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가장 알고 싶어했던 정보를 바로 찾아냈다.
호우타니 나오
류구, 레이나……
그건, 나의 아빠만 다른 언니의 이름
살아있었다면 올해 7월에 24세.
생전주소는 시시보네시 히나미자와 지구
그리고 사인은 『히나미자와 대재해』에 의한
가스 중독사-
서류에는, 낡은 사진 한 장이 클립에 끼워져 있었다.
유원지에서 찍었을거라 생각하는 화려한 색채 속에
지금 내 나이 또래의 여자아이가 웃고 있었다.
아주 조금…… 나와 닮은 듯한 기분이 드는 건
아무래도 교만한거겠지.
호우타니 나오
(이 사람이, 나의 언니……?)
그 눈부실 정도로 밝은 미소는
나의 어둡게 가라앉은 마음까지, 따뜻하고 상냥하게
비춰줄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나는 살며시, 그 사진을 빼서 자신의 주머니 속에 넣었다.
……그 날 이후 나는, 틈만 나면
언니에 대해 생각했다.
매일이 정말로 괴로웠다.
날을 거듭할 때마다, 쌓여가는 불안과 실망……
그리고 무력감.
하지만, 언니를 생각하면 편해졌다.
숨막힐듯한 분위기를, 그 순간만큼은
『없었던』 것처럼 잊을 수 있었다.
……언니에 대해 알고 있는 건
그 이름과 모습 뿐. 마치 세련된 한 장의 천을
누군가 내 눈 앞에 내민듯한,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
하지만 나는, 천의 특성으로부터 무엇을 만들지
생각하는 것처럼, 이름과 사진으로부터 언니가
어떤 사람인지 상상해갔다…..
게임센터에서 시간을 때우고 있을 때도
머리 속에는 언제나 언니가 있었다.
함께 놀고 있다고 생각하면, 기뻤다.
옆에서 응원을 해주는 기분이 들어서
어떤 게임도 굉장히 굉장히 즐거웠다.
호우타니 나오
(이 게임은, 확실히 10년 전부터 있었지.
언니도, 이 게임을 해본 적이 있을까……?)
게이머A
뭐, 뭐야 이 스코어……!
또 『REINA』가 나타난건가?!
게이머B
최근, 점점 더 실력을 갈고 닦아오고 있어……!
전국구로 진출하는 것도 시간문제겠지.
……잡음이 들려오는 듯한 기분도 들지만
내게는 닿지 않는다
주변에 사람이 있어도, 내 눈엔 들어오지 않는다.
내가 보고 있는 건, 게임 화면을 너머 보이는
언니의 웃는 얼굴.
그리고 응원해주는, 밝고 상냥한 목소리였다.
호우타니 나오
(언니는 게임을 잘 할까?
아니면 잘 하지 못할까)
(함께 놀고 싶다고 부탁하면
나랑 같이 놀아줄까?)
호우타니 나오
다녀왔어, 언니.
아무도 없는 곳에 말을 건다.
하지만, 내 눈에는 『어서 와』라고
말해주는 언니가 있었다.
호우타니 나오
오늘은, 원피스 디자인을
생각해봤는데, 전혀 잘 되지 않는거야.
……역시 엄마는 대단해.
하지만 혹시…….언니였다면
간단히 그릴 수 있는걸까?
대단하네, 언니는……
그런식으로 혼자서 대답 없는 이야기를 해가면서……
가방 안에서 오늘 막 산 주간지를 꺼낸다.
『히나미자와의 참극 ~10년째의 회고록~』
그렇게 쓰여있는 주간지를 카운터로 들고가니,
점원이 이상하다는 얼굴로 나를 본 걸 기억한다.
하지만, 그 정도로는 언니에 대해
알고 싶은 나에게 아무런 장애가 되지 않았다.
기레기의 억측을 담고 담아서
센세이션한 조미료를 더한
쓴 사람의 뇌구조를 의심하게 되는, 천하기 그지 없는 잡지……..
이런 걸 내가 사는 날이 올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하지만……
호우타니 나오
대재해 날은 아버지의 날과 가깝네.
언니는 언니의 아버지에게
어떤 선물을 주려고 했을까?
내겐 이제, 선물 줄 사람 같은건 없지만…… 후후……
……언니를 안 이후로
서점에 들르는 일이 늘었다.
히나미자와에 대해 알 때마다, 언니에게
한 걸음 더 가까워 진 것 같아서 가슴이 뛴다.
호우타니 나오
언니도, 디자인을 목표로 삼았어?
히나미자와에선 어떤 식으로 살았어?
호우타니 나오
이혼했을 때, 언니는 엄마가 아닌
아빠와 함께 사는 쪽을 선택한 것 같네.
그렇다면, 나와는 달리 멋진 아빠가 있었던걸까……
지금 생각해보면, 언니에 대해 생각하는 건
단순한 현실도피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때 느꼈던 따뜻함과 온기롸
편안함에 가들찬 마음은, 내게 있어서
틀림 없는 『진짜』였다-
그런 공허하지만 충실한 매일을 보내던
……어느 날의 일
휴일에 시행된 학원의 시험을 끝내고 집에 오니,
방 안에 사람의 기척이 있었다.
나오의 엄마
……어서 오렴. 나오.
호우타니 나오
엄마……?
이런 대낮에 엄마의 모습을 보다니
햇수로 세야 될만큼 오랜만이었다.
드문 일이란 건 제쳐두고, ……싫은 예감이 든다
그리고 그런 예감은
언제나 나의 기대에서 벗어나는 일이 없었다.
나오의 엄마
갑작스러운 이야기지만……. 방 안의 짐들 전부 정리해.
여기서 이사가게 되었으니까.
호우타니 나오
이, 이사라니…… 학교는?
나오의 엄마
……공립 학교로 전학갈거야. 학원도 그만둘거니까.
내일 학교와 학원에 있는 짐들도 전부 가져와
호우타니 나오
이제 5학년인데? 앞으로 1년만…….
나오의 엄마
그 1년치 학비를 낼 수 없으니까
이런 말을 하고 있는거잖아!!
올해 학비도 내지 못했는데!!!
호우타니 나오
…….읏…….?!
갑자기 귓전을 때리는 노성에 어깨가 떨린다.
……이런 식으로 혼나는 건
내가 기억하는 한 한 번도 없었다.
하지만 엄마는, 그 이상으로 놀란 듯 했다.
속마음을 들킨 것 같이 당황하고 있다.
……..이런 한심한 얼굴을 보는 것도 처음이었다.
나오의 엄마
…….미안하구나, 소리 질러서.
하지만, 이해해 줬으면 해. ……부탁이야.
……그리고 성씨도 바꿀꺼니까.
새로운 학교에서도 익숙해질 수 있도록 노력해줘.
호우타니 나오
……어……?
들고 있던 에코백이 손에서 떨어진다.
안에 있던 스케치북이, 상에 흩어지는 게
시선의 끝에 보인 듯한 느낌이 들었지만……
내 입에선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나오의 엄마
전학 간 곳에서는…… 엄마의 성을 쓸거니까.
호우타니 나오
……어째서? 변하지 않을거라고 했잖아?
나오는 아무 것도 변하지 않을거라고!
나오의 엄마
…….미안해.
그 때는 그렇게 말했지만, 이제 무리야.
그렇게 말하며, 엄마는 상위에 떨어진
스케치북을 집어올린다. 그걸 보고선
한 순간 얼굴이 울 것 같이 일그러진다.
나오의 엄마
……이거, 이제 필요 없을 테니 버릴게.
금방 원래의 차가운 무표정으로 번하고,
가까운 쓰레기통에 스케치북을 던진다.
호우타니 나오
앗……그만둬, 버리지마!
이건, 내가 쓰는 소중한 도구야!
어째서 그런 심한 말을 하는거야, 엄마?
나오의 엄마
그러니까 이해해 달라고 했잖니 나오!
디자이너 같은 돈벌이도 못하는 일은
이제 포기하라고!!!!
호우타니 나오
……윽……?!
그 말에, 나의 머리는 둔기로 격하게
얻어맞은 것 같은 충격을 받았고,
의식을 놓칠 뻔했다.
포기한다…… 디자이너가 되는 꿈을……?
그걸 하필이면
……..가장 존경하는 엄마가, 그런 말을…….?
나오의 엄마
나오……. 너라면 알겠지…….?
앞으로의 시대에, 여자는 안정적인 직업을 가져야
먹고 살 수 있어.
넌, 학교 성적도 좋고,
머리 회전도 빠른, 나의 자랑스러운 딸이란다.
그러니 뭘 해도 분명 잘 될거야……!
지금부터 다시 생각해보렴, 알겠니?
호우타니 나오
시, 싫어……! 그런 건 싫어……!
어째서, 멋대로 정하는거야……?!
나오의 엄마
뭐라고?! 이 정도로 설명 했으면
알만 하잖아?! 이해해 줄 수 있잖아?!
재능 같은 게 먹히는 건 기껏해야 몇 년이야!
나이를 먹으면 센스에 둔감해지고,
볼 장 다 봤으니 버려지는거야! 디자이너는 그런 세계라고!!
호우타니 나오
…..아……아…..
나오의 엄마
엄마는 말이야……. 나오는 엄마가 겪은 실패를
반복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나오는 착한 아이니까 이해해 줄 수 있지?
호우타니 나오
……..이해 할 수 없어.
그런 거 이해 못해! 못한다고! 이해 못하겠어!
변하지 않는다고 말해! 아무것도 변하는 건 없다고!
나오는 나오! 나는 호우타니 나오야!!!
꿈을 포기하지 않을거야! 호우타니도 버리지 않을거야!
엄마 같은 사람 정말 싫어!!
나오의 엄마
----나오!!
엄마가 부르는 소리를 떨쳐내고 나는 집을 나왔다.
달리고, 달리고, 밑도 끝도 없이 달리고……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알지도 못하는 공원의 벤치에 앉아있다.
호우타니 나오
흑……흑…..흑흑…. 크흑…….!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앙,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주변엔 아무도 없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혹시 있었더라도 아무래도 상관 없다.
지금까지 참아왔던 게, 둑이 터지듯
비명이 되어 흘러넘친다…… 멈추지 않는다.
분했다, 슬펐다, 화가 났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내가 무력하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모든 게 밉고 분하고 한심했다.
호우타니 나오
(집에 돌아가면 나는 이제 『호우타니 나오』거 아니야.
어쩌구 나오 같은 다른 이름의 여자아이가 되는거야.)
고작 이름……이라고 다른 사람들은 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까지 불려운 이름이 바뀌는 건
내게 있어서 지금까지의 일을 『부정』당하는 것과 같다.
즐거웠던 학교생활도, 열심히 다녔던 학원도
옷의 디자인을 생각하는 것도, 옷을 만드는 것도
엄마 같은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는 꿈도.
전부, 전부 없어졌다. ……부정당했다.
그것에 대해 나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그렇게 모든 것이 『무(無)』가 된 후에……
나는 무엇이 되는걸까.
……아니, 새로운 무언가가 되어, 어떻게 되는걸까……?
호우타니 나오
아니야…… 그런 건 내가 아니야.
그런 내가 되고 싶진 않아……!!!
하지만, 집에 가면…… 그런 운명이 기다리고 있다.
모든 것이 없어지고, 지금까지의 나는 사라진다.
……집에 가고 싶지 않아.
하지만, 달리 갈 수 있는 곳도 없어.
가고 싶은 곳도, 없어……
호우타니 나오
흑…… 흑……흑……
비명은 조금씩 잠잠해졌지만,
눈물은 끝도 없이 흘러내린다.
그리고 가슴이 찢어질거라 생각 할 정도로
울고, 울고, 계속 울었다……
……넘치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한 채, 필통에서
커터칼을 꺼내, 자신의 목에 슬며시 갖다 댄다.
호우타니 나오
……읏……!
이대로 경동맥을 찌르면……. 죽는걸까.
그럼, 이제 여기서 내가 죽어버리면
지금까지의 자신의 모습으로, 끝낼 수 있다.
왜냐면…… 집에 가더라도
내겐 아무 것도 남지 않았으니까……..
호우타니 나오
……
………아니, 있다. 딱 하나, 남아있다.
호우타니 나오
……언니.
언니의 존재를 안 이후로,
나는 계속….. 생각해왔다.
자신의 생일로부터 역산해서
언니의 아빠와 엄마가 이혼했던 때
나는 이미 엄마의 뱃속에 있었다.
……틀림 없다. 이혼의 원인은 나구나.
내가 태어나지 않았다면
언니의 아빠와 엄마는 이혼하지 않았어.
언니가 히나미자와로 이사할 일도 없고,
대재해에 말려들지도 않았을거야……
호우타니 나오
내가, 태어나지 않았다면……
내가 태어나지 않았다면,
지금도 살아있을지 모르는 언니.
내가 없었다면
행복해졌을지도 모르는 언니.
내가…… 나만, 없었다면…….
호우타니 나오
……언니를 만나고 싶어……
커터를 목에서 떼어내고,
등에 맨 가방에서 주간지를 꺼낸다.
『죽은자의 마을』-기사 속에서
히나미자와는 그렇게 불리고 있었다.
호우타니 나오
(그렇다면…… 언니는,
아직 히나미자와에 있는거야……?)
(나도, 히나미자와에서 죽으면……
언니랑 만날 수 있을까……?)
……그렇다면, 어차피 죽을거라면…… 히나미자와에서 죽자.
죽은자가 되어…… 언니를 만나러가자.
그리고, 내가 태어났기 때문에
죽어버린 언니에게 ……사과하고 싶다.
내가 태어났기 때문에,
언니가 죽어버려서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이름을 빼앗기기 전에 『호우타니 나오』로 생을 끝내자.
전부 버리고 살아갈 바에
아무 것도 버리지 않고, 저 세상에 가지고 가자.
………….
그 결심은 지금도 변하지 않았다.
그러니, 언니의 손에 죽는 건
내게 있어선 구원과 같았다.
그걸로…… 언니의 기분이 조금이라도 풀려서
방황하는 혼을 조금이라도 빛을 비춰 줄 수 있다면……
…….
하지만…… 하지만 말야……
설령 그렇다고 해도, 적어도……
마지막 한 순간만, 어리광을 부린다면…….
나는…….
…………..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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