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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짤] [팬픽] 정기 ↔ 광기

00(39.119) 2024.05.15 23:47:21
조회 511 추천 10 댓글 6
														

[시리즈] 리벤지 트라이앵글
· [팬픽] 마성의 여자
· [팬픽] 유혹수의 본망


https://www.pixiv.net/novel/show.php?id=22159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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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회→ novel / 22088753

- 투고일 : 2024년 5월 13일

- 작가 : 雨孔雀


R-18 #헤번레 #헤븐번즈레드 #카야모리루카 #키류미야 #시라카와유이나




- 정기 ↔ 광기 -



다시금 고요해진 밤의 기지에서 자판기의 가동음만이 울려 퍼지고 있다.

그외에는 내 심장이 가만 있질 못하는 소리가, 그리고 카야모리 씨의 고동 소리 또한 서로의 밀착된 몸을 통해 내게 전해지고 있었다.


"역시 노래가 전공이신 만큼 심장의 고동소리도 빠르시네요."


이런 농담을 살며시 건네자


"그야 이렇게 예쁜 사람을 안고 있는데, 노래라던가 그런건 상관없어."


선뜻 건네진 그 한마디에 내 심장의 고동이 더욱 더 빨라져 가는… 것 같았다.

분명 이것은 내 몸일텐데, 몸에서 울려대는 이 고동이 내게서 나는 것인지 카야모리 씨에게서 나는 것인지도 분간이 되질 않는다. 

이것도 지금 서로 밀착하고 있기 때문일까.


카야모리 씨는 팔을 내밀어 내게서 몸을 약간 떼어냈다.


"먀상은 내 눈 정말 좋아하네."


카야모리 씨에게서 넌지시 부추김을 받으면서 나는 시선을 옆으로, 카야모리 씨를 향해서 돌렸다.

마치 그 양팔에 밀어붙여지고 있는 듯하다. 

자신의 심박수가 올라가고 있다는 것을 이제는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그녀의 머리가 내 시선의 밑으로 내려가 있는 지금 이 상황. 그 머리 아래에 있는 매혹적이기 그지없는 두 눈이 지금 나만을 바라보고 있다.


지그시 보고 있자니 정말로 빼어난 미모라는 생각이 든다. 다시 한번 분하다는 마음이 생겨난다.

이런 사람이 내 마음을 이다지도 어지럽히고 있다는 사실이 정말 너무나도 분하다.

그렇기에, 엉망진창으로 만들어 버리고 싶다. 지금 다시금 여유를 되찾은 그 얼굴을 내 손으로 무너트리고 싶다. 

당신을 좋아하게 만들어 버린 것에 대한 책임을 당신에게 지워 주고 싶다.


서로의 마음을 알게 된 지금이라면 할 수 있을것 같아…… 나는 나의 오른손을 들었다.


"읏──! 아…앙…!"


카야모리 씨의 수분을 가득 머금은 속옷을 살짝 쓰다듬어 주었더니 그 앳된 목소리와 함께 그녀의 표정과 몸이 일거에 무너졌다. 

그녀의 몸이 다시 내 가슴으로 떨어진다.

너무나도 정석으로 무너져내리는 그 모습에 나는 절로 아연실색해졌다.


그, 너무 민감한 것이 아닌가요……


"카야모리 씨? 저는 단지 손만 가져다 댔을 뿐…… 인데요?"


카야모리 씨는 내 가슴팍에 잠긴채 떨리는 목소리로 말해왔다.


"오늘 나, 조금 이상한거 같아……"

"그런가요?"

"응. 평소에 내가 만질 때는 이렇게까진 아니었는데……"


나를 향해 짓는 그녀의 헤실헤실거리는 표정. 자신의 무너져내린 얼굴을 억지로 가리려 드는 미소.

방금 카야모리 씨가 말하길, 스스로 만질 때보다 더 잘 느껴지고 있다고. 어떻게 들으면 기묘하게 들리기도 하는 말이었다. 

허나 지금까지 있었던 일들을 돌이켜보면, 카야모리 씨는 나를 그토록 부추기면서도 그 아래를 적실 정도로 날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 애태움이 지금과 맞물려 여느 때보다 훨씬 민감해진 것일지도 모른다.


내 의도와는 다르게 어찌하다 보니 애태우는 플레이가 되어버린 것이지만. 

어찌되었든 그것이 카야모리 씨의 감도를 증폭시키는 결과를 낳게 된 것일까. 

그런데 어째서 저는 지금 이런걸 이렇게 진지하게 분석하고 있는 거죠?


"카야모리 씨 같은 분도 스스로를 위로하고는 하시는 거군요."

"어? 나같은 사람도 라니? 무슨 말이야?"

"딱히 다른 의미는 없습니다. 단지 카야모리 씨는 누구하고도 이런 것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서요. 혼자 위로할 일은 그렇게 많지 않을거라 여겼을 뿐이에요."


내가 말하자 카야모리 씨는 입을 삐죽 내밀었다.


"방금 그 말 소소하게 상처받았어."

"엇, 아… 죄송합니다 그만 말실수를……"


분명하게 나의 실수다. 몸에서 불쾌한 땀이 새어나왔다.

다른 의미가 없기는 그 무슨 어불성설. 완전히 면전에서 헤픈 여자라고 말한 거나 다름없다. 

반대로 내가 그 말을 들었더라면 틀림없이 화를 냈을 것이다.


하지만 나를 마주하고 있는 카야모리 씨의 얼굴에는 분노의 감정이 일절 깃들어 있지 않아 보였다.


"아까 말했었잖아. 첫키스였다고."

"확실히 그렇게 말씀하셨죠. 미처 생각하질 못했습니다."

"그렇다구. 이래봬도 나는 상당히 철벽을 치고 지낸단 말이지. 그런데 그걸 뚫고 들어오는 사람이 있을줄은 몰랐는데."

"먼저 유혹해놓고 무슨 말을 하시는 건가요 당신은?"

"나 유혹 안했어. 유혹 비슷한 걸 했을 뿐이지."

"그게 무슨 궤변인가요……"


이렇게 어처구니없이 억지를 부리는 카야모리 씨를 보고 있자니 방금까지 가지고 있던 나의 면목없던 마음도 전부 어지러지는 것 같았다. 

그러면서 카야모리 씨는 날 향해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미소를 짓고 있다. 아까 내 입에서 내뱉어진 실언도 별로 신경쓰지 않는다는 듯이. 

어느새 불쾌했던 땀은 전부 말라 있었다.


이 무슨 아량이란 말인가. 

순간 분위기가 싸늘해지는 줄 알았는데 그것도 한순간, 순식간에 평상시와 다름없는 분위기로 돌아왔다. 

함께 있어주는 것만으로 이렇게나 안심이 되게끔 하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있을까. 

시라카와 씨만큼은 아니라 할지라도 그와는 또 다른 편안함이 느껴진다. 나는 쓸데없이 그런 감상에 빠져 있었다.


그래서, 무심코 더 요구하고 싶어졌던 걸까.


"카야모리 씨. 잠시 그 속옷을 내려도 괜찮을까요?"


카야모리 씨는 내게 옅게 미소지었다.


"아까는 허락도 안받고 멋대로 만졌으면서 이제 와서 그래."

"그것도 그렇군요."


구태여 이렇게 물어보지 않아도 받아주실 거라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다.

그래도 나는 묻고 싶었다.

카야모리 씨의 아량을 직접 말로 확인하고 싶어서.

이런 나도 받아주실 수 있을지 직접 그 입으로 확인받고 싶어서.


막상 여기까지 오고나니 여기서 나의 순결을 바쳐도 상관없다는 생각마저 들고 있다. 

이 얼마나 황당무계한 이야기인지. 

오로지 시라카와 씨에게만 순결을 바치고자 한 그 일념이, 일거에 뒤집혀 버리다니.


나는 카야모리 씨의 아래로 손을 가져가 그 속옷을 조용히 내렸다. 

내리기 쉽도록 카야모리 씨는 그 다리를 들어 주고 있었다. 

예쁜 피조개가 드러남과 동시에 속옷에서 가느다란 줄이 딸려왔다.


"카야모리 씨……"


속옷을 어딘가에 던져놓고, 지금 애타는 눈으로 기다리고 있는 그녀에게 네발로 다가간다.

하지만 도중 머릿속이 백지가 된 것처럼 몸이 굳어졌다. 심장이 이루 말할 수 없이 뛰고 있다. 

여기서부터 무엇을 어떻게 해야 되는지는 알고 있지만, 모르겠다. 나는 이제 무엇을 해야 하는 것일까.


그녀의 입김이 코에 닿을 만큼 가까운 거리를 사이에 두고, 나만을 계속해서 바라보고 있는 그 눈동자. 

그 눈동자가 나를 지금 미치게 만들고 있다. 

한쪽 눈만이 드러나 있어서 정말로 다행이다. 

그녀의 두 눈이 전부 나만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 보였다면 그때는 정말로 어떻게 되어 버릴 것만 같았으니까.


"저, 먀상… 나 지금 이러고 있다구… 설마 나한테 맡기려 하는건 아니지…?"


시라카와 씨에게선 절대 들을 수 없었던 그 녹아내리는 듯한 목소리가 귓가를 스친다.

그 직후 나무에 등을 기대고 있었던 카야모리 씨가 돌연 내 목에 팔을 둘러왔다. 

그녀의 상반신이 전부 내게 맡겨졌다. 사이의 거리는 순식간에 입까지 닿을 정도로 좁혀졌다.

그리고 마지막 일격을 먹이려는 듯이, 내 귓가에 속삭여온 것이었다.


"내 속옷 벗기고, 이제 뭐하고 싶어? 먀상?"

"저, 저…… 는……"


…………………

………………………………응?


무언가가 잘못된 것이 아닌지요?

확실히 나는 지금 카야모리 씨를 엉망진창으로 만들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이건 무언가 잘못된 것 같았다.

그래. 이건…… 내가 주도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서도, 실질적으로는 카야모리 씨가 주도하고 있는 형세가 아닌가.

이래서는 마치 내 쪽에서 카야모리 씨를 갈구하고 있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틀린 것은 아니지만…

 

하지만, 분명히 카야모리 씨 또한 나를 갈구하고 있다. 저곳에 있는 젖은 속옷이 그 증거다. 

그런데도 주도권이 내게 있지 않다니 그것은 역시 이상하지 않나.


이나! 이나! 이나! 이건 분명 이상하다!

도무지 납득이 가질 않아!

하지만 이 상황을 뒤집기 위해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되는건지, 도통 묘안이 떠오르지 않는 것 또한 사실……


"왜 그러는 거야 먀상? 입만 다물고 있으면 난 모른다구……"


라고 생각하고 있던 와중에, 형세가 바뀌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자신감으로 가득차 있던 그 목소리에는 어느덧 불안이 섞여 들어가 있었고, 그 눈동자는 점차 위태롭게 흔들리고 있었다.

마치 작은 동물과도 같이… 

어쩜 이렇게 사랑스러운 걸까…

지금이라면…… 괜찮을지도.


나는 카야모리 씨의 그곳으로 손을 가져갔다.


"아… 아…… 아읏!"

"──에?"


손 끝에 닿은 그 순간 카야모리 씨의 조수가 흩뿌려졌다. 그 광경을 눈앞에 두고 나도 모르게 얼빠진 목소리가 나왔다.


바로 절정에 도달했다고요…? 손끝만이 닿았을 뿐인데도…?

대체 얼마나 바라고 있었던 건가요…… 


내 안에 있던 카야모리 씨에 대한 이미지가 점차 부서져간다. 

겉으론 그렇게나 새침한 얼굴을 하고 있었던 주제에 그 속에는 이렇게나 에로에로한 여자가 있었던 건가요. 

만약 이 꼴을 팬분들이 보셨다면 울었을지도 모르겠네요 카야모리 씨.


하지만 이렇게 갈무리되는건 내가 납득할 수 없다. 모처럼 카야모리 씨에게 봉사해주고자 의욕을 다졌는데, 

한번 닿은 걸로 끝이라니 이래서는 너무나도 싱거운 결말이지 않나.

그래. 그렇다면 그저 멈추지 않으면 되는 것이 아닐까.


"하아…… 하아…… 어? 자, 잠깐 먀상 나 지금 막 간 참…… 아앙! 아……"

"뭣?!"

"핫……!"


카야모리 씨의 교성이 울려퍼짐과 동시에 어딘가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나는 순간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먀……상? 왜 그래…?"

"아, 아뇨. 방금 무슨 목소리가 들린것 같아서요."

"그래…? 나는 못들었는데…?"


한밤중이라고는 해도 마침 누군가가 근처를 지나가고 있었을 수도 있지만… 적어도 지금 시야에 확인되는 사람은 없었다.

카야모리 씨에게는 들리지 않았다고 한다면… 기분 탓인걸까?


그것보단, 분위기를 타다 보니 여기까지 오게 되었다고는 해도 

이런 야외에서 이렇게나 당당하게 저질러버리는 것은 역시 잘못된 것이 아닌지…… 

아무래도 제정신으로 돌아오려고 하는 것 같다. 여기까지 와서 정말 새삼스럽게도……


"먀상……… 더 안해주는 거야………?"


하지만 나를 응시해 오는 카야모리 씨의 그 간곡한 눈빛이…… 

그 눈이 다시 내게 정신을 놓아버리게끔 하려 든다.


아아…… 미우…… 예전에 내게 말했었지 앞으로 내가 어떤 사랑을 하게 될까 라고…

내가 하게 될 사랑은… 너에게 절대로 얘기하지 못할 것 같아……


"후회하지 않으실 거죠?"

"그거 내가 할 말."


아까까지 그런 얼굴을 지어놓고도 잘도 그런 소리를 하시는군요.

하지만 카야모리 씨가 그 우아한 얼굴로 나를 부추기는 그 모습이란… 나의 마음에 불을 당기기에 충분했다.

이번에야말로, 나는 카야모리 씨의 안으로 손가락을 넣었다.


"아앗……! 응아…!"


그것만으로 카야모리 씨의 우아함이 깃들어있던 얼굴이 단번에 와해되었다.

자신의 목소리를 필사적으로 억누르고자 입을 틀어막고 있는 카야모리 씨. 하지만 목소리는 손가락 틈새로 새어 나오고 있다.

그래도 이건… 안 되겠네요.


"카야모리 씨, 이제는 눈뿐만이 아니라 입까지 가리려 드시는 건가요……?"

 

나는 다른 쪽 손으로 그 손을 거두었다.


"햐읏!"


야외에서 울려퍼지는 아티스트의 교성. 근처에 사람이 있었다면 분명히 들렸을 터이다.

하지만 내게는 멈출 생각이 추호도 들지 않았다.

그런 것을 판단할 수 있는 정신이었다면 이런 짓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 그렇기에 할 수 있는 것이다. 제정신이 아니기 때문에.

카야모리 씨가 나를 미치게 만들었으니까.


그 아리따운 얼굴에서 눈물과 침이 흘러넘치고 있어도,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얼굴을 보이고 있어도, 

그럼에도 여전히 사랑스럽다고 여길 정도로 미치게 만들었으니까.

전부, 카야모리 씨가 나쁜 것이다.

좀 더… 좀 더 이 사람의 추태를 보지 않으면… 이 사람에게서 빠져나오지 못하게 되어버릴 것 같았다.


"하아아앙──!"


손가락 끝에 모든 감각을 집중하여 그 속을 더듬는다. 

카야모리 씨의 반응을 살피며 그 허리가 튕겨 나가게끔 만드는 곳을 찾아낸다.

이번에는, 그 머리에 가려진 한 쪽 눈도 같이……


"자, 그 눈도 확실히 제게 보여주세요… 카야모리 씨의 그 예쁜 눈이 절정을 맞아 망가지는 모습을 보게 된다면… 저도 제정신을 찾게 될지 모르잖아요…?"

"싫어어…… 보지마아……! 응아─!"


우는 목소리로 자신의 머리만은 사수하려 드는 카야모리 씨. 

가려져 있던 눈 뿐만이 아니라 드러나 있던 눈까지 머리 뒤로 숨어버렸다. 

이런 관계 중에 얼굴을 드러내는 것이 부끄러우신 걸까.

그것이 아니라면──.


"아읏, 앗, 앗아아아아아──!"


그 목소리가 점차 끊겨지더니, 이윽고 카야모리 씨의 몸이 움츠러들었다.

그리고 부르르 그 몸이 떨림과 동시에.


푸슈, 하고 아래에서 엄청난 기세로 조수가 내뿜어졌다.


"굉장해……"


무심코 감탄사가 새어나와버릴 정도의 양. 

물줄기는 저 뒤의 자판기에까지 뻗어져 있었다. 그 뒤로도 흩날린 물줄기가 점점 늘어지는 것이 보일 정도였다.


완전히 뻗어버린 카야모리 씨를 앞에 두고, 나는 방금까지 카야모리 씨의 안에 들어가 있었던 손가락을 핥았다. 

무미무취한 맛이다. 하지만 그 체온만은 손가락에 아직 남아 있었기에, 나는 반복해가며 그녀의 체온을 내 안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굉장해 먀상…… 자기 몸도 아닌데도 이렇게나……"


그렇게 말하며 카야모리 씨 또한 나의 손을 잡고 그 손가락을 할짝할짝 핥기 시작했다.


"그것은 어떨지요. 오히려 제 몸이 아니기에 그런걸지도 모르죠."

 

만약 나 자신의 몸을 만지는 것이었다면 쾌락에 정신이 먹혀 손이 뜻대로 움직이지 않게 되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어디까지 다른 사람의 몸이기 때문에 적당히 봐줄 수도, 봐주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다. 그저 그정도 뿐인 이야기다.

그리고, 나는 단지 카야모리 씨가 망가지는 모습을 이 눈으로 보고 싶었기에 그렇게까지 성심껏 행한 것이었는데. 

힘껏 절정으로 향하는 카야모리 씨의 얼굴을 제대로 보지 못해 아쉬울 따름이다.


…………………한번, 물어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그런데 카야모리 씨"

"왜?"

"어째서 아까 머리로 눈을 가리려 드신 거죠?"


카야모리 씨는 내 손가락을 핥는 것을 멈추고 나를 올려다보았다. 그 볼은 홍조를 띠고 있었다.


"그거…… 꼭 물어봐야 되는 거야?"


안물어봐도 다 알고 있잖아, 라고 하는 듯한 어조.

나도 모르는 것은 아니다. 어째서인지 그 마음은 알고 있다. 

절정을 맞이하는 자신의 꼴사나운 모습을 남에게 드러내는 것이 내키는 일은 아닐 터이니.


"약간 신경쓰여서요."

"그치만, 먀상이 말했잖아……"

 

카야모리 씨는 내 눈을 피하며 그 귀까지 빨개진 얼굴로 작게 중얼거렸다.


"제가 말했다고요……? 그게 무슨…?"

"제정신을 찾을지도 모른다고 했잖아……"

"그것이 어째서요?"


어쩐지 말에 아귀가 맞지 않는 것이 아닌지요.


"정신을 찾으면, 안 좋아하게 될 지도 모르니까……"

"카야모리 씨가 절 말인가요?"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일부러 그러는 거야?"

"그럼……"


내가 질문을 건낼수록 어딘가 답답해지는 것인지, 신음소리가 새어나오기 시작한 카야모리 씨.

이윽고, 카야모리 씨는 무언가를 결심한 듯이 그 눈만을 치켜올린 채로 나를 보며 가리켰다.


"먀상이, 날 말야……"


……네?

카야모리 씨, 지금 뭐라고…? 

제가 당신을 좋아하고 있다는 사실이 당신은 그렇게나… 기뻤던 건가요…?

그리고 제가 당신을 좋아하지 않게 될까봐 겁이 나… 절정에 이르는 자신의 얼굴을 가리려 드신 건가요?

진심이신가요? 정말, 진심으로 그렇게까지 저를 생각하고……


이것이 대체 어떻게 된 영문인걸까. 

무언가 마음속 깊은 곳에서 좋지 않은 것이 터져나올 것만 같은 기분이 들어───


우…… 우우………


"즈……"

"즈?"

"즈큐우우우우우우웅!!"

"어, 어?!"


대체 뭔가요 이 생물은……!

정말이지 적당히 하라구요!

얼마나 절 빠져들게 만들어야 직성이 풀리는 거죠?! 

이제 좋아한다거나 그런 차원을 뛰어넘었어요! 이정도면 그냥 천연기념물입니다! 

국가에서 지정하여 보호 대상으로 만들어야 하는 존귀한 생물이에요!

그런 생물이 저를 좋아하고 있다구요?


하아~~~~~~~~~~?

하아아아~~~~~~~~~~~~~~~~~~~~~~?


"보호조치하겠습니다."

"어, 어? 잠, 갑자기 뭐야?!"


나는 즉각 카야모리 씨를 공주님안기 한 채로 그 자리에서 일어났다.

갑작스러운 행동에 카야모리 씨가 기겁하여 몸부림치기 시작했지만 나는 전혀 흔들리지 않고 발걸음을 옮겼다.

──옮기려고 했다.


"어라…? 엇…… 네…?"

"핫!!"


나무 그늘 뒤에 있었던 그 분과 눈이 마주쳤다. 순간 모든 것이 정지했다.

내 머리는 지금 이 상황을 처리해내지 못하고 있었다.


"먀상…? 갑자기 안고 달려나가는줄 알았더니 갑자기 멈추고 왜 그러……… 유이나 선배……"

"루, 루카…… 키류도…… 우연이구나……"


노골적으로 우리들에게서 눈을 돌리는 시라카와 씨. 

그 스커트를 당기면서 당장이라도 이 자리에서 벗어나고 싶다고 말하는 것처럼 그 얼굴은 어쩔 도리가 없이 새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하지만 나는 보았다. 시라카와 씨가 여기서 무엇을 하고 계셨는지를.

그 스커트로 가리려고 해도 차마 가릴 수 없는, 잔디 위에 반짝이는 물방울.


그래.

시라카와 씨는.


우리들의 정사를 관음하며, 자신을 위로하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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