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에바라 케이이치
이런 곳에서 서서 이야기하면 딴 사람들 시선이 신경쓰여서
느긋하게 이야기하지도 못하겠네. 장소를 옮기자, 카즈호 쨩.
키미요시 카즈호
응. …아, 엔젤모트는
안 돼.
그 가게엔 미온 상 일행이, 그…
마에바라 케이이치
어어, 알고 있어. 저번
『세계』와 다르게
이쪽엔 시온이 없는 모양이니까.
키미요시 카즈호
……
제 2부
쇼와편
3장
드러남
마에바라 군을 따라 온 곳은
상점가 구석에 있는 아담하고 오래된 카페였다.
가게 안의 조명은 다소 어두컴컴하고, 안쪽에서는
점장 처럼 보이는 딱딱한 인상의 사람이 한 명,
하얀 컵을 닦고 있는 게 보인다.
도시와는 굉장히 동떨어진 지방의 작은 카페.
밝고 떠들썩한 엔젤모트와는 극단적으로 다른 분위기다.
…하지만, 가게 안의 담배냄새는
조금 심하다.
최근엔 별로 맡아본 적 없는 꽤나 자극적인 냄새에
무심코 목이 반응하며, 가볍게 사레가 들렀다.
키미요시 카즈호
…콜록…
마에바라 케이이치
아- 미안해.
카즈호 쨩은 담배 냄새 싫어했던가?
키미요시 카즈호
아…아니, 괜찮아. 금방 익숙해질거야.
마에바라 케이이치
미안해. 은밀한 이야기를 하기엔 이 가게가 가장 좋거든.
…히나미자와 녀석들의 눈에서 벗어난
오키노미야에 얼마 없는 『명당』이라는 것 같아.
키미요시 카즈호
헤에…
마에바라 군의 설명을 듣고
나는 실례가 되지 않을 정도로만 가게 안을 둘러본다.
‘
우리 외에 손님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점장도 이쪽은
신경도 쓰지 않고 자기 일에만 몰두하는 것 같다.
키미요시 카즈호
(…그렇구나, 비밀 이야기를
하기엔 최적의 장소네.)
마에바라 군은… 이 가게에 자주 들러?
마에바라 케이이치
그렇게까지 자주 들르진 않는데…
저번에 오오이시 상이 알려준 곳이거든.
키미요시 카즈호
오오이시 상은… 오키노미야서의 형사님 말하는거지?
알려주시다니, 저번 『세계』에서?
마에바라 케이이치
아니… 그것보다 전에 일어난 일이야.
아직 카즈호 쨩 일행을 알기 전 쯤의 이야기니까.
키미요시 카즈호
……
마에바라 케이이치
그리고, 엔젤모트에 비하면 조금 낡은 가게라는 건
틀림 없지만… 어째선지 파르페는 엄청 맛있어.
오늘은 내가 쏠 테니, 배가 고프면 파르페를 먹는 게 어때?
내가 추천하는 건 푸딩 파르페야!
키미요시 카즈호
고, 고마워…
그럼, 푸딩 파르페를 주문해도 될까?
마에바라 케이이치
오우! 먹어 먹어! 모처럼
이렇게 『다시』만난 기념이니까!
그렇게 말하며 마에바라 군은 기운차게 점장에게 말을 걸어
파르페와 마실 걸 주문해줬다.
…몇 분 후, 커다란 푸딩이
통째로 올라간
파르페 두 개 외에도, 커피와 홍차 한 잔씩을
표정을 읽기 힘든 점장이 가지고 왔다.
키미요시 카즈호
우, 우와아…
귀엽게 어레인지한 엔젤모트의 디저트와 비교하면
장식은 심플하고 볼륨감을 우선시한 듯한 인상을 받게된다.
하지만… 그 맛은 의외로 부드럽고,
무엇보다도…!
키미요시 카즈호
마, 맛있어…?!
푸딩은 숟가락을 튕겨낼 정도로 탄력이 있고…
달걀의 맛이 굉장히 농후하다.
그리고, 같이 나온 아이스크림과 생크림은 딱 맞게 달콤하고,
과일의 산미와 후레이크의 식감이 좋은 악센트를 준다.
푸딩이 주역임을 주장하면서도, 푸딩만으로는 낼 수 없는
2중, 3중의 행복감이, 작은 파르페 그릇에 담겨있다…!
키미요시 카즈호
괴, 굉장히 맛있어…!
이 파르페 맛있어, 마에바라 군!
마에바라 케이이치
그치~? 특히 파르페에 올라간 푸딩은 여기 점장이
직접 만드는 것 같아. 오오이시 상도 이 메뉴를 가장 좋아하는 것
같아.
…아, 오오이시 상이 푸딩을
좋아한다는 이야기는
여기서만 하는 이야기다?
오오이시 상이 비밀로 해달라고 두 손모아 부탁했으니까.
키미요시 카즈호
응… 알았어! 아무한테도
이야기하지 않을게!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스푼을 움직이는 손이
멈추지 않는다, 그만 둘 수 없다.
…이 『세계』에 와서 이렇게나 맛있는 걸 먹게 되다니.
꿈에서도 생각지 못했기에, 계속 입을 놀린다.
…하지만 계속 즐겁게 먹고만 있을 순 없다.
난 달콤함을 만끽한 후, 홍차로 목을 축이고
마음을 정리한 후, 마에바라 군을 다시 바라본다.
키미요시 카즈호
…마에바라 군은 꽤나 전부터
오오이시 상과 접점이 있었어?
마에바라 케이이치
으음, 말하지 않았던가? …아, 그러고보니 저번 『세계』 땐
느긋하게 이야기 했던 적이 딱 한 번 뿐이었지.
이 이야기의 경위도 설명해둘까, 라고
서두를 띄우고, 마에바라 군은 커피를 마신다.
그리고 목소리를 낮추고, 말하기 시작한다.
마에바라 케이이치
저번 『세계』에서, 카즈호 쨩 일행과 만나기 전까지…
나와 시온은 히나미자와에 대해 이것저것 조사하고 있었어.
내가 없어진 후 분교의 이야기도 시온이 미온에게
능숙하게 캐냈으니까… 물론, 카즈호
쨩 일행에 대해서도 알았지.
키미요시 카즈호
우리들에 대해서도…?
마에바라 케이이치
응, 실은 만나기 전부터 세 사람을 어느 정도 알고 있었어.
…뭐 그것 때문에 처음 봤을 때도 꽤 친한 척 했을지도 모르겠네.
키미요시 카즈호
…그거 외에는 어떤 걸 조사했는데?
마에바라 케이이치
조금이라도 신경쓰이는 건 전부 조사했어. 댐 전쟁에 대해서,
오야시로님의 저주와 관련된 일들에 대해서…
하지만, 과거의 사건이나, 행정
관련 일은
우리 힘만으론 도저히 조사하기 힘들었지.
그래서… 자세히 아는 사람에게 정보를 얻는 편이 좋다는
결론에 이르렀어. 그렇게 오오이시 상도 함께 조사하게 되었지.
키미요시 카즈호
그랬구나…
파르페 스푼으로 아이스크림을 뜨는 마에바라 군을
바라보며, 나는 납득과 함께 존경스럽다는 생각을 한다.
짐작도 안가는 이유로 마을에서 쫓겨나도, 학교 친구들에 대한
분노나 불만 하나 없었다. 강하고…
누구보다 상냥한 남자아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대단한데, 역경 속에서도 그는
희망을 잃지 않고, 진실을 쫓아 동지를 모으고, 계속 싸웠다.
키미요시 카즈호
(같은 입장이었다면, 나는
어떻게 했을까…?
무릎을 끌어안고 울면서 누군가를 미워하고 저주하며,
아무 것도 못했을 것 같아…)
그런 자신이 굉장히 부끄럽고 한심하다…
아니, 그렇다고 해서 자신을 비하하는 건 이제 그만두자.
오히려 난 겁먹지 말고 변해야 한다. 왜냐면 상냥하고 강한
너무 멋진 『목표』가 이렇게나 가까이 있어주니까…
마에바라 케이이치
…? 왜 그래, 카즈호
쨩.
키미요시 카즈호
아… 아니, 아무 것도
아니야.
달아오르는 뺨을 억누르며, 당황하며 눈을 피한다.
…안 돼, 안 돼. 무심코 넋 놓고
마에바라 군의 열굴을 응시하고 있었던 것 같다.
키미요시 카즈호
그럼… 마에바라 군은 오오이시 상을 직접 만나러 간거야?
마에바라 케이이치
뭐, 그렇지. 시온에게
맡길까 생각했지만, 소노자키 가는
댐 전쟁이니, 뭐니 해서 경찰과는 견원지간인 것 같아서.
나라면 중립적인 입장이라 가능할 것 같아서 접촉했더니,
의외로 쉽게 이야기를 들어주더라고.
키미요시 카즈호
그, 그렇구나… 그런데, 마에바라 군은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형사님과도 사이좋게 지내는구나…
마에바라 케이이치
그건 서로의 취미가 맞기 때문이지.
예를 들면… 『이런 거』.
히죽 웃으며 마에바라 군은 오른손의 검지와 중지를 겹쳐
테이블을 가볍게 두드리기 시작한다.
그 움직임은 순간 뭘 의미하는지 잘 몰랐지만…
그 다음에 보여준 움직임으로 알아채고, 고개를 끄덕였다.
키미요시 카즈호
…마작 말하는거구나.
마에바라 케이이치
그 말대로야! 남녀노소 상관없이 서로 진심으로 이해한다는 건
이런 걸 두고 하는 말이거든! 이야~
뜨거운 싸움이었어…!
키미요시 카즈호
아, 아하하하…
부디, 법에 걸리는 내기가 아니었길 믿고 싶다. …하지만, 확실히
서로 친하게 지내기 위해선 효과적인 방법임은 틀림 없는 것 같다.
마에바라 케이이치
그렇다고 해도… 저번 『세계』에선 그런 일이 일어나 버렸으니
이번 『세계』에선 오오이시 상과 아직 접점이 없어.
혹시 오오이시 상이 『츠쿠야미』가 된 게
우리들이 협력을 부탁했기 때문이라면…
죄송하달까, 원망을 당해도 싸잖아.
키미요시 카즈호
오오이시 상은 이쪽 『세계』에도 있는거야?
마에바라 케이이치
응, 그건 확실해. …하지만, 저번 『세계』처럼
히나미자와에 자주 얼굴을 내밀지는 않는 모양이야.
키미요시 카즈호
……
그러고보니… 문득 생각났다. 저번
『세계』에서 『츠쿠야미』의
지배를 벗어난 오오이시 상은 그 뒤로 어떻게 되었지?
결국 아무 것도 못하고 두고 와버렸다.
살아서 탈출했다면 기쁘겠지만…
그 상황에서 그럴 가능성은 절망적으로 낮겠지.
마에바라 케이이치
근데… 미유키 쨩이랑 나오 쨩은?
분명, 함께 돌아왔을거라고 생각했는데.
키미요시 카즈호
…모르겠어, 우린 모두와
헤어지고 제구전으로 뛰어들었지만,
정신을 차려보니 나만 이 세계의 제구전 앞에 쓰러져선…
…나는 둘째치고 그 두 사람만이라도
무사히 원래 세계로 돌아갔으면 좋겠는데…
마에바라 케이이치
…그랬구나. 뭐, 무슨 일이 있었다고 해도,
이렇게 카즈호 쨩과 무사히 재회했으니까
우리도 몸을 바친 의미가 있었네.
키미요시 카즈호
저기, 마에바라 군… 그…
우리가 없어지고 난 다음엔…
마에바라 케이이치
아… 그렇지. 그 이야기도
해야하네.
쓴웃음을 지으며 커피를 한 번에 마시고,
크게 한숨을 쉬며 마에바라 군은 말을 이어갔다.
마에바라 케이이치
그 『세계』에서 너희들을 보낸 후…
터무니 없는 『괴물』이 나타났어.
키미요시 카즈호
……!
그 말을 듣고 무심코 깜짝 놀란다.
터무니 없는… 『괴물』… 마에바라
군의 목소리와 표정은
말 뿐만이 아닌, 그 무서움과 괴이함을 여실히 이야기하고 있었다.
키미요시 카즈호
그건… 어떤 녀석이었어?
마에바라 케이이치
미안, 실은 세 사람을 보내고 난 후의 기억이
조금 애매해서… 잘 기억나지 않아.
하지만… 엄청나게 강했던 건 기억하고 있어. 순식간에 미온과 시온,
사토코랑 아카사카 상도 당하고… 나도 당했어.
키미요시 카즈호
……!
『당했다』… 그 세 글자에 담긴
말의 무게와 침통한 표정에 말을 잃고 만다.
마에바라 군 나름대로 나를 신경써서 그런 표현을 했겠지만…
어째선지 알 것 같다. 알아버렸다.
그들은… 살해당했다.
우리를 미래로 보내기 위해, 희생당하고…!
키미요시 카즈호
아…아아…!
탁자 아래로 꽉 하고 주먹을 쥔다.
…알고 있었다. 아마도
모두들,
그 지옥과도 같은 상황에서 도망치지 못했을거라고.
하지만 이렇게 직접 들으니… 어떻게 할 수 없을만큼
미안하고, 후회가 치밀어 오른다…!
키미요시 카즈호
(역시, 무리해서라도 모두를
헤이세이의 『세계』에 데려갔어야 했어…)
물론… 나만 혼자 다시 『쇼와 58년』으로
날아온 현상을 생각하면
그들도 다른 『세계』의 미아가 될 가능성도 있다.
그래도… 『분명 죽는 것』보단 조금이라도
『살아남는다』는 가능성을 선택하는 것도 그 땐 가능했을거야.
키미요시 카즈호
(그런데도… 우리는, 결국…)
마에바라 케이이치
마지막에… 당해버린 나를 부르는
레나의 목소리가 들린 것만 기억하고 있어.
적어도 레나만이라도 도망쳐주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그 사이에 의식이 멀어지고… 그리고--
===================================
분량 많아서 나눠서 올림.
오오이시가 1부에서 어떻게 되었는지는 마지막쯤 팁에서 나옴.
예상은 했지만 다 죽었네...
댓글 영역
획득법
① NFT 발행
작성한 게시물을 NFT로 발행하면 일주일 동안 사용할 수 있습니다. (최초 1회)
② NFT 구매
다른 이용자의 NFT를 구매하면 한 달 동안 사용할 수 있습니다. (구매 시마다 갱신)
사용법
디시콘에서지갑연결시 바로 사용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