

  그리고 류세린의 마지막 작품과도 같은 <백합기담>의 한백 또한 다른 작품의 한씨 일가와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그녀는 다른 작품 주인공들과는 다르게 명백한 단서는 없다. 타 작품 주인공에 대해 언급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백의 레즈연인 천능향이 <미친 여신의 정원사들>의 「마루카와 아야카」와 동일인물임이 확인됐고, (과거 작가의 ask fm 답변으로 확인됨) 해당 작품에는 <엔딩 이후의 세계>에 등장한 신의, 지윤이 등장한다.

  다만, 스자헌의 주인공은 이들과 다르게 한씨 가문이 아니라 김공자라는 이름을 갖고 있는데, 정말 아예 접점이 없는 것인지는 여전히 알 수 없다.

  그러나 스자헌의 살천성은 전작들과 같은 장소, 삼원시라는 가상의 도시에 살고 있었던 것으로 묘사되었다.

  세계관간의 연결점이 많기에 위에서 길게 정리했지만, 어쨌든 가장 첫 작품은 미친 여신의 정원사들, 미여정이다.

  이 세계의 배경은 정원세계. 제목의 '정원사들'은 마신을 봉인하고 돌아온 소수의 성전사들을 뜻한다.

  그들은 100년 동안 마신=미친 용의 세계에 감금 당했고, 끔찍한 고문을 당하며 100년을 버티다 끝내 마신을 죽이는 데 성공했다.

  처음 감금 당한 인원은 분명, 36명이었던가? 그러나 돌아온 인원은 10명이 채 안 되었고, 그들은 정신적으로 온전하지 못했다.

  그리하여, 그녀들은 세계의 재앙이 되었다.

  말이 안 통하는 상대는 아닌 모양이지만, 그냥 마주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위험하기에 피해야 할 존재로 여겨진다.

  하지만 이들의 존재는 이스터 애그, 혹은 맥거핀 같은 요소이다.

  당 작품에서는 그들이 등장하지 않으며, 더 정확히 말하자면, 그들이 등장하기 전에 작품이 연재중단 되었다.





3 - 야마노우치 히사노

  이야기의 시작은 한류빈과 야마노우치 히사노의 이세계 전이로부터 운을 뗀다.

  약 15편에 걸친 첫 번째 챕터 동안 그녀들은 리자드맨과의 사투를 벌인다. 이야기는 굉장히 길고, 세밀하며, 세부적인 요소를 살리면서 진행되고, 감정선의 연출 또한 진득하게 묘사된다. 작가 위래는 미여정의 이런 작법에 대해서, 인터넷 연재 특징 중 하나인 무한한 지면을 적극 활용했다고 평했다.

  어찌 됐든, 단지 현대 지구를 살아온 두 명의 여성이,
  상태창이고 이능력이고 없는 상태로 리자드맨 분대를 상대하는 곤욕.
  그것을 진득하게 변태적으로 세밀히 묘사한 것이다.

  하지만 그녀들은 순수한 의미의 일반인은 아니다.


  「야마노우치 히사노」는 '자세'라는 능력을 갖고 있다.

  그녀는 이중인격자이기도 하다.

  야마노우치 히사노는 이지메 피해자이며, 재벌가 영애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그녀가 재벌가 영애라는 사실은 이지메 타파에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데, 가해자「마루카와 아야카」는 굉장히 치밀하고 주도면밀, 두뇌회전이 빠른 인물로서 그녀가 딱 곤란해하면서 집안 사람들에게 사실을 숨기고 싶어할 만한 상황으로 그녀를 유도했다.

  그리고 사실 히사노가 도움을 청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기나 했을지도 잘 모르겠다.

  어찌됐건 그런 고통 속에서 그녀에게는 새로운 인격이 싹텄다.

  하지만 끔찍하게도, 그녀의 반대편의 인격은 히사노가 고통받기를 바란다.

  분명 이지메 가해자들에 대한 분노와 원한으로 만들어진 외향적이고 공격적인 인격인데, 마루카와 아야카는 그 인격을 길들이는 데 성공한 것이다. 그 인격을 그녀는, 분명 '아기'라고 불렀던가.

  그런 탓에, 내향적인 히사노의 원래 인격은 끝없이 고통 받으며, 반대편의 인격은 그녀의 고통을 오히려 기뻐한다.

  ...어찌됐건, 그녀에게는 '자세'라는 기술이 있다.

  한 대상을 향한 전집중 상태에 들어가는 것이다. 빈틈의 실? 아니, 그보다는 당시 시대상을 보면... 토오노 시키의 선이 보인다 같은 느낌이 아닐까.

  자세를 취한 히사노는 그 어떤 대상이든 '이긴다.' 하지만 여기에는 조건이 있다. 자세로 전집중을 할 수 있는 대상은 극소수에 해당하며, 그 대상이 아닌 존재에게는 오히려 무방비하다.

  A를 향해 자세를 펼치고 있을 때, 뒤에서 B가 나타나도 히사노는 알아차리지 못하고, 그렇게 되면 히사노는 B에게 처치 당해버린다.

  그리고 자세를 취한 히사노는 오로지 적의 섬멸만을 최우선순위로 두고 있기에, 자신의 생명에 대한 리미트가 사라진다. 통각이 사라지고, 팔이 부러지든 잘리든 오로지 이길 수 있는 방법에만 치중하게 되는 것이다. 자신의 신체와 목숨마저도 승리를 위한 수단으로 삼게 된다는 뜻이다.





4 - 한류빈 (2)

  한류빈에게도 어느 정도의 능력이 있다.

  히사노에 비하면 볼품 없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그녀는 눈으로 모든 척도를 정확히 잴 수 있다.

  이를테면, 바닥에 찍힌 리자드맨의 발자국에서 그 발이 13.68cm 정도 된다는 사실을 곧장 알 수 있으며, 대치하고 있는 리자드맨과의 거리가 10m 25cm가 된다든가, 히사노의 보폭으로는 8걸음 반 걸어가면 적에게 닿을 수 있다거나 하는 지표를 곧장 파악할 수 있다.

  이 능력은 언뜻 히사노처럼 전투력을 높이는 수단이 되지는 않는 듯 보이지만, 그녀 자신의 신체능력도 결코 떨어지는 편은 아니다. 그래서 히사노 정도 되는 인물이 아닌 한, 한류빈은 예를 들어 검술 대련을 할 때, 상대의 리치를 정확히 파악해 단 1cm 차이로 모든 공격을 회피한다거나... 그런 묘기가 가능한 것으로 묘사된다.

  그리고 목재로 뭔가 도구를 만들 때 홈의 크기를 딱 맞게 파내서 맨손으로 탁자를 만든다거나... 뭐 그런 게 가능하다.

  그리고 능력은 아니지만 그녀는 달변가다.

  작중에서는 '논객'이라는 말이 자주 사용되는데, 지금은 잘 쓰이지 않는 말이지만 2005년 당시 감성이리라. 그녀는 2ch에서 온갖 갈드컵 병림픽 논쟁을 자처해서 즐기고, 상대를 논리적으로 꺾는 일에 능해졌다.

  애초에 그런 일을 한 이유는, 이모라는 존재가 시켜서 그런 거라는데... 이 이모도 한씨 가문인지는 정확하지 않지만, 어쩌면 카이아스 출신일 수도 있다.

  그리고 한류빈에게는 그런 경험이 있기 때문에, 토론과 논쟁에서 이기기 위한 기술을 갖고 있고, 박학다식하다.

  어쨌든 인간 나무위키가 되어야 온갖 논리를 갖다 쓰면서 논쟁할 수 있으니까.

  단, 2005년에 나무위키 따위는 없었다. (아마도. 리그베다 위키 개설일이 07년이니 없었겠거니 한다.)

  그러므로 한류빈은 지금의 위키니트보다도 좀 더 지적 탐구욕이 높은 인물로 평가해야 마땅할 것이다.





5 - 1챕터 【살아가기를 결의하다】

  한류빈은 안경을 쓰고, 흡연자다.

  그녀는 원래 세계에서 트롤러였는데, 인터넷뿐만 아니라 현실에서도 온갖 '도장깨기'를 하고 다녔고,

  그래, 분명 두 사람이 다녔던 학교의 이름은 사립 호시노 여학원이었다.

  이곳의 입학 면접에서 그녀는 뭐라고 했더라. 일본을 엿먹이려고 입학할 거임~ 대충 이런 느낌이었는데. 정확히는 기억 안 난다. 그런 말을 했는데 왜 입학했는지 자기도 모르겠다는 투로 말한다.

  학교에서의 입지는, 여자들에게 고백 받는 여학생 포지션.

  그리고 히사노는, 안경을 썼던가? 썼던 거 같기도. 이 작가는 안경 미소녀를 좋아해서. 흡연자는 아니다.

  그냥 기가 약하고 이지메 당하는 미소녀.

  앞서 말했듯 그녀는 마루카와 아야카를 필두로 이지메를 당하는데, 이 마루카와 아야카는 이후 <백합기담>에서 메인 히로인 천능향으로 재등장한다.

  미여정이 연재중단이며 백합기담 이전에 아야카가 등장한 작품은 없는 것으로 알기에, 중간과정이 생략됐지만, 아마, 한류빈과 히사노가 이세계 전송을 당한 뒤, 몇 년 동안 정신적으로 망가졌던 것 같다.

  아야카에게 히사노는 뭐가 싫어서 괴롭히는 존재가 아니라, 오히려 '자신만의 것'에 가까웠기 때문에, 절대로 자신에게 반항하지 않는 존재... 이 작가의 작품에서 자주 등장하는 표현인 '신경안정제'로써의 존재였던 것이다.

  내 정신은 망가졌지만, 네가 있다면, 비틀린 애정이지만 네가 있으면 나는 이 지옥 같은 세상에서 한 번 더 숨 쉴 수 있어. 그런 의미에서의 신경안정제. (이런 식의 묘사는 어사일럼 3권 로로아 아라 하르테 외전에서도 한 번 등장한다.)

  뭐, 그런 히사노가 하루 아침에 증발했으니 아야카는 직접적으로 묘사되진 않았지만 끔찍한 시간을 보냈으리라.


  여하간. 류빈과 히사노는 리자드맨을 해치운다. 가까스로.

  1챕터 【살아가기를 결의하다】의 마지막 문장을 나는 좋아한다.

  지금은 삭제되었기에 온전히 인용할 수 없겠지만.

  [히사노, 별 하나는 누군가 한 사람의 영혼이라고, 떠나간 한 사람 한 사람이 모여 수백만의 별빛이 된 거라고, 그런 옛날 이야기를 들었을 때, 비로소 갈릴레이가 사형 판결을 받은 이야기를 이해할 수 있었어. 갈릴레이는 말 한 마디로 하늘에 뜬 수백만의 생명을 죽인 거야. 아마, 용서할 수 없었겠지.]

  [...있잖아. 나는 살아가는 의미라던가, 이유 같은 것에는 관심 없어. 하지만 나는 살고 싶어.]

  [히사노 네가 죽고 싶다고 해도, 네가 나를 원망하거나 미워한다고 해도.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아. 나는 살고 싶어.]

  대충 이런 느낌이다.

  여기서 드러나는 또 하나의 캐릭터성은, 한류빈이 상당히 편협하고 레이시스트 같은 뭔가를 가진 캐릭터라는 점이다.

  작가는 작품후기로 캐릭터의 사상과 자신의 사상이 일치하지 않는다고 반복적으로 말했지만, 솔직히 미여정의 한류빈은 그렇게 넘기기에는 너무 개성이 강했다.

  한류빈은 자살하고 싶은 마음 따위는 이해할 수 없는 인간이었고, 하지만 그렇다고... 자살하고 싶은 마음을 대놓고 비웃거나 하는 캐릭터는 아니었던 것 같다. (그런 걸로 치자)

  단지, 자신은 살아가고 싶다고. 그러니까 너도 일단 살자고. 그녀는 그냥 그렇게 말했다.





6 - LAZAROP BERTUMAIDA ERIL (1)

  이후 【시츠케(막간)】이었던가, 해당 챕터에서 그녀들은 다음 생존목표를 잡는다.

  어쨌든 주변 파악은 해야 했고, 문제는 이곳이 문명으로부터 한참 떨어진 산맥이었다는 데 있었다.

  한류빈은 자신이 가진 여러 토막상식과 지식을 나열하면서 (하나하나 쓰기엔 기억도 안 나지만, 어쨌든 이 소설은 한류빈이 자신의 지식을 자랑하는 파트가 상당히 많았다. 그게 또 재미있기는 했지만) 여기서 사람 사는 곳까지 가려면 최소 수백 킬로미터는 가야 할 것이라는 결론을 내린다.

  이세계니까 신경 써야 할 점도 한두 개가 아니라는 이야기도 한다.

  애초에 이 세계의 물은 H2O가 맞을까? 이 고기는 먹어도 되는 걸까? 우리는 어떻게 숨 쉴 수 있을까?

  ...그런, 장르적으로 허용하고 넘어가는 내용들을 이 소설은 하나씩 태클을 걸고, 하지만 거기에 매몰되지는 않는다.

  어쩔 수 없으니까 일단 넘어가자. 하지만 태클은 건다. 그런 식의 서술이었다.

  그들은 수맥을 찾고, 토끼돼지를 잡고 (이 '토끼돼지'는 스자헌에서 재등장한다) 산장을 개조하고... 일단 하루 더 살아나가는 데 집중한다.

  하루를 더 살아내는 것. 그러고 보면 류세린 소설은 언제나 이런 주제를 선호하는 것 같다.

  그리고 【어느날 방문자가 찾아오다】 챕터에서 드디어 사람을 만나게 된다.

  LAZAROP BERTUMAIDA ERIL. 아니면 RAZALOP이었던가.

  라자로프 베르투마이다 에릴. 어쨌든,

  그녀는 쫓기고 있었다. 피냄새. 히사노는 치료해야 하는 게 아니냐고 묻지만, 한류빈은 정색하며 이렇게 말한다. 너, 이 냄새를 모르는 거냐고. 이 아이, 강간 당하다가 도망쳐 온 것이라고.

  이어 산장 기둥을 타고 올라 천장에 몸을 숨긴 그녀들 앞에 나타난 것은, 한 무리의 남자들.

  그들은 무어라 알아들을 수 없는 말들을 하더니, 이내 수정을 들고, 사라진다. 텔레포트.

  그리고 이 소설에서는 '이세계어'를 설정해두었기에, 그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은 언어의 형식을 갖춘 채 묘사된다.

  어사일럼에서도 그랬다. 예를 들면 본산세계에서 Anten은 안녕하십니까 라는 뜻이다. Korza는 백작이었던가?

  하지만 정원세계 언어는 안타깝게도 작품이 삭제된 지금은 알 수 없다.






7 - LAZAROP BERTUMAIDA ERIL (2)

  에릴과 류빈, 히사노는 말이 통하지 않지만 바디랭귀지를 통해 어떻게든 소통하고, 조금씩 단어를 공유한다.

  어사일럼의 은사자 백작이 언어 영역에서의 천재였듯이 (그녀는 12세계의 이종족을 고문했기에 12세계의 언어를 꿰고 있다) 한류빈도 꽤 천재라는 설정이고, 곧 에릴과 이야기할 수 있는 수준이 된다.

  이후에는 에릴도 한국어와 일본어를 배우지만, 그건 나중 이야기.

  몸을 추스리고, 담소를 나누다가, 한류빈은 말한다. "그거, 너 자살하라고 매둔 거 아니거든."

  ...이 부분만은 메모를 해두어서 원전을 인용할 수 있는데,

  다음과 같다.

___

류빈은 가만히 고개를 들었다. 그 기묘한 느낌이 현실로 되어 나타난 지금, 그녀는 막 의자를 놓고 그 위에 올라선 에릴을 향해 말을 건넸다.

"그만."

하늘에 떠오른 달은 지금 외토리, 곧 내릴 장마를 위해 차츰 모여들고 있는 구름을 고려하자면 충분한 조명은 아무래도 될 수 없었다. 류빈은 한 발 앞으로 나섰다. 의자 위에 서있던 에릴은 움찔했다. 류빈은 한숨을 지었다.

"거기까지."

거리는 24.8미터.

"도살장으로 쓰려고 매달아둔 줄이야. 가죽 벗길 때. 토끼돼지 뒷다리 매달려고. 저녁 먹기 전에 말했지 않았나?"

그제야 에릴은 천천히 뒤로 돌아섰다. 류빈은 그 눈을 보았다.

"못 알아들었으면 그냥 지금 말해줄게."

어깨를 으쓱하진 않았다. 이마를 짚지도, 한숨을 내쉬지도 않았다. 그러는 대신 그녀는 마음을 가라앉히며 조용히 에릴을 향해 말했다.

"그거 너 자살하라고 매둔 거 아니거든."

장문이다. 에릴은 의미를 알아듣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걸로 충분했다. 목에 밧줄을 건 채, 의자 위에 서있던 라자로프 베르투마이다 에릴은 한순간 숨을 멈췄다. 류빈은 우울한 눈으로 그런 에릴을 보고 있었다.

___

  메모는 여기까지고, 뒷내용은 다음과 같은 느낌이다.


  토끼돼지를 도축하기 위해 매달아둔 밧줄에 목을 건 채로, 에릴은 멈췄다. 아마, 알아듣지 못했을 것이다. 장문이었으니까.

  류빈은 에릴이 잠결에 중얼거린 「아스타」라는 이름을 꺼내며, 자신도 13살 때, 모두를 안심 시킨 뒤 칼을 들었기에 예상했다고 말한다.

  그리고 네 체중으로는 목을 걸어도 죽을 수 없을 것이니 그만두라고.

  ──그렇게 말하는 류빈에게 에릴은 자신이 철제 방패를 둘러매고 있음을 보여준다. 리자드맨으로부터 얻은 전리품이며, 후라이팬 대용으로 사용되던 방패였다. 그리고,

  그리고 밧줄이 끊어진다.

  히사노. 언제부터?

  처음부터.

  어떻게?

  히사노는 이렇게 말했다.

  저, '남자'에게 당했던 적은 없습니다. 아야카네들, 그런 쪽으로는...

  즉, 여자들에게는 당했다는 뜻이다. 하다 못해, 그 짓거리가 끝난 뒤에, 나만 홀로 내버려두고 가지만 않았더라면─, 나, 버려진 인형처럼...!

  ...그때, 창문에 비친 제 눈동자와. "같았다고?"

  류빈은 중얼거렸다.

  "우리들, 부서진 사람들이네. ...왠지 그런 생각이 들어서."





8 - 【■■■■■ 숲의 나신을 두드리다】

  여기까지가 전체 170화 중에서 약 30화 가량의 내용이었던가.

  이쯤 해서 에릴에게, 네가 죽든 말든 아무래도 좋지만, 기왕이면 살자. 이런 식으로 류빈이 말했던 것 같다.

  그 뒤부터는 다시 이세계의 야생에서의 일상극.

  지나가던 여행자를 만나서 담배를 구매한다거나, 이세계로 온 이유를 알게 된다거나, 폭포 뒤 동굴에서 무언가 발견하거나, 이 세계의 역사와 세계관을 알게 되고,

  류빈, 히사노, 에릴 각자의 과거사에 대한 이야기도 서로 나누고. 그런 식으로 전개가 됐던 것 같다.


  여행자는 잘 기억 안 나고. 이세계로 온 이유는,

  정원세계는 세 개의 달이 있는데, 일정 주기로 세계의 특정 좌표의 모든 것이 달로 빨려올라가는 기현상이 발생한다.

  그리고 세 개의 달이 모두 일렬로 도열하는 때에는 (그랜드 크로스라고 했었다) 더 이상한 현상이 일어나는데, 대충 그런 때에 이세계와 연결되어서 떨어졌다는 식.

  정확한 해설은 아니다. 어쨌든 얘네는 아직도 산맥에서 야생생활 중이라.


  폭포 뒤 동굴에서는 세계관 이야기가 좀 풀리는데, 말하자면 주종관계 로맨스 이야기다.


  마스터와 퍼펫토.

  이것이 정원세계의 일반적인 연애형식이다.

  정원세계 배경의 또다른 작품 <노처녀 들개와 도둑고양이 소년>에서도 적극적으로 다뤄지는 설정이다.

  마스터가 주인, 퍼펫토가 종속되는 쪽.

  특이한 점은, 이것이 계약이라는 것이다. 마법적인 계약이기에 퍼펫토는 무조건 마스터의 명령을 들어야 한다는 점도 있다.

  그리고 여기서 끝이 아니다. 여기서 끝나면 그냥 도착소설 내용 같지만, 미여정은 한 발 더 나아가서 여기에 '사회적 책임감'이 추가된다.

  마스터-퍼펫토가 보편적인 연애방식이라면? 그러나, 딱 봐도 퍼펫토가 100% 불리하다.

  그러기에, 사람들은 아무하고나 연인관계가 되지 않으며, 마스터가 퍼펫토를 버리는 일 또한 굉장한 터부로 자리잡았다.

  주종관계가 되었다면, 책임을 져야만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간다.

  그래도 책임 안 지고 외도하는 사람은 한다! 라고.

  폭포 뒤 동굴 은신처를 만든 두 사람이 그런 내용이었던 것 같은데. 약간 복잡한 관계도라 정확히는 기억 안 난다만....


  대략, 마스터와 퍼펫토 관계가 된 두 사람이 있었다.

  근데 마스터 쪽은 새로운 연인이 생겼다. 그러면 이제 기존 연인과의 마스터-퍼펫토 관계를 청산해야 하는데, 마스터가 퍼펫토를 버리는 일은 굉장한 도덕적 비난을 받게 되는 일이다.

  완전히 불가능한 일은 아니지만, 마스터는 상류층 정치인이었기 때문에 좀 더 떳떳하지 못했다.

  그래서 퍼펫토를... 죽였던가?

  아니면, 얼굴가죽을 벗겼던가...? 흠.

  어쨌든 퍼펫토 관계를 '처리'해버리고 새로운 연인과 마스터-퍼펫토 관계가 됐다.

  그런데, 버림 받은 퍼펫토의 원한은 너무도 컸고, 그녀는 너무도 억울했다.

  그녀는 사령이 되어 나타났다.

  복수를...... ...그런데 여기서 한 번 꺾어서.

  사령이 된 퍼펫토는, [복수를 이루기 전까지는 사라지지 않는다.]

  그리고 그녀는 [복수를 이루지 못한다.]

  잘 기억은 안 나지만 그 마스터가 옛 퍼펫토의 원혼을 역으로 지배하는 데 성공해버린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노리개로 삼았다.

  원혼은 복수를 이루지도 못한 채, 자신의 마스터와 그녀의 새 퍼펫토가 정사를 즐기는 모습을 계속 보아야 했고, 심지어는 그녀를 위해 봉사하여야 했다.

  언제까지? 영원히.

  그녀는 술식에 의해 영원히 봉사해야만 하는 존재가 되어버렸으므로.

  소문에 따르면, 그녀는 미칠 수 없었다고 한다. 왜냐하면 사령이 미치는 일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하지만 그녀는 미쳐버렸다고 한다. 그 끔찍한 고통으로 인해.

  ...대충 여기까진 기억 나는데. 그리고 무슨 마네킹 같은 게 있어서 옷을 갈아입힐 때마다 다른 인격이 나오는 것도 기억나고.





9 - 정원세계

  여기서 미여정의 중대한 설정을 하나 적는다. 1 : 지상에는 여자만 살고 있다.

  그러므로 백합이 상식!

  그리고 이쯤에서 에릴에 대한 이야기도 좀 더 하고 가자.

  라자로프 베르투마이다 에릴. 그녀는 어떤 도시의 무슨 높은 정치인인 아스타의 퍼펫토이며, 지상에 나왔다가 남자들에게 볼모로 잡혔다.

  지상에는 여자만 살고, 지하에는 남자만 산다.

  그런 설정이다. 이유는 좀 나중에 풀도록 하고.

  에릴은 마스터인 아스타를 사랑하고, 아스타는 에릴을 애지중지 한다.

  에릴은 자신은 이미 어른이니 어른 취급을 해달라 하지만, 그녀의 어린 시절을 아는 아스타는 그녀가 마냥 어려 보이기만 한다.

  불행하게도, 이러한 관계성은 그녀에게 최악의 결말을 가져다 줬다.

  이 세계의 텔레포트는 '전송구슬' 혹은 수정을 통해 이루어지는데, 남자 군대를 맞닥뜨린 에릴과 아스타는, 그것이 정치적 함정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아스타는 에릴에게 전송구슬로 도망치라고 말하며 자신을 인질로 잡으라 말하지만, 에릴은 아스타에게 전송구슬을 주며 말한다.

  "나도 어른이니까." 중요 정치인인 아스타보다는, 그녀의 퍼펫토인 자신이 그래도 덜 중요하니까.

  아스타는 이런 상황에서 듣고 싶지는 않았다고 말하면서, 근데 전송구슬 쓰고 바로 도망침.

  그리고 에릴은 아스타에게 더이상 돌아갈 수 없다고 이야기하는데, 분통이 터지는 부분이다.

  여기까지 들으면 에릴이 죽지도 않았고 일단 살아남았으니 아스타에게 돌아가면 되는 게 아닌가 싶지만,

  에릴은 그게 정치적으로 아스타를 곤란하게 하는 일이라고 이야기한다.

  아스타는 아마도 자신을 이미 죽은 사람으로 취급할 테니까.

  자신을 사랑하는 것과는 별개로, 그녀는 어엿한 정치인이니까.

  게다가 자신은 처녀성도 잃었고, 그런 주제에 돌아가봐야 좋은 꼴을 보지도 못할 테고...


  여기서 중대설정 2 : 이 세계의 마법은 처녀만 쓸 수 있다.

  초경 후부터 폐경 전까지! ……그게 무슨 말이니.

  몰라. 그냥 그런 갑다…….

  하여간, 앞서 말했듯 지상에는 여자만, 지하에는 남자만 살고 있으니까, 웬만해서는 모두 처녀라서 마법을 쓴다.

  그럼 이제 이 설정에 대해서도 이야기해보자.

  지상에는 여자만 살고, 지하에는 남자만 산다.

  이 세계는 도시와 도시 밖의 세계로 나뉜다.

  앞에 말했듯, 달이 세상을 잡아가는 현상이 있는 세계관이다.

  도시를 세워놨는데 달이 죄다 잡아가면 아포칼립스다. 그래서 사람들은 달에게 안 잡아갈 수 있는 도시를 세웠고, 그 도시 밖의 세상은 언제든 달에 잡혀갈 수도 있고 위험한 곳이다.

  즉, 정원세계의 '도시'는 조금 더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도시'에는 비가 내리지 않고, 그래서 '비를 맞는 것'은 도시 밖의 미개한 존재를 뜻하기에,

  이 정원세계의 여자들에게 비를 맞는 것은 비참하고 최악의 상황을 뜻하는 메타포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 '도시'는 여자들이 지었고, 남자들은 도시 밖도 아니고 지하에 들어가서 살고 있다.


  인구 유지는... 일단 남자들 도시에서 어쩌고 있는지는 정확히 안 나온다.

  몇 명 납치하는 걸로는 유지 안 될 텐데? 아니면 지하에는 남녀가 평등하게 살아가나? 뭐 그런 이야기 나오는데, 주연급은 전부 여자라서 불분명함. 실제로 남자들 사는 지하도시는 안 나오니까.

  여자들 도시는 남자 납치하고 씨받이로 쓰면서 유지함.

  근데 처녀를 잃는 게, 마법도 못 쓰게 되고... 남녀가 극단적으로 갈라선 세계관이므로 '산모 계층'은 좀 멸시 받음.

  그리고 여자 도시에서 남자 아이는, 마법으로 성별 고정해서 여자만 낳기 때문에 안 태어나던가. 대충 그랬다.





10 - 신화 시대, 대마법사의 시대, 참왕의 시대

  두 성별이 갈라진 것은 수백 년 전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는 걸로 설명되는데, 이 부분도 굉장히 길다.

  진짜 정말로 너무 길다.

  솔직히 기억 진짜 잘 안 난다, 이 부분은.

  왜냐면 무슨 역사서 쓰듯이 진짜 좔좔좔 길게 쓰는데, 한두 편도 아니고 몇 십 편 동안 세계관이랑 이 세계 역사 이야기 하거든.

  솔직히 대충 내용만 파악하고 가지, 도시 이름이나 무슨무슨 시대, 어떤어떤 시대... 뭐 삼국시대 고려시대 그런 식으로 구분되는 이름은 전혀 기억이 안 나.


  하여간, 대충. 예전부터 여자가 지배하는 여존남비 세계관이었던 것이다. 왜냐면 여자가 마법 쓸 수 있으니까.

  남자는 동정이고 뭐고 마법 못 씀. 주술 몇 개는 쓸 수 있다고 하는 것 같지만.

  근데, 남자가 여자 마법사의 처녀성을 훼손하면 큰 손실이니 거세도 하고 그랬다나?

  뭐, 그런 세계관이라... 대마법사의 시대? 그 이후로 무슨... 왕의 시대? 참칭...? 어쩌고 해서 혁명도 일어나고 그랬는데.


  결정적인 건, 남자 왕이 이세계에서 온 마신에게, 29명의 정원사들을 바치는 대가로 100년의 평화를 얻었다...

  뭐 그런 내용이었던 것 같은데.

  하여튼 남자가 폭동 일으키고 남자가 왕이 되니까 여자들 악신에게 팔았다,

  그 뒤에 여자들이 다시 주도권 되찾아온 뒤, 남자들 내쫓고 두 성별은 아예 지상과 지하로 나뉘어 살 만큼 적대적이게 되었다.

  이런 내용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리고 여기서 바쳐진 29명의 정원사... 아니 성기사. 이 성기사들이 100년 동안 고문 받다가 결국 악신 마룡 죽이고 돌아온 뒤 미쳐서 언터쳐블 세계최강 싸이코가 됐고. (근데 170화 끝날 때까지 한 명도 안 나옴)


  솔직히 조금은 어지러운 작품이다.

  누군가가 본다면 시작부터 자위하니? 로 시작해서, 주인공 3인방 중 2명이나 강간 당하고, 처녀만 마법을 쓸 수 있다? 불편해 할 집단이 분명히 있고.

  또 누군가는 반대로 여존남비에 걸크러쉬에 남자들은 다 거세했다고? 사상을 의심할 사람도 나올 테고.

  양쪽 모두에서 미움 받을 여지가 있는 것 같아서.

  하지만, 이게 2005년 소설이라고 생각하면.

  뭔가... 시대를 앞서나간 듯한 뭔가가 있는 느낌도 들고 그렇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11 - 이후 내용

  그리고 이쯤 해서 에릴 회상 말고 류빈과 히사노의 회상도 시작되는데.

  뭐, 이 두 사람은 설정을 앞에서 설명했기 때문에 다시 말하는 건 번거롭고.

  대신 마루카와 아야카에 대해서 좀 쓰자면.

  마루카와 아야카는 '첫단추를 읽는 능력'을 가진 존재라고 소개된다.

  <백합기담> 작가 후기에서는 라플라스의 악마를 차용한 것이라고 직접적으로 해설하는데, 요컨대 이런 것이다.

  시작점을 알고, 모든 조건을 알고 있으면, 끝도 알 수 있다. 이게 결정론이니까, 마루카와 아야카의 첫 단추를 읽는 능력은... 이 구성요건에서 시작점을 담당하는 셈이지.

  그리고 기본적으로 두뇌가 뛰어난 캐릭터이니까, 이 첫 단추를 읽는 능력으로 상황을 자기 맘대로 작위하는 데 능한 것이다.

  그리고, 그렇기에 아야카는 '지루하다.'

  모든 것이 자기 손아귀 위의 인형극 같아서. 인간에 대한 애정을 갖지 못하고, 따분함을 견딜 수가 없다.

  그래서 히사노를 괴롭힌다. 신경안정제라면서.

  다만 히사노에게는 「오네사마」라고 불리는 언니가 한 명 있는데.

  히사노에게 검술을 가르쳐주고, 대략 30대 정도 되는 여성으로 추정되면서 돈 많은 아재들 정부 역할 자처하면서 생활하는 캐릭터인 이 오네사마는...

  어느날 히사노가 괴롭힘 당하고 있다는 걸 알아차려버린다.

  그리고 아야카에게 오로지 복종하던 히사노를, 처음으로 아야카에게 반항하게 만들어버린다.

  즉, 아야카는 히사노가 오직 자신의 생각대로 움직이리라고 생각했는데, 이 오네사마에 의해 처음으로 자신의 예상을 벗어나는 행동을 한 것이다.

  이 사건은 하나의 기폭제가 된다.

  아야카는 히사노가 자신의 결정론적 재능을 벗어나기 때문에 좋아하는 게 아니라, 그냥 신경안정제로 삼은 존재인 거고, 그러니까 자기 계획대로 움직여줘야 하는데 안 한 거니까.

  오네사마와 아야카의 대립구도.

  그렇지만 여기서는 아야카가 이긴다. 그리고 오네사마는 말한다. 기다려달라고.

  내가, 꼭 구해줄 테니까.

  그리고 다음날 히사노는 이세계 전이 됐다.

  오네사마 입장에서는 히사노가 그 다음날 사라져서 허망하고 절망스러울 테고,

  아야카 입장에서는 자신의 예상이 또 크게 빗나간 데다 완전 증발해버린 히사노를 아무리 해도 찾을 수 없으니 정신이 무너지겠지. (그리고 정신적으로 무너져서 '첫단추를 읽는 능력'이 망가지고, 한참 지나 <백합기담>으로 이어진다)


  뭐... 그런 느낌. 여기까지 해서... 90화? 130화? 그쯤 되는듯.

  에릴이 이야기해주는 정원세계 역사 이야기~ 혹은 아스타와의 이야기~ 기타등등~ 은 기억 진짜 안 나서 못 쓰겠다.

  완전 치밀하게 설정된 독특한 이세계의 정치인 이야기인데, 기억이 날 수가 없다.

  애초에 읽을 때도 눈에 안 들어와서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읽었는데 읽을 때마다 눈에 안 들어왔고....


  아, 덧붙여, 이 회상편에서 한류빈이 전이되기 직전에 겪은 사건에 대한 이야기에서는.

  호시노 여학원 학생들이 하나둘 실종되었다가, 살해된 채로 발견되는 연쇄살인사건이 발생하는데.

  이들의 공통적인 특징으로는, 자궁이 적출된 시체로 발견된다는 점…….

  근데 범인이 밝혀지기 전에 전이됨.


  그리고 이 뒷 이야기는 잘 기억 안 남.


  대충... 붉은 머리 여자랑 만나서 거래 하고 뭐 그런 내용이었던가.

  아, 휘엔. 이름이 휘엔이었다.

  그리고 휘엔은 숨기고 있는 사실이 있는데, 남자랑 같이 다닌다는 사실이다.

  지저의 대재상이었나? 지저가 대재상에 의해 통합되었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대전쟁이 일어날 암시가 제시됨.

  이 사실을 아스타에게 알려야 한다면서 에릴이 말했던 것 같고,

  근데 얘네 아직도 1화에 나온 그 산맥의 그 산장 오두막에서 지내고 있음.

  그도 그럴 게, 섣불리 움직이면 리자드맨이나 어떤 괴물 만날지 모르고.

  걍 토끼돼지 도축하면서 버티면 또 하루는 버텨지는데. 산맥을 벗어나는 것 자체도 어렵고. 어느 방향으로 얼마나 가야 하는지도 모르니까.


  마지막 챕터명은 【아무것도 아닌 하루가 지나다】였나? 아무렇지 않은 하루? 아무것도? 아무것도 아닌 날이. 음. 정확한지는 모르겠다. 근데 하여간 저런 의미의 문장이었다. 아.

  【특별할 것 없는 하루가 지나다】였던 것 같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기억 나는 건 류빈이 에릴한테 마법 가르쳐달라고 말하는 부분.

  이 마지막 챕터의 시작이었던가, 끝이었던가?

  에릴은 목적을 묻지만 류빈은 말을 돌리고, 연재중단 되어서 진짜 목적과 이유는 끝까지 모르는 채였다.





12 - 정리

  이 작품은 현재 삭제되었다.

  작년에 신작으로 왔던 겜작되가 연재중단을 하면서, 그로부터 며칠 뒤 일어난 일이다.

  이 작품 외에 <노처녀 들개와 도둑고양이 소년>이라는, 같은 정원세계 세계관의 30화 완결 소설도 삭제되었다.

  삭제된 이유는 알 수 없다.

  결국 이 작품마저 지우고 그림자를 모두 지워버리겠다는 뜻인지, 언젠가 다시 돌아오려는 생각인지.

  전자라면 삭제한 이유를 밝히지 않을 것이고, 후자라도 결과물이 나오기 전까지는 아무 말이 없을 테니, 아무 공지 없이 삭제된 것은 어쩔 도리가 없는 일이다.



  하지만 정말로 모르겠다.

  몇몇 사람들은 작가의 행보를 보며 숨길 생각이 없는 거라며 비웃었지만서도,

  전작과의 접점을 남겨둔 것은 내게 있어서 일종의 희망이었다…….

  그게 마치, 언젠가 다시 금의환향하겠다는 의지로 보였기 때문이다.

  글쎄. 백합기담이 연재되고. 출간한다면서 삭제되고. 아무리 시간이 지나고 출간이 안 되고. 스자헌이 완결나고. 그제야 출간되고. 1년 있다가 온다면서 안 오고. 미디어믹스 웹툰만 연재되고... 간나살도 썼다는 의혹이 있던데, 이건 안 읽음.

  그렇게 해서, 3년?

  3년만에 겜작되로 돌아오더니 왜인지 ㄷㄷㅊ의 느낌에 다시 절여져있더니.

  결국 연중.

  공지를 읽었으나.... 뭘 하고 싶은 건지. 모르겠다.

  모르겠다. 엔이세, 어사일럼. 이 두 작품은... 원고가 완성되어도 출간이 가능한지도 이제는 잘 모르겠다. 너무나 많은 시간이 지났다.

  그렇지만, 독자 입장에선 어쩔 수 없지 않나? 모르기 때문이다.

  무슨 사정이 있는지, 그냥 쓰기 싫은 건지. 쓰고 싶은 마음은 있는지, 그냥 다른 거 쓰고 싶은지.

  시발.



  나는 완결 후기를 기억한다.

  끔찍하게도, 내게 있어서 마지막 후기는 스자헌 후기가 아니다.

  왜냐하면 사실 백합기담 후기가 시기적으로 가장 마지막에 쓰인 후기였기 때문이다.


  분명 마지막 문장은,

  <일단 밀린 소설들을 쓰고, 나머지는 그 뒤에 생각하겠다>, 였다.

  하지만 기약 없는 일이다.


  그렇다면 미여정도 이제는 그만 놔주어야 하는 걸까? 지워져버렸는데. 드문드문 떠오르는 몇 문장들밖에는 기억나지 않아.

  그런 걸까?





13

  쓰면서 이 정도 고봉밥인 줄은 몰랐다.

  근데...

  <미친 여신의 정원사들>이 삭제되어 버렸잖아!!!!

  내게는 충격적이게도,

  그건 겜작되가 연중되고, 그로부터 며칠 만에 일어난 일이었다.

  더는 어디에서도 이 소설을 볼 수 없게 되어버렸고, 이제는 내 기억에서도 차츰 잊혀져버릴 테니.

  이렇게 기억 나는 모든 것을 적은 리뷰를 쓰게 됐다.

  그게 이 글이 고봉밥이 된 이유다.


  개인적으로는, 백합기담 - 스자헌 - 겜작되로 이어지는 '불'에 대한 의미도 적고 싶지만....

  솔직히, 이제는 작가가 뭘 하고 싶은 건지 잘 모르겠다.

  작품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커리어적으로.

  이번에 무한썰로 돌아오면서, 더더욱 알 수 없게 되었다.

  소설은 재밌었다. 재밌는데.

  올드팬으로서는.

  에휴. 모르겠다.

  그래서 할 말이 없다.
  
  그럼 애초에 이 리뷰는 왜 쓴 거냐...


  내가 사랑한 소설이 삭제되어버렸잖아!!!!!!!!!!!!!!!!!!!!!!!!!!!!!!!!!!!!!!!!!!!!!!!


  인생.

  언제부턴가 노벨피아에서 미여정이 재연재 되는 망상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현실은.

  아...






요약 :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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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26591 일반 싹퉁바가지없는 풀피 인내심갖고 달래주는건 삼평ㅋㅋㅋ [48] 역시내인생은잘못됐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22 2758 86
8726581 일반 떡밥 싫다고 도배하는건 존나 애새끼같노 ㅇㅇ(115.41) 05.22 913 22
8726563 일반 자기가 안보는 소설 떡밥 굴러가면 [12]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22 2464 49
8726434 일반 삼국지갤로 가라는게 ts갤로 가라는거랑 뭐가다름 [15] ㅇㅇ(121.130) 05.22 2924 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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