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헌, 우재 만나는 씬들은 워낙 쩌는 씬들이 많고, 아마 15,16화만 두고 보았을 때도 15화에서 한강에서의 자수 권하는 씬을 다들 더 좋아할 거 같은데 개인적으로 나는 16화 취조씬이 여운이 많이 남더라. 그리고 배우들도 연기를 잘함. 쎈 대사와 행동이 오가는 건 조금만 힘을 줘도 임팩트를 살릴 수 있지만 내려놓는 씬은 더 감정적인 디테일과 디렉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거든. 그걸 참 잘 살리고, 배우들 내공이 빛난 씬이 아닌가 해.

차은새 사건으로 만나, 정원이를 두고 연적도 되고, 잠시 정원이를 구해야 한다는 목표 때문에 공조도 했지만, 결국은 피의자와 형사로 마주한 둘.

“그동안 형사님한테 거짓말만 했는데 내가 어떤 말을 하든 믿을 수 있겠어요? 나 믿어요?”

“믿어줄까요? 자수한 거 후회 안합니까?”

“후회합니다.”

“믿어도 되겠네.”

대사자체도 좋고, 대사 톤, 쉼표, 행동 디테일이 쩔어. 뺀 결혼반지 만지작 거리다가 결국은 다시 자기 손에 끼우는 우재나, 우재 빤히 보다가 믿어도 되겠네라며 노트북 탁 덮는 태헌이나. 우재를 설명할 때 서정원을 빼고 설명할 수 없겠구나 다시 느꼈고, 태헌이의 모습은 믿음직스러운 쓰레기통에 가장 어울리는 장면이라고 생각해.


태헌본 인터뷰에서 인물로서 마지막에는 서로가 처한 지점을 잘 아니까 어느 정도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다고 했는데 그게 장면에서도 느껴짐. 대립하는 관계에서는 일부러 거리 두기도 한다던데 두 배우는 오히려 더 가까워진 것을 택한 거 같고 그게 너무 잘 풀려서 매회 명장면을 만들어 낸 거 같아. 마지막은 정말 척 하면 척 이라는 게 뭔지 알겠는ㅋㅋㅋㅋㅋ 원작에서는 태헌,우재 참고인 조사 한번만 하고(심지어 타 인물 대사로만 언급되고 장면조차 없음) 전혀 엮이지 않는 인물인데 각색 덕분에 이런 관계성, 명장면 볼 수 있어서 넘 좋았음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