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대장정이었다

얕은 스토리의 딱 가볍게 즐길 만한 수준의 럽코였지만 분량이 은근 많아서 그런가 후유증도 은근 있네

물론 이건 내 최애인 후미노 후유증이지 다른 캐들은 그닥...

이렇게 된 이유는 밑에서 곧 알게 될 거야

일단 애니 2기 리뷰

12화까진 그래도 범작은 되는 럽코였다

원작 스킵이 좀 많긴 했지만 여전히 준수한 작화에 원작파괴 없이 잘 전개해나갔어

오리지널리티가 없다시피한 건 아쉬웠지만 원작만 잘 따라가도 평타는 치니까

문제는 13화

아니 살면서 이런 급전개는 진짜 오랜만이었다ㅋㅋ

과정 그냥 싹 다 생략하고 우루카랑 맺어주는 건 대체 뭔지

애니만 보는 사람한텐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어안이 벙벙한 전개였을테고 원작 팬한테도 당황스럽고 실망스러운 전개였을 거다

왜 굳이 26화의 애니로 무리하게 완결을 지으려 한 건지 이해할 수가 없다

니세코이 2기처럼 그냥 거기서 딱 끝내고 "나머지 이야기가 궁금하면 만화 사서 보세요~" 이렇게 원작 홍보를 했어야지 않나

애초에 애니화의 목적은 원작 홍보인데 말이지

꼭 애니로 엔딩까지 내고 싶었으면 3기까지 만들던가

애니 보고 만화까지 볼 생각이었던 사람은 졸지에 스포당한 격;;;

참으로 아쉬운 선택이 아닐 수가 없었다

정사 리뷰

나무위키 및 기타 리뷰를 읽으니 우루카의 진히로인화를 비판하는 게 대표적인 여론인 것 같던데 개인적으로 이 여론에 반은 찬성이고 반은 반대야

먼저 반대인 부분부터

난 후미노가 최애인 걸 거르고 우루카가 진히로인인 것에 대에 전혀 불만이 없어

왜냐면 애니 1기 리뷰에서 언급했듯이 우루카가 가장 (그나마) 빌드업이 잘 되어있었거든

작가가 푸쉬를 자주 해줬고 나리유키의 우루카를 향한 마음이 다른 히로인들을 향한 마음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 있었어

유독 우루카 이벤트 때 나리유키가 더 부끄러워하고 설레했던 것 같아

제일 먼저 고백 근처까지 갔던 것도 얘네고 실제로 우루카가 초반에 그대로 고백했어도 나리유키가 바로 받아줬을 정도로 이미 나리유키도 어느정도 우루카에게 마음이 있는 것 같은 연출이 보였어

문제는 그 진히로인화를 완성 짓는 후반부의 과정

그 중 하나가 바로 나리유키의 우루카와의 첫 만남 회상씬

진짜 작위적이었다

작가가 나리유키가 우루카의 고백을 받아주는 것을 정당화 시키기 위해 우루카를 희대의 오지라퍼로 만들어 놓았다고 생각해

세상에 누가 반 애 중 한 명이 좀 쓸쓸해보인다고 버스 종점역까지 따라가서 위로해주냐

그것도 그 애의 가족 일에까지 참견하면서 말이야

그 전부터 나리유키랑 친하거나 인연이 있는 것도 아니었으면서

우루카가 그런 비상식적인 수준의 오지라퍼였다는 복선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지

그 회상씬은 정말 뜬금없고 아마추어스러운 수법이었어

또다른 문제점은 히로인들끼리의 갈등을 풀어내는 때 발생했어

작중 후미노, 리즈, 우루카 서로가 같은 남자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아냈을 때 나온 명대사

"같은 사람을 좋아하게 되다니, 우리들 그만큼 상성이 딱 맞는다는 거잖아!"

이게 말이 되냐

깊이 있는 갈등 전개를 원하지도 않았다

근데 이건 너무했잖아ㅋㅋㅋ

작가가 우루카를 천사처럼 보이게 하고 싶었던 건지 아니면 갈등 전개를 짜기엔 너무 머리가 아팠던 건지

원인이 전자든 후자든 간에 갈등을 최악의 방법으로 처리했다는 거엔 변함이 없다

이 밖에 엔딩으로 이어지기까지의 전개가 진부하기 그지없었다

멀티엔딩 리뷰

멀티엔딩을 내겠다는 작가의 결단은 나쁘지 않았다고 봐

왜냐면 이 작품은 복선같은 장치는 거의 없는, 가벼운 스토리를 가진 럽코거든

다시 말해, 멀티엔딩을 만들어도 딱히 작품성에 지장이 없는 작품이란 거지

더군다나 정사에서 진히로인이 비인기캐인 우루카로 판명나 성난 많은 팬들의 민심을 조금이나마 잠재우고 깔끔하게 작품을 마무리짓기 위해선 어쩌면 최선의 선택이었을지도 몰라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성공! 이라고까지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왜냐면 후미노루트를 제외하면 그저 그랬거든

아니 좀 실망스러웠다는 게 맞는 표현이겠지 (이건 사실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이고 내가 후미노빠여서 그런 거일 수 있음. 아마 본인이 지지하는 히로인 엔딩에 만족하는 다른 팬들도 많을 거야.)

분명 작가는 독자가 가장 마음에 들어하는 루트가 정사라고, 그게 진엔딩이라고 얘기했어

마지막화에서 히로인들이 각자 자신의 루트에서 일어났던 일들을 꿈처럼 떠올리는 장면이 그 증거야

당연 우루카도 그들 중 한 명이었고 즉, 우루카 엔딩도 여러 루트 중 하나일 뿐이지 정사가 아니라는 소리야

하지만 리즈, 아스미, 마후유 루트를 보면 도저히 이 얘기에 공감할 수 없어

다른 히로인 루트들도 정사처럼 느껴지게 하려면 우루카 루트가 본격적으로 시작하려던, 메인스토리가 흘러가던 그 시간대에서 (다시 말해, 고딩 때) 진행했어야 했어

갑자기 '몇 년후' 이렇게가 아니라

그리고 우루카 루트처럼 특정 히로인의 배경 설정과 나리유키와 여태껏 쌓아왔던 관계를 최대한 활용했어야 해

또한 우루카 루트처럼 최소한의 히로인들간의 갈등이 있어야 했지 (우루카 루트도 거의 없는 거나 마찬가지였지만)

하지만 이 조건들을 모두 충족시킨 다른 루트는 후미노 뿐이었어

후미노 루트만이 유일하게 비슷한 시간대에서 (센터 시험 당일), 특정 히로인의 배경 설정과 (천문학, 아버지와의 관계) 나리유키와 여태껏 쌓아왔던 관계를 최대한 활용했고 (모텔 동침 사건, 천문학 장편 에피 등 과거의 일을 번번이 언급), 히로인들간의 갈등이 있었다는 거지 (후미노vs우루카)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이유 떄문에 우루카 루트를 정석, 나머지는 그냥 IF라고 생각하는 게 아닐까

맨 처음 후미노 외에 다른 캐릭터들을 향한 후유증이 안 느껴진다고 한 이유도 이것 때문

솔직히 루트 뿐 아니라 전체적인 스토리를 보더라도 후미노가 제일 완성도 있었던 것 같아

결론

여러모로 후반부 가서 참 아쉽게 됐지만 가볍게 볼 만한 럽코를 찾는다면 이 작품도 후보에 충분히 들어갈 수 있다고 본다

그래도 범작 정도는 된다고 나는 생각하니까

다만 탄탄한 스토리로 승부를 보는 럽코가 아닌데 다수의 히로인들의 캐디가 (외형이) 호불호가 갈리는 편이라 만약 이런 점을 중요시 여긴다면 범작 아래로 평가될 여지가 있다

괜히 후미노, 마후유 말고는 다들 인기가 없는 게 아니니까

어쨌든 혹시 누군가 애니를 보고 이어서 만화를 보겠다고 한다면 2기 13화는 완전 비추할 거다

2기 12화까지만 보고 만화를 이어서 보라고 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