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오빠, 할 일이 없으면 나랑 바둑이나 두고 말지, 바둑알로 “한가할 한(闲)” 자를 만들어서 나를 놀리는 건 너무하잖아.
내가 평소에 가르쳤던 바둑의 이치를 너는 전혀 헤아리지 못했구나.
말이 너무 심하네, 내가 제대로 배우기라도 했다면 이 네모난 판 위에서 너와 싸울 힘이라도 있을 거라고 하는 거야?
이 바둑판의 글자는 확실히 너만큼 흥미롭지 않아.
둘째 오빠가 진심으로 바둑을 두려는 게 아니라면, 다른 취미는 왜 찾지 않는 데? 풍경을 감상하든지, 악기를 배우든지, 안되겠으면 내가 서예 가르쳐 줄까?
바둑판의 싸움은 재미없지만, 바둑을 두는 중에는 상대방의 속마음을 읽을 수 있으니, 그런대로 재미가 있지.
오? 그러면 둘째 오빠는 이 바둑에서 내 생각이 어떤지 읽었어?
내가 보기에는......
[용문 관광객] 사장님, 이 드라마 어떻게 된 거예요? 17화에서 20화로 바로 넘어갔는데요?
[가게 주인] CD가 모래에 긁혀서 몇 화는 안 나오니까 그냥 봐주세요.
[용문 관광객] 중요한 장면이 나오는데, 척청추와 심비백은 지난 화에서 서로 목숨을 걸고 싸워놓고서, 지금은 왜 또 어깨를 나란히 하고 싸우는 거죠?
[술을 마시는 단골] 그 3화 동안 척청추는 심비백이 자신의 스승을 죽인 원수임을 확인하고 그를 찾아서 필사적으로 싸우려 했어.
[술을 마시는 단골] 그런데 옥문에 와보니까 심비백은 이미 군대에 들어가 적지 않은 군직을 맡고 있는 거야.
[술을 마시는 단골] 그때는 강적이 침범하고 있었지, 척청추는 밤에 잠을 이루지 못했고, 나라의 적이 자신의 원한보다 크다는 것을 깨닫고 종사 휘하에 투입되어 함께 적에게 맞서 싸웠어.
[술을 마시는 단골] 간단한 줄거리긴 해도, 19화의 그 절벽에서 검에 대해 논하는 장면은 정말 명작이라고!
[용문 관광객] 세상에, 얼마나 보셨길래 그렇게 선명하게 기억하고 계세요?
[가게 주인] 옥문 길가에서 어린애를 아무나 하나 잡아도 《옥문풍운》의 줄거리를 줄줄이 외우고 있을걸요.
[가게 주인] 그런데 이 손님께서 한 부분을 빼먹으셨네요. 척청추는 군에서 심비백을 만나자마자 원한을 푼 것이 아니예요.
[가게 주인] 그 때 그 종사가 나서서 자신이 심비백을 향한 복수의 검을 받겠다고 했죠. 그리고나서 절벽의 장면이 나온 거예요.
[가게 주인] 그때 먹구름이 잔뜩 끼고 모래와 돌은 날아가는 것이, 마치 천지만물이 이 대결의 증인이 되는 것 같았죠. 순식간에 두 사람은 칼을 빼들고——
[사르곤 복장의 관광객] (서툰 염국어) 거짓말, 거짓말! 말도 안 되는 소리야!
[사르곤 복장의 관광객] 이 드라마는, 보기는 좋지만 자세한 것들은 전혀 엄격하지 않다고!
[가게 주인] 호시안 씨, 또 오셨네요. 염국어도 다 배우지 못하셨는데, 어떤 내용인지 아시겠어요?
[사르곤 복장의 관광객] 당연히 알아! 《옥문풍운》은 50년 전에 일어난 실제 사건을 다루고 있어. 수많은 강호협객들이 원한을 풀고 종사의 인도하에 외적에 맞서 싸웠지.
[사르곤 복장의 관광객] 알고 있다고, 많은 장면들이 이것에서 찍은 거잖아!
[가게 주인] "이곳에서"예요.
[사르곤 복장의 관광객] ......
[용문 관광객] 이 외국분은 염국의 역사를 잘 알고 계시네요.
[사르곤 복장의 관광객] 당연히 알지. 그 종사가 사르곤에서 나한테 무공을 가르치며 직접 알려준 것이니까.
[사르곤 복장의 관광객] 종사는 검을 가지고 있어. 하지만 그 검은 아주 특수해서 절대로 칼집에서 꺼내면 안된다고!
[가게 주인] 또 시작이네요. 당신이 정말 종사의 제자라면, 어제는 왜 결투장에서 그 필라인 아가씨한테 두세번씩 졌나요?
[사르곤 복장의 관광객] 필라인 아가씨가 뭐 어떤데, 그녀의 무예는 대단하다고, 너는 왜 사람을 무시하는 건데?
[용문 관광객] 사르곤 형씨, 염국어로 이런 말은 아가씨를 무시하는 게 아니라......
[떠들썩한 군중] 하하하하하......
[용문 관광객] 그나저나 드라마가 실제 사건을 각색했다면, 옥문에는 정말 강호의 무인들이 군대와 손잡고 적과 맞섰던 역사가 있는 건가요?
[용문 관광객] “의협심 있는 큰 인물, 나라와 백성을 위한다”, 강호에서 자유롭게 살면서도 나라를 지키는 포부를 펼치다니, 역시 옥문답고 멋지네요.
[술을 마시는 단골] TV에서 보여주는 건 결국 이야기라서 미화가 좀 있어. 역사가 어떤지를 경험해본 사람한테 물어보지 않고 어떻게 분명히 말할 수 있겠어.
[술을 마시는 단골] 그리고, 요즘은 전쟁터에서 팔을 걷어붙이고 무기를 겨누는 시대가 아니잖아. 정말 나라를 위해 봉사하고 싶다면 오리지늄 아츠를 잘 배워서 천사가 돼야지.
[술을 마시는 단골] 옥문같은 변방의 요새에 도시의 운영을 유지할 민간인도 많지 않다면, 다른 도시의 보급에만 의존하면서 자원을 몇 배나 소비하겠어?
[술을 마시는 단골] 그 당시 도시를 건설할 때, 가족을 데리고 이 외진 곳으로 이주하려 한 사람들 중에, 그리고 아직도 여기에 남아있으려 하는 사람들 중에, “나라를 위한다”는 한마디에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술을 마시는 단골] 말하자면, 드라마에서 유일하게 사실인 게 확실한 그 종사님도 이제 떠난다는 거지.
[???] 비켜라
[우람한 남성] 약 배달이다.
[가게 주인] 수고했어요, 구석에 두세요, 나중에 직원한테 옮기라고 할게요.
[우람한 남성] 의사가 준비한 타박상약과 화상약이다. 이번 달에는 보급이 부족해서 약을 만들어 줄 약재가 많지 않아.
[가게 주인] 좋은 값에 약을 받으면서 매번 의사분께 폐를 끼치니 죄송하네요. 여기 객잔에 며칠 전에 들어온 물자인데, 병원에 가져가시죠.
[가게 주인] 아이고, 물건이 좀 많네요, 잠시만요, 직원을 불러서 같이 옮겨드리겠습니다.
[우람한 남성] 필요 없어.
(우람한 남성이 물건을 들고 퇴장)
[가게 주인] 수레를 가득 채우는 물건인데 어떻게 메고 가시게요?
[가게 주인] 병원에서는 저런 사람을 어디서 찾았는지, 힘이 참 대단하네......
[가게 주인] 아, 선생님 오셨군요.
[리] 객잔에서 며칠을 묵었는데, 이 층의 로비는 비어 있을 때가 없네요.
[가게 주인] 저번에 옥문이랑 용문이 접촉해서 보급했는데, 하필 그때 재앙 때문에 두 도시를 급하게 분할해야 될 줄 누가 알았겠어요.
[가게 주인] 갑작스러운 사고라서 적지 않은 상인과 관광객이 옥문에 체류했고, 요즘 도시의 객잔들이 가득 찼죠.
[가게 주인] 챙겨야 할 사람도 많고 신경쓸 일도 많아요. 다들 성격도 다양해서 소동이라도 일어나진 않을까 싶고, 에휴......
[리] 장사가 너무 잘 된다니, 많은 동업자들이 부러워해도 어쩔 수 없을 골칫거리인걸요.
[리] 그래도, 만약에 용문의 제 작은 장사도 선생님처럼 번창한다면 저도 머리가 아프겠죠.
[가게 주인] 오늘은 차 한 주전자 드릴까요?
[리] 좋죠. 사장님께 부탁드린 소식은......?
[가게 주인] 자, 보세요, 반년 동안의 옥문 결투장 명단의 순위 변동이에요, 당신이 찾는 “무림고수”가 여기 없다면 저도 어쩔 수 없네요.
[리] 옥문에 아직도 무예를 겨루는 전통이 남아있을 줄이야...... 확실히 무덕이 풍부하군요.
[가게 주인] 평수후께서는 군사를 다스리는 것이 엄격하셔서, 지금처럼 적을 상대하기 위해 모두의 도움이 필요하지 않을 때 무인들이 몸을 움직일 수 있도록 결투장 하나를 남겨 두셨죠.
[가게 주인] 아무튼, 급하지 않으시다면 며칠 더 머무르시는 게 어떤가요. 오가는 손님이 이렇게 많으니 혹시 당신이 찾는 사람을 본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잖아요.
[가게 주인] 그렇지, 도시 남쪽의 검 주조소에서 알아보는 건 어때요.
[가게 주인] 거기 사부가 노련한 강호인데, 도시를 돌아다니는 몇몇 경력있는 무인과 표객들이 거기서 자주 모이거든요.
[리] 감사합니다...... 낯선 곳이다보니 아무래도 일처리가 힘드네요.
[가게 주인] 몇 마디 더 여쭤볼게요, 선생님께 듣지 못했는데 사람을 찾는 이유는 은혜를 갚거나 원수를 찾으려는 건가요? 아니면 빚을 갚게 하려는 건가요?
[리] 생각해보면, 그 사람은 저한테 참 큰 빚을 졌죠......
(회상)
[리] 이번에는 또 얼마나 가 있으려고?
[와이틴푸이] 모른다.
[리] 돌아는 올 거야?
[와이틴푸이] 일이 끝나면 돌아올 거야.
[리] 네가 기억할지 모르겠는데, 3일 후면 와이후의 생일이야. 제수씨가 저세상에서 알면 또 뭐라고 그러겠어?
[와이틴푸이] 나는 좋은 남편도, 좋은 아버지도 아니다.
[와이틴푸이] 내 평생에, 한 가지를 이룰 수 있으면 충분해.
(회상 끝)
[가게 주인] 빚 독촉이라고요? 그러면 힘들걸요. 염국의 땅이 어찌나 넓은지, 이 옥문만 해도 인구가 10만명이 안 돼요. 누군가 숨으려 한다면 어디서 찾겠어요.
[리] ......
[가게 주인] 너무 서두르지 마시죠, 차 나왔어요, 일단 차 한 잔 마시면서 옥문 특색의 양념 고기 한 접시 어떤가요?
[리] 하하, 그러면 우리 아가씨가 밖에서 경기를 끝낼 때까지 기다려 볼까요.
[가게 주인] 자, 최근 들어온 용문 춘차입니다, 이렇게 신선한 찻잎은 저희도 몇 년에 한 번 마실 수 있어요.
[리] 감사합니다, 이렇게 귀한 것을 마시다니, 아무래도 좀 아까운걸요.
[가게 주인] 별말씀을요.
(가게 주인 퇴장)
[리] ......
[리] 이 맛은...... 이 시기의 용문 춘차에는 원래 이런 떫은 맛이 없을텐데......
[냉담한 여성] ......너는?
[냉담한 여성] 이곳에서 만나기로 하지는 않았을텐데.
[리] 어...... 아가씨는 누구시죠?
[냉담한 여성] 아니...... 네가 아니야......
[가게 주인] 두 분 아는 사이세요? 마침 가게가 꽉 찼는데, 두 분 합석하시겠나요?
[냉담한 여성] 몰라. 차 한잔 마실 시간만큼 있다가 갈거야.
[리] 괜찮아요, 괜찮아.
[가게 주인] 네, 두 분 뜻대로 하세요. 필요하면 다시 불러주세요.
[리] 아가씨께선 저를 누구로 착각했나요?
[냉담한 여성] 익숙하게 보였을 뿐이야.
[리] 오랜만에 만난 옛 친구였나보군요......
[냉담한 여성] 그렇다고 하자...... 차 마셔.
[리] 아가씨도 한잔 사드리죠.
[냉담한 여성] 내가 누군지 모르면서 차를 사주겠다는 건가?
[리] 착각도 만남이고, 만남은 인연이죠.
[리] 아가씨께서도 빨리 그 옛 친구를 찾길 바랍니다.
[냉담한 여성] 서둘러도 재미는 없어, 시간이 되면 자연히 찾을 수 있겠지.
[리] 그 말은 오히려 의미있군요. 오랫동안 만나지 못한 사람일수록 답은 그 사람이 아니라, 그 사람을 찾는 시간에 있는 법이죠.
[냉담한 여성] 아무한테나 그렇게 수다스럽나?
[리] 그럴리가요......
(의자 소리)
[리] 이제 가는 겁니까?
[냉담한 여성] 차 한 잔 마실 시간만큼 있겠다고 했어.
(냉담한 여성 퇴장)
[리] 참 이상하네......
[태합] 공자께서 모처럼 돌아오셨으니 장군님부터 뵙지 않겠습니까?
[좌락] 군대에는 업무가 많고 아버지도 바쁘실테니, 방해하지 않기로 하죠......
[태합] 더 이상 말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상촉의 일은 숙정원에서 이미 결론이 났습니다, 공자의 행동은 정정당당하니 장군님께 부끄럽게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좌락] 저는......
[좌락] 집에 돌아가도 할 일은 없으니, 먼저 도시의 상황을 보는 게 좋겠어요. 태부님께서 이번에 저를 옥문에 보낸 것은 아마도 약간의 변고를 예견하신 것 같으니, 미리 주의를 기울여야겠죠.
[태합] 공자께서 공무를 하신다면, 마땅히 제가 동반하겠습니다.
[좌락] 태합 아저씨께서도 몇 년 동안 옥문에 돌아오지 않았으니, 감개무량한 마음도 적지 않으시겠죠.
[태합] 걸어오며 보니, 도시의 민생 풍경은 확실히 제가 떠났을 때와 많이 변했습니다.
[태합] 북쪽 경계에서 전투가 계속되지만, 옥문은 여전히 백성을 보호해 편안히 살 수 있게 하죠, 군사와 행정을 다스리는 장군의 능력이 탄복스럽습니다.
[좌락] 도시 가장자리의 이 결투장은 여전히 시끌벅적하네요.
[좌락] 방금 보니까, 태합 삼촌의 이름이 아직도 결투장 명단 5위에 걸려 있었어요.
[태합] 그저 하나의 헛된 명성일 뿐입니다. 하루빨리 젊은 인재가 저 명단을 갈아치운다면, 그것이야말로 기쁜 일이겠죠.
[태합] 지금 결투장 위의 아가씨들은......
[태합] ......
[좌락] 뭘 보고 계시나요?
[태합] 그저 공자의 무공으로 결투장 위의 아가씨들과 겨룬다면 어떨지 생각해봤을 뿐입니다.
[좌락] 크흠......
[좌락] 태부님의 말에 의하면, 지촉인의 직책이란 밝은 촛불으로 베헤모스의 그림자를 쫓고, 순유하며 국가의 재해를 살피는 것입니다.
[좌락] 가장 중요한 것은 직책을 명심하며 기민하게 행동하는 것이고, 무공은 부차적이죠......
[태합] 공자의 말이 옳습니다.
[좌락] ......
[좌락] ......그렇다면 태합 아저씨가 보기에는, 제 무공은 결투장 위의 아가씨들과 비교해 어떻죠?
[태합] 직언에 용서를 구합니다만, 비록 공자의 경공이 탁월하긴 해도, 정면으로 맞선다면 승부는 3에서 7 사이겠군요......
결투장 위의 두 사람은 이미 10라운드 동안 맞붙었다.
숨쉴 틈도 없이 빠르게 공격한다.
필라인 여성이 돌진했다, 주먹은 바람처럼 세밀하고, 일련의 폭음이 겹쳐지며, 무기를 든 상대방의 손을 확실히 제압한다.
또 한 합, 두 사람의 다리가 부딪히고, 그녀의 상대인 이국적인 복장의 소녀는 힘을 받아 거리를 벌린다.
[와이후] 잠깐!
[와이후] 당신은 결투장 밖으로 벗어났어요.
[와이후] 결투장은 좁고, 장거리 무기를 사용한다면 공간이 한정돼서 불리하긴 해도......
[와이후] 규칙은 규칙이에요, 당신이 졌어요.
[이민족 복장의 소녀] ......
[와이후] 당신의 무공은 아주 훌륭한데 그 방식은 처음 보는 것이네요.
[이민족 복장의 소녀] (서툰 염국어) 이 경기에서 졌다면, 더 이상은 경기를 못하는 건가?
[와이후] 무술을 익히는 사람이 승부를 너무 중요하게 여겨서는 안되지만, 지금 저에게는 이겨야 할 이유가 있어서......
[이민족 복장의 소녀] 너도 검을 노리는 거야?
[와이후] 검? 무슨 검이요?
[이민족 복장의 소녀] 도시 사람들이 결투장에서 1위가 되면 특별한 검을 받을 수 있다고 그랬어.
[와이후] 아니요...... 저는 그저 더 높은 성과를 내고 싶을 뿐이에요, 누군가가 제 이름을 볼 수 있도록요.
[이민족 복장의 소녀] 너, 명단에서 31위였지. 그러니까 너보다 강한 사람이 아직 30명 더 있다고?
[와이후] ......이치에 따르면 그렇겠죠.
[이민족 복장의 소녀] 네 무공은 확실히 나보다 뛰어나.
[이민족 복장의 소녀] (이런 방법으로는......)
(이민족 복장의 소녀 퇴장)
[와이후] 저기, 그런 말하고 그냥 가버리시면......
[와이후] 이번 경기에서 이기면 명단의 첫 페이지에 나올 수 있어.
[와이후] 하지만, 그가 볼 수 있을까......
[녹무관(录武官)] 15합, 천부장은 검은 사방을 향함. 오른쪽 손목, 왼쪽 옆구리, 배 가운데, 목. 구백에게는 상처가 없음. 구백의 승리.
[천부장] 하하, 졌네요 졌어. 만약 전장이었다면 저는 이미 구백 양의 검에 세 번은 죽었겠죠.
[구백] 결투장에서 겨루는 것은 무예지만, 전장에서 적을 죽이는 것은 심성이다. 진짜 생사의 장에서 죽는 것은 나였겠지.
[천부장] 구백 양은 항상 종사의 곁에 있으니 무공과 식견 모두 발전이 아주 빨라요. 제가 기꺼이 패배를 인정할게요.
[구백] ......고맙다.
[구백] 종사의 녹무부(录武簿) 주석을 보여줘.
[녹무관] 최근 기록은 모두 여기 있어요. 선생님께서는 일이 바쁘셔도 사저의 대전에 각별히 관심을 가져주시고, 당신의 검술에 대해서도 많은 칭찬을 하셨죠.
[구백] ......
[녹무관] 뭔가 걱정거리가 있나요?
[구백] 그냥 그가 말했던 “검의 뜻이 불순하다”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했을 뿐이야.
[구백] 그리고, 이런 검술로 언제 그를 이길 수 있을까.
[녹무관] 선생님이 구술했던 《무전(武典)》에 관련된 논술이 없다는 건, 그 말은 아마 사저에게만 한 말이라는 것이겠죠.
[녹무관] “종사에게 이기겠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은 이 세상에 많지 않을 거예요.
[구백] 너도 내가 주제넘다고 생각하지?
[녹무관] 저는 그저 맡은 일을 하고 선생님 곁을 따라다니며, 세상의 무공을 사실대로 기록할 뿐이에요.
[구백] ......오늘 훈련장에는 사람이 많아 보이는데, 왜 하필 그 사람은 없을까?
[녹무관] 좌장군께 손님이 좀 왔어요. 선생님께서도 성루에서 옛 친구를 만나시려는 것 같고요.
[구백] 그렇게 됐으면, 나는 먼저 갈게.
[녹무관] 잘 가요, 사저.
[구백] ......
[구백] 종사를 따른 시간은 네가 나보다 훨씬 긴데, 왜 나를 그렇게 부르는 거야?
[녹무관] 선생님께서 기록자에게는 다른 사람의 장점을 발견하는 안목이 더욱 필요하다고 하셨어요.
[녹무관] 무공과 경력으로 따지자면 사저가 모두 저보다 앞서니, 저는 배워야 할 부분이 많죠.
[구백] ......됐어, 네 마음대로 해.
[위엄있는 모습의 남자] ......
장군이 활시위를 매자, 두꺼운 테두리의 활이 보름달처럼 당겨졌다.
활을 잡은 그의 손이 가늘게 떨렸고, 화살도 흔들렸다. 한 번 흔들릴 때마다 장군의 미간은 한 번씩 더 찌푸려졌다.
(화살 소리)
쇠로 만든 화살 절반의 부분이 짚더미를 파고들었고, 과녁의 중심에서 약간 벗어났다.
[양현] 장군의 궁술은 뛰어군요.
[좌현요] 빈말 할 필요 없다. 내 몸은 내가 알아.
[좌현요] 2년 전만 해도 검과 창을 몇 번이고 휘둘렀는데, 올해는 활도 제대로 못 잡잖아.
[좌현요] 지금은 직접 전장에 나설 필요가 없다고 해도, 환자에게 옥문의 수비를 맡기는 것은 아무래도 어울리지 않지...... 내 시간도 많지 않아
[양현] 장군의 부상은 수십 년 동안 옥문을 지켜온 증거입니다. 이 공적은 조정의 누구도 잊지 못하겠죠.
[좌현요] 좌 아무개의 이 몸은 아깝지 않아도, 아직 마치지 못한 큰 일이 몇 가지 있단 말이지......
[양현] 제가 이번에 옥문에 온 것도 태부의 명을 받아 장군과 협조하기 위해서입니다. 옥문 귀국의 상하의 업무를 앞으로 함께 책임지겠습니다,
[좌현요] 그 태부 어르신이 “협조”라고 그랬다고?
[양현] 장군께서도 분명 태부의 뜻을 이해하시겠죠......
[좌현요] 양대인이 상촉에서 나를 도와줬는데, 내가 아직 고맙다는 말을 하지 않은 것 같군. 좌락 그 아이가 젊고 신중하지 못해서 양대인한테 폐를 끼쳤어.
[양현] 과분한 말씀입니다.
[좌현요] 부모의 마음을 양대인은 아직 이해하기 어려울까봐 걱정이야.
[좌현요] 아이의 성취를 눈여겨보긴 해도, 그 아이가 작은 실수라도 할까봐 더 두렵지. 좌락이 지금 짊어지고 있는 직책도 실수를 용납하지 않고 말이야.
[양현] 좌공자는 젊어서 장래성이 있으며, 생각이 기민합니다. 젊은이가 가끔 무모하게 행동하는 것도 정상적인 일이죠. 장군께서는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좌현요] 그렇다면 양대인이 보기에, 좌 아무개의 행동은 무모한 행동이라고 할 수 있나?
[양현] ......저는 좌장군을 믿습니다, 분명 고려해둔 것이 있겠죠.
[좌현요] 양대인은 상촉의 부모로서 근면하고 백성을 사랑한다고 옥문에서도 들은 바가 있지. 그런데 양대인은 전장의 싸움을 접해 본 적은 있나?
[양현] 몇 년 전에 상촉의 강에서 수적들이 난동을 부렸습니다만...... 물론 이런 것은 장군이 경험하신 전장과는 비교할 수도 없겠죠.
[좌현요] 그러면 양대인도 알아둬야 할 거야, 장군이 전장에서 판단을 내리는 것과 관리가 백성을 다스리는 것은 결국 같지 않거든.
[좌현요] 전장의 군사 상황은 순식간에 변하고, 수많은 병사들의 생사는 자네의 생각에 달려 있지.
[좌현요] 양대인은 어떻게 생각하나, 이런 상황에 필요한 것은 결단의 용기인가, 아니면 유불리를 따지는 계략인가?
[좌현요] 쉐이의 일은 이미 화살이 걸렸으니, 쏘지 않을 수는 없어.
[양현] 가르침을 받들겠습니다.
[좌현요] 지금 양대인은 옥문에 와서 “옥문 참지(参知)”를 맡았으니, 우리는 같은 모래 벌판에 있는 셈이고, 자네와 나는 더욱 동료라고 할 수 있지. 좌 아무개의 태도를 양대인이 이해해 주기를 바라네.
[양현] 저는 물론 성의를 다해 장군님을 믿고 싶습니다.
[양현] 그러나 지금 염국이 직면한 베헤모스의 문제는 백성을 위한 행정도, 전장의 싸움도 아닙니다.
[양현] 저는 장군의 결단을 믿으니, 장군도 제 판단을 믿어주시죠.
[좌현요] 흠......
(화살 소리)
또 한 번 화살이 쏘아졌다, 이번에는 화살이 과녁의 한가운데에 맞았다.
[좌현요] 양대인, 한번 해보지 않겠나?
[좌현요] 양지부는 글재주만 뛰어난 것이 아니라, 검술과 궁술도 두루 섭렵해 문무를 겸비한 인재라고 예전부터 들어왔지.
[좌현요] 다만 이 옥문의 활은 무거워, 양대인이 당길 수 있을지 모르겠는걸?
[양현] ......
[순찰팀 수비군] 장군님, 용문의 웨이 장관이 도착했습니다, 군 의사당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좌현요] 그래, 알겠다.
[좌현요] 린 선생의 딸이 며칠 전에 도착했으니, 날짜를 보면 웨이 공도 도착할 때가 됐군.
[순찰팀 수비군] 그리고, 태부께서 벌써 도착하셨습니다.
[좌현요] ......
[좌현요] 태부와 웨이 공은 함께 왔나?
[양현] 웨이 공의 이번 행차는 생각해보면 공적인 일은 아닌 것 같군요.
[좌현요] 공적이든 사적이든, 어찌 한 테이블로 두 귀빈을 동시에 접대하겠나?
[좌현요] 보아하니 오늘 좌 아무개를 일깨울 사람은 양대인 하나가 아닌 것 같군.
[링] 큰오빠.
[총위에] 어젯밤 갑자기 꿈을 꾸었다.
[총위에] 한밤중에 창밖으로 바람이 세차게 부는 꿈이었는데, 창문을 열자 도시 밖의 사막이 뜻밖에도 나무로 뒤덮였지. 백양나무에서 새싹이 돋아났고, 어떤 것들은 꽃을 피웠어.
[총위에] 나무의 가지는 길게 자라서 그물을 이루었어. 옥문 전체가 얽메여 더 이상 움직일 수 없었지.
[링] 사람이 떠나지 않는다면, 꽃은 가지에 남기 어려워.
[링] 큰오빠는 아직 옥문에 아쉬움이 좀 남은 거야?
[총위에] 내가 잊어버린 듯 한데, 네가 저번에 옥문을 떠나며 남긴 말은 무엇이었지?
[링] 고요한 밤에 성 가득히 현악기와 관악기 소리가 퍼지니, 행인은 변방임을 믿지 않는구나.
[총위에] 새로운 구절인 것 같구나. 한동안 만나지 못한 사이에 여동생의 심경에 또 변화가 생긴 것 같아.
[링] 백 년은 그리 길지 않아. 그저 꿈에서 여기까지 왔다가, 다시 돌아왔을 뿐이지.
[총위에] 그러나 내 눈에는 그 “백년”도 삼만 개를 넘는 밤낮으로 보여. 매번 군사 상황이 급하게 전해지고, 매번 척후가 관문을 나서고, 매번 전달자가 돌아오지.
[총위에] 네가 떠난 후, 도시를 지키는 병사가 몇 차례 교체되었는지, 이 성벽의 벽돌을 몇 번이나 수리했는지 모르겠어.
[총위에] 다행히 이것은 아직 이곳에 서있지.
[총위에] 상촉에서 니엔과 시는 만났고?
[링] 만나긴 만났지. 두 사람 모두 예전과 다를 게 없는데, 지금은 몸담고 놀 수 있는 좋은 곳을 찾았나봐.
[총위에] 그리고 아마 너도 둘째를 만났을 거야.
[링] 우리 남매들 중에 큰오빠를 걱정시키지 않는 사람은 하나도 없나봐.
[총위에] 시는 섬세하고 생각이 많지만 속마음을 털어놓을 사람을 찾으려 하지 않고 늘 그 좁은 세계에 갇혀있으니, 문제가 생기는 것을 피하기 어려울 거야.
[총위에] 니엔은 자유롭고 대범해보여도 외로움을 가장 두려워하는 사람이야. 그녀의 시선을 돌릴 수 있는 새로운 일이 없다면 그녀는 머지않아 자신과의 문제가 생길테지.
[총위에] 너는 물론 걱정하지 않아. 유일하게 신경쓰이는 것은 네가 너무 취해서 술값을 잊어버리고 가게를 난처하게 하지는 않을까야.
[총위에] 그러나 맏언니로서, 또한 공무도 없으니, 너도 동생들에게 좀 더 신경쓰도록 해.
[링] 오라버니는 내가 언니 역할을 안한다고 탓하는 걸까?
[링] 이 세상에 우리같은 관계의 가족이 얼마나 더 있겠어, 내가 또 누구에게서 배워야 하는지는...... 결국 스스로 깨닫는 수밖에 없겠지.
[링] 어찌나 철없는 여동생들이야, 기어코 안팎을 모르는 일에 뛰어들어 스스로 걱정거리를 찾다니.
[총위에] 그녀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것을 탓하지 마, 만약 네가 그녀들의 관점이었다면 너도 이렇게 소탈할 수는 없을테니까.
[링] 소탈이라고 하면, 나는 아무래도 오라버니처럼 “나”를 완전히 잘라내고 새로운 “나”를 찾을 수 없단 말이지.
[총위에] ......
[총위에] “수오(朔)”라는 이름과 그 잔혼은 모두 그 검에 봉인되어 있어. 지금의 나는 그저 권법이 조금 뛰어난 보통 사람일 뿐이야.
[링] “권법이 조금 뛰어나다”라니 멋진걸, 그 간단명료한 한마디가 얼마나 많은 무인의 수련의 길을 끊었을까?
[총위에] 하루의 단련은 하루의 투자와 같아. 수백 년의 시간을 생각하면, “권법이 조금 뛰어나다”라는 말이 자만심은 아닐지 걱정이구나.
[링] ......
앞쪽의 모래 수로는 끊임없이 수 톤의 노란 모래를 삼키며, 옥문의 앞길을 위해서 방해물을 제거한다.
거대한 이동도시가 빠른 속도로 새로운 종착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링] 오라버니는 옥문을 떠나면 어떻게 할 생각이야?
[총위에] 북쪽을 떠나고 남쪽으로 내려가 다리 아래 흐르는 물을 구경하거나, 중원의 술을 다시 맛보러 가거나, 아니면 니엔과 시가 머무는 곳에 가볼 수도 있지.
[총위에] 강호는 이렇게 넓으니, 항상 갈 곳은 있는 법이야.
[총위에] ......비록 과거 함께 술잔을 들며 웃었던 사람은 이제 한 명도 찾을 수 없겠지만.
먼 곳을 바라보니, 사해에는 뜨거운 물결이 일었고, 천지는 흐리고 거칠다.
세찬 바람이 불어와 성루에 이르렀을 때 기세는 이미 약해졌다, 휘날린 고운 모래알이 두 빰에 달려드니, 감촉이 부드럽다.
노란 모래가 멀리 삼천 곳에서 오고, 씻겨내리지 않은 세월은 손에 꼽힌다.
[옥문 수비군 A] ......장비 식별번호로 보아 오늘 오전에 귀환하기로 되어 있던 재앙 전달자 팀인 것 같습니다.
[옥문 수비군 A] 현장에는 강력한 오리지늄 폭약이 남아있고, 시신은 아마 이미 결정 분진화 되었겠죠......
[린 위시아] ......잔류한 오리지늄을 조심해.
[린 위시아] 여기는 도시에서 두 시간도 안 걸리는 거리야, 도대체 누가 이렇게 가까운 곳에서 정부의 재앙 전달자를 습격한 거지?
[옥문 수비군 A] 물자 중에 값진 화물을 모두 가져간 것으로 보아 도적떼의 소행같습니다.
[린 위시아] ......아니면 누군가 의도적으로 도적떼의 소행으로 보이게 만든 것은 아닐까?
[린 위시아] 계속 수색해, 재앙 관측 데이터를 찾이 못하면 정말 큰일이야......
[옥문 수비군 B] 찾았습니다!
[옥문 수비군 B] 조금 떨어진 곳의 부서진 갑옷 밑에서 찾았습니다.
[옥문 수비군 B] 형제들이 목숨을 걸고 지켜낸 것이겠죠......
[린 위시아] ......
[린 위시아] 시간이 없어, 주위의 동향을 경계하고 데이터를 즉시 도시로 돌려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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