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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번역] 휴대 배낭 마지막 해금 물품 번역

<<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2.05.16 13:35:15
조회 4826 추천 22 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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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묻은 단추(Bloody Button)



브레오간은 폐허 속을 누비고 있었다.

도로는 여전히 물에 잠겨있었고, 두 발로 걷자 물결이 일렁이기 시작했다.

명확히 들리진 않지만, 그림자 속에서 누군가가 울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그토록 우울할 수 있고, 어떻게 사람들로 하여금 마음을 꽉 조이는 듯한 느낌을 줄 수 있겠는가?

재난이 휩쓴지 얼마나 지났을까? 

브레오간은 정확하게 기억해낼 수 없었다. 시간과 사물이 얽히고설켜 더 이상 분간할 수 없을 지경에 이르는 순간, 순서는 의미가 없어진다.

그가 기억하는 것이라곤 단지 소리가 사라지고 검은 조수가 소리없이 모든 것을 파괴했다는 것이다.

왕실과 귀족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 국교회는?

이토록 수많은 문제가 산적해 있는 상황에서 에기르에서 어쩌면 자신이 가장 우려하던 일이 벌어졌을 지도 모르는 일을 추궁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어쩌면 자신의 모든 노력은 수포로 돌아갔는지도 모른다.

그는 이미 그 등대와 다시 연락을 취해보려고 시도해 보았지만, 당연히 실패했다.

그나마 희미하게 들려오는 소식이라고는 원래 항구의 진입 루트였던 곳이 지금 모두 물바다가 되어버렸다는 이야기뿐이었다. 

대함대와 브레오간이 심혈을 기울였던 스투티페라호에 대해 그는 더 이상 생각하기를 원치 않았다.

생각을 하지 않는다면, 손에 닿으면 터져버릴 것만 같은, 희망이라는 이름을 한 어렴풋한 공기방울이 여전히 있는 것처럼 여길 수 있다. 


악의적인 소문이 돌고 있었다 : 

에기르인이 범인이다.

그들은 황금과 같은 이베리아를 질시하여 재앙을 불러왔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ㅡㅡ브레오간이 있다.


일찍이 이베리아로부터 샛별로 일컬어졌던 수석 선박 설계사는 어느덧 악과 결탁한 미친 남자가 되었다.

국교회에 있던 친구는 그에게 이베리아를 떠나라고 권하였으나, 그가 또 다시 떠날만한 곳이 있었을까?

누군가 자신을 따라오고 있다는 것을 브레오간은 분명히 인식하고 있었다.

자신이 이 폐허에 온 것은 무엇을 위해서인가?

몇 초 동안 브레오간은 이곳에 발을 디딘 목적을 기억하려고 애썼지만 머릿속은 텅 비어 있을 뿐이었다.

어쩌면 이 재앙을 목격한 것은 자신의 오만과 나태에 대한 징벌인지도 모른다.

만약 또 한번의 기회가 있다면, 그는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할까?

브레오간은 이런 어리석은 생각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걸음을 재촉했다.


자신을 뒤따르는 자들이 점점 늘어났다.

불현듯 브레오간은 글짓기와 그림을 좋아하는 자신의 친구를 떠올렸다.

알고보니 그가 지금 다다른 그 폐허는 그들이 자주 들르던 작은 식당이었다. 사장은 통통한 에기르 아주머니로 매번 반찬 한 접시를 더 주었는데, 그녀는 어제 골목에서 목이 졸린 자국이 있는 채 발견되었다.

그녀의 죽음은 지나가는 사람들조차 한 번도 거들떠보지 않았다. 요즈음은 이와 유사한 일이 이미 너무 많이 발생하였다.


자신을 따라온 사람들은 더 이상 종적을 감추지 않았고, 그들은 마치 밀물처럼 침묵했다.

앞에는 무너진 담벼락이 있어서 이미 갈 길이 없다.

브레오간은 몸을 돌려 사람들을 마주보았다.

이 얼굴들은 익숙하면서도 낯설지만 모두 비슷한 표정을 짓고 있는데,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

아니, 증오도 아니고, 조소도 아니고, 비통과 원망도 아니다.

그들은 자신을 향해 천천히, 멈출수 없이 걸어오기 시작했다.


브레오간은 순간 사람들 가운데 자신이 잘 아는 얼굴이 그 식당 주인 아주머니의 아들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그는 얼굴의 반을 후드 속에 숨겨 아마 자신의 에기르인 신분을 드러내지 않으려 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와 친분을 쌓았던 몇몇 섬 주민들이 자신의 현재의 처지를 그의 탓으로 돌렸을지도, 아니면 그저 화풀이할 상대를 찾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래, 이것이 결말이다.

거의 포옹처럼 느껴질만큼 사람들이 한 데 모여들었다.

적어도 그들은 여전히 굴복하려 하지 않았다.

여전히 저항하길 시도하기만 한다면 그것은 희망라고밖에 할 수 없잖아, 안 그래?

사람들이 흩어지며 떠났고, 한 노인이 옅은 물웅덩이 위에 쓰러져 붉은 빛을 몸 아래에 흩뿌렸다.




힝잉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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