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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히트맨 : 지옥의 삶 서장 - 2장

ㅇㅇ(220.126) 2024.05.03 14:45:09
조회 108 추천 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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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장



중요한 것은 에이전트 47을 살려두는 것이었다.

다이애나 번우드가 지난 수년 동안 스스로에게 말했던 것이었고 심지어 그것이 담당관들에 대한 에이전시의 주요 지침은 아니였다 하여도 말이다. 현장의 요원들은 에이전시가 조금이라도 위험에 처할 가능성이 있으면 에이전시와의 관계는 단절되고 버림받는다는 불문율이 있었다. 하지만 다이애나는 47과 누구라도 유대감을 가질 수 있을 만큼 항상 유대감을 느꼈다. 그녀는 그가 다양한 임무를 성공적으로 완수하기를 바랬고, 그의 서포트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게 그녀의 일이었다.

그래, 그것이 그녀의 일이었다.

다이애나는 현재의 암살작전이 완수된 후 사라질 계획이었다.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다이애나의 의도를 고려할 때 에이전시는 그녀를 제거하기 위해 어떤 일도 마다하지 않을 생각일터. 탈출 경로와 여행 계획은 이미 정해놓았다. 그녀는 잠시 사라졌다가 다시 움직일 생각이다. 시카고의 연구소로 돌아가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었지만, 그녀는 에이전시로부터 '패키지'를 빼앗고 숨길 필요가 있었다.

문제는 벤자민 트래비스(Bejamin Travis)가 그녀의 상사로 임명되면서 시작됐다. 다이애나는 즉시 그와 갈등을 빚었는데, 트래비스는 국제 계약 기관의 최종 상사는 아니었지만 유능한 관리자임을 스스로 입증한 사람이었다. 그는 강인하고 독단적이며 지적이고 야망이 있었다. 그러기에 그가 현재의 직책으로 승진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다이애나는 그런 점에선 그에게 아무런 원한도 품고 있지 않았다.

다이애나가 트래비스에 대해 싫어하는 점은 그가 비윤리적이고 위험한 개자식(Dangerous asshole)이란 이유였다.

다이애나가 그의 새로운 기밀 펫 프로젝트(pet project)에 대해 많은 무고한 생명을 희생시킬 수 있다고 지적하자 트래비스는 비웃으며 "정말로? 암살자를 담당하는 사람이 그런 말을 해? 헛소리 마, 번우드. 너만 해도 수백 명의 부수적 피해를 입혔잖아. 갑자기 그렇게 뻗대지 말라고.”

* 펫 프로젝트 : 일반적으론 중요하진 않지만 개인의 선호도에 따라 개인에게만 중요한 일로 구분되는 프로젝트

평소라면 그녀는 그냥 넘어갔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트래비스의 행동이 주는 의미가 단순히 불안한 것 그 이상이었다. 그녀는 그 남자가 에이전시의 무결성을 위협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다이애나는 47과 함께 히말라야 임무에 참여하고 있었지만 먼저 행동을 취하기로 결정했다. 원래는 임무가 완료될 때까지 기다리려고 했지만 상황이 너무 불안정해졌다. 무언가 빨리 조치를 취해야 했고, 그녀는 목숨을 걸고 패키지를 챙겨서 도망가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먼저 그녀는 잠시 잠적한 뒤 신중하게 다음 행동을 계획해야 했다.

그들은 그녀가 배신한 것을 알아챘을까? 아마도 그랬을 거다. 그녀는 그들이 언제든 자신을 잡으러 올 거라는 걸 알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녀는 몇 시간 전에 파리를 떠나야 했지만 현재의 작전을 완수하기 위해 47에게 그녀의 약속을 지켜야 했다.

임무를 빨리 끝낸 뒤 빠르게 빠져가자.

그녀는 노트북을 열고 전원을 켰다. 암호화 소프트웨어가 이미 설치되어 있었기 때문에 누구도 그녀의 네트워크를 해킹할 수 없었다. 네팔 상공의 위성에 연결하자 다이애나는 작은 비디오 모니터를 다시 한 번 확인했다. 객실 밖 호텔 복도에 설치한 두 대의 초소형 카메라는 전혀 탐지할 수 없는 최신식 카메라였다. 각각 반대 방향을 향하고 있었기 때문에 복도에 나타나는 모든 사람을 볼 수 있었다. 엘리베이터와 계단 근처에 설치된 세 번째 카메라는 층에 새로 들어오는 사람이 있으면 알려주었다.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책상 위에 있는 세 대의 모니터는 공격을 받을 경우 적절한 경고를 줄 수 있었다.

컴퓨터 링크(The comlink)는 위성의 신호에 안전하게 연결되었다. 노트북에 눈 덮인 산, 히말라야에서 가장 어려운 등반 중 하나인 캉첸중가의 이미지가 구체화되었다. 다이애나는 시계를 확인했다. 아침 6시가 조금 지난 시각이었. 이는 현지 시각으로 한 시가 가까워졌단 뜻이었다. 네팔 표준시는 협정 세계시와 45분 차이가 나는 특이한 시간대였다. 그녀의 계산이 맞았다면 47은 이미 자리를 잡고 그녀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위성이 제공한 또 다른 놀라운 기능은 인공 구조물이든 자연 구조물이든 물리적 구조를 분석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이 경우 프로그램은 산비탈의 암반 표면이 끝나는 지점과 두꺼운 눈 층이 시작되는 지점을 감지하여 눈사태에 취약한 지역을 쉽게 식별할 수 있었다.

“안녕하세요, 47” 그녀가 헤드셋에 대고 말했다. “내 말 들리신가요?”

“문제 없이 잘 들려,” 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는 그녀의 세련된 영국식 억양을 알아봤다는 사실에 따뜻함이나 기쁨의 기색이 전혀 없었다. 전형적인 암살자의 모습이었고 말 수가 적으며 감정이 전혀 없는 사람이었다.

“표적은 위치에 있나요?” 그녀가 물었다.

“그 쪽에선 그들이 보이지 않나?”

그녀는 카메라를 절벽 아래로 옮겼고 47의 위치에서 약 600~700피트 아래에 있는 중국인 등반대를 발견했다.

“확인했습니다. 등반은 어떠셨나요?”

“추워”

“모든 카라비너와 벨레이는 제대로 작동했나요?”

* 카라비너 : 등산에 쓰이는 고정용 고리 / 벨레이 : 등산에 쓰이는 레펠 하강조절기

“그래.”

“등산은 많이 해보셨었나요, 47?”

“폭발물(Boomer)은 어디에 두면 되지?”

그녀는 혼자 미소를 지었다. 에이전트 47은 언제나 본론으로 들어갔었다. "지금 컴퓨터가 계산 중입니다. 잠깐만요... 여기 있습니다. 거의 다 왔어요. 동쪽으로 40야드 정도 이동하세요. 얼음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아주 조밀한 눈입니다. 그거면 충분할 거예요. 목표물의 머리 바로 위에 있어요."

“뭔 말인지 알겠다. 몇 분 후면 저쪽으로 갈 수 있을 것 같군.”

다이애나는 그 작은 인물이 밧줄과 곡괭이, 일련의 카라비너를 이용해 절벽을 가로질러 옆으로 이동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다이애나는 47이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모습에 감탄했다. 그는 모든 요소에서 일할 수 있도록 훈련된 뛰어난 운동선수였다. 물론 그는 일종의 슈퍼맨이 되도록 유전적으로 설계된 사람이었다. 다이애나는 종종 그의 통증과 피로에 대한 내성이 얼마나 강한지 궁금해했다. 특히 혼자서 등반하는 것은 정말 힘들었을텐데 말이다. 다행히도 고도가 너무 높지 않아서 다이애나가 그를 태우려고 준비한 헬리콥터가 닿을 수 있었다. 만약 그가 수천 피트 더 높은 곳에 있었다면 47은 칸첸중가(Kang chenjunga)를 힘겹게 내려와야 했을 것입니다.

* 칸첸중가 : 네팔과 인도의 국경에 위치한 세계 3위의 봉우리

그 뒤 그녀는 그들을 주시했다.

다이애나는 이마를 찡그리고 눈을 가늘게 떴다. 그녀는 재빨리 마우스를 움직여 더 가까이 확대했다.

두명의 남자였다. 47의 바로 위쪽에 있었다.

"47, 1시 방향에 200피트 정도 떨어진 곳에 두 명의 적이 보입니다." 그녀는 카메라를 최대한 남성들에게 초점을 맞췄다. "중국인입니다."

"놀랍진 않군."라고 47이 말했다. "난 타겟이 자신의 원정대에 앞서 정찰대를 산 위로 보낼 것으로 의심했어. 그는 길이 안전한지 확인하고 싶었던 거겠지. 이곳에서 그들은 남보(Nam Vo)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듯하군. 그들이 날 발견할 수 있나?"

"확언 드리기 어려운게. 잘 모르겠군요... 잠깐만요, 그들이 이동 중이에요. 당신이 거기 있는 걸 알고 있는 것 같아요."

“놈들이 내 사격범위 안에 들어올 때까지 얼마의 시간이 남았지?”

"충분해요. 그냥 폭발물을 그곳에 놓고 거기서 빠져나와요. 헬리콥터로..."

카메라 모니터의 움직임이 그녀의 주의를 끌었다. 누군가 자신이 있는 층의 엘리베이터에서 나온 것이었다. 두 사람이었다. 우물식 계단(Stairwell) 문이 열리고 두 명의 남자가 더 시야에 들어오자 잠시 멈칫했다. 정장 차림의 평범한 사업가로 보였던 두 사람 중 한 명이 커다란 가방을 바닥에 내려놓고 열어보았다.

“다이애나?” 47이 물어왔다. “거기 있나?”

“잠시 기다려주세요, 47,” 그녀가 빠르게 말했다.

남자들 중 한 명이 방탄 조끼(Kevlar vests)을 꺼내더니 4인조가 입기 시작했다.

안돼!

에이전시가 그녀를 찾아낸 것이다.

시간을 낭비할 여유가 없었다. 그녀는 즉시 위성 연결을 끊고 노트북의 플러그를 뽑은 후 책상에서 일어났다.

모니터에 나타난 남자들은 돌격 소총인 M16으로 무장한 것으로 보였다.

다이애나는 재빨리 노트북과 작은 여행용 가방을 챙겼고, 짐을 챙겨 바로 떠날 준비를 했다. 그녀는 비상구 창문으로 가서 창문을 열고 컴퓨터를 밖으로 던졌다. 컴퓨터는 6층 아래로 떨어져 아래층 바닥에 산산조각이 났다. 다이애나는 책상 위의 모니터를 다시 흘겨보았고, 남자들이 자신의 방으로 조용히 다가오는 것을 보았다. 다이애나는 가방을 창밖으로 던져 바닥에 떨어지는 것을 지켜보았다. 가방 안에는 옷과 여권, 돈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기에 아무런 피해가 없었다.

남자들이 호텔 방 문을 걷어찼을 때 다이애나는 이미 비상계단으로 나와 있는 중이었다. 값비싼 베르사체 정장(Versace Suit)을 입은 장신의 붉은 머리 여성은 맨발로 금속 계단을 내려가 아래층 거리로 뛰어 내려갔다. 다이애나의 머리 위에서 소리를 들었다.

빨리!

그녀는 한 번에 세 계단씩 뛰었다. 1층 계단에 도착하자 남자 중 한 명이 "저기 있다!"라고 외쳤다. 다이애나는 난간을 잡고 능숙하게 몸을 날려 난간 위로 뛰어올라 20피트 아래로 떨어졌다. 다이애나는 발바닥으로 착지하였고 그녀의 발에 까딱거리는 소리에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지만, 통증을 참아내고 계속 움직이기로 했다.

그때가 되서 총성이 울리기 시작했다.

그녀는 가방을 들고 호텔 모퉁이를 돌아 도로의 차들 속으로 뛰어들었다. 운전자들은 브레이크를 밟고 경적을 울려대었고 총알이 그녀의 곁을 스쳐 지나가면서 도로 위로 파편이 흩어졌다. 그녀가 루 프루아사르(Rue Froissart) 거리 반대편에 도착했을 때쯤, 남자들은 비상구를 따라 맹렬히 추격해오고 있었다.

* 루 프루아사르 : 프랑스 파리의 거리 중 하나

다이애나는 모퉁이에 있는 지하철 입구로 몸을 숨기고 계단을 거의 날아 내려가 열차가 역으로 들어올 때 플랫폼에 도착했다. 타이밍이 이보다 더 완벽할 수는 없었다. 그녀는 열차에 올라 승객들 사이로 밀고 들어가 자리를 찾아 앉았고, 그 자리에 쓰러졌다. 문이 닫히고 그녀는 사라졌다. 가방을 열어 프라다 힐을 발견한 그녀는 그걸 신었다. 이제 그녀는 바쁜 도시를 출퇴근하는 평범한 파리 시민이었다. 그녀는 목적지에 도착하면 에이전시가 자신의 움직임을 추적할 수 없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경로는 안전하고 빈틈이 없었다. 어쩌면 운명은 정말 그녀의 편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녀는 심호흡을 하고 후회를 느끼기 시작했다. 47을 버릴 생각은 아니었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

미안해요, 내 오랜 친구여, 그녀는 생각했다. 언젠가는 당신이 이해해주길 바랄게요. 내가 가는 길에 긍정적인 생각을 보내주세요. 만일 그런 일을 할 수 있다면 말이죠

안녕히계세요 ㅡ 그리고 행운을 빕니다.




1장



12개월 후

그건 항상 같은 꿈의 변형이었다.

이번엔 내가 열세 살 때였나? 그래 열 세살일때였다. 어사일럼(Asylum)의 복도를 지나가다가 아버지들의 초상화 액자 앞을 지나쳤는데, 그 중 한명인 오트 마이어 박사였다. 유리에 비친 내 모습을 보며 그때의 나를 떠올리는 것과도 같았다.

하지만 모두들 어디로 갔을까? 어사일럼은 텅 비어 있었다. 마치 동굴 속에 있는 것처럼 발소리가 울려 퍼졌다.

난 도망쳐야겠다 생각했다. 그가 오고 있었지만 아직 난 그를 인식하지 못했다. 보통은 그가 다가오는 것을 느꼈지만 말이다. 설명할 수 없는 감각이었지만 그가 거기 있다는 것을 알았다. 모퉁이를 돌며 나를 향해 오고 있었다..

그래서 난 도망치기로 했다.

그러자 그가 내 뒤에서 갑자기 나타났다. 난 그 자의 냄새를 맡을 수 있었고 차가움을 느낄 수 있었다. 그가 근처에 있으면 항상 추웠기 때문이다.

나는 달리는 동안 용기내어 어깨 너머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 어두운 형체는 평소처럼 얼굴이 없었다. 마치 그림자에 불과한 것처럼 보였지만 나는 그게 뭔지 더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죽음이었다.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죽음은 오래전부터 꿈속에서 나를 찾아왔다.

나는 더 빨리 달렸다. 내가 그보다 앞서 나갈 수 있다고 확신했지만 주위의 온도는 점점 더 차가워지기 시작했다. 그가 더 가까워졌다. 어떻게 그렇게 빨리 움직일 수 있었을까? 그가 추격전을 더 잘하고 있었다. 그는 학습하고 있었다.

하지만 나 또한 배우고 있지 않았나. 안그런가?

내가 구석을 돌아 멈추었을 때 끝이 보이지 않는 복도가 나타났고 그것은 끝 없이 사라져가는 길처럼 보였다. 그가 나를 잡기 전에 끝까지 갈 수 있을까?

난 그림자와 나 사이에 거리를 두기 위해 다리에 힘이 들어가는 것을 느꼈다. 그가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나? 어떻게 날 부를 수 있지? 난 이름이 없다. 아니면 있었나? 기억이 나지 않는다.

꿈 속은 항상 정신이 없었다.

갑자기 다리가 움직이기 힘들어졌다. 마치 보이지 않는 모래 속 깊은 곳에 갇힌 것처럼 말이다. 아무리 노력해도 달팽이 속도로만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허벅지와 종아리 근육이 운동으로 인해 아파오기 시작했다.

얼음처럼 차가운 입김이 내 목에 닿았다. 그는 내 바로 뒤에 있었고 손을 뻗어 만질 수 있을 만큼 가까이 있었다.

안돼! 도망쳐야 해! 죽음이 내게 닿게 할 수 없었다.

나는 그의 손이 내게 뻗어 어깨를 움켜쥐려고 하는 것을 느꼈다.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빌딩 블록을 쌓아놓은 것처럼 앞으로 쓰러지는 것뿐이었다. 하지만 충분히 빨리 떨어졌다기보다는 공중에 떠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때 그의 손가락에서 얼음처럼 차갑고 따끔한 압력이 느껴졌다.

난 복도의 타일 바닥에 쓰러지면서 비명을 질렀다...

...그리고 꿈에서 깨어났다.

방향 감각 상실은 언제나 그렇듯 몇 초간 지속되었다.

가슴 속 불쾌한 벌집이 터질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누군가는 그것을 불안이라고 부를 수도 있다. 난 그게 뭔지 모르겠으나 말이다. 뭐라고 부르든 간에 난 그 느낌이 싫었다.

난 즉시 침대에 앉았다. 호텔 방은 어두웠다. 아니, 밖은 밝았다. 커튼을 닫고 있었기 때문이다. 침대 탁자의 디지털 시계는 5시 43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나는 오후에 낮잠을 자고 6시에 일어나려고 했지만 이런 일이 자주 일어나고 있었다. 내부 알람 시계가 모두 엉망이었다. 그래도 너무 늦지 않게 일찍 일어났으니 다행이었다.

해야 할 일이 있었다.

나는 일어서서 창문으로 걸어갔다. 조심스래 커튼을 뒤로 젖히고 밖을 내다봤다. 카리브해의 태양은 밝고 뜨거웠다. 수영복을 입은 남성과 여성이 보였고 리조트의 수영장은 손님들로 가득 차서 물놀이를 즐기고 있었다. 해변에서도 붐비고 있단 걸 알았다.

수영복을 입고 밖으로 나가 다른 사람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면 어떨까? 자메이카의 오초 리오스다!(Ocho Rios, Jamaica) 햇볕이 피부를 태워 암세포로 변하는 동안 안락의자에 누워 피냐 콜라다(pina colada)를 마시며 휴식을 취하고 싶지 않은가? 밤마다 열리는 댄스 파티에 참석해서 이성을 만나고 싶진 않나? 파라다이스에서 주말을 즐기고 싶나?

정말 어리석은 생각이다. 나는 내가 그럴 능력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나는 커튼을 놓고 방을 다시 어둠 속으로 몰아넣었다.

내 손이 떨리는 것을 느꼈다. 잠에서 깨면 항상 이런 일이 일어났다. 약을 먹지 않고 몇 시간 동안 지내다 보니 손이 떨렸다. 알몸으로 화장실에 들어가 불을 켰다. 나는 파우치에 넣어둔 플라스틱 병을 꺼냈다. 리조트에 체크인한 후 세면대 위에 던져둔 것이었다. 알약 한 알을 손바닥에 덜어 입에 털어 넣은 다음 수도꼭지를 틀고 손에 컵을 들고 약을 삼킬 수 있을 만큼 물을 채웠다.

거울 속 내 모습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확실히 더 이상 열세 살이 아니었다. 1964년에 '창조'되었지만 내가 몇 살인지 확실하지 않았다. 시험관 아기의 단점이 바로 그것이었다.

나는 약병의 뚜껑을 다시 닫았다. 라벨이 없었다. 불법으로 옥시코돈(Oxicodone)을 구했기 때문에 처방전 정보도 없었다. 게다가 제정신이라면 이 강력한 진통제를 내가 이렇게 오랫동안 복용하는 동안 처방해줄 의사는 없었을 거다.

* 옥시코돈 : 마약성 진통제

사람들은 내가 중독되었다고 말하겠지만 사실 난 원하면 언제든 그만둘 수 있었다. 다만 그러고 싶지 않았을 뿐이다. 나는 내 몸의 구조상 옥시코돈이 '정상인'처럼 내게 영향을 미치지 않을 거라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부상 후 약을 먹기 시작했다. 당시에는 진통제가 정말 필요했었다. 하지만 다 나은 후에도 그 효과가 마음에 들었다. 진통제는 다른 사람들처럼 나를 약에 취하게 하지는 않았다. 대신 내 머리를 맑게 해주고 진정시켜 주었다.

물론 몇 시간 후에 약을 먹지 않으면 참을 수 없는 두통이 생기고 불안하고 초조해지며 악몽이 생생하게 떠올랐지만 말이다. 예전에는 불안감을 느낀 적이 없었는데, 이제는 약을 먹지 않으면 불안해졌다. 내가 중독된 걸까? 그런 의미라면 난 내 나름대로는 중독된 것일터다.

나는 방으로 돌아왔다. 난 낚시를 하기 위한 배가 있었고 제거해야 할 목표가 있었다. 해야 할 일이 있었다. 옷을 입을 시간이었습니다.

* 낚시를 하기위한 배 : 비유적 표현으로 보임 마땅히 할 수 있는 능력에 대한

난 내 컨디션이 100%가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최고의 컨디션은 아니었다. 그 사고 이후로 말이다. 다이애나 이후로 말이다... 그런 생각을 하는 건 좋지 않았지만 가끔은 나도 어쩔 수 없었다.

가장 어려웠던 건 에이전시를 피하는 것이었다. 그들은 내게 연락을 시도하고 있었는데 일반적인 채널을 통해 메시지가 왔었다. 난 답장을 하지 않았다. 더 이상 ICA에서 일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가 전성기를 지났단 걸 알고 있었다. 나는 예전의 그 암살자가 아니었다. 그렇게 지금은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다. 그래서 오늘 밤처럼 쉬운 임무를 맡아서 스스로를 지탱하고 있었다.

헥터 코라도(Hector Corado) 인신매매를 전문으로 하는 평범한 쓰레기다. 내 고용주 로젯(Roget)도 마찬가지로 천박했지만 말이다. 하지만 이건 일이었던데다 돈도 벌 수 있다 에이전시에서 버는 것만큼은 아니었지만 충분했다. 나는 돈에 대해서는 정말 신경 쓰지 않았다. 하루하루를 살아갈 수 있고 내가 좋아하는 옷을 입을 수만 있다면 난 행복했다.

행복. 정말 중요한 개념이지.

내가 웃을 수 있었다면, 아마도 그리 했을터다.





2장



샌달스 그란데(Sandals Grande) 오초 리오스 리조트의 해변에서는 축제의 열기가 가득했다. 수영복을 입은 남녀가 따뜻한 청록색 물속을 들락날락하고, 다른 사람들은 모래 위에서 배구를 하며, 나머지 사람들은 해가 천천히 수평선 아래로 내려가는 동안 음료수를 손에 들고 기대어 쉬고 있었다. 하늘이 주황빛으로 물들었다가 검붉은 색으로 변하고 반짝이는 별들로 점점이 흩어지는 황혼의 시간, 자메이카에서는 하루 중 가장 마법 같은 시간이었다.

에이전트요 47은 엄선된 VIP를 페르난데스(Fernandez)의 요트로 데려다줄 작은 페리에 탑승하기 위해 부두로 향하는 동안 모든 것을 무시했다. 최고급 라이트 울 소재의 검은색 정장에 흰색 면 셔츠, 검은색 가죽 장갑을 착용하고 진홍색 넥타이를 매치한 에이전트 47은 자신이 유난히 날렵해 보인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암살자는 그가 입은 옷차림에 큰 만족감을 느꼈다. 결국, 그것은 그가 좋아하는 것은 세상에 몇 안 되는 것이었으 말이다. 큰 키에 매끈한 대머리, 목 뒤쪽의 수수께끼 같은 바코드 문신까지, 47은 정말 눈에 띄는 인물이었다. 페르난데스의 요트에서 열린 파티는 초대를 통해서만 참석할 수 있었기 때문에 그의 외모는 행사에 적절했다. 이 섬의 부유하고 유명하며 악명 높은 사람들이 초대 손님이 될 예정이었다. 47의 고용주이자 로제라는 이름만 알고 있는 그 남자는 "마이클 브랜트(Michael Brant)"라는 이름으로 47의 초대장을 확보해 두었다. 그는 물을 이용해 큰돈을 번 신원을 알 수 없는 유럽인이라는 간단한 위장을 하고 있었다. 물은 물이고, 쉽게 병에 담아 팔 수 있다는 점에서 47이 잘 알 필요가 없는 주제였다. 그는 요트를 소유한 플레이보이 억만장자 에밀리오 페르난데스(Emilio Fernandez)를 속이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수상한 방법으로 돈을 번 페르난데스는 보통 나소(Nassau)에 거주했지만 대부분의 시간을 배 위에서 보내며 섬과 섬 사이를 여행하고 호화로운 파티를 열었다.

* 나소 : 바하마의 수도, 바하마는 쿠바 위에 위치해 있으며 카리브 제도의 국가이다.

47은 페르난데스나 파티는 신경 쓰지 않았다. 그의 유일한 관심사는 헥터 코라도였다. 그 범죄자가 페르난데스의 특별 손님으로 탑승할 것이라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47의 고용주가 손님이 바지선에 탑승하기 전에 부두에서 몸수색을 받고 금속 탐지기를 통과해야 한다고 경고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따라서 47은 모든 무기를 모두 버리고 떠났다. 그는 등에 걸친 옷과 가느다란 탄소섬유 와이어로만 무장했는데, 이 와이어는 금속탐지기로도 잡히지 않을 뿐더러 매우 은밀한 몸수색에도 걸리지 않았다. 여러모로 탄소섬유 와이어는 47의 트레이드마크 무기였다.

약 30명의 사람들이 부두의 보안 라인에 서 있었다. 벨트에 자동 권총으로 무장한 건장한 경비원들이 통관을 마친 남녀를 바지선으로 안내했다. 모두들 정장 차림이었다. 남자들은 잘생기고 권력과 부를 뿜어냈고, 여자들은 아름답고 특권과 음라한 성적 태도를 드러냈다. 페리는 이미 파티 손님들을 실어 나르기 위해 요트까지 두 번 왕복한 상태였다. 이 거대한 배에는 거의 300명이 탑승할 것으로 예상되었다. 이것은 47에게는 유용했다. 파티가 붐빌수록 그의 일은 눈에 띄지 않을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더 중요한 것은 파티의 한계에 도달한 사람들을 위해 바지선이 30분마다 해안으로 계속 돌아와야 한다는 점이었다.

보트가 요트를 향해 천천히 항해하는 동안 47은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다프네(Daphne)의 길이가 370~400피트 정도이고 톤수는 5천톤 정도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다프네가 시속 19노트로 달렸다고 들었는데, 크루저의 크기를 고려할 때 꽤 빠른 속도였다. 독일 뤼르센(Lürssenin)에서 건조 및 설계하고 블룸 앤 보스(Blohm & Voss)에서 제작한 다프네는 파티를 위한 대형 갑판, 수영장 2개, 고급 선실을 갖추고 있었는데, 페르난데스의 특별한 숙박객 외에는 출입이 금지되어 있었다. 헬기장도 있었고 47은 그 위에 있는 벨 206의 윤곽을 식별할 수 있었다.

코라도의 헬리콥터였다.

47이 다프네의 갑판에 올랐을 때는 이미 파티가 한창 진행 중이었다. 레게와 칼립소 음악을 전문으로 하는 라이브 밴드가 밥 말리의 히트곡과 기타 친숙한 곡을 연주하는 가운데 커플과 커플이 아닌 사람들이 댄스 플로어로 지정된 구역을 가득 메웠다. 갑판 곳곳에 위치한 오픈 바에서 자유롭게 술이 흘러나왔다. 손님들은 다른 사람 앞에서 마약을 섭취하는 것에 대해 거리낌이 없었다. 마리화나와 코카인은 공공연히 눈에 띄었다. 결국 이 파티는 경찰이 출동할 가능성이 전혀 없는 사적인 파티였다. 이런 상황은 47에게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그는 춤이나 기호용 마약에는 관심이 없었다. 가끔 술을 마시긴 했지만 과음은 하지 않았다. 그의 관심을 사로잡은 것은 소라, 해산물, 스테이크, 모든 색깔과 종류의 찜과 볶은 야채, 다양한 샐러드, 콘차우더, 자메이카 저크 치킨, 염소고기 카레, 튀긴 플래틴, 풍부한 열대 과일 등 기념비적인 미식 음식의 배치였다. 디저트로는 스지자다, 강판 케이크, 감자 푸딩, 바나나 튀김 등 카리브해의 별미와 초콜릿 케이크, 과일 파이 등 전통적인 음식도 맛볼 수 있었다. 47은 저녁을 먹지 않았기 때문에 사람들과 어울려 접시를 가득 채우고 호스트의 환대를 즐긴 후 당면한 업무에 집중할 수 있었다.

히트맨은 손님이 서서 식사를 할 수 있는 높은 식당으로 이동했다. 거기서 그는 갑판 전체를 살펴볼 수 있었다. 로젯의 정보는 정확했다. 페르난데스는 여러 명의 경비원을 고용했는데, 모두 무장을 하고 배의 주요 지점에 배치했다. 손님은 무기를 선내에 반입하는 것이 금지되어 있었지만, 그의 부하들은? 아무런 문제없었다.

좋은 것이었다. 모든 것이 계획대로 진행된다는 것이니 말이다.

47은 군중을 스캔했지만 코라도를 찾지 못했다. 하지만 그는 젊고 아름다운 여성들에게 둘러싸인 에밀리오 페르난데스가 군중 사이로 걸어가면서 낯익은 얼굴들과 악수와 미소로 인사하는 모습을 발견했다. 그 남자는 마흔 살 정도의 나이에 스카페이스에 나오는 친근한 버전의 알파치노처럼 생겼고, 미소를 뿜어내고 있었다. 억만장자가 가까이 다가오자 47은 "무대”에 오를 준비를 했다.

“안녕하신가요, 세뇨르.” 페르난데스가 그에게 말했다.

"좋은 저녁입니다." 47은 미소를 지었다. 그는 해야만 한다면 역할을 잘 해낼 수 있었다. 47은 자신이 불편할 연기일지라도 임무 수행 중에는 자연스럽게 할 수 있었다. 여러모로 그에게 임무는 게임과도 같았다. 과연 그는 속임수를 성공할 수 있을까? 그러한 스릴이었다.

"에밀리오 페르난데스입니다. 우린 만난 적이 없는 것 같군요." 남자가 손을 내밀었다.

"마이클 브랜트입니다." 47은 손바닥을 흔들었다. 남자의 악수는 다소 축축했다. 페르난데스는 힘이나 마초주의가 아니라 돈으로 그 자리에 오른 사람임이 분명했다. 코라도와는 달리, 그가 어디에 있든 간에 말이다.

"오, 브랜트 씨. 당신은..." 페르난데스는 손님에 대해 들었던 말을 기억해내려고 손가락을 연달아 움직였다.

“물입니다. 룩셈부르크에 물 회사를 갖고 있습니다.”

"맞아요! 물에 투자를 하다니 얼마나 똑똑하십니까. 언제부터 시작하셨나요?"

“제 가족은 제가 태어나기 전부터 물과 관련된 사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제가 무려 받았죠”

“과연, 그렇군요. 똑똑한 가문입니다! 우리 모두 물이 필요하니 말이죠, 그렇지 않습니까? 승선을 환영합니다. 브랜트 씨”

“감사합니다(Gracias). 멋진 요트를 지니셨군요. 선생님”

"다프네는 제 자랑이자 기쁨입니다." 남자는 아는 사람을 발견하고 손을 흔들었다. "이만 가보겠습니다. 즐거운 시간 보내세요, 브랜트 씨. 요트에 타고 있는 많은 여성들이 당신 같은 남자와 친해지고 싶어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는 저속하게 윙크하며 자신의 하렘무리와 함께 사라졌다. 피부가 어둡고 날씬한 모델 타입의 소녀 중 한 명은 사라지는 동안 어깨 너머로 47을 바라보았다.

초대인가?

47은 신경 쓰지 않았다. 이제 배를 채웠으니 사냥을 시작할 차례였다.

그는 갑판을 한 바퀴 돌고 마침내 코라도를 찾았다. 그 남자는 선실과 배의 아래층으로 통하는 격벽 입구 근처의 테이블에 아름답고 젊은 히스패닉 여성과 함께 앉아 있었다. 두 명의 건장한 보디가드가 코라도 뒤에 서서 넓은 가슴 앞에 팔짱을 끼고 서 있었다. 코라도는 40대 후반으로 보이는 작은 체구의 남자였다. 나폴레옹 콤플렉스가 있었을 가능성이 커보였다. 바다코끼리같은 콧수염을 기르고 회색이 살짝 섞인 검은 머리카락이 뒤로 넘겨져 있었다. 커다란 쿠바산 시가를 입에 물고 있었다. 세 사람 모두 맞춤 정장을 입고 있었다. 47은 페르난데스가 그들에게 무장을 허락했는지 궁금했다. 코라도 같은 놈은 자신을 보호할 무기가 없이는 아무 데도 가지 않을 테니 말이다..

그렇다. 이제 계획을 실행할 시간이다.

47은 무기가 필요했다.

그는 코라도가 있는 테이블에서 돌아서서 우현을 따라 헬기장이 있는 선미 쪽으로 걸어갔다. 예상대로 페르난데스의 보디가드 중 한 명이 중간에 그의 길을 막았다. 47은 아무도 지켜보고 있지 않은지 확인하기 위해 뒤를 흘겨보았다.

“손님은 후미에 출입할 수 없습니다.” 남자가 말했다.

파티의 소음은 밴드와 흥분으로 인해 거의 귀가 들리지 않을 정도였다. 47은 행복한 파티 참석자로서 최선을 다했다. “뭐라고요?”

보디가드가 더 크게 말했다. “손님은 선미에 출입할 수 없습니다.”

“아, 저 멋진 헬기장을 보고 싶었는데요. 저거 에밀리오의 헬리콥터인가요? 전 헬리콥터 마니아거든요. 저거 벨 206이죠? 군대나 법 집행기관에서만 사용하는 줄 알았는데요.”

“죄송합니다만 선생께선 갑판으로 돌아가셔야 합니다.”

47은 재킷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고 파이버 와이어를 잡았다. “에이, 맨, 그냥 저것 좀 보게 해줄수 없어요?”

“안됩니다, 선생님. 죄송합니다.”

암살자는 헬기장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럼 저 사람들은 어떻게 저기로 돌아갈 수 있죠?”

보디가드는 대머리 남자가 무슨 말을 하는지 보려고 고개를 돌렸다. 47은 재빨리 섬유선을 던져 남자의 목에 감고 양손으로 조였다. 양쪽 끝에 작은 손잡이가 달려 있었기 때문에 47이 남성을 목 졸라 죽이는 데는 큰 힘이 들지 않았다.

15초 밖에 걸리지 않았다. 가드는 47의 품에 안겨 쓰러졌다. 히트맨은 다시 고개를 돌렸다. 남자를 배 밖으로 던져버려야 할까? 아니, 시체가 떠내려가다가 발견될 수도 있었다. 그의 오른 쪽에는 화물실로 이어지는 문이 있었으므로, 47은 시체의 배에 팔을 감고 안으로 끌고 들어갔다.

그곳은 구명조끼로 가득 찬 창고였다. 47은 아무도 구명조끼를 필요로 하지 않고 경비원에게 발각되지 않기를 바랬다. 그는 시신을 구석에 눕히고 여러 개의 재킷으로 덮은 후 남자의 글록 17 권총을 가져갔다. 전혀 나쁜 무기는 아니었다. 47은 그가 훨씬 더 나쁜 짓을 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탄창을 확인하고 총을 재킷 아래 허리춤에 집어넣은 후 만족한 표정으로 방을 나섰다.

47은 파티로 돌아와 코라도의 테이블에서 가장 가까운 바 옆에 섰다. 대부분의 손님들은 음료를 받기 위해 여러 바에서 줄을 서야 했지만, 코라도에게는 지정된 웨이터가 배정되어 있었다. 이 웨이터는 범죄자를 신경쓰지 않을 때 바에 서서 근처에서 춤을 추고 있는 키 큰 금발의 길고 검게 그을린 다리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었다. 하지만 코라도가 손을 흔들자 웨이터는 테이블로 달려가 다른 주문을 받았다. 그러자 그 남자는 서둘러 돌아와 바쁜 바텐더에게 지시 사항을 외쳤다.

47은 바에서 칵테일 냅킨과 펜을 집어 들고 스페인어로 메시지를 썼다.

방금 경찰이 당신을 체포하기 위해 10분 안에 도착한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최대한 조용히 떠나서 몇 분 안에 쿠바 영공으로 가세요. 그러면 경찰이 당신이 여기 있는 걸 절대 모를 거예요. 미안해요, 내 친구. 곧 또 봅시다, 에밀리오가

일이 끝나자 47은 펜을 동그란 음료 접시 옆에 내려놓고 냅킨을 손에 쥐고 있었다. 바텐더가 새 냅킨과 음료 한 잔을 쟁반 위에 올려놓았다. “이건 여성분거.” 그가 말했다. 웨이터는 다시 한 번 금발의 다리를 쳐다보고 있었기 때문에 그를 무시했다. 바텐더는 재빨리 마티니를 흔들어 따르고 올리브를 넣은 다음 냅킨과 잔을 쟁반에 놓았다. “그리고 이건 저 남성분 겁니다.” 그가 말했다. 바쁜 바텐더는 다른 손님에게 서빙하기위해 돌아섰다.

47은 재빨리 마티니 잔을 집어 들고 깨끗한 냅킨 위에 메모가 적힌 냅킨을 얹은 다음 음료를 교체했다.

웨이터는 마침내 금발의 여인에게서 돌아서서 냅킨을 눈치 채지 못한 채 쟁반을 들고 서둘러 코라도에게로 돌아갔다. 47은 남자가 먼저 여자의 음료를 서빙하는 것을 지켜본 다음 47의 냅킨이 든 코라도의 마티니를 테이블 위에 놓았고, 코라도는 웨이터를 거의 주목하지 않았다.

47은 여전히 먹잇감을 볼 수 있는 다른 위치로 이동했다. 범죄자는 음료를 한 모금 마신 다음 낙서를 보았다. 그는 냅킨을 집어 들고 메시지를 읽은 후 보디가드 중 한 명에게 손짓을 보냈다. 무장한 남자가 몸을 숙여 메모를 훑어보더니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눴다. 코라도는 이마를 찡그렸다. 그는 여자친구에게 무언가를 말하고 일어섰다. 그녀는 항의하는 표정을 지었지만 그는 여자친구의 팔을 거칠게 잡고 끌어올렸다.

에이전트 47은 재빨리 배의 우현으로 돌아가서 후미로 향했다. 음악이 여느 때처럼 시끄러웠기 때문에 그에게 잘 어울렸다. 아무도 그가 무슨 일을 하려는지 들을 수 없었으니까.

그는 코라도와 그의 수행원들보다 먼저 헬기장에 도착했다. 47은 격벽에 몸을 기대고 글록을 손에 쥐었다. 그는 오래 기다릴 필요가 없었다.

코라도와 여자, 그리고 두 명의 보디가드가 요트 좌현에서 나타났다. 그들은 빠르고 조용히 움직였지만 코라도는 분명히 괴로워했고 여자는 화를 냈다. 경호원 중 한 명은 헬기의 조종사 쪽으로 향했고, 코라도는 여자를 잡아당기며 몸싸움을 벌였다. 그녀는 스페인어로 그에게 욕설을 퍼부었고, 코라도는 몸을 돌려 그녀의 뺨을 세게 때렸다. 그제서야 그녀는 입을 다물었다.

보디가드 겸 조종사가 문을 열고 헬기 안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이제

47은 글록을 들고 앞으로 나아가 열린 문을 통해 조종석에 앉은 보디가드를 조준한 후 쏘았다.. 피해자가 총에 맞았다는 사실을 인지하기도 전에 47은 팔을 휘두르며 두 번째 경호원에게 조준한 후 방아쇠를 당겼다. 남자는 경련을 일으키며 갑판으로 떨어졌다. 코라도의 경호원이 제거되는 데 정확히 2.3초가 걸렸다.

47은 배 반대편에서 총소리와 이어진 여자의 비명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고 확신했다.

코라도는 재킷 안쪽으로 손을 뻗어 숨겨둔 권총을 더듬거리며 찾았다. 그는 자신을 방어하는 데 익숙하지 않았던 모양인게 항상 주변에 다른 사람이 있었기 때문이다.

히트맨은 가슴과 머리에 한 발씩 총 2발을 쐈다.

쉬운 일이다.

히스테리를 부리던 남겨진 여자는 피비린내 나는 살인자다를 외치며 좌현으로 다시 뛰어가기 시작했다.

47은 그녀를 제거하기 위해 다시 총을 들었지만 그의 손은 자기도 모르게 떨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방아쇠를 당겼다.

빗나갔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가?

그때 여자는 격벽 뒤로 사라져 좌현을 따라 뱃머리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47은 그녀를 뒤쫓아 갔다.

길고 근육질의 다리를 가졌지만 47이 키가 더 크고 힘이 세며 모든 면에서 뛰어난 운동선수가 되도록 유전적으로 설계되었다. 그는 6초 만에 그녀를 잡았고 배의 중간 지점까지 아직 절반도 가지 않았었다.

암살자는 오른손에 글록을 든 채로 그녀의 허리를 붙잡았다. 그녀는 계속 비명을 지르며 몸부림쳤다.

할 일은 하나 뿐이었다.

에이전트 47은 여자를 들어 올려 난간 너머 바다로 던졌다.

그는 잠시 멈춰 서서 뱃머리를 바라보았다. 다행히도 약 40피트 떨어진 곳에 있던 경비병이 정면을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에 그 장면을 목격하지 못했다.

47은 글록을 배 밖으로 던진 다음 침착하게 헬기장으로 돌아갔다. 그는 시체들을 하나씩 들어 헬리콥터에 실었다. 시체들은 헬기 바닥에 눕혀져 있었기 때문에 즉시 발견되진 않을 것이다. 만족한 히트맨은 우현으로 선회해 다시 일행에게 돌아왔다. 그는 진행 중이던 라인댄스에 부드럽게 합류했다. 47은 최고의 행복한 표정을 짓고 리듬에 맞춰 스텝을 밟으며 파티 참석자들 사이에서 사라졌다.

임무는 성공적이었지만 47은 스스로에게 화가 났다. 떨리는 손 때문에 임무를 망칠 뻔했기 때문이다. 진통제 때문이었을까? 물론 진통제 때문이었다. 암살자는 그것이 진통제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이것이 의미하는 바를 고집스럽게 인정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재킷 주머니에 손을 뻗어 플라스틱 병을 찾아 개봉한 후 알약 하나를 입에 넣고 물 없이 삼켰다.

그 후 30분 동안 그는 진정하고 카리브해의 특별한 파티에 초대받은 손님 중 한 명으로 계속 행동했다. 47은 자신의 손길이 발각되었다는 징후를 전혀 보지 못했다. 아무도 후미로 갈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페르난데스가 친구를 그리워한다면 범죄자와 그의 여자친구가 선실로 내려갔다고 생각했을터니 말이다.

결국 암살자는 지치고 술에 취한 20명의 다른 손님들과 함께 바지선에 탑승했고, 오초 리오스로 돌아와 안전한 곳으로 복귀했다.

시끄러운 파티가 끝나자 47은 이번 일도 썩 나쁘진 않았다고 결론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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