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금도 귀신 같은 거 안 믿는 편인데 내가 모르는 미지의 존재가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 경험임

내가 20대 초중반에 잠깐 만났던 여자앤데 만난지 2~3주 정도 됐을 무렵에 자취방에서 같이 누워있다가 어쩌다 귀신 얘기가 나왔음

둘 다 예체능 쪽 종사자라 주변에서 연습실, 녹음실 이런데서 귀신 봤다는 썰 같은게 많아서 한참 떠들고 있었는데 걔가 자긴 원래 신내림 받았어야 되는 팔자였다고 그러더라 근데 부모님도 그렇고 걔도 그렇고 신내림 받기 싫어서 학창시절 때 꽤 고생 했다고 했음

그 썰 중 하나가 당시에 신내림 안받으려고 어디 무당도 찾아다니고 여기저기 다니다가 가게 된 절이 있었는데 절에 있던 스님?이 걔한테 혹시 꿈속에서 누가 투명한 물 같은걸 주면 절대 받아먹지 말라고 그거 먹으면 신내림 받아야된다면서 조심하라고 한 적이 있다고 했음

그러고 얼마 안돼서 학교에서 책상에 엎드린채로 자다가 가위에 눌렸는데 책상 밑 공간으로 누가 양손으로 투명한 물을 받쳐가지고 입 앞까지 가져다 대길래 스님이 했던 얘기가 생각나서 몸부림 치면서 가위에서 깬 적이 있다고 했음

이런 식으로 학창시절에 겪었던 여러 일들을 나한테 얘기를 해줬는데 나는 그 때 당시만 해도 귀신이나 미신 같은 거 완전 개무시 할 때라 걔가 푼 썰을 다 듣고 아~ 그래? 근데 난 귀신 안믿어 ㅋㅋ 하면서 걔를 계속 놀렸음

한 세네번 그러니까 걔가 그냥 믿지 말라고 걍 잠이나 자자 그래서 잠에 들었음

근데 잠에 들자마자 바로 가위에 눌림

원룸 자취방이라 침대에서 옆으로 누우면 싱크대가 보이는 구조였는데 싱크대 위에 새 하얀 피부의 빡빡이 남자애가 쪼그려 앉아서 날 보고 있더라

왜 그런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는데 걔를 딱 보는 순간 직감적으로 '어 쟤가 신내림 받으면 왔을 그 신인가보다' 라는 생각을 했음

그리곤 쪼그려 앉은 남자애가 나를 빤히 쳐다보면서 너 왜 우리 누나 말 안 믿어? 하더라

그래서 내가 난 원래 귀신 같은거 안 믿어~ 그랬더니 걔가 계속 갸우뚱거리면서 진짠데... 쓰읍... 진짠데... 하면서 투덜거림

걔는 계속 투덜거리고 난 이 악물고 그런거 안 믿는다 그러고 반복하다가 걔가 그럼 내가 뭐 하나 보여줄까? 이러는거임

나도 오기 생겨서 보여줘보라고 했더니 걔가 침대쪽으로 손을 뻗었고 그 순간에 핸드폰 알람 울리면서 가위가 풀렸음 

평소랑 똑같은 알람인데 귀 옆에서 존나 큰 방울 흔드는거마냥 그 날 유독 알람이 크게 들려서 존나 놀라면서 잠에서 깼던거같음

일어나자마자 전 여친한테 혹시 신내림 받았어야 하는 신이 동자승 뭐 그런거냐고 물어보니까  그런거 안믿는다면서 뭘 그런걸 물어보냐고 얘기해주기 싫다고 그러길래 가위 눌렸던 얘기 해줬음

전 여친은 얘기 듣고 정말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거봐" 한마디 하고 암 말도 안해주더라

내 인생에서 제일 신기했던 경험 중 하나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