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있던 일이야

우리 부모님은 맞벌이 셔서

두 분다 야근을 하시던 날이면

우리 집이랑 가깝던 할머니 집에서 잤거든

근데 아직 어린 나이였어서

엄마 아빠랑 떨어지기 싫었었지

일이 터진 그 날도 할머니 집에서 잘 때 였어

자고 일어 나자마자

코피가 주르륵 흐르는 거야

바로 화장실에 가서

코를 막고 다시 안방으로 왔는데

할머니께서 조심히 얘기를 꺼내시는 거야

어제 일 기억 안 나냐고

나는 뭔 소린지 모르겠어서

어제 뭔 일 있었냐고 되물었지

할머니께서 해주시는 얘기는 어린 나에게 있어선 큰 충격 이었어

어제 밤에 얌전히 잠을 자던 내가 갑자기 일어나선

엄마..엄마...이러면서

울면서 안방을 돌아 다니더래

할머니가 너무 놀라셔서 아무 말도 못 하고 있는데

급기야는 내가

머리를 쥐어 뜯고 바닥에 이마를 박으면서

더 심하게 울었다는 거야

할머니께서 자기도 모르게 쓰니야.. 라고 하시자 마자

바로 쓰러져서 다시 자기 시작했대

이거 말고도 내가 잘 때 돌아 다닌다는 소리를

종종 듣는데

적어도 다치지만 않게 돌아 다녔음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