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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네오, 수정모바일에서 작성

행갤러(210.100) 2024.04.24 02: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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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또 날렸군.”
“저 자식, 위치선정이 안 좋아도 너무 안 좋네요. 오프더볼 움직임이 아예 안되고 있어요.”
“킥이랑 피지컬 같은 하드웨어는 다 좋은데, 그걸 써먹을 소프트웨어가 없군.”

독일의 FC 아우크스부르크 훈련장.
U-18 팀의 감독과 코치는 한국에서 온 소년의 경기력을 보며 실망했다.

유소년 육성 기술이 유럽에서도 손에 꼽는 독일은 각종 유망주를 모아놓는 집합소라고 봐도 무방하다.
아우크스부르크 또한 한국의 이수혁을 보고 키우기 위해 데려왔다.

2년 전, 연나이 17세이자 만나이 15세인 그는 아시아인으로 보기 힘들 정도로 특출난 육체를 가지고 있었다.

키가 190cm에 95kg으로 좋은 피지컬, 그리고 그 육체에서 뿜어져나오는 괴물 같은 킥력에 얼마나 감탄했는지 모른다.

‘지금 생각해도 절로 감탄이 나올 정도야. 40M 부분애서 시원하게 날아가는 중거리 슈팅은 절경이었지.’

유독 거대한 선수들이 특유의 조직력으로 움직이는 분데스리가에서, 수혁은 무조건 터지는 복권이나 다름 없었다.

몸싸움을 잘하고 킥도 좋은데, 패스도 어느정도 할 줄 알았으니까.

간단한 움직임과 기본기만 다듬으면 포처(빈 공간으로 침투해 골을 만드는 스트라이커.)로 제격일듯 싶어 데려왔었다.

그런데….

“이정도일줄은 몰랐네.”
“하하, 그러게요. 어떻게 2년 내내 가르쳐도 움직임이 저런지….”

수혁은 센스가 없었다.
공이 어디로 올지 전혀 예측하지 못했다. 위치선정은 노력보다는 재능과 본능의 영역이었기 때문.

물론 노력으로 나아질수는 있다. 하지만 그는 노력을 해도 나이짖 않을 정도로 절망적인 재능을 갖고 있었다.

“아마 우리가 리와 지내는 건 이번 시즌이 마지막일수도 있겠어.”
“…그러게요, 아쉽지만 어쩔 수 있겠습니까.”

코치인 루카스가 혀를 차며 말했다.
위치선정이 안된다면 라인을 조금 내려 중거리 슈팅이나 패스로 경기를 푸는 ‘크랙’으로 써도 되는 일이었다.

힘든 경기에서 침투나 슈팅, 패스로 순식간에 경기를 뒤집는 게 바로 크랙형 공격수니까.
수혁의 슈팅은 충분히 크랙형으로 쓸만했다.

그런데 왜 포처를 고집하냐고?

‘그야…드리블이 안되니까.’

수혁은 피지컬과 킥력은 일류였지만 나머지는 모두 평균이거나 그 이하였다.

“젠장….”

그 시각, 필드 위에 대자로 뻗은 수혁은 눈을 질끔 감고 있었다.
그는 19세로, 만나이 18세인 상황이었다. U-18 선수로서 지낼 수 있는 시간이 얼마 없다는 뜻이었다.

수혁 정도 되는 나이면 팀에서 시키는 걸 하며 걱정없이 축구할 수 있는 나이는 이미 지났다.
독일에서는 이미 이 나이에 1부 리그 선발로 뛰는 천재들이 넘쳐났다.
반면 자신은 축구 센스 면에서 재능이 쥐뿔도 없다는 걸 알고 있으니, 죽을 맛이었다.

이대로 보여주는 것 없이 계약이 끝나면 프로 데뷔는 끝난다. 그렇다면 비싼 돈 내고 독일까지 유학와서 실패한 패배자가 된다는 뜻이었다.

이번 연습 경기에서조차 보여준 건 없었다.
스루패스는 죄다 못 받았고, 시도한 드리블도 거의 다 실패했다.

위치선정을 못하는데 볼 커팅이나 압박은 잘하겠는가? 그런 센스가 있었다면 진작 1인분은 했을 것이다.

오늘 경기에서 그가 보여준 건 중거리 슈팅 5개.
그 중 하나는 우연히 들어가 골을 만들었지만, 아마 정규 경기였다면 중거리 슈팅을 때릴 각 조차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무기가 하나 뿐인 선수를 쓸바에야 모든 걸 평균만 해내는 선수를 쓰는 게 팀 입장에서 안정적이다.

‘나라도 나는 안 쓸 거야.’

당장 수혁 조차 그렇게 생각할 정도니, 감독 코치 입장은 어떻겠는가.

“아오, 제기랄.”

그는 걸쭉한 욕을 뱉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프로로 데뷔하지 못할까봐, 이렇게 멍청하다는 욕만 들으며 선수 생활이 끝날까 걱정되는 마음이 그를 과롭게 했고.

퍼엉-!

그는 그 괴로움을 날려보내겠다는듯 공을 강하게 차냈다.

철썩-!

수혁을 못마땅하게 보고 있던 동료들이 절로 입을 벌렸다.

“저 자식 슈팅 하나는 믿고 맡길만하다니까.”
“그럼 뭐하냐, 프리킥만 시키게?”
“…쯧, 패스도 괜찮게 할 것 같은데.”
“저 놈은 슈팅만 잘 차는 거야. 애초에 패스는 달리는 동료한테 주는 건데, 스루패스 자체가 안되잖아? 공간 자체를 못 본다고.”

몇몇 선수들은 슈팅만 인정하되, 다시 수혁을 못마땅한 표정으로 입에 담기 시작했다.

수혁은 못 들은 척 억지로 고개를 돌렸다.

그렇게 팀 훈련이 끝났을 때.
모두가 경기장 밖을 나가 고요한 시간.

수혁은 홀로 남아 필드 위를 뛰기 시작했다.
공이 올 곳을 감각적으로 알아채지 못한다면, 공이 보이자마자 달려 잡아채기 위해서였다.

그를 모르는 팀 선수들은 수혁을 보며 게으르다고 한다. 그게 아니고서야 2년 동안 실력이 안 느는 게 말이 안되었으니까.

다만 수혁은 그 누구보다 노력하는 선수였다.
한국에서 축구할 때는 피지컬로 밀어 붙이고 발만 휘둘러도 골이 들어갔다.
그래서 노력 안한 건 사실.

하지만 이곳에 와서 재능의 벽을 느낀 후에는 매일 달리고 경기 영상을 분석하였다.

“아오, 젠장! 그런데 해도 해도 안 느냐고!”

그렇게 열심히 하는데도 발전이 없으니 답답한 건 당연히 수혁일 테다.

“…너도 참 미련하군.”

그때, 팀의 윙어인 마테오가 멀리서 다가오며 중얼거렸다.

“꺼져.”

수혁은 차갑게 답했다. 어차피 다른 이들처럼 비아냥거리다가 떠날 녀석이었다.

“도저히 이해를 할 수 없어. 나는 패스를 잘 주는 편인데, 왜 못 받는 거지?”

마테오는 혀를 차며 말했다.

“골대 앞에서 서 있다가 이마를 흔들면 되잖아? 네 피지컬로 몸싸움 후에 헤딩. 그게 어렵냐?”

결론은 위치선정이 힘들면 가만히 전봇대처럼 서 있기만 하라는 뜻이었는데, 그만큼 마테오는 크로스에 능한 윙어이긴 했다.

“…누구 놀리냐?”

수혁은 싸늘한 표정으로 마테오를 째려보았다.

“응?”

얼마 전 입단한 마테오는 정말 좋은 마음으로 말했던 것이다.
하지만 수혁은 그런 마테오에게 한탄하듯 울분을 토했다. 평소라면 마테오에게 조언해줘서 고맙다고 했을 테지만, 현재 그는 몰려 있는 상황이었다.

즉, 예민했다.

“누가 그거 안 해 봤을 줄 알아? 라인 브레이킹이 안된다고, 애초에 오프사이드 트랩 부수는 게 안된다고!”
“…그게 왜 안돼? 공부 못했냐?”

기본적으로 천재인 마테오는 이해할 수 없었다.
수혁은 공부를 못하는 편은 아니었다. 오히려 축구를 하면서도 고등학생 때 상위권 성적을 유지했지.

축구가 너무 좋아 모든 걸 포기하고 독일에 온 그는 축구 센스와 축구 지능은 둔재 그 자체였던 것.

하라는 대로 하면 점수가 나오는 한국의 주입식 교육과 시험문제와, 본능과 센스의 영역으로 움직여야 하는 축구는 너무나 달랐다.

“꺼져라.”

그는 오랜만에 자신에게 말 걸어준 마테오를 밀어냈다.
팀원 모두가 그를 없는 사람 취급할 때 유일하게 말 걸어준 사람 조차 밀어낼 정도로, 그는 자괴감에 빠져 있었다.

“…리, 너무 자책하지 말아라. 내일 보자.”

마테오는 그런 수혁의 마음을 이해한다는듯 순순히 꺼져주었다.

‘곧 나갈 녀석이군.’

그는 수혁을 한줄로 정리했다.
곧 떠날 녀석, 아니 어쩌면 쫓겨날 녀석.
축구는 좋아하지만 좋아한다고 다 끝까지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그게 세상의 이치 아니겠는가.

그런 마테오의 동정 어린 위로는 오히려 수혁을 더 초라하게 만들 뿐이었다.

***

다음 날.
수혁은 새벽부터 훈련장에 들어와 미리 몸을 풀고 있었다.
재능이 없으니 노력이라도 할 수 있는데까지 해볼 작정으로, 얼마전부터 새벽부터 훈련장에서 미리 개인 훈련을 했었다.

“…너는 정말, 포기를 모르는 녀석이구나.”

얼마 전에 팀에 들어온 마테오는 성실한 모습을 보이기 위해 새벽부터 훈련장에 나왔다.
그런데 먼저 훈련하고 있는 수혁을 보니 입이 절로 벌어졌다.

훈련장을 나갈 때도 가장 늦게 나가던 녀석이 먼저 들어와 운동하다니. 안타까우면서도 존경스러웠다.

“또 너냐.”

수혁은 차갑게 답했다.

“그러지 말고, 나랑 같이 훈련하자. 너도 윙어랑 훈련하면 좋잖아?”

마테오의 말에 수혁은 잠시 고민했다. 껄끄러운 녀석이지만 실력 하나는 확실했다. 올해의 유망주로 뽑히는 녀석이었으니까.

‘조언도 꽤 날카롭게 해줬었지….’

수혁은 어제 마테오와의 대화를 회상했다.
지금은 자존심을 부리는 것도 훈련이 더 중요한 시기였기에, 그는 못 이기는 척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같이 하자.”

마테오는 웃으며 공을 잡았다.
그는 수혁에게 부족한 위치선정을 길러주기 위해, 페널티 박스 안에 수비용 마네킹을 몇개 세워두었다.

그리고 코너킥 지점에서 공을 여러 곳으로 차냈다.
이 훈련에 중점은 수혁이 오프사이드 라인에 걸리지 않을 정도의 위치선정과 속도, 순간 반응력을 늘리기 위함이었다.

퍼억-!
퍼억-!

10번 정도 마테오의 공을 놓친 수혁의 표정이 구겨졌다.

‘젠장.’

그는 창피하다는듯 얼굴을 휙 돌렸다.
그때.

파앗-!

오른쪽 하단에 작은 홀로그램이 보였다. 그는 자신이 정신병에 걸린 건가 싶어 눈을 비벼봤지만 홀로그램은 그대로 있었다.

홀로그램 속에는 경기장이 초록색으로 있었고, 그 안에 바둑알이 있었다. 수혁이 있는 위치에 정확히 파란색 바둑알이, 수비형 마네팅이 있는 자리에 하얀색 바둑알 세개, 마테오가 있는 자리에 검은색 알이 하나 있었다.

아무래도 파란색은 자기 자신, 하얀색은 상대, 검은색은 아군을 가리키는듯 했는데, 수혁은 이 이상한 상황을 이해하기 어렵다는듯 표정을 구겼다.

“집중해!”

그때 마테오의 목소리가 경기장에 울렸고.

[10M앞으로 전진하세요!]

작은 홀로그램에 붉은 화살표가 생겼고, 수혁의 앞에 뜬 문구가 그의 동공을 밝혔다.

“어…어?”

그는 홀린듯 화살표를 보며 달렸고.

퍼엉-!

그의 발 아래에 마테오가 찬 공이 걸리며 슈팅으로 이어졌다.

철썩-!

공은 골 그물 안으로 빨리듯 들어갔으며.

“…뭐야, 미친.”

마테오가 저도 모르게 입을 벌렸다.

“바보인 척 연기한 건가?”

배신감이 들 정도로, 방금 수혁은 완벽한 움직임을 소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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