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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살아있는데 죽어있었던

금갤러(118.218) 2024.05.12 11:05:32
조회 142 추천 3 댓글 1

 근 1년간 살아있는데 죽어있는 것만 같았다.

아무리 발버둥 쳐도 이리저리 휘둘리고, 뭣하나 되는 것 없었던.

그런데 아직 짧은 기간이지만, 아주 작은 숨구멍이 생긴 것만 같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식물은 성장의 삶을, 동물은 감각의 삶을, 인간은 이성의 삶을 산다고 얘기했다.

하지만 나는 성장이 멈췄었고, 동물처럼 감각을 충실히 제대로 받아들이지도 못했을 뿐더러 이성은 커녕 이상한 히스테리만 부렸던 것만 같다.

인간의 삶이 이성의 삶이라는 데에 내가 동의한다는 점에서 이성이란 게 내가 세상을 인식할 때 작용하는 것이라 한다면 나는 살아있던 게 아니었던 것 같다.

그도 그럴게 어떻게 살았는지 잘 기억도 나지 않으니까 말이다.


 칸트는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이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었다. 우리가 이성을 통해 보는 세상은 진정 절대적인 사실이라고 할 수 있을까?

나는 세상을 무척이나 우울하고 씁쓸한 것으로 바라보았는데, 누구는 무척이나 아름답고 활기찬 세상이란다. 의외로 나는 세상은 자기 멋대로 보고, 듣고, 느끼고 있었던 거다. 내 주위로 절대적 세상이 있는 게 아니라, 세상이 존재하고 내가 바라보는 것. 생각에서의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 생겨난 것이다.

 이에 대해 정신분석학자 프로이드는 얘기했다. 칸트의 생각으로부터 자신의 이론이 나온 것이라고. 우리 자신을 알기 위해선 나를 보는 게 아니라, 내가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알면 된다고. 그러니 당연한 거였다. 최신식 카메라가 아닌 그저 슬픔측정카메라에 불과했던 나는 이성의 삶을 살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런데 어떡하란 말인가. 내가 세상을 잘 살아가려고 해도 제멋대로인 세상은 날 가만두지 않았으니까 말이다.


 "신은 죽었다." 이 문장은 무척이나 유명한 니체의 말이다. 더 이상 신이라는 족쇄로 인간을 속박하지 말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신은 죽어야 하기 때문에 신은 죽었다고 내뱉은 것이다. 그의 얘기도 재밌는 게 많지만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그가 아닌 그의 정신적 지주인 쇼펜하우어이다.

 쇼펜하우어는 칸트의 얘기에 일정부분 공감했다. 칸트가 우리 인간의 이성을 비판한 것은 쇼펜하우어에게 영감을 주었다. 우리가 아무리 세상을 올곧게 인식하려고 해도 그것이 불가능한 것은 우리가 보지 못하는 흐름, 이성으로 인식하지 못하는 어떠한 세계의 의지가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지 쇼펜하우어는 추측했다.

 세상은 확실히 내 맘대로 되지 않았다. 소풍 가는 날 내렸던 비, 같은 언어권인데도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들, 나와의 약속을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는 친구들, 내 맘을 몰라주는 부모님. 살아가면서 차근차근 정리하게 된다. 나쁘게 말하면 포기, 좋게 말하면 타협. 그리고 의외로 정리하는 과정에서 나라는 존재를 강하게 느낀다. '세상은 내 맘대로 되지 않는구나, 하지만 나는 내가 바라는 방식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구나.'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명의 남성으로서 나는 자유롭지 못했다. 왜냐하면 지긋지긋한 성욕에 빠져 허우적거렸으니까 말이다. 알고보니 세계의 의지는 나 자신의 육체에도 있었던 것이었다. 가장 가까운 곳에서 내가 맘대로 할 수 없는 흐름이 나를 괴롭히고 있었던 거다.

 그렇게 하루, 한달, 일년. 살아있는데 죽어있었었다. 그게 너무나 싫었고 벗어나고자 했었다. 하지만 빈번히 실패했고 또 실패했다. 지금도 그 과정 속에 있다. 하지만 그저 별 생각 없이 참기만 했던 과거와 달리 어떠한 목표를 지니고 충분한 숙고를 가진 후 하는 지금의 인내는 의외로 그렇게까지 고단하다고 느껴지지 않는다. 왜냐면 무언가 희망이라는 게 보이는 것만 같으니까.


 이번 여정을 통해 무언가 얻을 수 있으면 좋겠다. 어떠한 것의 수단이 되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 목적이 되는 과정에 지금의 내가 있는 것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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