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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나히아는 주제는 '힘'이 아닌 '수용'이다 #3

히붕이(175.125) 2024.05.18 04:23:39
조회 782 추천 15 댓글 1
														

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hiroaka&no=369086


 


지나가던 히붕이다.


주말 이틀에 걸쳐서 쓰려고 했는데 탄력 받고 반나절만에 3편까지 쓰게 되어서 나도 놀람. 하지만 돈 안 들이고 할 수 있는 취미가 이딴 거밖에 없는데 뭐 어쩌겠수.

그럼 우선 지난편에서 예고했던 대로 수용에 대해 정리부터 하려고.



-우선 자신을 받아들이고 나서 타인을 받아들인다



어찌 보면 되게 진부하고 당연한 말이지. 내가 어떤 인간인지 알아야 남들과 같거나 다른 점이 파악되는 거고 그래야 남들하고 친목질을 할지 현피를 뜰지 각을 보고 결정할 수 있으니까.


하지만 세상 만사 은근 복잡해서 그 당연한 것조차 못해 전쟁까지 벌어지고 있잖아? 네 이웃을 사랑하라는 가르침을 쳔년도 넘게 가르쳤는데 아직도 못 해서 서로 조지고 있는데.


그래서 사실 제목이나 주제의식을 수용이 아닌 이해로 바꿔도 무방할 거 같았고, 그러는 게 사실 편할 거 같기도 하지만, 그래서는 놓치는 부분이 생길 거 같았거든.


그 놓치는 부분이 바로 소크라테스가 즐겨 말했다던 "너 자신을 알라"라는 거지.


일단 주인공 이즈쿠부터 짚고 넘어가자. 이즈쿠 걔는 자기가 무개성이라 나히아 먹이사슬 최하위에 위치한 인간이라는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음. 그래서 모든 사람들이 자기보다 위에 있었고, 그렇기에 자연스럽게 동경하는 시선을 품을 수밖에 없는 유년기를 겪었지. 너무도 어린 나이에 현실을 깨달아서 자기 분수를 잘 파악한 채 좌절을 늘상 겪으며 살았고.


한편 우리 불쌍한 자칭 마왕이자 두창게이의 후계자(쑻)였던 시무라 텐코에 대해 알아볼까?


텐코는 작품 종반부에서 죽어가는 시점이 되어서야 자신에 대해 정확히 파악할 수 있었어. 이전까지는 타고난 개성을 붕괴로 갖고 태어나서 내 의지로 몰살하고 빌런이 되었다고 굳게 믿었었지. 근데 최근 전개를 통해 그게 사실 앰창근친두창이 직접 작사작곡에 피쳐링까지 한 완전 치밀한 날조였다는 게 밝혀졌잖아? 자기 성 시가라키도 물려줘 밥도 해줘 컴퓨터 주고 롤 솔랭도 시켜줘 온갖 정성을 들여 키워놓고 카미노 사건에서 "다음은 너다!" 하고 이중 컷으로 큼지막하게 보여줘서 히어로 후계자 Vs 빌런 후계자의 세대를 넘어선 배틀을 보여줄 것처럼 설레발 쳐놨는데, 정작 우리 우메보시 앰창근친두창 녀석은 어떻게든 영생해서 존나 꼴리는 병약 미소년 요이치 살려내 순애순애할 생각밖에 없었으니까 말이야.


다음은 너다!=근데 너는 다음의 소중한 나다!=그러니까 다음도 나지롱ㅋㅋ


이 얼마나 무시무시하고 끔찍한 생각이니?


비록 일반인은 상상조차 할 수없는 끈적한 기만 때문이긴 했지만, 어쨌든 시무라 텐코는 시가라키 토무라라는 이름에 먹혀 자기 자신을 알 기회를 완전 배제당한 채 어른이 되어버린 불쌍한 캐릭터가 되어버렸지.


"이해하지 못해도 돼. 그러지 못 하니까, '히어로'와 '빌런'인 거야."


같은 패배 플래그 중2병 같은 대사를 치며 즐겁게 살다가 자기 할머니 유령한테 씌인 급식한테 죽빵 맞고서야 겨우 개심하고 한심한 롤대남으로서 죽은 거야.


비록 호리코시의 역량이 만신이라 하기엔 부족해서 서사나 묘사가 좀 곱창나기는 했지만, 이즈쿠의 "울고 있는 아이가 있었어요." 라는 말은 지금 시점에서 보면 그야말로 자기 자신을 깊게 이해한 사람이 타인에 대해 발휘한 완벽한 통찰이었거든?


게다가 겨우 고2 된 급식 주제에 그 통찰이 너무 예리해서 올포원까지 "님 사실 마왕이 아니라 그냥 고독사 테크트리 타는 외로운 사람이잖아요ㅋㅋ" 라고 사회적 말살을 선사하기도 했지.


어찌 보면 이 허무하리만치 수수하고 평범하기까지 한 인격적 고찰을 원포올이 8대가 이어질 때까지도 못하고 죽어갔다는 게 정말 황당하긴 해. 이게 무슨 코미디도 아니고 말이지.


근데 우리 이즈쿠가 비교적 간단한 사투를 통해 한 방에 해낸 이걸 왜 다른 유능하고 강려크한 나머지 캐릭터들은 못했을까요?


정답은 바로 우리 앰창근친두창이 존나 짱쎄서 전도유망한 남들이 이해하려고 다가오기도 전에 와인용 포도 짓밟듯 으깨버렸기 때문이랍니다~♡



-그렇기에 '힘' 또한 중요하다



결국 작중에서 올포원으로부터 비롯된 원포올이 갖는 진정한 가치이자 목적은 생각보다 소박하고 단순했어. 일대일로 대등한 입장에서 저 앰창근친두창이랑 대화를 하기 위해 필요했던 최소한의 자격이 바로 원포올이었던 거지. 일단 힘으로 제압해서 "어? 이새끼 좀 치네?" 같은 대결 프레임을 만들지 못하면 결국 앰창두창근친놈이 평소 남들 대하던 대로 와인 담가져서 치즈랑 같이 먹힌단 말이야.


근데 그 원포올마저도 당장 가능했던 게 아니라서 7명 와인 담그고 숙성시키는 동안 8번째 9번째 한꺼번에 담가지려고 했던 시점에서 간신히 되었던 거고.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이 얼마나 무시무시하고 끔찍한 생각이니?


아무튼 그래서 롤대남 텐코가 지 주제도 모르고 평행선 어쩌고 하면서 자꾸 응애 나 어른빌런 스탠스로 이즈쿠를 조지려 그랬는데, 그 이즈쿠가 "응 너 본명 텐코니까 원포올 10대째" 작전으로 텐코 속마음을 완전 헤집었더니 지 주제 깨달았잖아?


다시 말해 주인공으로서 성장한 이즈쿠가 최종전 내내 한 일은 서로 이해하기 위해 나란히 평행하는 선을 1도라도 기울여서 어떻게든 교차하게 만들려는 거였고, 그러기 위해서 필요했던 수단이 바로 원포올이라는 이름의 물려받은 힘이었던 거지.


어쩌면 이건 현실하고 통하는 부분이 있을지도 몰라. 왜냐면 현실 인류도 핵탄두 존나 개발하고 나서야 "어라? 이제 전쟁하면 승패 상관없이 다 죽네?" 라는 공통 인식이 생겨났고, 그러고 나서야 간신히 "그러니 우리 평화롭게 무역이나 하고 국가적 분쟁이나 스트레스 같은건 스포츠로 대리만족 허쉴?" 이란 기조가 생겨났으니까. 이제 100년 겨우 언저리 되지 않았나? 근데 또 싸우고 지랄이네.


아무튼 다시 나히아 이야기로 돌아와서, 겁나 카리스마 있고 짱센 빌런이 알고 보니 이런 한심한 인간군상이었다는 게 독자들 입장에서는 안 좋은 의미로 충격적이었을 거라고 봐.


호리코시도 이게 너무 초라한 걸 아니까 어떻게 만화적으로 잘 포장하려고 작화 몰빵해다 손 잔뜩 그려서 달아주고 그랬을 텐데, 그럼에도 여러 현실적 한계를 넘지 못해서 앰창근친두창이랑 중2병 롤대남 어른이를 카바치기엔 부족했던 거지.


그러니까 내 생각을 대강 요약하면 이래.


나히아 주제 중 하나는 "상호이해를 통한 자신과 타자의 수용"이다!


이 주제를 표현하기 위해 결말부에 앰창근친두창이 떡 버티게 판을 짜뒀으니 클라이막스에서 이걸 해결할 방법은 개성을 통해 거듭 쌓아온 인연의 힘밖에 없어!


그런데 그밖에도 그리고 싶은 캐릭터도 많은데 시간은 없고 어째선지 귀에서 수상한 액체가 흘러서 통원치료도 받아야 할 거 같은데 어쩌지?


에라 시발 모르겠다~


라는 과정을 통해 어떻게든 꾸역꾸역 연재한 게 이런 결과물이라는 거지.


나도 만화는 아니지만 어쩌다 기회가 되어 주간연재 같은 미친 짓거리를 해봐서 아는데, 알고 보면 이거 사실 정말 굉장한 거야. 적어도 나는 아무리 건강하더라도 무능해서 이렇게 일관성있게 설정 짜서 주간연재 같은 거 못하거든.


그리고 만붕이라면 다들 알겠지만, 맛살처럼 존나 쩌는 만화가마저도 이거 못해서 나루토 후반부 말아먹었다.



-그래서 맛살은 왜 나히아를 넥스트 나루토라고 맥인거임?


지금 보루토 연재 꼬라지를 보면 상상이 안 되겠지만, 알고 보면 사실 원나블 중 나루토야말로 나히아가 주제로 삼았던 "타자 이해와 수용"에 대해 가장 적극적으로 설파했던 만화였어.


근데 4차 인계대전을 하는 시점이 되니 피해자가 가해자를 옹호하질 않나, 너도 마을 이장이 되고 싶지 않냐면서 차크라도 안 쓰고 풍둔을 난사하질 않나, 약을 한사발 들이키고 오오츠츠키를 최종보스로 내질 않나, 결국 완전 미쳐돌아간 스토리를 어찌저찌해서 아들내미하고 딸내미 까지 낳았는데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도 이걸 수습 못하고 있지.


점프에서 편집자 파견해다 작가들 조인트 존나 까서 어떻게든 팔리게 만든 건 분명 대단하긴 한데, 소년만화를 사랑하는 만붕이 입장에선 "왜 점프 놈들은 이 완벽한 카미망가들을 잘 연재하다 한결같이 결말에서 꼬라박는겨?" 라는 의문이 들법도 하겠지.


근데 코난 연재하는 선데이도 살인 로맨스 ㅇㅈㄹ하면서 매년 극장판 내는 꼬라지 보면 그냥 주간연재하는 소년만화 특인거 같음.

아무튼 자기 작품을 거하게 말아드신 맛살 말인데, 호리코시가 나히아 연재하는 거 보면서 옛날 생각이 난 건지 선배로서 후배한테 잘 해주고 싶었던 건지 "넥스트 나루토"라는 거창한 수식어를 선사해줬잖아?


다른 만화가 후배도 많을 텐데, 굳이 호리코시한테만 콕 집어서 이렇게 말한 건 아마도 호리코시가 나히아로 나루토가 실패했던 주제의식 쩌는 만화를 그려주길 바랐기 때문이라고 생각해.


어찌 보면 나히아의 주제의식을 관통하는 이야기지. 다음 세대로서 플루스 울트라! 같은 식으로.


근데 맛살의 한 마디가 축복이자 저주가 되었기 때문일까? 호리코시는 적어도 맛살이 말아먹은 것보단 자기 만화를 덜 말아먹은 수준까지는 끌어올리긴 했어. 애석하게도 나히아는 독자들에게 주제의식 포함해 모든 게 쩌는 수준으로 완성된 만화로 인정받긴 어렵겠지만, 적어도 자기 몸 망쳐가는 와중에도 일관성을 유지한 만화로서는 기억될 거 같거든.


근데 그렇다고 최종보스를 그렇게 추하고 허접하게 물리치는 건 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현실이 이러니 뭐 어쩌겠어? 당장 무잔도 약물컷 했는데 존나 흥했는걸.



-스타워즈 시퀄? 그딴 건 존재하지 않는 팬픽입니다만?


호리코시가 스타워즈 매니아라는 건 나보다 다른 히붕이들이 더 잘 알거야.


근데 그 스타워즈의 바이블이나 다름없는 스카이워커 가문의 내용을 다룬 1~6편 요약하면 대충 이런 이야기거든요?


우리 아빠는 포스로 제다이 세계에 균형을 이룩할 존나 선택받은 인간이래! 그래서 공돌이 짓도 하고 싸움도 잘하고 외교도 잘하고 여왕도 막 꼬시고 완전 개쩜! 근데 다스 시디어스한테 사기계약 당해서 시스가 되어 오더 66 발령하더니 고지 점령한 오비완한테 사지 다 잘리고 용암에 빠져서 다스 베이더로 개조됐음. 난 베이더가 아빤지도 모르고 손목 잘렸고. 그래서 열받아서 털바퀴들 데리고 제국군 다 때려잡음.


이제 남은 적은 황제랑 다스 베이더 뿐이야! 하지만 난 울 아버지한테 아직도 선량한 인격이 남아있을 거라 믿고 팰퍼틴 황제랑 맞짱을 뜨겠어! 크아아악! 포스 라이트닝 넘모 쎄다! 나 진짜 죽네 아부지 살려줘! 어 진짜 살려주셨네? 이게 왜 됨? 루크 스카이워커 이즈 더 트루 앤 라스트 제다이!


대충 이런 내용인데, 이거 아무리 봐도 지금 호리코시가 그리고 있는 나히아 결말부하고 완전 똑같거든?


처음엔 약했던 주인공이 자기보다 강한 악인들과 대등한 입지에 올라 고군분투하다 끝내 서로 이해하고 마음을 되돌려서 승리한 거.


이쯤 이야기했으면 알겠지만 호리코시는 나히아를 첨부터 이렇게 결말 내려고 모든 판을 짜뒀다고 생각해. 주인공이 힘을 추구하는 건 그저 강해지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사람을 구하기 위한 대화에 필요한 수단이고, 그래서 결국 서로 대화를 통해 나쁜 놈 개심시켜서 세상을 구하고. 정말 플롯이 똑같잖아.


결국 호리코시가 "난 스타워즈도 좋아하지만 슈퍼히어로도 좋아하니까 둘을 합쳐서 리스펙 하면 개쩌는 만화가 되겠지?" 해서 나온 만화가 바로 나히아라는 거지.


근데 왜 하필 더블 리스펙하는 자기 만화의 최종보스를 자칭 마왕인 앰창근친두창으로 설정한 거냐고오오오오!



-틀딱이라 잘 모르시네~ 요즘 마왕은 용사랑 야스해서 임신절정패배 당하고 순애엔딩 맞는 게 정석이거든요?



올포원은 겉으로만 얼핏 보면 악역으로서 참 멋있게 만든 캐릭터야. 이목구비는 매실장아찌처럼 생긴 주제에 존나 카리스마 있어~ 개성 박탈에 부여도 가능해~ 지능도 존나 쩔어~ 앰창 출신 주제에 와인 마시고 치즈 곁들여 먹고 취미도 고상해~ 성우도 옆동네 해적만화 검은수염이야~ 이건 뭐 완전 소년만화 절대악으로서 GOAT 아님?


근데 속알맹이 알고 보니 선천적으로 애정결핍에 시달리는 주제에 자기 남동생밖에 사랑할 줄 모르는데 다른 노력도 안 하고 그저 동생바라기로 영생하려 한 불쌍한 할배.


아니 일반 독자들이랑 혈기왕성한 만붕이들이 이 낙차를 견딜 수 있을 거라고 진심으로 생각하신 겁니까?


솔직히 말해 썰을 푸는 나조차 정말로 이게 맞는 건지는 잘 모르겠어.


최근에 영생하면서 급이 다른 추함을 보였던 최종보스 악역이라면 무잔 정도가 떠오르는데, 그 무잔도 한 추함 했잖아? 근데 올포원하고 비교를 하니까 정신이 막 혼미해지고 오락가락 하는 거 있지.


이쯤 되면 진짜 소년 점프 편집부의 대외비 연재방침 같은 거 아닌가 싶기도 해. 최종보스로 나올 악역은 존나 쩌는 캐릭터로 보이지만 실은 병신이라는 설정.


근데 사실 따지고 보면 옛날부터 이런 악역이 없었던 거 같지도 않아. 왜, 일본 만화에 흔하게 나오는 거 있잖아? 이 녀석도 사실은 착하고 불쌍한 녀석이었어 같은 클리셰 같은 거. 근데 올포원은 불쌍하다 못해 경악을 할 정도로 추해서 오히려 참신할지도?


어쨌든 최근 커밍아웃을 통해 올포원은 비틀린 소유욕에 기반한 냉혈한이 아니라 그저 요이치 말고 애착을 느낄 수가 없었던 사람이라는 사실이 밝혀졌잖아?


이런 사람을 원포올 레이블의 와인 9병 담그기 직전까지 묵혔다가 성불시킨 건 독자 입장에서 어처구니가 없어 보일 수도 있어. 솔직히 마무리를 졸속으로 날려버린 듯한 정황이 보이는 걸 떠나 생각해도 좀... 아니 많이 거시기하지.

그래도 앞뒤 정황을 살펴보면 올포원의 초라한 내면얼 파악할 단서는 처음부터 주어져 있었다고 봐.


왜냐면 올포원은 동생하고 같은 그림책을 보다가 마왕을 동경하게 됐잖아?


어린 올포원 입장에서 보면 스스로를 인간이 아니거나 오직 자기만이 인간이었다고 여겼을 수도 있어. 그런데 진실이 어떻든 간에 결국 올포원은 개성으로 갈라진 인류들 사이에서도 자신만을 특별한 존재로 여겼을 테고, 그래서 그걸 남들에게 강조하기 위해 마왕이 되는 걸 꿈으로 삼은 게 아닐까 싶어.


근데 그 방침을 벽에 똥칠할 때까지 고수하한 이유가 이세계 전생이든 뭐든 시켜서라도 동생 살려내 꽁냥거리고 싶었을 뿐이었을 줄은 호리코시 말고는 정말 아무도 몰랐을 거야.


그렇기에 주인공으로서 이즈쿠가 말한 "넌 마왕이 아니라, 외로운 사람이야!" 라는 외침은 원래 웃참포인트가 아니었어야 했는데 말이지.


하지만 여러가지로 뭐가 꼬여가지고 분신술을 하던 놈이 죽지도 않고 꾸역꾸역 살아나면서까지 추악하게 발악을 하니까 그럼 이제 진짜로 박터지게 싸우겠지? 싶었는데 갑자기 가루가 되어버렸는데...... 개쩌는 클라이맥스와 파이널 배틀을 잔뜩 기대하던 독자들 입장에선 혈압이 오를 수밖에 없잖아.



근데 호리코시 또한 자기 작품의 가장 첫 번째 독자로서 그걸 모를 리가 없을 텐데, 그럼 대체 왜 그랬을까?


나는 그 답을 드래곤볼에서 찾을 수 있다고 봐.



- 젠장, 토리야마야? 그럼 숭배할 수밖에 없잖아!



힘에는 힘으로, 그 힘보다 더 강한 힘에는 더 강한 힘으로, 하지만 결국 진정으로 악을 무찌르고 평화를 이루고자 할 때는 더 강한 힘보다는 보다 많은 사람들의 마음으로... 지금 이 시점에서 보면 사람에 따라 유치하게 느껴질 만큼 진부한 구성의 이야기지. 참신한 맛이 하나도 없어.


그런데 이거 실은 이미 조산명 토리야마 아키라 선생께서 소싯적에 드래곤볼 42권 연재하면서 다 해놓으신 거거든요.


드래곤볼도 따지고 보면 그래. 편집자 닮은 피콜로를 내서 오공이 쓰러뜨리고 다음 편집자 닮은 프리더를 내서 오공이 쓰러뜨리고 또 다음 편집자 닮은 셀이나 마인부우 내서 오공이 또 쓰러뜨리고... 진짜 이걸 미치도록 반복을 했지.


토리야마라고 그러고 싶었을까 생각하지만, 문화부 차관이 와서 연재해 달라고 압박 도게자 박는데 그럼 뭐 어쩌라고.


아무튼 드래곤볼 말인데, 마지막 에피소드인 마인부우편을 연재하느라 작가로서 완전히 한계를 맞이한 토리야마는 드래곤볼식 파워 인플레이션에 대한 해답으로서 어느 캐릭터를 강조해서 묘사했어. 꺼무위키만 읽어도 알겠지만, 그게 바로 미스터 사탄이지.


오공이 죽은 사람은 드래곤볼로 살리면 된다는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나 내뱉게 하는 동안에 미스터 사탄은 부우랑 절친이 되어 이제 착하게 살며 사람은 죽이지 말라고 설득을 하는 역할을 맡겼거든.


비록 좆간 2명 때문에 실패하긴 했지만, 사탄이라는 캐릭터가 드래곤볼이라는 작품에서 맡은 역할은 지금까지 드래곤볼을 연재하면서 나온 클리셰를 완전히 벗어나는 이질적인 것이었어.


그렇기에 초사이언 123 찍다가 마지막에는 효율 곱창난 원기옥에 전 지구인의 힘을 보태게 해서 쏜다는 엄청 드래곤볼다운 결말이 나올 수 있었지.


그런데 사실 사탄이 나오기 전부터도 오공은 결코 혼자 힘으로 적들을 이기지 않았거든? 세간의 이미지하고 다르게 항상 최강이었던 것도 아니었지. 죽거나 병에 걸리거나 체인지 당하거나 아들내미가 자기 혈기를 주체를 못 하거나 아무튼 여러가지 억까를 받아 오히려 주인공다운 활약을 못 했던 편이었어.


그럼에도 손오공이 일본을 대표하는 소년만화의 주인공으로서 자리매김을 한 건 그저 강하기 때문만이 아니라, 자기보다 강한 무자비한 악역들마저 감화시켜 아군으로 삼게 만드는 순수하고 선량한 성품 때문이었지.


베지터는 M자탈모 모근이 너무 억세서 그게 좀 심하게 오래 걸렸지만 아무튼.



그래서 나히아 이야기 하는데 왜 드래곤볼 이야기를 하는고 하니, 이런저런 말이 많지만 그래도 드래곤볼은 모든 일본 배틀 소년만화의 바이블 같은 작품이잖아? 그 영향을 안 받았는데 배틀물 소년만화가가 됐다고 말하면 십중팔구는 힙스터 딱지 붙일 거고. 그래서 호리코시 또한 영향을 받은 작품 중에 드래곤볼이 틀림없이 있을 거라 생각해.


그래서 나히아가 드래곤볼한테 받은 직접적인 영향력이 뭐냐고 묻는다면, 나는 작품 말기의 손오공과 미스터 사탄의 캐릭터를 미도리야 이즈쿠라는 주인공 한 사람한테 몰빵한 거라고 대답할 수 있을 거 같아.


이걸 다르게 말하면, 손오공처럼 초사이어인 변신해서 악역하고 피터지게 싸우는 거랑 미스터 사탄처럼 나약해도 상호이해로 평화를 이룩하는 완전히 상반된 두 과정을 이즈쿠 혼자 컵라면 날로 먹듯 해버리니까 독자들이 괴리감을 떨치지 못하는 거라고 설명할 수도 있겠지.


이게 내가 생각하는 나히아의 결말 부분에서 독자들이 받아들이기 어려워 괴리감을 느낀 이유야.


그럼에도 호리코시는 자기 만화 주인공한테 적들을 쓰러뜨리기 위한 원포올의 '힘'만이 아닌 그들마저도 감화시킬 수 있는 깊은 이타심과 이해력을 통한 '수용'이라는 가치를 쥐어줬지.


그런데 생각해보면 그건 새삼스럽거나 어리석은 결정이 아니야. 만화가 대선배가 그렇게 해답을 내려서 전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작품이 되었잖아? 호리코시는 후배 만화가로서 그 성공 방정식에 따랐을 뿐이고. 누군가는 틀렸다 말할지도 모르겠지만,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해.


어쨌든 긴 글 읽어줘서 고맙고 다들 나히아 진짜로 완결나는 거 마지막까지 기대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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