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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퇴물이의 하루 #4

퇴물(219.254) 2024.05.18 05:51:10
조회 508 추천 20 댓글 4
														

안녕, 퇴물이 또 왔다.


요즘 틈만 나면 원룸에 가서 청소 노가다를 하고 있는데 많은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원룸 문을 열었는데, 아 ㅆㅂ 7년 동안 방에서 담배를 피워온 40대 아재의 방이다.

빌트인 가구 곳곳은 노란색으로 니코틴으로 코팅 되어 있었음...


그래서 내가 직접 청소하게 된 이유인데, 이 곳 나름의 서사가 있다.


이 원룸방은 요즘 유행하는 전세사기가 터진 방으로,

빌라 건물을 짓고는 그 공사비를 전세금으로 메꾸다가 결국에는 돌려줄 돈이 없어서 경매로 터져버린 집이다.

수많은 호실들이 한꺼번에 싹 터져서 나왔는데.

퇴물이가 그 낙찰자 중에 한명이 되었다.


내가 최고가매수인으로 지정되었고 (가장 비싸게 매입가를 썻다는 소리)

세입자와 연락했는데 이미 다른 지역으로 이사 갔다고 하여 도어락 비밀번호를 받았다.
생각보다 명도가 쉬웠다. (명도 = 사람을 이사보내는 일)


두근두근... 삑삑삑삑

갓차를 뜯어보기 시작했다.


꽝이다.


하~~

이거... 쉽지 않아보였다.

그냥 집안에 있는 모든게 썩어있었다. (건물은 7년밖에 안됐는데;;)


문을 열고 나선 이제 내가 해야할 일은 매우 간단하다.


경매에선 보증금 10%만 냈으니 나머지 잔금을 한달안에 치루고.

방을 청소하고 수리한다음 매력적인 매물로 만들어서.

부동산에 월세로 방을 내놓으면 되는 것이다.


보통은 청소업체를 부르겠지만 이건 일반적인 상태가 아니라서 청소보다는 공사의 수준인데.

나도 처음 해보는 거지만 또 누군가에게 일을 제대로 시킬려면 구석구석 디테일을 알고 있어야 해서 직접하게 되었다.


우선. 오븐 클리너 세재로 압축분무기에 담아서 가구에 뿌린다.

타르가 녹으면서 흐르는데, 흰가구에 세재를 뿌리니까, 콜라가 나온다...


그래..

전세금 7천을 날려먹고 보장 보증금인 2700만 돌려받게 생겼으니 집에서 담배 피울만 하다.

내가 경매로 받긴 했지만 내가 전세사기를 친 것도 아니고 오히려 내가 매수해줘서 2700이라도 돌려받게 해준셈이다.


우선 할일은, 도배를 다시 해야하니 담배냄새가 쩔어 붙은 도배지를 뜯어내고,

벽지가 맞닿는 부분은 세재로 모두 먼저 닦아낸다.

도배를 먼저하고 몰딩에 세재 청소를 하면 벽지에 오염물이 국물자국처럼 튀니까 먼저 해줌.


코딩할땐 팔뚝 아파본 적이 없는데, 이거하면서 팔이 땡겨서 다음날 코딩이 무척 힘들었다.


도배사를 불러서 도배를 진행했다.


아이보리로 코팅된 빌트인 가구 모두를 닦아 낸다. 진심 개 힘든데.

뭔가 파워워시 청소 게임처럼 닦아낸 전후 결과물이 보여서 재미는 있었다.


임차인 내역을 보니 40살이었는데, 청소를 하면서 가져가지 않은 갖가지 물건을 보면서

이 사람의 삶에 대해서 한번 생각해보게 된다.


응? 가구서랍에서 의외의 책이 나왔다.


"부의 추월차선"


책의 앞부분 20~30페이지 정도만 종이가 벌어져 있고 뒷부분은 빳빳하게 쩍쩍 붙어있는걸 보니 재미가 없었나보다.


수세미로 박박 닦아내기 청소를 하면서 옛날 생각이 났다.


나도 시골 출신이라 20살에 무작정 서울에 처음 올라왔을 때,

으레 촌놈들이 대부분 하는 것처럼 가장 방값이 싼 지역부터 찾았고,

그렇게 찾게 된 게 월세 25만원짜리 화곡동의 반지하 방이다. (ㅇㅇ 요즘 전세사기의 메카 그 지역 맞다. )


그때 아~ 반지하는 화장실이 높고, 화장실에선 똑바로 일어설 수 없구나? 라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그 여름 태풍 매미였나 비가 억수로 쏟아지던 날. 방이 침수됐다. ㅎㅎ


수재민이 되보면서 처음 알게 된 사실인데, 구청 말고도 적십자에서도 구호비를 준다는 점이었다.

대략 80만원 정도 받았는데. 프로그래밍 책과 이불만 젖어서 버렸기에 개꿀횡재로 느껴졌었다.

그렇게 왜 반지하는 살면 안되는건지 체험형으로 느껴보게 되었다.


나도 그때 시골로 내려가던 버스 안에서

한참 유행하던 부자아빠 가난한아빠를 읽고 있었던터라 그때의 기억이 났나보다.


20살때 딱히 돈 벌 방법이 없었는데, 그중에 하나로 생각해낸게 잡지에 기고를 하고 원고료를 받는거 였다.

당시에 마이크로소프트웨어 외에도 다양한 잡지들이 인기가 있었는데, 그 중에 하나를 정해서 메일을 보냈다.

튜토리얼을 기고를 하겠다고하니. 페이지당 4만원을 책정해주었고. 3~4페이지를 하면 한달에 15만원 정도를 벌 수 있었다.


근데 ㅅㅂ 아는게 있어야지.

그래서 해외 튜토리얼을 많이 보고 이런 저런 방식을 참고 응용하고 공부해가면서 원고를 납품했는데.

그만해라 소리는 듣지 않았으니 나름 괜찮았나보다.


개발의 좋은 점은 모르면 공부해서 하면 된다는 점이다.
유튜브가 없던 시절에는 다른 업종은 알려줘야 알 수 있는 것들도 많았었는데 개발 쪽은 책들이 많아서 다행이었다.
요즘엔 유튜브 선생님들이 장르를 불문하고 죄다 가르쳐주긴 하는 듯.

고졸 출신인 나로선 서류상에 쓸게 아무것도 없었지만.

월간잡지에 기고 했던 내용들을 좋게 봐준 사람들이 있었던터라 고졸이었어도 취업은 어렵지 않았다.
왜냐면 첫 월급이 80만원이고 반타블랙기업 좆소였거든. 가장 중요한건 내가 엄청 싸니까! 써먹고 버리면 됐거든!

서울에서 80이라... 반지하 25만원 내고, 공과 10만원 내고(전기,인터넷,가스..) 교통비 6만원 털면.
39만원이나 남네!!

이렇게 된 이상. 저녁은 무조건 야근하고 저녁 식대로 생존을 취하는 전략을 가져야 한다.


아무튼 청소를 하다보니 원룸 살 때의 그때의 기억들이 많이 생각났다.


누래진 창틀을 박박 닦아내는 와중에 또 다른 물건이 출토된다. "xx스웨디시" 라고 적힌 라이터.

ㅎㅎㅎ.


썰이 너무 길어졌으니..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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