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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내부문건2 에필로그

익금불산입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9.08.04 18:38:59
조회 464 추천 4 댓글 3
														

에필로그


2052년

모스크바, 7.62 바


솔직히 말해서 이 술집은 전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음식은 가끔 식은 채로 나오고 맥주 거품도 언제나 형편없었다.

하지만 덕분에 여기서 그를 방해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현란한 네온사인 불빛 속 밤거리의 남녀들 같은 것은 이곳과는 연이 없는 풍경이다. 그런 이유에서 이곳은 언제나 특정한 사람들이 즐겨 찾는 곳이었다.

그가 찾고 있는 그 사람처럼 말이다.

술집 깊숙히 구석진 곳에 한 사람이 앉아 있었다. 건장한 체구였다. 앞에 놓인 잔에는 천천히 보드카가 채워지고 있었다. 알코올을 즐기기보다는 그저 시간을 때우고 있는 느낌이다. 이 술집의 다른 단골들처럼 이 사람도 유명한 고참병이었다. 그리고 그가 찾는 바로 그 사람이기도 했다.


"여, 크루거."

"이게 누구야, 아직도 안 죽고 살아있었나."

"자네도 팔자 편 것 같지는 않구먼. 어머니 러시아에서 뭘 하고 있는 겐가."

"할 게 뭐 있겠나, 이런 세상에서. 제 입에 풀칠만 해도 감지덕지지."

"내무부 영관급이면 먹고 살 정도는 안 되나? 자네 요즘도 유족들한테 자네 월급 부쳐 주고 있는 건가?"


그는 대답이 없었다. 코웃음을 칠 뿐이었다.


"유족연금 가지고는 생활비도 안 나와."

"뭔가 다른 일을 해 볼 생각은 없나?"

"내가 군복 입는 것 말고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나."

"자네 별로 바쁘진 않은 것 같은데, 퇴역군인회에서는 아직 짬이 좀 밑이려나?"

"이봐, 쓸데없이 빙빙 돌리지 말라고. 말하려는 게 뭔가, 그리폰?"


눈 앞의 고참병 녀석은 한창 때의 그 대쪽같은 모습 그대로였다.

그 때 생각을 하니 슬며시 올라가는 입꼬리를 막을 수가 없다. 그는 보드카를 집어 자신의 잔도 가득 채웠다.


"이번에 사귄 친구들이 좀 있네. 투자를 할 의향이 있다나 봐. 전문 투자업자들이지. 내 생각에, 이런 시기에는 보안용역업계가 수익성이 높을 거라고 확신하네."

"그게 내가 하는 일이랑 무슨 차이가 있나? 젊은이들을 전장으로 내모는 건 피차일반 아닌가?" 크루거는 답답한 듯 술병을 다시 잡았다.

"들어 보게, 우리 투자안의 차별화 포인트는 지금부터니까. 솔직히 말하면 저 친구들은 투자안 자체보다 이 부분을 더 맘에 들어하는 것 같아. 이 사업이 잘 되면 자기들 상품의 판로를 더 넓힐 수 있거든. 그 '인형' 이라는 것들 있잖은가."


"……."


"알고 있네, 자네가 현재의 유럽 재건 정책에 할 말이 많다는 거. 전쟁에 이기고 살아남은 유럽의 젊은이들이 무의미한 폭동과 종전 후 찾아온 혼란 속에서 죽어가고 있네.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야. 하지만 정부라는 게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나보다 자네가 더 잘 알고 있겠지. 어떤 정책이 받아들여지려면 일단은 실험을 거쳐야 해……."

"좋아, 내가 뭘 하면 되겠나, 그리폰?"

"자네가 현명한 덕에 나도 수고를 덜겠구만. 내 몫의 배당 외에는 나는 일절 자네의 경영방침에 토를 달지 않겠네. 나는 자네가 전권을 잡고 회사를 움직여 줬으면 좋겠어. 자네 정도 이름값이면 퇴역군인회에서 인형 지휘가 가능한 베테랑들을 우리 회사로 모을 수 있을 거라 보네. 자네의 상층부 인맥이면 국방부 단위의 용역도 따낼 수 있을 테니 회사의 큰 자산이 될 테고. 상층부가 인형의 군사적 가치에 주목하도록 만들 수도 있을 거야. 특히 우리 친구들의 제품에 대해서 말이지."

"특정 기업의 장비를 쓴다는 건가. 설마 자네……, I.O.P.의 그 여자애들 말하는 건 아니겠지? 내가 잘못 짚은 거라 말해주게."

"그 쪽이 일반인들도 반감을 덜 품을 것 같지 않나?"

"그 다음은?"

"사업이 궤도에 오르면 투자업자들이 조금 불편한 일들로 자네의 도움을 필요로 할 수도 있네."

"그건 보수 나름이지."

"하하하하하하, 물론일세, 크루거 동지."


남자는 싱긋 웃고는 품에서 봉투를 꺼내들었다.


"착수금과 계약서일세. 얼른 사표 내고 오게나. 또 보지."

그러나 그는 봉투를 받아들지 않고 테이블 한가운데 가만히 앉아 있었다. 그의 두 눈은 바로 앞에 있는, 몇 년을 알고 지냈지만 여전히 속을 알 수가 없는 그 녀석을 가만히 응시하고 있었다.

"아직 궁금한 게 있네. 어째서 날 찾아왔나?"

"친구 좋다는 게 이런 거 아닌가. 그리고 난 자네의 이상이 맘에 들어. 물론 가장 중요한 건 이걸세. 자네 페르시카 기억하지?"

"……."


그 침묵이야말로 원하던 대답이었다. 남자는 빙긋 웃고는 몸을 일으켜 트렌치 코트를 집어들었다. 초라하고 낡아빠진 술집을 떠날 채비였다.


그러다가 문득 떠올렸다.


"아, 그래. 이름은 '그리폰 앤 크루거' 어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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